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음감, absolute pitch
절대적인 음의 절대적 높이인 음고를 파악하는 능력을 말한다. 얼마나 자주 발생하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대략 10000명에 5~10명 정도라고 한다.
주기가 일정한 소리를 듣고 그 고유의 음고(음이름, C장조 기준의 계이름)를 즉석에서 악기 등의 도움 없이 판별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절대적'인 주파수를 파악하는 능력이 아닌 12음고 사이클의 근사치에 해당하는 계이름을 파악하는 것이므로 절대음감을 가진 사람이 기준음 없이 노래를 부를 경우 실제 주파수와 차이가 날 수 있다. 확실하게 절대음감을 가지고 있다면 음악에 사용되는 주파수 범위 내에서 무작위로 발생하는 순음(사인파)에 즉각적으로 응답할 수 있어야 한다. 선천적 요인이 관여할 순 있으나, 결정적인 관계는 입증되지 않았다. 선천적 청각장애인들은 음이라는 것 자체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이 개념을 이해하는데 난항을 겪거나 아예 못 한다고 한다.
크리스토프 드뢰서의 저서 '음악 본능'의 설명에 따르면, 달팽이관 속의 기저막에 붙어있는 청세포들은 각각 특정 진동수에만 반응하며 또한 뇌의 청각 중추에 있는 특정 신경세포들과 연결되어있다고 설명하며,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기본적으로 절대적인 음감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다른 음높이는 귀의 구조에서 다른 신경세포를 자극하므로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저술했다. 하지만 유아의 언어 학습 과정에서 절대적인 음높이는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고 절대적인 음높이는 '같은 것'으로서 인식하도록 신경이 구성된다는 가설이다. 그리고 그 증거로 어린 아이들은 대체로 절대적인 음높이를 구분하는 것 같다는 점과, 중국어 등 그나마 음높이가 언어의 의미에 영향을 주는 언어권에서는 절대음감의 비율이 확연히 높다는 것을 든다.
결정적 시기 가설(critical period hypothesis)에 따르면 언어 습득에는 결정적 시기가 있어서 이 시기가 지나면 제1언어를 습득하지 못 하며, 제2언어도 원어민만큼 유창하게 못 하게 되는데 이건 절대음감에서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절대음감에서의 결정적 시기는 3살에서 5살 사이며, 대부분 7세 이전의 트레이닝에 결정된다. 이 시기에 피아노를 배운다면 매우 높은 확률로 피아노 건반음을 듣고 계이름을 맞히게 된다. 다만 검은 건반의 반음 없이 흰 건반의 온음만으로 된 악보만으로 연습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럼 흰 건반의 온음에 대해서만 계이름을 맞힐 수 있으며 검은 건반에 대해서는 틀리게 된다. 절대음감은 주파수 단위로 음의 고저를 정확하게 맞추는 능력이 아니라, 결정적 시기 이전에 자신이 자주 연주한 악기의 음정을 기준으로 음의 고저를 맞추는 능력이다.
중국어처럼 음의 높낮이에 따라 단어의 의미가 달라지는 언어가 모국어인 사람의 경우 절대음감 습득 비율도 높다.
일반적으로 음악에 대한 재능은 0~10세 사이에 얼마나 많이 음악을 접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절대음감은 저 시기에 음악(악기)을 많이 접했을 때 생길 확률이 높으며, 저 시기가 지난 후에는 생길 가능성이 거의 없다. 대표적으로 음악가 집안의 경우, 자녀를 음악가로 키우기 위해 태어나면서부터 클래식 음악을 계속 들려주고, 피아노 연주하는 것을 보여주고, 머릿속에 상기시킴으로서 음감을 키워주는 경우도 많다.
물론 후천적으로 습득할 가능성이 제로는 아니라서, 태생적으로 절대음감이 없더라도 십 년 넘게 악기나 발성을 연습해 음을 정확히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또 현악기나 관악기 연주자나 가수, 판소리꾼들은 성인이더라도 특정한 음(ex: 440Hz A)에 대해서만은 절대음감을 터득하게 되기도 하는데, 이것을 준 절대음감이라고 한다. 이 경우에는 "절대음감을 얻는다"라는 표현보다는 "귀가 트인다"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참고로 상대음감은 시기가 지난 후에도 훈련을 통해 어느 정도는 터득할 수 있다. 상대음감 중에서도 C 코드에 관해서는 절대판단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는 조성이 바뀌면 인식이 힘들고 상대적 판단을 통한 파악을 하는 정도. 음이 하나 정도 차이나는 G 코드나 F 코드 경우 절대 판별이 가능하기도 하며 B 코드를 C나 B♭, E 코드를 F나 E♭로 반음 올리거나 내려서 판별한다.
절대음감을 이미 지니고 있던 사람이더라도 나이를 먹어 노년기에 접어 들면 경우에 따라 절대음감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절대음감을 가진 사람들은 음악을 들으면, 그 음악의 가락을 보통 사람처럼 그저 선율로만 듣지 않고 가락의 음높이(음이름, 고정도법 계이름) 하나하나의 집합으로 인식한다. 물론 몇 번 들어보고, 악보를 보고, 직접 연주까지 해보면 상대음감이라도 조성대로 들리고 멜로디 음계와 베이스 코드를 알아낼 수 있는데, 이는 자신이 알고있는 곡을 기억력을 통해 인식하는 것으로 절대음감과는 다르다. 음감이 없는 사람들은 어떠한 곡을 백날 들어본다 해도 악보가 없거나 피아노 연주 실력이 없으면 음을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러한 경향은 심리학이나 뇌과학 등의 연구에서도 입증된 바 있다. 심한 사람들은 각각의 음의 절대적 높이(음고)만을 파악하는 능력 때문에 노래를 들을 때 흘러가는 음의 높낮이의 상대적인 관계를 이해하지 못해 음의 흐름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하고 노래를 들어도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대중가요나 정치, 사회적 목적의 곡처럼 가락보다 가사가 중요한 노래에서 가사가 하나도 들어오지 않고, 오로지 멜로디 음계와 코드진행 베이스 음계만 귓속에 맴도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특히 이런 경우 멜로디의 계이름은 아는데 정작 노래 제목이나 가사를 모르는 경우가 상당히 많기 때문에 대중가요를 부르는 것을 꺼리게 된다. 특히 온라인 게임에 나오는 BGM의 경우 게임을 직접 플레이해보지 않으면 해당 BGM의 제목을 모르기 때문에 이런 경향이 많다.
이들은 이슬람 음악인 성전가를 들으면 그저 듣기 싫은 소음으로밖에 들리지 않을 것이다.
기타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 현이 느슨해지기 때문에 사용할 때마다 조율기로 조율을 해줘야 하는데, 절대 음감을 가진 사람들은 이걸 일일이 끼우고 보면서 하기 귀찮을 때 기타의 개방현이 낮은음부터 '미라레솔시미'인 것을 이용해 적당히 청음으로만 조율하기도 한다. 상대음감을 가진 사람도 어느정도 조율을 할 수는 있으나, 막상 청음으로만 조율을하고 조율기를 써보면 대부분 미의 음높이부터 꽤 크게 어긋나는 상황이 발생한다.
절대음감을 가진 사람이 네이버 지식iN 등 인터넷에 자신이 제목을 모르는 노래를 찾는다는 게시글을 올릴 때, 노래의 전반적인 분위기 같은 설명 대신 계이름만 언급하면 도와주려고 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심히 곤란하다. 그런데 다른 절대음감을 가진 사람이 찾아주면 훈훈해진다.
상대음감
음 간의 상대적인 거리인 음정을 듣는 것을 상대음감이라고 지칭한다. 상대음감 또한 선천적과 후천적으로 나눌 수 있는데 후천적 상대음감의 경우는 노력 여하에 따라 천차만별이므로 선천적 상대음감을 기준으로 서술한다.
상대음감은 다장조(C Major) 혹은 알고 있는 음을 기준으로 듣고 있는 음과 비교한 후 계이름을 알아내는 방식으로 음을 찾아낸다. 그래서 검은건반(♯이나 ♭)이 들어간 경우 흰건반 (솔♯이면 라, 미♭이면 레) 으로 인식한다. 즉 반음의 차이를 잘 알아채지 못한다.
하지만 절대적인 위치를 찾지 못 해서 음정으로 파악하여 우선적으로 먼저 다장조로 인식할 뿐이지 조성을 알려주고 다시 계이름을 맞추라고 하면 그땐 정확히 음을 인지할 수 있다. 즉 기준만 잘 세우면 절대음감과 비교해서 음의 인식 차이는 크게 없다.
이는 피아노뿐 아니라 일렉트릭 기타나 베이스 기타같은 여러 악기에서도 똑같이 인식한다.
조바꿈·조옮김을 알아채지 못 한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이는 절대음감에 비해 조성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 하지 않기 때문에 생긴 오해이며 일반인에 비해 상당히 빠르게 알아채는 편이다.
음의 절대적인 높이의 음고를 판단하는게 아니므로 다양한 악기들이 내는 소리들에 거부감이 거의 없다. 어떤 악기를 연주하더라도 자신이 지금 듣고 있는 음을 기준으로 조성이 만들어진다.
심지어 튜닝이 되어 있지 않으면 맞지 않은 해당 음을 기준으로 조성이 머릿속으로 만들어지며 그에 따라 상대적인 높낮이 판단으로 계이름을 알아챈다. 절대음감처럼 '도' 와 '레' 사이의 음이라 불편한 게 없고 그냥 그 음을 '도' 혹은 '레'로 인식해버리고 다른 음도 그 기준으로 높낮이를 판단해 연주해버린다.
이러한 특징 덕분에 좀 더 틀에 박히지 않고 음을 만들 수 있어 작곡에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물론 이건 상대음감 작곡가들만의 특성이 아니고, 절대음감 작곡가들은 음악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당연히 상대음감도 기본으로 탑재되어있다.
오해와 진실
절대음감이 음악적 천재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로서 오해되는 경우가 많은데, 따져 보면 큰 관계는 없다. 미술에 비유하자면, 엄청난 시력으로 색을 하나하나 정확히 구별한다고 그사람이 그림을 잘 그린다고 할 수 있을까? 물론 구별이 안되는것보다는 도움이 되겠지만 그림 실력은 전체적인 구도와 디테일, 아이디어에서 나타나는 것이지 일반인의 시력으로도 충분히 좋은 그림을 그리기는데는 문제가 없다. 실제로 창작물에서 음악 천재를 묘사할 때는 절대음감 속성을 넣는 경우가 많은데, 절대음감을 가진 사람이 드물다는 것과 음악인 중 절대음감의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비롯된 오해인 듯하다.
절대음감을 가짐으로써 악기를 배우거나 독학하는데 좀 더 쉬워지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바이올린같은 악기의 경우는 손가락의 알맞은 간격과 알맞은 음을 외우는 운지법과 '음정연습'을 해야 하는데, 절대음감이 있다면 연습중 고쳐야할 음을 곧장 알아차릴 수 있다. 트롬본처럼 슬라이드와 마우스피스로 음정을 조절하는 악기의 경우 절대음감이면 음정을 정확히 캐치할 수 있다. 기타를 튜닝할 때에도 절대음감을 가지고 있다면 매우 유용하다.
그러나 도리어 절대음감이 음악 활동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이조악기의 대표 주자인 B♭ 클라리넷과 트럼펫 등등, 악보의 음표대로 연주해도 실제로 나오는 음이 다른 악기를 연주할 때 적응이 매우 힘들다. 또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의 경우 절대음감이 큰 도움이 되지만, 그 외 연주자들에게는 절대음감이 상대음감보다 나은 점이 없다고 한다. 오히려 지휘자에게도 절대음감이 방해가 될 수도 있다. 위에 언급된 것처럼 미국과 유럽에서 음고가 크게 차이가 나는데 요즘은 세계적인 지휘자들이 한 동네에서만 평생 음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수시로 이곳 저곳을 오가면서 활동한다. 절대음감을 가진 지휘자라면 이곳 저곳을 오가면서 활동하다보면 노이로제에 걸릴 것이다.
절대음감에 관하여 악기 소리가 아닌 충돌음, 파열음 등을 들을 때도 음높이를 전부 파악한다는 묘사도 종종 보이는데, 이런 소리들은 정확한 음높이가 없다. 음높이라는 것은 울림통 등에서 특정 주파수의 음파와 그 배수 음들의 중첩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악기에서 나오는 게 아닌 일상적인 소음이나 소리들은 여러 가지 기준음과 배음들이 복잡하게 중첩되어 있으며, 그런 소리를 듣고 정확한 음높이를 하나 찍어서 말할 수 있다는 것은 절대음감이 아니라 그냥 사기꾼이다.
물론 전혀 구분이 안 된다는 것은 아니고, 경적 소리나 사이렌, 전화 벨소리, 종 소리, 혹은 조화 진동을 할 여건이 되는(물이 든 유리잔이라든가) 충돌음 등은 하나의 기준음이 다른 것을 압도하여, 기준을 잡아 음을 말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대체로 그런 일은 잘 발생하지 않지만 일상의 소리를 음으로 듣고 구별할 수 있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 그러나 이 경우는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고, 청력이 민감한 시각장애인이었기 때문에 음감 역시 더 개발되고 두드러진 것으로 보인다.
절대음감을 가지고 있다면 음치는 아닐 것이라고 보는 경우도 많은데, 컴퓨터도 키보드가 최고급이라고 프린터도 고급이라는 보장이 없듯이 듣는 것과 부르는 것은 다르다. 자기가 틀린 음을 내고 있다는 걸 알아도 교정하지 못하는 경우도 흔하다. 또한 박자감 등은 절대음감과 전혀 다른 영역이기도 하고.
사방에서 들려오는 음들이 신경쓰여서 일상생활이 힘들다는 설정도 있는데 이는 창작물에서 기인한 것이고, 실제와는 거리가 멀다. 예를 들어 첫 음이 '솔'이라고 말해 주고 학교종이 울린다를 들려 주면 상대음감을 가진 사람들도 '솔솔라라솔솔미' 라고 음을 인식할 텐데, 절대음감을 가진 사람들은 기준음을 알려주지 않아도 이렇게 인식할 수 있는 것 뿐이다. 사방의 미세한 음이 신경쓰여 괴로워 하는 케이스는 자폐증에 가깝다. 경우가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빛에 대단히 민감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해가 진 다음 번화가에 나가도 '사방에서 너무 많은 빛이 들어와... 저기 네온사인 좀 제발 끄라고 해...!' 하며 괴로워하지는 않는다. 네온사인을 보고 색이 빨간색인지 파란색인지 구분할 수 있다는 것과 그 빛이 신경쓰인다는 건 다른 문제이기 때문.
음악에 재능이 있다 = 절대음감 이라는 잘못된 등식을 갖고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흔하다. 자식 교육에 몰두하는 부모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패턴인데, 아이가 피아노를 잘 치는 사실을 남들에게 우리 애는 절대음감이에요 라고 자랑하는 식. 물론 실제로 절대음감을 갖고있는 소유자일 수도 있지만 음악에 재능이 있다는 것과 절대음감은 전혀 다른 개념의 영역이다.
절대음감 장점
음악(작곡, 지휘) 전공을 하는 음대생이나 취미로 피아노 같은 악기를 배울 때, 자신이 연주해보고 싶은 곡을 악보 없이 연주할 때, 노래방에서 음정을 맞출 때, 합창을 할 때 등 음악적으로 제한적인 경우 외에는 써먹을 일이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다만 학생 때라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음악 감상 수행평가를 할 때는 한 번만 듣고 곡의 음정을 외워서 시험을 볼 때 써먹을 수 있고, 교과서에서 제시된 노래의 음만 대충 알고 있다면 시험지에 나와 있는 악보만 보고 곡의 특징과 박자, 조성, 빠르기, 분위기 등등 다 모르는 상태에서도 바로 어떤 노래나 가곡인지 알 수 있다. 물론 이 경우는 곡의 제목까지는 알고 있어야 한다.
휘파람을 불 때에도 정확한 음정으로 불 수 있기 때문에 휘파람 하나만으로도 훌륭하게 멜로디를 연주할 수 있다는것도 장점. 휘파람을 못 분다면 해당 사항이 없으나, 다른 사람의 휘파람 소리를 듣고 정확한 음정으로 교정시켜줄 수는 있다.
이런 부류의 경우 곡의 멜로디, 계이름, 화음 진행(코드진행, 베이스 선율 등등...)은 다 알고 있지만 정작 곡의 제목과 곡을 부른 가수가 누군지 몰라서 곡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로 발생한다. 이런 경우 휘파람으로 멜로디를 연주하거나 피아노로 자신이 알고 있는 곡을 그대로 연주해서 다른 사람에게 제목을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
절대음감 단점
결론적으로 절대음감 소유자 개인이 크게 예민하지 않는 한 딱히 단점은 없다.
정도가 심할 경우, 악기의 소리가 튜닝이 잘못 되어있으면 연주할 때 매우 헷갈려서 악기연주가 힘들 수도 있다. 이 점이 가장 두드러지는 악기는 단연코 피아노. 피아노는 온도와 습도에 매우 민감하여 기껏 조율을 잘 해놓았는데 피아노 현의 장력에 의하여 시간이 지날수록 음이 점점 떨어져서 자신이 원하는 높이의 음고가 아닐 때 연주하기 매우 힘들어진다. 물론 음치나 음감이 없는 일반 사람들은 이걸 거의 모른다.
특히 바로크 시대의 라는 현대의 라에 비해 조금 낮은 헤르츠라, 이 시대의 음악을 시대연주에 근거하여 그 음 그대로 연주하면 "어! 솔♯(라♭)과 라 사이인데 라에 가깝네."란 생각이 들어 집중하기 힘들다. 또한 합주 시에 조옮김이나 다운/업 튜닝을 하게 될 때가 있는데, 절대음감이 있는 사람의 입장에선 이놈의 악기가 내 머릿속의 음체계를 따라와주질 않고 자꾸 사이비스러운 소리만 내니 미치고 팔짝 뛸 지경.
조옮김 학습 및 훈련으로 극복한다치더라도 기타같이 저음부터 EADGBE가 기본튠인 악기를 재즈같은 장르에서 가끔 반음씩 낮추어 D♯G♯C♯F♯A♯D♯ 으로 맞추는 경우와같이 심각하게 거슬리는 상황이 나온다. 그리고 클라리넷이나 트럼펫, 트롬본 등과 같은 이조악기를 배울 땐 실제 주법의 음과 악보상의 음의 소리가 달라서 악기 입문의 장벽이 상당히 높게 느껴질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 경우에선 기존의 운지법 대신, 실제로 나는 소리대로 운지법을 바꿔 외우는 경우도 있다. 예를들면 B♭클라리넷의 경우 악보(in B♭)상의 솔(G)을 내기 위해선 아무 손가락도 누르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 들리는 음은 파(F)이다. 따라서 아무것도 누르지 않은 음계를 파(F) 로 외워버리는 것이 절대음감이 있는 경우 편하다.
일반적인 사람들과 음을 인식하는 방법이 달라 생기는 문제도 많다. 이는 절대음감 자체의 문제가 아닌, 절대음감을 가진 사람이 소수라는 것에서 기인한다. 가장 큰 괴리는 계이름에 관한 것이다. 계이름은 조성을 가진 곡의 으뜸음을 '도'로 잡고 음계를 정하는 방법으로, 이동도법 음이름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절대음감을 가진 사람은 계이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모든 음을 La 440을 기준으로 하는 고정도법 음이름으로 인식한다. 그리고 그렇게 인식한 음을 그대로 계이름에 이식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계이름에 대해 소통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학교 음악 수업에서 계이름에 대해 가르칠 때 절대음감이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수업에서 음악교사가 E Major로 연주한 '학교종'을 들려주고 그 계이름을 적으라 할 때, 다른 또래들은 모두 첫 가락을 "솔 솔 라 라 솔 솔 미"로 받아적는데 자기 혼자 같은 선율을 "시 시 도♯ 도♯ 시 시 솔♯"로 적게 된다. 그래서 교사에게서 이해도가 부족한 학생 취급을 받거나 수행평가 같은 시험 등에서 도리어 점수가 깎이는 경험을 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실제 들리는 음이름대로 그대로 받아적었다고 말하면 불이익이 없고 오히려 교사로부터 음감이 좋다는 소리를 듣는다.
이 외에도 곡의 계이름을 다른 조로 바꾸어서 연주하는 경우 이 곡이 그 곡이었는지 못 알아차리는 경우도 있고, 노래를 부를 때 키를 낮주거나 높이면 바뀐 조성에 적응하지 못하고 뇌정지가 오거나 계속 원키로 불러서 노래 점수가 더 낮게 나오는 일도 있다. 상대음감을 가진 사람이 다른 음정들을 전혀 유추할 수 없는 불협화음을 듣고 뇌정지가 오는 것과 정반대의 상황인 것이다.
심한 경우는 노래 들을 때 계이름이 하나하나 다 도레미파솔라시도로 들려서 가사 없는 노래밖에 듣지 못한다. 이런 부류의 사람의 경우 노래 음은 알고 가사랑 제목은 정작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음악이 머릿속에 저장될 때 선율, 가사 등이 어우러진 MP3 파일이 아니라 악보에 음들이 적힌 MIDI 파일로 저장되는 것으로도 비유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앞서 전술한 계이름으로 노래제목 알아맞추기라는 지식인 문답도 나온다. 가사 있는 노래는 반주 계이름이 들려서 잡스럽다고.
물론, 음악에 종사하는 사람들 중 절대음감 보유자들은 대부분 상대음감도 동시에 같이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은 키를 바꾸어도 잘 부른다. 음끼리의 상대적인 차이와 절대적인 음높이를 동시에 인지하기 때문.
또한, 공부나 기타 다른 일을 할 때 음악이 들리면 집중하기 어려워하는 경우도 있다. 가사가 없는 경음악도 절대음감에게는 계이름이 가사처럼 들리기 때문에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하며 무언가를 외우거나, 책을 읽을 때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카페 아르바이트 같은 경우 카페 노래가 계속 흘러나오기 때문에 집중하기 매우 힘들다.
청음
현재 음악계의 청음시험 특히 한국 음악대학의 청음시험은 극단적으로 절대음감에 유리한 쪽으로 기울어진다. 예술중학교나 예술고등학교 시험까지는 간단한 기본 협화음의 조성선율로 문제가 나오기 때문에 상대음감도 쉽게 들을 수 있지만, 음악대학 실기부터는 무조 청음에 도약이 많은 청음시험과 음고시험이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이 때 절대음감은 그 음이 하나하나 정확하게 들리지만, 상대음감은 음정을 통하여 한 음을 듣고 다음 음까지의 음정관계를 일일이 머릿속으로 순간적으로 계산해야 하며, 심한 경우 두 음을 묶어 그 음들로 구성되는 화음을 떠올려 대입해야 하는 과정을 거치고서야 음을 떠올릴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음들을 듣는데 매우 긴 시간이 소모된다. 그 와중에 박자까지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머릿속이 터질 지경. 만약 청음시험 답안지를 채점하는 선생이 상대음감의 특성을 감안하고 채점을 하는 경우에는 상관이 없겠지만, 대부분의 청음 시험은 점수를 깎아서 변별력을 주기에 딱 좋은(맞고 틀리고가 명확하니) 과목이고, 실제로도 그런 용도로 쓰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런 거 없다.
절대음감 인물
고지용
글렌 굴드
김건모: 박미경의 증언으로는 서울예술대학교 시절 모르는 노래를 한번에 피아노로 쳤다고 한다.
김정모: 밴드 TRAX의 기타리스트.
김윤이: (구)음악세계 콩쿠르 우승자로, 1헤르츠 단위까지 판단할 수 있다. 절대음감 외의 음악성 역시 뛰어난 편으로 아카데미에서는 어릴 적 단조 음악을 연주해주면 울었다고. 음악세계 스태프(안산)에 의하면 한 번 들은 노래는 바로 피아노로 연주할 수 있었다고 한다.
김조한: 어렸을 때부터 한 번 들은 노래를 그 자리에서 채보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음감이 뛰어났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바이올린을 배웠었는데, 악보를 한 번 보면 외워서 켤 수 있었다고... 무한도전 자유로 가요제에서도 뛰어난 음감을 바탕으로 듣자마자 화음 쌓기를 시전해 화음 자판기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니네언니
나카무라 에리코
랄랄
다현
레이(EXO)
려욱(슈퍼주니어)
마라시: 악기의 소리를 듣고 음을 찾는 것은 당연하고, 오케스트라에 있는 음을 다 집어낼 수 있을 정도로 예민한 음감을 가지고 있다.
머라이어 캐리: 3살 때 베르디의 리골레토를 이탈리아어로 따라 불러 성악가인 어머니를 놀라게 하였으며 심지어 별도의 악기 없이 곡의 멜로디를 만든다.
모리야스 마도카(HKT48)
박상민
박지찬
백지영: 악기는 물론이고, 전화기 버튼 소리도 바로 알아차려서 버튼 소리만으로도 어떤 번호를 눌렀는지 바로 캐치할 수 있을 정도.
서현
설요은
신동엽: 가수들도 잘 못 잡아내는 멜로디를 정확하게 캐치하고, 종종 계이름도 완벽하게 짚어낸다.
세종(조선): 편경을 만든 박연도 못 알아챘던 편경 음색의 이상한 점을 즉석에서 잡아낼 정도로 뛰어난 음감을 지니고 있었다고 한다. 학자 스타일의 군주로 알려졌지만, 조선의 악보인 '정간보'를 직접 창안했을 정도였으며, 종묘제례악 중 몇 곡은 아예 세종 본인이 손수 작곡했다.
손열음
숑아
시은
스티비 원더
아트 테이텀
야니(음악가)
오왼
에롤 가너
엘튼 존
요룰레히
요요마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애초에 이 분은 음악의 아버지시다.
유희열: JTBC의 음악 예능 프로그램인 비긴어게인에서 밝혔다. 다만, 사람 목소리의 높낮이는 파악하지 못한다고 한다. 사실 절대음감 중에서도 그런 사람이 꽤 있긴 하다.
윤재웅(M.C The Max): 같은 팀의 보컬 이수가 상대음감이고 키를 잘 못 잡는 경우가 있어 절대음감으로 도와준다.
윤하
이진아
이윤서
이승빈
이해리
정국(방탄소년단)
정은지
조규찬: 초등학생 시절 애국가 등을 알아서 화음 쌓아 부를 정도였다고 한다.
조수미
조정민
주유: 당대에 오나라에서는 '악사가 곡조를 틀리면 주랑이 돌아다본다'라는 속담이 있었다고 한다.
에디 첸(TwoSetViolin 멤버): 헤르츠 단위까지 맞힐 수 있다.
저스틴 비버
찰리 푸스
창모
츠지이 노부유키: 선천적인 시각장애로 인해 악보를 읽을 수 없었지만, 어린 시절부터 음감이 날카로웠기 때문에 오직 귀로만 곡을 수백 번씩 듣고 통째로 암보를 할 정도였다고 한다.
하람(Billlie)
후지사키 사오리(SEKAI NO OWARI): 악기의 소리를 듣고 음을 찾아내는 것은 당연하고, 열차 발차음이나 여러 인위적인 소리를 듣고 해당 음을 건반으로 치는 엄청난 모습을 예능프로그램에서 보여준 바 있다.
희승: 초등학생 때 차 안에서 운전을 하시던 아버지의 방귀 소리가 '솔'인 것을 듣고 본인이 절대음감임을 알았다고 한다. 절대음감 능력으로 ENHYPEN이 무대에 오르기 전에 피치를 맞춰준다고.
프레디 머큐리: 피아노를 전혀 배운 적이 없으며, 한 번 들은 곡을 바로 치는 것뿐만 아니라 퀸 곡들 모두 피아노 파트는 프레디가 맡았다. 아름다운 피아노 리프가 들어 있는 곡은 Death Two Legs, Bohemian Rhapsody, Nevermore 등이 있다.
휴닝카이(투모로우바이투게더)
아이엔(Stray Kids)
루트비히 판 베토벤
<왜곡하는 뇌>는 듣는 책이다. 음악을 듣는 책이 아니라 소리를 듣는 책이다.
저자 다이애나 도이치는 음악심리학을 연구해온 학자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의 심리학 교수로 근무중인 그는, 이 책에서 착청(錯聽)이라는 새로운 단어를 소개한다. 음악과 언어의 청각적 착각 현상을 뜻하는 착청은 옥타브 착청, 음계 착청, 반옥타브 역설, 유령어 착청, 말이 노래로 변하는 착청 등으로 나뉜다. 아마 이렇게 나열해도 무엇이 무엇을 뜻하는지 이해하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왜곡하는 뇌>에는 여러 개의 큐알(QR)코드가 있다. 책을 읽으면서 큐알코드를 스캔하면 해당하는 착청 현상을 들어볼 수 있다. 착청이라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여러 패턴의 소리들을 듣게 되는데, 양쪽에서 같은 소리가 나오는데 오른손잡이의 경우 오른쪽에서 고음이, 왼쪽에서는 저음이 나오는 듯 듣게 되는 ‘옥타브 착청’이라거나(왼손잡이는 편향이 없다고 한다), 컴퓨터가 울퉁불퉁하고 이상한 음의 연속을 들려주는데도 뇌는 음악적 의미를 갖도록 음을 재구성하는 ‘음계 착청’을 비롯한 다양한 착청 현상을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뇌과학과 관련한 연구의 역사와 과학지식을 설명적으로 나열하는 부분과 신기한 소리 체험 코너가 반복되어 오간다.
착청 현상으로 인한 흥미로운 사건들도 많았다. 1893년 여름, 지휘자 아르투르 니키슈는 차이콥스키 6번 교향곡 <비창>에 관해 논의하기 위해 작곡가를 만났고, 이후 그 곡을 지휘했다. 교향곡 마지막 악장은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 파트끼리 주제선율과 반주선을 서로 주고받으며 시작하는데, 지휘자는 차이콥스키의 악보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원작자는 거부했고, 지휘자는 자신의 생각을 밀어붙여 악보를 수정해버렸으며, 이 수정된 악보는 <비창>의 대안적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그들이 착청 현상으로 인한 문제였음을 인지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음계 착청 현상의 예에 들어맞는다.
더불어, 우리의 청각 메커니즘은 끊임없이 소리를 식별하고, 하나의 흐름으로 그룹화한다. 그래서 여러 소리 중 하나에 선택적으로 집중하고 다른 소리들은 배경으로 밀어낼 수 있다. 주의를 기울이면 전경에 있던 소리를 배경으로 밀어내고, 배경에 있던 소리를 전경으로 인지하기 역시 가능하다. 작곡가들은 이러한 효과를 의식적으로 이용한다. 성악곡에서 성악 파트는 명확하게 전경으로, 반주는 배경으로 의도된다. 바흐의 ‘인벤션’이나 ‘푸가’처럼 대위법적 성격이 짙은 음악에서는 두 개 혹은 그 이상의 멜로디 라인이 병렬로 연주되고, 감상자는 이 라인들을 오가며 음악을 감상하게 된다. 그 효과는? 시각으로 따지면 ‘모호한 그림’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 듣는 사람이 주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다른 형태가 지각된다는 의미에서.
착청이 좋은 효과를 발휘하는 장르는 또 있다. 전자댄스음악(EDM)에서는 연속성 착청이 제대로 역할을 한다. “가끔 킥 드럼의 비트는 함께 녹음된 다른 트랙 사운드의 진폭을 미묘하게 감소시킨다. 연속성의 복원 결과로, 킥이 더욱 선명하게 들리는 동안 다른 소리들도 여전히 연속되는 것으로 들린다.”
절대음감과 말의 연관성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절대음감을 습득할 확률은 어린 나이에 음악 교육을 시작하는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그게 다는 아니다. 중국어나 베트남어와 같은 성조 언어를 사용하는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성조와 함께 어휘를 습득했던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음에 대한 절대음감’을 발달시킨다.
지식, 신념, 예측이 만들어내는 ‘유령어 착청’도 있다. 대표적으로 <라이온 킹>의 주제곡을 라디오 프로그램에 신청하면서 제목을 몰라 노래 가사를 “아~ 그랬냐~ 발발이 치와와~”로 듣는 것도 이러한 유령어의 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잘 들리지 않는 도청된 소리로부터 메시지를 유추하는 과정에서 도출된, 도청된 소리의 해석에는 듣는 이의 지식과 예상이 강한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 역시 유령어의 연장선에 있는 이야기다. 영화의 사운드 디자이너들은 사운드트랙을 따로 제작하고 녹화된 영상과 싱크를 맞추는 방식으로 무의식적 추론 효과를 영화적 기법으로 활용한다. 셀러리 줄기를 비틀고 부러뜨리는 소리를 녹음해 뼈를 부러뜨리는 장면에 쓰는 식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이런 현상을 시각에 국한해서 <회화론>에 쓰기도 했다. “마치 큰 종소리를 들을 때 당신이 상상 가능한 모든 단어들을 들어 낼 수 있는 것처럼, 벽 안에서도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한때 서태지와 아이들의 ‘교실 이데아’를 거꾸로 재생하면(‘백마스킹’이라고 부른다) “피가 모자라”라는 말이 들린다는 도시괴담이 한국에서 돌았는데, 이와 유사한 괴담이 비틀스의 곡 ‘아임 소 타이어드(I’m So Tired)’에서도 있었다고 한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 “청각 시스템은 매우 복잡한 상호 연결구조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청각 경로 각 단계를 거치는 소리 신호는 특정 방식(강화되거나 약화되는 방식)으로 조정되며, 이러한 조정은 청자의 경험, 기대, 정서 상태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그 결과, 의식으로부터 지각된 최종 형태를 표상하는 신경신호는 말 그대로 ‘뇌 속에서’ 변형된 것이지만 청자는 그 변형된 형태가 ‘외부 세계’로부터 도달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 외에도 하루종일 머릿속에 들러붙어 흥얼거리게 되는 음악(‘귀벌레’라고 부른다)을 비롯한 중독성 있는 음악의 원리는 각종 시그널 음악, 대중음악의 후크 등과 연결해 생각해서 읽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