史記列傳 (사기열전)
伯夷列傳 (백이열전)
사마천
백이(伯夷), 숙제(叔齊)
고죽국(孤竹國) 군주의 두 아들인 伯夷(백이)와 숙제(叔齊)는 상(은)나라가 망한 뒤에도 상나라에 대한 충성을 버릴 수 없으며, 고죽군 영주로 받는 녹봉 역시 받을 수 없다며 수양산(首陽山)으로 들어가 고사리를 캐어 먹다가 굶어서 죽었다.
공자는 백이와 숙제는 지난날의 과오를 생각하지 않았기에 사람을 원망하는 일이 적었다고 하였으나, 사마천은 백이의 뜻을 슬퍼하지만 채미가를 보면 정말로 이상했다고 촌평하였다.
採薇歌(채미가)
採 : 캘 채 薇 : 고비 미 歌 : 노래 가
고비를 캐는 노래. 곧 節義之士의 노래
주나라 무왕 때, 백이(伯夷)와 숙제(叔齊)가 있었다. 이들은 고죽군(孤竹君)의 아들이다.
백이, 숙제는 주에 살면서 곡식을 먹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 하고 수양산에 들어가 고비(薇)를 뜯어 먹으며 연명했다.
굶어 죽을 무렵 다음과 같은 노래를 지어 불렀다.
저 서산에 오름이여 고비를 뜯음이로다.
사나이로서 사나움을 바꿈이여 그 비(非)를 모르는구나.
신농(神農), 우(虞), 하(夏)가 홀연히 몰함이여 나는 어디로 갈꼬.
아, 슬프다 가련다 목숨이 쇠하였구나.
1
《伯夷列傳》
2
夫學者載籍極博,猶考信於六藝。詩書雖缺,然虞夏之文可知也。堯將遜位,讓於虞舜,舜禹之閒,岳牧咸薦,乃試之於位,典職數十年,功用既興,然後授政。示天下重器,王者大統,傳天下若斯之難也。而說者曰堯讓天下於許由,許由不受,恥之逃隱。及夏之時,有卞隨、務光者。此何以稱焉?太史公曰:余登箕山,其上蓋有許由冢云。孔子序列古之仁聖賢人,如吳太伯、伯夷之倫詳矣。余以所聞由、光義至高,其文辭不少概見,何哉?
3
孔子曰:「伯夷、叔齊,不念舊惡,怨是用希。」 「求仁得仁,又何怨乎?」 余悲伯夷之意,睹軼詩可異焉。其傳曰:
4
伯夷、叔齊,孤竹君之二子也。父欲立叔齊,及父卒,叔齊讓伯夷。伯夷曰:「父命也。」 遂逃去。叔齊亦不肯立而逃之。國人立其中子。於是伯夷、叔齊聞西伯昌善養老,盍往歸焉。及至,西伯卒,武王載木主,號為文王,東伐紂。伯夷、叔齊叩馬而諫曰:「父死不葬,爰及干戈,可謂孝乎?以臣弒君,可謂仁乎?」 左右欲兵之。太公曰:「此義人也。」 扶而去之。武王已平殷亂,天下宗周,而伯夷、叔齊恥之,義不食周粟,隱於首陽山,采薇而食之。及餓且死,作歌。其辭曰:「登彼西山兮,采其薇矣。以暴易暴兮,不知其非矣。神農、虞、夏忽焉沒兮,我安適歸矣?于嗟徂兮,命之衰矣!」 遂餓死於首陽山。
5
由此觀之,怨邪非邪?
6
或曰:「天道無親,常與善人。」 若伯夷、叔齊,可謂善人者非邪?積仁絜行如此而餓死!且七十子之徒,仲尼獨薦顏淵為好學。然回也屢空,糟糠不厭,而卒蚤夭。天之報施善人,其何如哉?盜蹠日殺不辜,肝人之肉,暴戾恣睢,聚黨數千人橫行天下,竟以壽終。是遵何德哉?此其尤大彰明較著者也。若至近世,操行不軌,專犯忌諱,而終身逸樂,富厚累世不絕。或擇地而蹈之,時然後出言,行不由徑,非公正不發憤,而遇禍災者,不可勝數也。余甚惑焉,儻所謂天道,是邪非邪?
7
子曰「道不同不相為謀」 ,亦各從其志也。故曰「富貴如可求,雖執鞭之士,吾亦為之。如不可求,從吾所好」 。「歲寒,然後知松柏之後凋」 。舉世混濁,清士乃見。豈以其重若彼,其輕若此哉?
8
「君子疾沒世而名不稱焉。」 賈子曰:「貪夫徇財,烈士徇名,夸者死權,眾庶馮生。」 「同明相照,同類相求。」 雲從龍,風從虎,聖人作而萬物睹。」 伯夷、叔齊雖賢,得夫子而名益彰。顏淵雖篤學,附驥尾而行益顯。巖穴之士,趣舍有時若此,類名堙滅而不稱,悲夫!閭巷之人,欲砥行立名者,非附青雲之士,惡能施于後世哉?
夫學者載籍極博, 猶考信於六藝. 詩書雖缺, 然虞夏之文可知也.
무릇(夫) 학자들의(學者) 서책은(載籍) 지극히 방대하지만(極博), 오히려(猶) 살펴보면(考) 육예를 믿을 수 있다(信於六藝). 시경과 서경이(詩書) 비록(雖) 없어진 것도 있지만(缺), 그러나(然) 우나라와 하나라의 글을(虞夏之文) 알 수 있다(可知也).
* 載籍(재적), 書冊(서책): 여러 문서(文書)를 묶어 놓은 책(冊).
堯將遜位, 讓於虞舜, 舜禹之閒, 岳牧咸薦, 乃試之於位, 典職數十年, 功用旣興, 然後授政. 示天下重器, 王者大統, 傳天下若斯之難也.
요가 장차(堯將) 자리를 사양하고(遜位), 우순에게 양위하였고(讓於虞舜), 순과 우 사이에(舜禹之閒), 악목이 모두(岳牧咸) <우를> 추천했으므로(薦), 이에(乃) 자리에서(於位) 그를 시험하고(試之), 직무를 대행한 것이(典職) 수십 년이 지나(數十年), 공적이(功用) 이미 이루어지고 나서(旣興, 然後) 정권을 주었다(授政). 천하는 소중한 그릇이고(天下重器), 왕은(王者) 중요한 통치자이므로(大統), 천하를 전하는 것이(傳天下) 이와 같이(若斯之) 어려운 것을(難) 보인 것이다(示也).
* 岳牧(악목): 岳(악)은 '사악四嶽'으로 요순시대 사방 제후의 우두머리를 뜻하고, '牧(목)'은 12주의 목으로 각 주의 행정 장관을 뜻한다. 후세의 공경(公卿), 제후(諸侯)에 해당한다.
* 功用(공용), 功效(공효): 공을 들인 보람, 공적.
而說者曰堯讓天下於許由, 許由不受, 恥之逃隱. 及夏之時, 有卞隨·務光者. 此何以稱焉?
그러나(而) 말하는 사람은(說者) 요가(曰堯) 허유에게(於許由) 천하를 양보했는데(讓天下), 허유가 받지 않고(許由不受), 그것을 부끄러워하여(恥之) 도망가 숨었다(逃隱). 하나라에 이르러(及夏之時), 변수와 무광 같은 사람이 있었다(有卞隨·務光者). 이들이(此) 무엇 때문에(何以) 칭송받을까(稱焉)?
* 許由(허유): ″기산(箕山)에 은거했던 허유는 어질고 지혜롭기로 명성이 높아서 요임금이 구주(九州)를 맡아달라고 청해왔다. 허유는 이를 거절하고 안 듣느니만 못한 말을 들었다 하여 자기의 귀를 영수(潁水) 물에 씻었다고 한다.
* 卞隨(변수)·務光(무광): 장자에 나오는 일화로 탕임금이 걸왕을 정벌하고 변수에게 천하를 양보하자 주수에 빠져 죽었다. 탕임금이 다시 무광에게 천하를 넘겨주려고 하자 돌을 지고 여수에 몸을 던져 죽어버렸다.
太史公曰:余登箕山, 其上蓋有許由冢云. 孔子序列古之仁聖賢人, 如吳太伯·伯夷之倫詳矣. 余以所聞由·光義至高, 其文辭不少槪見, 何哉?
태사공이 말하길(太史公曰): 내가(余) 기산에 올랐는데(登箕山), 그 위에(其上) 아마도(蓋) 허유의 무덤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 있었다(有許由冢云). 공자가(孔子) 옛 인자와 성인, 현인을 차례로 열거하면서(序列古之仁聖賢人), 오태백과 백이 같은 무리를(如吳太伯·伯夷之倫) 상세하게 설명했다(詳矣). 나는(余) 허유와 무광의 의리가 지고하다고(由·光義至高) 들은 것이 있는데(以所聞), 그 글(시경과 서경의 글)에서(其文辭) 조금의 개략적인 것을 볼 수 없으니(不少槪見), 어째서인가(何哉)?
孔子曰: "伯夷·叔齊, 不念舊惡, 怨是用希." "求仁得仁, 又何怨乎?" 余悲伯夷之意, 睹軼詩可異焉. 其傳曰:
공자가 말하길(孔子曰): "백이와 숙제는(伯夷·叔齊), 옛 잘못을(舊惡) 기억하지 않으니(不念), 원망이(怨) 이 때문에(是用) 거의 없었다(希)."라고 했고, "인을 구해서(求仁) 인을 얻었으니(得仁), 또(又) 무엇을 원망했겠는가(何怨乎)?"라고 했다. 나는(余) 백이의 뜻을 슬퍼했는데(悲伯夷之意), 없어진 시를 보면(睹軼詩) 다를 수 있다(可異焉). 그 전해오는 것에서 말하길(其傳曰):
伯夷·叔齊, 孤竹君之二子也. 父欲立叔齊, 及父卒, 叔齊讓伯夷. 伯夷曰: "父命也." 遂逃去. 叔齊亦不肯立而逃之. 國人立其中子. 於是伯夷·叔齊聞西伯昌善養老, 盍往歸焉. 及至, 西伯卒, 武王載木主, 號爲文王, 東伐紂.
백이와 숙제는(伯夷·叔齊), 고죽군의(孤竹君之) 두 아들이다(二子也). 아버지가(父) 숙제를 <군으로> 세우려고 했으나(欲立叔齊), 아버지가 죽자(及父卒), 숙제가(叔齊) 백이에게 양보했다(讓伯夷). 백이가 말하길(伯夷曰): "아버지의 명이다(父命也)."라고 하고, 마침내(遂) 달아나 버렸다(逃去). 숙제도 또한(叔齊亦) 오르려 하지 않고(不肯立而) 도망갔다(逃之). 나라 사람들이(國人) 그 중자를 세웠다(立其中子). 이에(於是) 백이와 숙제가(伯夷·叔齊) 서백인 창이(西伯昌) 노인을 잘 봉양한다는 소문을 듣었으니(聞善養老), 어찌(盍) 가서 의탁하지 않겠는가(往歸焉). <주나라에> 이르렀을 때(及至), 서백이 죽고(西伯卒), 무왕이(武王) 위패를 <수레에> 싣고(載木主), 호를(號) 문왕이라고 하며(爲文王), 동으로(東) 주왕을 치려고 했다(伐紂).
伯夷·叔齊叩馬而諫曰: "父死不葬, 爰及干戈, 可謂孝乎? 以臣弑君, 可謂仁乎?" 左右欲兵之. 太公曰: "此義人也."
백이와 숙제가(伯夷·叔齊) 말고삐를 잡아당기며(叩馬而) 간언하여 말하길(諫曰): "아버지가 죽었는데(父死) 장사 지내지 않고(不葬), 바로(爰) 전쟁에 이르는 것을(及干戈), 효라고 할 수 있을까요(可謂孝乎)? 신하로써(以臣) 군주를 죽이는 것을(弑君), 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可謂仁乎)?"라고 했다. 좌우 <신하들이> 그들을 베려고 했다(左右欲兵之). 태공이 말하길(太公曰): "이들은(此) 의로운 사람들이다(義人也)."라고 했다.
* 干戈(간과): 무기(武器)의 총칭(總稱), 싸움 또는 전쟁(戰爭).
扶而去之. 武王已平殷亂, 天下宗周, 而伯夷·叔齊恥之, 義不食周粟, 隱於首陽山, 采薇而食之.
부축해서(扶而) 떠나도록 했다(去之). 무왕이(武王) 은나라의 어지러움을 평정하고 나서(已平殷亂), 천하가(天下) 주나라를 종주로 삼았고(宗周, 而) 백이와 숙제가(伯夷·叔齊) 그것을 부끄럽게 여겨(恥之), 의롭게(義) 주나라의 곡식을 먹지 않고(不食周粟), 수양산에 숨어들어(隱於首陽山), 고사리를 캐서(采薇而) 먹었다(食之).
及餓且死, 作歌. 其辭曰: "登彼西山兮, 采其薇矣. 以暴易暴兮, 不知其非矣. 神農·虞·夏忽焉沒兮, 我安適歸矣? 于嗟徂兮, 命之衰矣!" 遂餓死於首陽山.
굶어서 죽음에 이르러(及餓且死), 노래를 지었다(作歌). 그 가사에서 말하길(其辭曰): "저 서산에 올라(登彼西山兮), 고사리를 캤네(采其薇矣). 폭력으로(以暴) 폭력을 바꾸었는데(易暴兮), 그 잘못을 알지 못한다(不知其非矣). 신농, 우, 하나라가(神農·虞·夏) 홀연히 없어졌으니(忽焉沒兮), 내가(我) 어디로(安) 돌아갈까(適歸矣)? 아(于嗟) <죽음으로> 가는구나(徂兮), 명이 다했구나(命之衰矣)!"라고 했다. 마침내(遂) 수양산에서(於首陽山) 굶어 죽었다(餓死).
由此觀之, 怨邪非邪 ?
이것으로 보면(由此觀之), 원망한 것인가(怨邪) <원망하지> 않은 것인가(非邪)?
* 怨邪非邪: 문장의 구조는 선택 의문형으로 만들었지만 담긴 뜻은 '원망하지 않았겠는가'라는 반어적 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