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반상대성이론이 바탕으로 하는 두 가지 원리
A. 확장된 상대성원리 : 등속도로 운동하는 관성계를 다룬 특수상대성이론은 모든 관성계에서는 동일한 물리법칙이 성립한다는 상대성 원리와 빛의 속도가 일정하다는 광속 불변의 원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반면에 일반상대성이론은 모든 가속계에서도 같은 물리법칙이 성립한다는 확장된 상대성원리와 중력질량과 관성질량이 동등하다는 등가의 원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이론이다. 그 중에서도 중력질량과 관성질량이 동등하다는 등가원리는 일반상대성이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B. 등가의 원리 : ‘중력질량’이란 어떤 물체에 작용하는 중력의 세기가 그 물체의 질량에 비례하는데, 이 중력의 크기를 결정하는 질량을 뜻한다. 반면 물체에 힘을 가하면 가속도가 생기는데 이 가속도의 크기는 힘에 비례하고 물체의 질량에 반비례한다. 이 가속도의 크기를 결정하는 질량을 '관성질량'이라고 한다. 과학자들은 아주 정밀한 실험을 통해서도 이 두 질량이 같다는 것을 확인했다. 아인슈타인은 중력질량과 관성질량이 동일한 이유가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를 우주의 근본적인 속성으로 받아들였다.
2. 일반상대성 이론
A. 지구의 중력가속도 G와 동일한 가속도로 우주공간에서 계속 가속하는 로켓 안에 있는 사람을 생각해보자. 그 사람은 그 로켓 안에서 무슨 실험을 해도 로켓의 뒤쪽으로 받는 힘이 로켓의 가속에 의한 관성력인지, 혹은 로켓은 가만히 있지만 그 뒤에 지구가 있어서 중력에 의한 것인지 구별할 수 없다. 즉, 중력과 가속에 의한 관성력이 같다는 것이다. 이것은 중력질량과 관성질량이 동등하다고 바꾸어 말할 수도 있다.
B. 등가 원리를 적용하면 서로 다른 가속도로 운동하고 있는 가속계를 서로 다른 중력장에서 운동하고 있는 계로 나타낼 수 있다. 가속계와 관계되었던 관성력이 사라지고 모두 중력장으로 나타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따라서 가속계에서의 모든 물리법칙은 이 계 안의 물체에 작용하는 중력장의 세기만 달라졌을 뿐 같은 형태로 성립하게 된다. 이것이 확장된 상대성 원리이다.
C. 그렇게 되면 남은 것은 가속계가 경험하는 중력장을 어떻게 나타내느냐 하는 문제뿐이다. 아인슈타인은 중력장의 세기를 휘어진 시공간의 곡률로 설명했다. 평면이 휘어졌다는 것은 이해하기 쉽다. 그것은 우리가 3차원 공간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4차원 시공간이 휘어졌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4차원 공간이 휘어지는 것을 보기 위해서는 4차원 이상의 차원으로 나가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3차원 공간과 시간 차원만 인식할 수 있는 인간으로서는 그것은 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다행히 수학에서는 그것을 할 수 있다.
D. 아인슈타인은 중력장을 리만 기하학을 이용하여 휘어진 공간의 곡률로 설명했다. 중력이라는 힘을 시공간의 기하학적 성질로 바꿔버린 것이다. 예를 들어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고 있는 것을 지구와 태양 사이의 작용하는 중력으로 설명하는 대신 태양의 질량에 의해 휘어진 공간 때문에 똑바로 진행하려는 지구의 운동이 영향을 받아 태양을 도는 운동을 하게 된다고 설명하는 것이다.
위의 그림에서 중력 중심으로 그려져 있는 동그란 원을 따라 운동한다고 보면 된다. 3차원 공간에서는 원운동을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태양의 중력장이 작용하는 4차원 시공간에서 지구는 geodesic을 따라 움직이는 것이다.
E. 뉴턴은 사과가 지구로 떨어지는 것은 지구와 사과 사이에 서로 잡아당기는 힘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아인슈타인은 지구가 만들어 놓은 시공간의 웅덩이 속으로 사과가 굴러 떨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질량에 의해 휘어진 시공간은 빛의 경로에도 영향을 미친다. 빛은 똑바로 진행하려고 하지만 휘어진 공간 때문에 휘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즉, 질량이 없는 빛도 중력장을 따라 휜다는 설명) 만약 아인슈타인의 새로운 중력이론이 뉴턴의 중력 이론을 단지 다른 방법으로 설명한 것이라면 뉴턴의 중력 이론을 버리고 아인슈타인의 새로운 중력이론을 받아들일 이유가 없을 것이다. 중력의 세기가 그리 크지 않는 경우에 뉴턴의 중력이론과 아인슈타인의 중력 이론은 모두 정확하게 물체의 행동을 기술할 수 있다. 따라서 약한 중력장에서의 실험으로는 뉴턴의 이론과 아인슈타인의 이론 중 어느 이론이 우월한지를 가려낼 수 없다. 그러나 중력이 아주 큰 곳에서는 아인슈타인의 새로운 중력 이론과 뉴턴의 중력 이론은 서로 다른 결과를 나타낸다. 따라서 일반상대성이론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중력이 강한 곳을 찾아내 실험을 해 보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에딩턴의 ‘개기일식 관측’으로 증명되었다.
3. 현대의 일반상대성이론
A. 아인슈타인이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한 것은 1905년의 일이었다. 일반상대성이론은 1915년에 발표되었다. 따라서 상대성이론은 이제 100년도 넘은 오래된 이론이다. 그 동안 상대성이론은 수많은 검증 과정을 거쳤고, 실제로 여러 가지로 실생활에도 응용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상대성이론은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이론으로 남아있다. 그것은 상대성이론이 우리의 고정관념이나 상식과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B. 그럼에도 불구하고, "빛의 휘어짐 현상"이나 "GPS의 미세한 시간차 발생" 등 수많은 실험은 여전히 일반상대성이론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점이 있다. 그 중에 하나는 그 중에 하나는 일반상대성이론이 양자장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표준모형과 같은 다른 물리학 이론들과 어울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두 이론 중의 하나는 수정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반상대성이론을 수정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입자이론을 수정해야 할 지 또는 두 가지 모두를 수정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C.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갈릴레오가 이야기 했던, 일명 ‘피사의 사탑’ 실험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밀한 기계를 만들기도 하고, 우주에서 실험도 하는 등 더더욱 정밀한 측정을 위해 낙하실험이 반복되고 있다. 그 이유는 ‘중력질량’과 ‘관성질량’이 정말로 동일한 지를 검증하는 것이다. 현재까지의 실험에 의하면 두 질량은 동일하다. 그러나 사실 그 두 질량이 ‘같아야만 하는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다. 일반상대성이론은 그 두 질량이 같다는 등가원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이 것이 틀렸다면 일반상대성이론도 무너질 수 밖에 없다.
D. 만약 중력질량과 관성질량이 완전히 동일하지 않다는 것이 밝혀진다면 일반상대성이론은 그 기반을 잃게 될 것이고, 따라서 뉴턴역학이 그랬던 것처럼 수정을 당해야 하는 운명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현대판 피사의 사탑 실험은 현대물리학의 바탕을 이루고 있는 일반상대성이론의 정당성을 테스트하는 실험이라고 할 수 있다. 갈릴레이의 피사의 사탑 실험이 고대과학을 무너뜨리고 근대과학을 탄생시키는 계기를 제공했다면 현대판 피사의 사탑 실험은 20세기 최고의 물리 이론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21세기 이론을 탄생시키는 계기를 제공할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