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교육을 바꿔야 한다. ox만 답이 아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질문하는 능력’이 있나?
한적한 어느 건널목. 사람들이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신호가 초록 불로 바뀌자 사람들은 기다렸다는듯 빠르게 길을 건넌다. 근데 한 남학생은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그 자리에 멈춰서 있다. 혹시 다른 생각을 하느라 미처 신호가 바뀐 사실을 몰랐던 걸까? 다가가 신호가 바뀌었다고 귀뜸을 해 줬다.
그러자 “아, 빨간 불과 초록 불 사이의 시간 간격이 다른 것 같아서, ‘신호체계를 방정식으로 나타낼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학생은 중학교 3학년 때 수학 논문(2009년)을 쓰고, 이 이력으로 인천과학고를 입학했던 수학 영재로 이성계 군의 과거 일화다. 이 군은 현재 고려대에 재학 중이다.
당시 중학생의 나이로 수학 논문을 쓴 이 군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이 군은 국제청소년학술대회에도 논문을 제출한 바 있습니다. 논문의 주제는 ‘학교 급식 배식대의 대기 행렬에 관한 연구’였습니다. 학교에서 배식을 받기 위해 길게 늘어선 학생들의 행렬을 보고 ‘배식대를 몇 군데 만들고, 학생들을 어떻게 줄 세우면 짧은 시간에 모두가 불만 없이 점심을 먹을까’를 고민하다 수학적으로 연구해 결과를 논문으로 작성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군은 이렇게 일상생활 속 작은 호기심을 ‘궁금증’으로 연결하고, 질문을 만들어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했습니다.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없는 질문은 부모님, 선생님, 도서관, 인터넷 등 도움을 얻을 수 있다면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 군은 아직 꿈을 향해 나아가는 중이지만, 적어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 우리가 질문을 해야 하는 이유, 두 가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질문’의 중요성은 여전히 강조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유명한 질문 및 소통 전문가인 도로시 리즈는 자신의 책 ‘질문의 7가지 힘’에서 질문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① 질문을 하면 답이 나온다. ② 질문은 생각을 자극한다. ③ 질문을 하면 정보를 얻는다. ④ 질문을 하면 통제가 된다. ⑤ 질문은 마음을 연다. ⑥ 질문은 귀를 기울이게 한다. ⑦ 질문에 답하면 스스로 설득이 된다.
1) 질문이 많아져야 비판적 사고력이 길러진다
최근 강조되고 있는 6C는 창의력(Creativity), 비판적 사고력(Critical Thinking), 호기심(Curiosity), 의사소통능력(Communication), 협업능력(Collaboration), 컴퓨팅 사고력(Computional Thinking)을 말합니다. 사실 6C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다이애나 바이틀러 마이크로소프트(MS) 아시아지역 사회공헌 담당 디렉터는 지난 3월 2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지향적 교육정책수립을 위한 공동정책포럼’에서 “아이들의 호기심에서 다양한 질문이 탄생하고, 질문이 모여 비판적 사고력이 형성되며, 비판적 사고력은 창의력으로 연결돼 컴퓨팅 사고력으로 확장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비판적 사고력이나 컴퓨팅 사고력이 뛰어난 아이들은 구조적으로 생각하는 힘이 길러져, 공감능력이 발달하고, 공감능력이 발달하면 의사소통능력과 협엽능력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이의 다양한 호기심을 존중해야 질문도 나오고, 질문이 많아져야 비판적 사고력, 창의력, 컴퓨터 사고력까지 자극을 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내 아이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갈 뛰어난 인재로 탄생하려면, 우리는 아이의 호기심 가득한 질문을 막거나 제한해서는 안됩니다.
2) 답하는 능력보다 질문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질문의 힘’
사람들은 알버트 아인슈타인을 성장시킨 원동력 중 하나로 ‘끊임없이 질문하는 힘’을 꼽습니다. 실제로 그가 남긴 어록 중에 질문과 관련된 문장이 여러 개 전해집니다. 그는 ‘올바른 질문을 찾고 나면, 정답을 찾는 데는 5분도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습관이 있었다고 합니다. ‘뉴턴의 물리학을 넘어서는 나만의 물리학이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으로 그는 인류의 역사에 ‘상대성 이론’을 탄생시킨 셈입니다.
이제 다가올 미래 사회에서는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때에 실시간으로 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답을 찾는 능력’의 중요성은 줄어들고 있다.
이미 통신 기술과 스마트 기기가 눈부시게 발전해 그 기술을 누리고 살고 있기 때문에 ‘정답’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제 넘쳐나는 정보에서 각자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가려낼 수 있는 ‘질문하는 능력 ’이 필요한 시대라 말합니다. 도로시 리즈를 비롯 전문가들은 기계가 세를 보일 미래에 기계가 가장 마지막으로 답습할 능력으로 이 질문하는 능력을 꼽았습니다. 질문력을 갖춘다면, 기계와 공존하며 살아갈 시대에 또 하나의 경쟁력을 갖추게 되는 셈이죠.
● 우리가 질문을 못(안)하는 이유, 세 가지
그런데, 우리나라의 현실은 ‘질문’과는 좀 거리가 먼게 사실입니다.
1) 평생 ‘무시’ 당해 왔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우리의 질문에 ‘대답을 피하는’ 어른들을 자주 마주했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분명 대답을 피하는 부모에게, 교사에게, 친구에게 불만이 있었을텐데, 자라나 어느 새 똑같이 대답을 피하는 부모가 되고 말았습니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바쁜 일상 속에서 귀차니즘을 앞세워, 혹시 내가 호기심 많은 아이의 새싹을 밟고 있지는 않은지 뒤 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이대로라면 내 아이 역시, 나와 같은 질문 못하는 한국인으로 자랄 확률이 높습니다.
2) 엄마의 ‘답정너’ 유형 질문으로 길들어져 왔다!
우리는 그동안 수많은 엄마의 답정너(답은 정해져있으니 너는 대답만 해!) 유형의 질문에 길들여져왔습니다. 의사를 묻는 질문이 아닌 엄마의 동의를 구하는 질문이 그렇게 싫었는데도, 돌아서서 똑같이 내 아이에게 답이 정해져 있는 질문을 하고 있진 않나요?
3) ‘질문=민폐’라는 사회 분위기 속에 살아 왔다!
질문하는 시간은 증을 해결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고, 내가 모르던 걸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왜 우리는 다른 사람의 눈치를 봐야 하는 걸까요?
하지만 수업 시간에 진행되는 ‘질의 응답’ 과정은 교사와 학생 사이의 적극적인 상호작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학습의 능률을 끌어 올릴 수 있는 중요하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게다가 수업 시간 내 유익한 질문은 교실 안에 같은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도 수업의 전체를 이해할 수 있는 도구 중 하나입니다.
이제는 질문하는 학생을 눈치주고 야유할 것이 아니라, 이런 학생을 독려하고 이런 학생들이 많아지도록 시대 분위기를 바꿔야 할 때가 아닐까요?
인공지능 시대, 질문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맞춤교육이 필요하다
인공지능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우리는 디지털 대전환이라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최근 디지털 혁신을 이끄는 변화의 중심에 ‘생성형 인공지능’이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사람처럼 문장이나 이미지를 생성하고, 대화를 나누며, 정보를 제공하는 능력을 가진 기술로, 우리의 일상에서 점차 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업무의 효율성을 높여줄 수 있기 때문에 우리의 일상과 비즈니스, 교육,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빠르게 활용되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인터넷이나 이메일의 등장과 같이 오랫동안 인간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생성형 인공지능과 소통하는 창구를 ‘프롬프트(Prompt)’라고 하는데, 프롬프트를 통해 인공지능 모델에게 원하는 작업을 수행하도록 지시하는 문장 또는 질문을 작성하는 과정을 프롬프트 엔지니어링(Prompt Engineering)이라고 한다. 보통 생성형 인공지능 모델은 학습 데이터에서 학습한 패턴을 기반으로 인간이 프롬프트에 입력된 문장에 대한 답변을 생성해낸다. 하지만 생성형 인공지능이 원하는 결과를 적절하게 도출해내지 못할 경우도 있다. 이때 사용자는 질문이나 명령을 수정하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통해 인공지능 모델이 원하는 대로 작동하도록 조작할 수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 질문을 만드는 역량
산업화 시대에는 주어진 질문에 대한 정답을 맞추는 능력이 중요한 역량으로 강조되어 왔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로 무한한 정보에 쉽게 접근이 가능한 시대가 도래하였다. 따라서 단순히 정보를 기억하는 것보다 정보를 적절하게 검색하고 이해하여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더 중요해졌다. 질문을 만드는 능력은 정확한 정보를 얻고 그것을 의미 있게 활용하는 데 필요한 핵심 능력이 된 것이다. 질문이나 명령을 잘하는 사람이 원하는 결과를 얻게 되기 때문에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에 질문의 역량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생성형 인공지능을 잘 활용한다는 것은 본인의 역량을 증폭시키고 성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에서는 단순한 정보 제공이나 문제 해결 능력뿐만 아니라, 창의성을 발휘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하며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를 접근하는 능력이 더욱 강조된다. 질문을 만드는 역량은 이러한 창의성과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며, 기존의 정보나 지식을 새롭게 조합하여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창의성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
현재의 학교 시스템은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질문을 잘하는 역량’을 길러주기에는 한계를 갖고 있다. 근대식 학교는 학생들을 대량으로 관리하고 평가하기 위해 표준화된 교육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고유한 능력과 관심사를 살리기보다는 일반화된 지식과 시험 준비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전통적으로 학교에서는 주로 교사의 일방향 강의와 학생들의 수동적인 암기 위주 학습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단순히 정보를 받아들이는 역할을 수행하고, 자신의 궁금증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탐구하는 기회가 제한된다. 특히 교육과정이 정답을 맞추는 데 초점을 둔 경우가 많아 질문의 중요성이 간과되는 경우가 많다. 많은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다양한 학습 스타일과 속도를 고려하지 않고 교육을 진행하고, 결과적으로 학생들이 자신의 관심사와 능력을 개발하는 데 한계를 갖게 되는 것이다.
평균의 함정에 빠진 학교를 개선할 방법으로 지식을 이해하는 ‘노잉(Knowing)’뿐만 아니라 ‘두잉(Doing)’ 중심의 학습이 함께 이루어지는 ‘하이터치 하이테크(HTHT; High Touch High Tech)교육’이 시도되고 있다. 교사가 첨단 기술을 활용해 개인별 맞춤형으로 창의적 학습을 이끌어내는 것을 말한다. AI를 교육적으로 활용하면 학생 개인이 필요로 하는 수준 학습, 즉 적은 비용으로 맞춤형 개별화 학습을 구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보편화될수록 ‘개념적 지식 기반의 판단력’이 중요하다. 특정 분야나 주제에 대한 개념, 원리, 규칙, 관계 등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판단하는 능력을 가리킨다. 하이테크를 활용하여 이러한 지식 교육을 맞춤형으로 구현할 수 있다. 이러한 지식을 바탕으로 지식을 체화시키는 경험과 활동이 중요하다. 프로젝트 수업이나 토론 같은 창의적 활동은 지식과 경험을 결합한 대표적인 교육적 시도다.
AI 디지털교과서 정책은 ‘맞춤교육’이 목적
AI 디지털교과서 정책은 단순히 교과서를 디지털화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기반의 맞춤교육을 구현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다. AI 디지털교과서를 통해 학생들의 학습 스타일, 수준, 관심사에 따라 맞춤형 학습 계획과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 학생마다 다른 학습 경로를 제공해주고, 주제별로 관련된 질문을 통해 자신만의 이해를 도출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준다. AI 튜터링 시스템을 활용하여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질문을 만들고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AI는 학생들의 학습 데이터와 진행 상황을 분석하여 적절한 질문을 생성하고, 문제 해결 과정을 지원하는 지능적인 피드백을 제공해준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시스템이 있다고 해도 모든 학생이 학습에 몰두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학습의 동기를 부여하고 지속적으로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은 교사의 몫이다. AI 보조교사 시스템은 학생들의 학습 데이터를 활용하여 개별 학습 스타일과 성향을 분석하고, 교사들에게 제공함으로써 개인화된 맞춤형 지도를 구현해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