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용 과학 Applied Science/뇌과학 Brain science

철학적 좀비, 데이비드 차머스, Philosophical Zombie

Jobs9 2022. 10. 28.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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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좀비, Philosophical Zombie, P-Zombie

심리철학 및 형이상학의 고전적인 논제. 의식, 보다 구체적으로는 현상적 의식인 감각질에 얽힌 사고실험이다. 역사상 르네 데카르트를 비롯하여 비슷한 발상은 여러 차례 제기된 적 있으나, 구체적으로 "좀비"라는 이름을 쓰는 형태의 현대적인 논증은 데이비드 차머스가 제안했다. 

마음에 대한 물리주의를 논박하기 위하여 고안된 연역논증이다. 다만 연역논증의 특성상 설령 본 논증이 타당하다고 하더라도 해석의 여지는 여전히 열려 있다. 그 결론을 부정함으로써 전제들 중 하나 이상을 부정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창 밖을 보며 바깥 나무의 싱그러운 푸른 느낌을 경험하고, 초콜릿 바를 씹는 즐거움을 만끽하며, 오른쪽 어깨에서 욱신거리는 통증이 느껴진다고 상상해보자. 내 좀비 쌍둥이는 어떨까? 걔는 나와 물리적으로 동일하고 […] 기능적으로 동일하며 […] 심리적으로 동일한데다가 […] 기능적 의미에선 “의식적”이기까지 하다. 잠에서 깰 수 있고, 내적 상태의 내용을 보고하며, 여러 장소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차이는 그런 기능 발휘가 진정한 의식적 경험을 동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현상적 느낌이라는게 없다. 좀비가 되는 느낌 같은 것은 없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차머스, 『의식적 마음(The Conscious Mind)』

 

차머스 본인이 명시적으로 밝히듯 철학적 좀비는 헐리우드 영화에서 흔히 연출되는 "좀비"와는 다르다. 왜냐면 철학적 좀비는 몸이 썩어들어가지도 않고, 말을 못하지도 않으며, (보통 사람이 그렇다는 가정 하에서) 식인을 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정의상 철학적 좀비는 보통 사람과 원자 단위, 분자 단위로 동일하기에 물리적으로 구별되지 않는다. 현대 분자생물학 및 신경과학을 신뢰하는 한, 이처럼 좀비와 사람이 물리적으로 구별불가능하다면 좀비와 사람은 인지, 행동 등에서도 구별될 수 없을 것이다. 즉 좀비는 사람처럼 똑같이 먹고 마시며, 글을 읽고 말을 하고, 울고 웃으며, 찌르면 피가 나는 생물이다. 

다만 정의상 좀비는 사람과 달리 감각질을 결여한다. 즉 "날 것인 느낌"을 갖지 않는 것이다. 

이를테면 좀비가 나뭇잎을 본다고 해보자. 사람과 마찬가지로 나뭇잎을 볼 때 가시광선은 좀비의 망막에 있는 시세포를 거쳐 전기 신호로 전환되고, 이는 시신경을 통해 대뇌 후두엽 시각피질을 거쳐 뭇 두뇌 영역에서 처리된다. 이를 바탕으로 좀비는 "나뭇잎이 보이네"라고 말할 수도 있고, '봄이 왔구나'라고 추론을 할 수도 있으며, 나뭇잎을 집으려 손가락을 뻗을 수도 있다. 

다만 사람과 달리 좀비는 "초록색"이라는 바로 그 느낌은 가질 수 없는 것으로 정의된다. 즉 물리적, 생리적, 행태적으로 사람과 모두 같지만 바로 그 주관적인 경험만큼만은 불가능한 것이다. 

좀비 논증의 옹호자들은 결코 좀비가 존재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왜냐면 현실세계에서 그런게 있다고 볼 이유가 딱히 없기 때문이다. 다만 관건은 그런 좀비가 존재하는게 가능하냐는 점에 있다. 

 


 


우리는 겉으로 보기에는 정신적인 작용을 하고 있는 나와 똑같이 행동하지만 실제로는 어떠한 의식적인 내용도 경험하지 않는 존재를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존재는 ‘철학적 좀비’라고 불린다. 우리가 철학적인 좀비라고 부르는 존재는 우리와 전혀 겉모습에서 차이가 나지 않으며, 단지 다른 것은 의식적 내용만을 결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런 존재가 겉모습이나 행동하는 부분에서 나와 똑같은 존재라고 말하는 것은 비록 의식적 경험을 결여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나와 동일한 기능적, 계산적 상태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일 이러한 가능성이 실제로 존재할 수 있다면 기능이나 계산적 본성을 통하여 정신을 규정하고자 하는 계산적 기능주의 입장은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이런 사례들이 보여주고자 하는 바는 기능적으로 규정된 정신적 상태라는 것이 정신적 상태가 지녀야 할 중요한 특성을 포착하는 데에 실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는 심리철학에서 감각질의 개념을 상세하게 논의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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