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국어/현대문학

수필, 피천득

Jobs9 2022. 4. 16.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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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되고 함축적인 비유를 통해 수필의 성격, 재료, 형식 등 수필 문학에 대한 전반적인 이론을 문학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수필이다.

* 갈래 : 경수필
* 성격 : 비평적, 주관적, 비유적
* 제재 : 수필
* 주제 : 수필의 본질과 특성
* 특징 
① 대상에 대한 비유가 독창적이고 기발함.
② 이미지를 통해 대상을 정서적으로 전달함.
③ 섬세하면서도 단정적인 문체를 사용함.
* 출전 : “산호와 진주”(1969)

 

어휘 풀이

* 청자연적 : 청자로 만든 연적(벼룻물을 담는 그릇).
* 청초 : 깨끗하고 산뜻함.
* 포도 : 포장한 길.
* 퇴락 : 낡고 보기 흉함.
* 온아 우미 : 따뜻하고 우아하며, 빼어나고 아름다움.
* 방향 : 꽃다운 향기.
* 정연히 : 가지런하고 질서가 있게.
* 파격 : 일정한 격식을 깨뜨림.
* 번잡 : 번거롭게 뒤섞여 어수선함.

 

이해와 감상

이 글은 수필의 특성을 함축적 비유를 통해 나타낸 ‘수필로 쓴 수필론’으로, 병렬적인 구성 방식에 따라 수필의 표현, 제재와 형식, 수필을 쓰는 마음가짐 등 수필 문학에 대한 이론을 문학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글쓴이는 수필을 쓰지 못하는 것이 마음의 여유가 없는 자신의 생활 때문이라고 반성하는 고백적 목소리로 글을 끝맺고 있다. 딱딱한 설명으로 흐르기 쉬운 주제의 글을 이렇듯 온아 우미하게 쓸 수 있는 것이 바로 피천득 수필의 특징이다. 피천득은 자신이 말한 수필론을 가장 훌륭하게 구현한 작가라고 할 수 있다.

 

작품 연구

‘수필’에 나타난 비유적 표현

이 글은 수필의 본질과 특성을 직접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비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수필’이 비유된 대상

의미

청자연적

수필은 고결하고 우아한 멋을 지님.

난, 학, 여인

수필은 아름답고 높은 품격을 지님.

숲 속으로 난 평탄하고 고요한 길

수필은 여유와 관조, 사색의 글임.

(깨끗하고 사람이 적게 다니는 주택가에 있는) 가로수 늘어진 포도

수필은 일상생활을 소재로 하되 특수하고 가치 있는 것임.

서른여섯 살 중년 고개를 넘어선 사람의 글

수필은 삶의 연륜이 느껴지는 글임.

마음의 산책

필은 인생의 향기와 여운을 담고 있어 마음에 안정을 줌.

비둘기 빛, 진주 빛

수필은 우아하면서도 은은한 느낌을 줌.

(번쩍거리지 않는 바탕에 약간의 무늬가 있는) 비단

수필은 담백한 가운데 유머와 위트를 드러냄.

(누에의 입에서 나오는 액이 만드는) 고치

수필은 글쓴이의 심정에 의해 자연스럽게 쓰여짐.

독백

수필은 고백적 성격의 글임.

친구에게서 받은 편지

수필은 독자에게 친밀감을 주는 글임.

(청자연적의) 꼬부라진 꽃잎 하나

수필은 균형 속에 있는, 눈에 거슬리지 않는 파격임.

이 글을 설명문이 아니라 수필로 보는 이유

이 글은 수필에 대해 설명하고 있지만, 단순히 개념을 정의하는 차원을 넘어 다양한 비유를 통해 수필의 성격, 재료, 형식 등을 표현하고 있다. 한마디로 형식적 제약 없이 자유로운 문체로 수필의 특성을 잘 드러낸 ‘수필로 쓴 수필론’이라 할 수 있다.

 

작가 소개 - 피천득(1910 ~ 2007)

수필가, 시인, 영문학자. 호는 금아(琴兒). 1930년 “신동아”에 시 ‘서정소곡(抒情小曲)’을 발표하여 등단하였다. 간결하고 섬세한 문체를 바탕으로 일상생활에서 느낀 감정을 순수하고 서정적으로 그려 낸 작품을 많이 창작하였다. 생활 속에서 느끼는 감정을 섬세한 문장으로 그려 낸 그의 글은 한국의 서정적 수필을 대표할 만하다. 주요 작품으로 수필집 “인연”, “금아 문선”, 시집에 “서정 시집”, “금아 시문선”, “산호와 진주” 등이 있다.

수필(隨筆) 

(전문)

수필은 청자(靑瓷) 연적(硯滴)이다. 수필은 난(蘭)이요, 학(鶴)이요, 청초(淸楚)하고 몸맵시 날렵한 여인(女人)이다. 수필은 그 여인이 걸어가는 숲속으로 난 평탄(平坦)하고 고요한 길이다. 수필은 가로수 늘어진 페이버먼트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길은 깨끗하고 사람이 적게 다니는 주택가에 있다.

수필은 청춘(靑春)의 글은 아니요, 서른 여섯 살 중년 고개를 넘어선 사람의 글이며, 정열(情熱)이나 심오(深奧)한 지성을 내포한 문학이 아니요, 그저 수필가가 쓴 단순한 글이다.수필은 흥미를 주지마는 읽는 사람을 흥분시키지는 아니한다. 수필은 마음의 산책(散策)이다. 그 속에는 인생의 향취와 여운이 숨어 있는 것이다.

수필의 색깔은 황홀.찬란하거나 진하지 아니하며, 검거나 희지 않고 퇴락(頹落)하여 추(醜)하지 않고, 언제나 온아우미(溫雅優美)하다. 수필의 빛은 비둘기 빛이거나 진주빛이다. 수필이 비단이라면 번쩍거리지 않는 바탕에 약간의 무늬가 있는 것이다. 그 무늬는 읽는 사람의 얼굴에 미소를 띠게 한다.

수필은 한가하면서도 나태(懶怠)하지 아니하고, 속박(束縛)을 벗어나고서도 산만(散漫)하지 않으며, 찬란하지 않고 우아(優雅)하며 날카롭지 않으나 산뜻한 문학이다.수필의 재료는 생활경험, 자연관찰, 또는 인간성이나 사회 현상에 대한 새로운 발견, 무엇이나 다 좋을 것이다. 그 제재(題材)가 무엇이든지간에 쓰는이의 독특한 개성과 그때의 무드에 따라 <누에의 입에서 나오는 액(液)이 고치를 만들 듯이> 수필은 써지는 것이다. 수필은 플롯이나 클라이막스를 필요로하지 않는다. 저자가 가고 싶은 대로 가는 것이 수필의 행로(行路)이다. 그러나 차를 마시는 거와 같은 이 문학은 그 방향(芳香)을 갖지 아니할 때에는 수도물같이 무미한 것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수필은 독백(獨白)이다. 소설가나 극작가는 때로 여러 가지 성격을 가져 보아야 한다. 셰익스피어는 햄릿도 되고 폴로니아스 노릇도 한다. 스러나 수필가 햄은 언제나 차알스 램(C. Lamb)이면 되는 것이다. 수필은 그 쓰는 사람을 가장 솔직히 나타내는 문학 형식이다. 그러므로 수필은 독자에게 친밀감을 주며, 친구에게서 받은 편지와도 같은 것이다.덕수궁 박물관에 청자 연적이 하나 있었다. 내가 본 그 연적은 연꽃 모양을 한 것으로, 똑같이 생긴 꽃잎들이 정연히 달려 있었는데, 다만 그 중에 꽃잎 하나만이 약간 옆으로 꼬부라졌었다. 이 균형 속에 있는 눈에 거슬리지 않는 파격(破格)이 수필인가 한다. 한 조각 연꽃잎을 꼬부라지게 하기에는 마음의 여유를 필요로 한다.이 마음의 여유가 없어 수필을 못 쓰는 것은 슬픈 일이다. 때로는 억지로 마음의 여유를 가지려 하다가 그런 여유를 갖는 것이 죄스러운 것 같기도 하여 나의 마지막 십분지일까지도 숫제 초조(焦燥)와 번잡(煩雜)에 다 주어 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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