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재생되는 프로세스
오디오의 작동 과정입니다. 음원에서 나오는 디지털 신호를 DAC가 아날로그 신호로 바꾸고, 이 신호를 앰프가 증폭시킵니다. 그리고 앰프가 증폭시킨 신호를 스피커가 출력합니다.
우선 크게 볼까요? 홈오디오도 그렇지만 카오디오 역시 입력, 증폭, 출력이라는 과정을 거칩니다. 음악 신호를 받아서, 앰프를 통해 증폭한 후, 스피커를 통해 출력되는 것이지요. '증폭(Amplification)'이 필요한 이유는 스마트폰이나 CD에 담긴 음원, 아니면 FM/AM 신호 자체로는 스피커를 움직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 신호의 세기가 워낙 작기 때문이죠. 사실 스마트폰의 스피커에서 음악이 흘러나오는 것도 안에 작은 앰프가 들어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반드시 이해하고 넘어가야 할 단어가 '주파수(Frequency)'입니다. 주파수는 1초에 한 파동이 몇 번이나 출렁이는지 나타냅니다. 단위는 Hz(헤르츠)를 씁니다. 따라서 20Hz 주파수는 1초에 20번, 20kHz 주파수는 1초에 2만 번 출렁인다는 뜻이죠. 그리고 사람은 20Hz 이상부터 20kHz 이하까지의 주파수만 들을 수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 14kHz 이상도 듣기 어렵습니다.
이 주파수를 알아야 하는 이유
음악은 고역, 중역, 저역으로 나눠지고, 스피커도 이에 맞춰 고역 담당(트위터), 중역 담당(미드레인지), 저역 담당(우퍼)으로 나눠지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초고역 담당(슈퍼 트위터)과 초저역 담당(서브우퍼) 스피커까지 있습니다. 그리고 통상 저역은 16~250Hz, 중역은 250Hz~2kHz, 고역은 2~10kHz, 초고역은 10~20kHz으로 분류됩니다. 1초에 출렁이는 횟수가 많을수록 고음이 나온다는 것이지요.
입력
차량에서 볼륨 조절 및 다양한 오디오 기능을 관리하는 부위를 헤드 유닛, 혹은 카 스테레오라고 부릅니다.
음악 신호의 출발점부터 따라가봅니다. 음악 신호가 카오디오에 들어오는 첫 번째 관문이 바로 '헤드유닛(Head Unit)', 영미권에서는 '카 스테레오(Car Stereo)'라고 부르는 장치입니다. 차에 보면 센터패시아 한가운데 위치해 노브나 스위치를 통해 볼륨을 조절하고 스마트폰, 블루투스, FM/AM, CD 등 여러 연결 방법을 선택하는 곳입니다. 요즘에는 이 헤드유닛에 내비게이션을 겸한 터치스크린이 달려있습니다.
헤드유닛은 DAC와 프리앰프, 파워앰프로 구성되는 게 보통입니다. 그러나 고급 차종이나 카오디오를 업그레이드하면 파워앰프 부분을 분리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야 배터리로부터 별도 전원을 공급받아 보다 파워풀하게 스피커를 구동시킬 수 있으니까요. 국내에서는 파워앰프가 포함된 헤드유닛을 '자출', 파워앰프가 없는 헤드유닛을 '무출'이라고 부릅니다.
음원은 대부분은 디지털 신호입니다. 앰프는 아날로그 신호만을 인지할 수 있으므로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 신호로 바꿔주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이 역할을 하는 것이 DAC입니다.
'DAC(Digital Analog Converter)'는 말 그대로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 신호로 바꿔주는 장치입니다. 왜 이 장치가 필요할까요? 그것은 대부분의 앰프가 증폭할 수 있는 신호는 오로지 아날로그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비해 스마트폰에 담긴 mp3나 FLAC 파일, 멜론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나오는 음원은 모두 0과 1, 즉 비트(bit)로 이뤄진 디지털 신호에 불과합니다. DAC는 카오디오의 헤드유닛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노트북, PC 등 디지털 신호가 들어오는 모든 전자기기에 다 들어가 있습니다.
DAC를 통해 아날로그 신호로 변환된 음악 신호는 '프리앰프(Preamplifier)'를 통과합니다. 프리앰프는 'pre(사전에, 앞의)'라는 말 그대로 파워앰프 '앞에서' 음악 신호를 쪼개주거나(크로스오버), 변형시키거나(이퀄라이저), 음량을 키워주는(볼륨) 역할을 하는 장치입니다. 프리앰프에서 1차 증폭을 한 후 파워앰프에서 최종 증폭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증폭이 보다 매끄럽게 이뤄지기 때문이죠. 어쨌든 이 프리앰프가 전체 사운드 품질을 결정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아 흔히 '오디오 시스템의 지휘자'라고 불립니다.
고급 차량에는 헤드유닛과 별개로 디지털 프로세서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고급 카오디오에서는 헤드유닛과 별개로 '디지털 프로세서(Digital Processor)'라는 장치가 투입됩니다. 위에서 스쳐가듯 언급했던 '크로스오버(Crossover)'를 주력으로 수행하는 곳이라고 보면 됩니다. 파워앰프와의 '게인(Gain)' 매칭도 이곳에서 이뤄집니다. 또한 파워앰프에 이 디지털 프로세서 기능을 포함시킨 제품도 있습니다. 디지털 프로세서, 크로스오버, 게인 매칭, 슬슬 어려워지시죠? 자, 하나하나 따져봅시다.
음악은 저역, 중역, 고역으로 나눠진다고 했습니다. 스피커 하나로 이 모든 대역을 재생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물리적으로 이는 불가능합니다. 같은 직경의 진동판이 빨리 움직여야 하는 고역과 천천히 움직여야 하는 저역을 동시에 낼 수 없는 것이죠. 풀 레인지(Full-range)라고 해서 마치 전 대역을 커버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스피커가 있지만 이 역시 그 재생 대역이 그리 넓지 않습니다.
이래서 '크로스오버'가 필요한 것입니다. 즉 음악 신호를 저역과 중역, 고역대로 쪼갠 후에 앰프로 보내주는 겁니다. 그러면 앰프는 자신이 받은 고역대 신호를 증폭해서 고역 전문 트위터에, 중역대 신호는 미드레인지에, 저역 신호는 우퍼에, 초저역 신호는 서브우퍼에 쏴주기만 하면 됩니다. 이것이 바로 '멀티웨이(Multi-way)' 오디오 시스템입니다. 고역과 중저역으로만 쪼개면 2웨이, 고역과 중역, 저역으로 나누면 3웨이가 됩니다.
실제로 디지털 프로세서(혹은 디지털 프로세서가 달린 파워앰프)를 보면 이 크로스오버를 운전자나 차주가 직접 조절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크로스오버 주파수 노브와 크로스오버 타입(Type) 스위치, 크로스오버 슬로프(Slope) 스위치를 통해서죠. 크로스오버 주파수는 각 대역을 잘라주는 기준 주파수입니다. 예를 들어 220Hz를 선택하면 저역과 중역이 이 주파수에서 갈라집니다.
크로스오버 타입은 보통 LP, AP, HP 중에서 선택할 수 있습니다. LP(Low Pass), 즉 '로우패스 필터'는 말 그대로 지정한 주파수 아래 대역만 내보내고, HP(High Pass), 즉 '하이패스 필터'는 그 주파수 위 대역만 내보냅니다. 예를 들어 2kHz를 크로스오버 주파수로 설정하고 HP 타입을 설정하면, 2kHz보다 높은 고역대 주파수만 트위터로 보내게 됩니다. AP(All Pass)는 서브우퍼 앰프를 위한 것인데, 이미 초저역 주파수만 커버하는 앰프이기 때문에 자신에게 들어온 초저역 신호를 모두 내보내라는 명령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그러면 '크로스오버 슬로프'는 뭘까요? 슬로프, 뭔가 경사가 있다는 이야기인데 따지고 보면 이 말이 맞습니다. 이는 주파수를 크로스오버 시키는 부품(커패시터, 코일, 저항)이 자신에게 '2kHz에서 잘라버려'라는 명령이 들어왔다고 해서 이를 무 자르듯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서서히 자를 수밖에 없는 게 이들 부품의 한계입니다. 슬로프는 바로 '얼마나 서서히 자를 것인가'를 뜻합니다. 예를 들어, -12dB와 -24dB 값이 주어진 디지털 프로세서라면 -12dB는 완만하게, -24dB는 급하게 자른다는 뜻입니다.
디지털 프로세서에는 또한 '게인(Gain)'이라고 쓰인 노브가 있습니다. 이는 파워앰프의 게인값, 즉 증폭 값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선택하는 노브입니다. 게인은 보통 데시벨(dB)로 표기가 되는데, 음악 신호를 2배 증폭하는 앰프의 게인은 약 6dB, 10배 증폭하는 앰프의 게인은 정확히 20dB로 표기됩니다. 예를 들어 자기 카오디오 앰프의 게인이 28dB이라고 하면 이는 1V 입력신호를 약 25V로 키워준다는 뜻입니다(이는 데시벨 변환기 앱을 이용하면 곧바로 알 수 있습니다).
현실적으로는 이 게인 값을 프리앰프의 출력전압에 맞춰주는 게 좋습니다. 즉 프리앰프 출력이 낮으면(구체적인 전압 값은 프리앰프 스펙에 표기됩니다), 디지털 프로세서의 게인 노브도 이에 맞춰 줄여야 합니다. 프리앰프 출력이 낮은데 파워앰프 게인이 높으면 음이 거칠어지고, 반대로 프리앰프 출력이 높은데 파워앰프 게인이 낮으면 음이 찌그러집니다. 이것이 바로 '게인 매칭(Gain Matching)'입니다.
증폭
이렇게 복잡한 과정을 통과한 음악 신호는 이제 본격적인 증폭 단계에 들어갑니다. '증폭(Amplification)'은 말 그대로 음악 신호를 키우는 과정입니다. 위에서 말한 게인을 얻는 과정이죠. '프리앰프에서 1차 증폭, 파워앰프에서 2차 증폭을 한다'라고 표현할 때 쓰는 증폭이 바로 이 게인입니다. 그런데 파워앰프는 게인 말고도 한 가지 임무를 더 수행합니다. 바로 스피커를 실제로 구동시킬 수 있는 전력(W)을 생산하는 일입니다. '힘 력(力)'자가 뜻하듯 스피커를 움직이려면 '힘'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비해 게인은 전압(V)을 높여줄 뿐입니다. 전압만 가지고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습니다.
파워앰프가 생산하는 전력은 통상 출력(Output)이라고 불리고 단위는 W(와트)를 씁니다. '100W 출력의 고성능 외장 앰프를 내장한 프리미엄 세단'이라는 문구를 많이 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100W가 RMS 출력인지, 피크 출력인지 따져봐야 합니다. 특히 음악 신호를 증폭해서 스피커로 들을 때 앰프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피크 출력이 아니라 RMS 출력입니다.
'피크(Peak) 출력'은 앰프가 순간적으로 낼 수 있는 최대 전력이고, 'RMS(Root Means Square) 출력'은 앰프가 음악 재생 내내 평균적으로 낼 수 있는 전력입니다. 물론 이 '평균'을 내는 수식이 조금 복잡하긴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100W 피크 출력에 50W RMS 출력의 앰프보다는 80W 피크 출력에 60W RMS 출력의 앰프가 더 성능이 우수하고 더 좋은 소리를 내줄 수 있습니다. 음악은 여러 사인파들이 수없이 모인 시간순으로 진행되는 '연속'의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앰프가 증폭을 하는 방식은 몇 가지가 있는데, 통상 클래스A, 클래스B, 클래스AB, 클래스D까지 4가지 경우로 나뉩니다. 클래스A는 사인파 형태의 음악 신호를 트랜지스터 1개가 통째로 증폭하고, 클래스B는 사인파 위아래 부분을 나눠 2개의 트랜지스터가 각각 번갈아 증폭합니다. 클래스AB는 이 둘을 결합한 방식인데 증폭에 나선 트랜지스터가 좀 더 일을 많이 하는 점이 차이죠. 클래스D는 고속 스위칭 방식이라고 알아두시면 됩니다.
카오디오에서는 보통 클래스AB와 클래스D 방식이 사용되는데, 클래스AB는 음질이 좋지만 덩치가 크고 열이 많이 발생합니다. 클래스D는 작고 열이 거의 안 나지만 음질은 상대적으로 떨어집니다. 물론 이런 ' 클래스'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같은 클래스의 앰프라도 어떻게 만들었는지가 음질에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고급 세단일수록, 그리고 비싼 카오디오 앰프일수록 클래스AB 증폭 방식을 채택하는 게 현실입니다.
출력
많이 쓰이는 5.1채널 스피커의 형식입니다. 중간에 센터 스피커가 있고, 좌우에 2개씩의 스피커, 서브우퍼가 합쳐져 5.1채널이 되는 것입니다.
드디어 스피커를 통해 음악이 흘러나오게 됩니다. 헤드유닛으로 '입력'된 신호가 마침내 스피커를 통해 '출력'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개념이 있습니다. 바로 '채널(Channel)'입니다. AV 시스템에서 흔히 5.1채널, 7.1채널 같은 표현을 쓰는 것을 자주 보셨을 것입니다. '2채널 앰프를 탑재한 본격 카오디오 시스템', 이런 문구도 들어보셨을 겁니다.
맞습니다. 채널은 바로 스피커의 개수를 말합니다. 2채널이면 좌우에 2개 스피커가 있다는 것이고 4채널이면 좌우에 각각 2개의 스피커가 있다는 것이지요. 중간에 센터 스피커가 있으면 5채널, 서브우퍼가 가세하면 5.1채널이 됩니다. 7.1채널은 5.1채널에 2개의 스피커를 더 더한 것이지요. 따라서 '2채널 앰프'는 2개의 스피커를 구동할 수 있고, '4채널 앰프'는 4개의 스피커를 구동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변수가 있습니다. 이런한 멀티채널 앰프는 상대적으로 비싸기 때문에 엔트리 모델이나 저렴한 카오디오에서는 1채널 앰프에 패시브 크로스오버를 결합한 형태를 취합니다. '패시브 크로스오버(Passive Crossover)'는 통상 카오디오 스피커 쪽에 붙어있는 간단한 부품(커패시터 코일 저항)으로, 1채널 앰프에서 건너 온 음악 신호를 고역과 중저역으로 잘라 각각 트위터와 미드우퍼로 보내줍니다. 따라서 패시브 크로스오버가 있으면 1채널 앰프라도 2개 이상의 스피커를 구동할 수 있습니다.
결국 패시브 크로스오버는 위에서 언급한 디지털 프로세서에서 했던 일을 비교적 간단하게 수행하는 것인데, '패시브'라는 말이 들어간 것은 별도 전원이 필요 없기 때문입니다. 이에 비해 디지털 프로세서(그리고 이를 포함한 파워앰프)에는 전원이 필요합니다. 고급 카오디오일수록 패시브 크로스오버 대신 디지털 프로세서를 쓰는 것은 미리 음악 신호를 잘라 준 후에 증폭을 하는 것이 음질에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3웨이 스피커의 표준입니다. 1번이 미드레인지, 2번이 트위터, 3번이 우퍼입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스피커 유닛을 보겠습니다. 고역을 담당하는 것은 '트위터(Tweeter)', 중역을 담당하는 것은 '미드레인지(Midrange), 저역을 담당하는 것은 '우퍼(Woofer)'라고 부릅니다. 카오디오에서는 중저역을 동시에 커버하는 '미드우퍼(Mid-Woofer)' 유닛을 주로 씁니다. 도어 안쪽에 그릴로 씌워진 커다란 스피커가 바로 이 미드우퍼입니다. 이에 비해 작은 크기의 트위터는 대개 양쪽 A필러나 대시보드 양 사이드에 위치합니다.
중요한 것은 스테레오 이미지를 위해 이들 스피커 유닛이 좌우에 동일한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제대로 된 카오디오 사운드를 즐기기 위해서는 최소한 4채널 이상의 파워앰프가 필요합니다. 패시브 크로스오버 없이 왼쪽 트위터+미드우퍼, 오른쪽 트위터+미드우퍼를 각각 구동하기 위해서죠. 추후 서브우퍼를 장착하는 경우를 대비해서라도 처음 시작할 때 멀티채널 앰프를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카오디오 업그레이드를 할 때 아주 중요한 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