테트로도톡신(Tetrodotoxin, TTX)
주로 복어 등 참복과나 망둑어과의 일부 어류, 문어, 고둥, 송편게속의 일부 종, 아텔로푸스 두꺼비 같은 친수성 생물이 가지고 있는 생물독이다.
대중적으로는 복어 독으로 유명하며 영어 명칭도 복어과를 뜻하는 학명 'Tetraodontidae'에 독을 뜻하는 어휘 'toxin'이 붙어 'Tetrodotoxin'이다. 'Tetraodontidae'는 풀이하면 네 개의 이빨을 가진 (생물)이라는 의미인데 복어가 네 개의 부리 비슷한 커다란 이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독성
반수치사량
독성이 사이안화 칼륨(청산가리)의 5배에서 13배에 달하는 맹독으로, 실험쥐 경구 독성 실험을 통한 반수치사량은 킬로그램 당 232μg으로 나타났다. 몸무게가 70kg인 성인이 약 16mg 이상 테트로도톡신에 노출될 경우 반나절 안에 사망할 수 있는데 16mg은 일반적인 쌀 한 톨의 평균 무게 (약 20mg) 보다도 살짝 가벼운 정도다.
독성 기전과 증상
강력한 신경독으로, 체내에 유입되면 운동신경에서 나트륨 통로를 차단하여 활동전위의 형성을 방해하는 원리로 신경세포의 전기화학적 작용을 정지시켜 수의근을 마비되게 한다. 처음에는 뒷목이 조금 뻐근한 것부터 시작하지만 곧 쓰러져 몸을 가누지 못하게 되고 목소리도 낼 수 없음은 물론 종국에는 눈꺼풀까지 굳어서 눈도 못뜨다 결국 횡격막 및 늑간근도 활동을 멈춰 호흡 정지로 질식사하며 해독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신경 작용제 계열이라고 보면 된다. 물론 폐 쪽 신경을 차단해서 질식 작용제로도 작용한다.
실제 임상에서 증례를 보면 1단계의 가벼운 증상이 아닌 2단계의 숨이 찰 정도의 호흡근 정지는 보통 4시간 이후부터 시작된다고 본다. 물론 30분~1시간 내에 증상이 발현된 경우도 있긴 있다. 치명률은 50% 정도. 그러나 이 독의 가장 무서운 점은 오로지 운동신경만 정지시키기 때문에 전신이 점차 경직되어 차츰차츰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되는 것을 생생히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질식의 고통을 생생히 느끼면서. 테트로도톡신과 반응하는 수용체는 운동신경에만 한정되어 있어 골격근에만 작용할 뿐이지 정신활동에는 일절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동일한 맥락에서 심장을 담당하는 근육의 나트륨 통로는 또 다른 수용체를 지니고 있어 테트로도톡신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근육을 정지시킨다는 테트로도톡신이 심장마비를 초래하지 않는다. 하지만 심장마저 멈추게 만드는 독 역시 존재한다.
이런 특성을 활용해서 의약품의 성분으로 사용되기도 하며 주로 신경통·관절통·류머티즘의 진통제로 사용된다. 과거에는 이 성분이 듬뿍 든 복어알을 쥐약 등 퇴치제로 쓰기도 했다.
이 때문에 살인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독극물이기도 하다. 이미 조선시대부터 살인을 위한 독극물로 이용되었으며 다만 요즘은 과학수사의 발달로 복어 독을 이용한 사건이 발생하면 복어의 구입처 등의 탐문수사가 가능하여 금방 잡힌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고속도로 의문사 사건에서 이 독이 검출된 바 있다.
처치
빠른 이송과 응급처치가 매우 중요하다. 호흡근 정지가 제일 치명적이므로 기관삽관을 통해 계속 산소를 공급하면 생존할 수 있으며 완전히 호흡 부전이 온 다음에는 몇 분이라도 늦을 경우 산소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아 뇌사의 가능성이 있다. 환자는 독이 신장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될 때까지 중환자실에 입원하게 된다. 하지만 이미 호흡곤란으로 의식을 잃은 경우 독이 배출되었다고 해서 의식을 되찾는다는 보장이 없으므로 살아나더라도 한동안 병원 신세를 지는 경우가 많다.
민간 요법에서는 미나리가 복어 독을 중화할 수 있다는 설이 있지만 실제로는 해독할 수 없다. 단지 복어 요리에 맛과 영양 면에서 미나리와 궁합이 잘 맞는데 이것이 해독 기능이 있다고 와전된 것이다. 상술했듯이 테트로도톡신의 해독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재미있게도 투구꽃의 아코니틴과는 서로 반대되는 효능을 갖고 있다. 테트로도톡신은 신경세포의 나트륨 통로를 차단하는 작용을 하는데 아코니틴은 나트륨 통로를 개방하려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같이 복용하면 독이 작용하는 시간이 늦어지며 실제로 일본에서는 이를 이용한 살인사건이 있었다. 그러나 아코니틴도 극독이기 때문에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아무도 이런 방법을 쓰지 않는다. 실제로 작용 시간을 늦출 수 있는건 사실이나 해독이나 중화가 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바로 죽을 거 한두시간 뒤에 죽는 정도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살아도 맹독을 두 종류나 맨몸으로 받아내야 하는 간은 바로 작살난다.
응급처치 방법
빠른 신고와 동시에 기도 확보 및 유지를 위한 조치를 취한다.
복어독의 문제는 위세척조차 무력화되는 빠른 흡수와 높은 독성이므로 응급전화에 상황 판단을 위임하고 차분하게 본인 안전을 전제하고 추가적 조치를 행하도록 한다.
단편적으로 습득한 지식만으로 인공호흡을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언제나 응급처치의 선순위는 신고이며 이를 통하여서만 올바른 상황 판단과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복어 섭취와 사고
이 독 때문에 복어를 잘못 먹었다가 횡사하는 사람들이 매년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복어요리를 하는 요리사는 복어 요리에 대한 자격증이 없다면 복어에 손도 대어서는 안 된다. 자격 없이 복어를 손질해 식탁에 먹으라고 내놓는 것은 그야말로 살인미수나 다름없다. 실제로 2008년 6월 부산에서 이러한 요리사가 만든 복어 요리를 먹고 일가족 3인이 중태에 빠졌다는 뉴스가 보도된 적이 있으며 복어포를 먹고 사망한 사례도 있다.
복어에는 주로 알이나 내장(특히, 간) 등에 있으며 일부 종류는 산란철이 되면 껍질에도 독을 저장하므로 껍질도 유독하다. 화학합성으로 만드는 게 아닌 자연독으로는 손꼽히는 맹독성 물질이며 섭씨 106도에서 4시간 이상으로 장시간 가열하지 않으면 분해도 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칼로 썰어 떼어내지 않으면 조리과정에서는 없어지지 않는다.
특이하게도 양식 복어에서는 이 독이 나오지 않는데 복어는 독을 처음부터 직접 합성하는 것이 아니라 독성을 가진 다른 생물을 먹어서 체내에 독을 축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단순히 그물만 쳐서 기른 복어는 이탈하여 해저의 생물들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독을 가질 수 있고 가두리 양식 또는 지상에서 양식한 복어만 안전하다. 이렇게 양식한 복어는 일반적으로 맹독인 난소(알)나 간도 먹을 수 있다. 단, 일본식 복어알젓은 복잡한 과정을 거쳐 3년 동안 숙성시켜 독을 분해시키는 것으로 양식 복어와는 상관이 없다. 일부 복어 애호가들은 양식 복어가 맛이 떨어지는 이유가 '독이 없어서'미친놈들라는데 그냥 양식과 자연산의 차이 정도로 보인다.
현실적으로는 만에 하나라도 사고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아직은 양식 복어도 난소, 간 등의 판매가 금지되어 있다. 양식 복어와 자연산 복어를 같이 두어도 양식 복어에서 독이 나타나는 현상이 있는데 조사해 보니 테트로도톡신을 만드는 미생물이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물 같은 것으로 격리 시켜두면 전염이 안된다고 하니 피부 전염인 듯하다.
"복어 요리사가 실수로 테트로도톡신을 제거하지 못해서 사람이 먹고 사망할 경우 그 요리사는 업무상과실치사죄가 아니라 살인죄로 처벌받는다"는 낭설이 있으나 살인죄는 고의로 사람을 살해하는 것이므로 요리사가 의도적으로 독을 제거하지 않고 식탁에 올리지 않는 이상 살인죄가 되지 못하며 업무상과실치사죄가 될 뿐이다.
2010년대에는 복어독이 항암제라면서 일부러 찾아먹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네이버에 "복어독 항암"이라고 검색하면 온갖 말도 안 되는 뇌피셜이 쏟아져 나오는데 그 중에는 의사와 한의사 같은 의료인도 있다. 블로그나 카페 등에도 갖가지 신앙간증과 사이비 임상실험기 따위가 올라와 있다. 항암치료 대신 졸복을 달여먹고 말기 위암을 치료했다는 의사가 2012년 8월 20일자 MBC <닥터스>에 나왔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은 하나같이 안아키나 안예모 레벨을 못 벗어난다. 자연치료라는 허울 좋은 말에 꽂혀서 "위험은 이론이고 난 실제" 따위의 소리나 즐비하니 만에 하나라도 믿지 않는 것이 좋다. 한때 북한에서도 복어독에서 추출한 '테트로도카인주사약'이라는 물건을 판매했던 적이 있는데 원래 이 동네는 금당 2호 같은 사례에서 보다시피 효과는 전혀 보장하지 못한다.
2017년 4월 '복어 독의 신비'라는 인터넷 카페를 개설하고 테트로도톡신이 함유된 일명 '복어환'이라는 약을 무허가로 판매해 온 업자가 검거되기도 했는데 암 환자와 난치병 환자들을 주 대상으로 삼아 복어환이 마치 암을 비롯한 모든 질병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광고한 혐의를 받았다. 관련 기사
복어 외 동물의 테트로도톡신
일부 다른 동물들에게도 존재하는데 열대에 사는 푸른고리문어는 작고 알록달록하지만 건드리거나 너무 접근하면 사람을 부리로 깨물어서 독을 주입한다. 조금 멀리 있어도 독을 물총처럼 발사하기도 하니 말 그대로 충격과 공포. 특히 열대 바다에 사는 동물들은 독이 있는 게 꽤 많다. 특히 동남아시아나 호주에서 스쿠버다이빙 할 일이 생길 경우 물고기든 뭐든 절대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
빗영원과 꺼끌영원은 피부에서 이걸 분비한다. 하지만 스컹크로 추정되는 육식동물에게 테트로도톡신이 없는 내장 부위만 파먹히는 일도 종종 있다. 북아메리카의 가터뱀 일부 종은 이 독에 면역이 있어 꺼끌영원을 잡아먹는다.
갑오징어와 갯가재도 테트로도톡신에 면역이 있어서 푸른고리문어를 문제 없이 잡아먹으며 나팔고둥도 테트로도톡신을 가진 가시불가사리를 문제없이 잡아먹는다.
바다뱀들 중 몇몇 종도 이 독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