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생명 근원
지구 밖 행성에서 생명체를 찾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 행성에 물이 있나 없나를 먼저 따진다. 물은 지구 상에 생명체가 탄생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고, 생명체를 구성하는 물질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물은 어떠한 성질을 가졌기에 생명의 탄생과 구성에서 가장 중요한 물질이 되었을까?
물 분자 구조, 수소 결합
물 분자는 산소 원자 ‘O’와 수소 원자 ‘H’ 두 개가 약 104.5도의 각도를 이루며 결합하여 만들어진다. 이때 산소 원자와 수소 원자는 공유 결합을 하는데, 이 결합에서는 원자들이 전자들을 서로 공유한다. 그런데 공유 결합한 원자들이 서로 공평하게 전자를 공유하는 것은 아니다. 원자들은 전자를 끌어당기는 힘인 인력을 가졌고, 이 인력은 원자마다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원자가 전자를 공유하는 정도에 차이가 생긴다. 물 분자에서는 산소가 더 강한 인력을 가지고 있어 전자들을 더 많이 공유한다.
따라서 전자들이 수소보다 산소 쪽으로 더 많이 쏠려 있다. 전자들은 전기적으로 음전하를 띠므로, 전자의 쏠림은 물 분자에 전기적인 성질을 생기게 한다. 그래서 물 분자의 산소 쪽은 음전하를 약하게 띠고, 수소 쪽은 반대로 양전하를 약하게 띤다. 이 전기적인 성질 때문에 물 분자들은 접근하면 서로를 끌어당겨 이어진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2개의 물 분자가 접근했을 때, 한쪽 물 분자의 양전하를 띤 수소 원자와 다른 한쪽 물 분자의 음전하를 띤 산소 원자가 전기적인 힘으로 서로를 끌어당겨 이어진다.
이것이 물 분자의 수소 결합이다. 1개의 물 분자가 최대 4개의 물 분자와 이어질 수 있다. 이렇게 물 분자들이 여러 개 이어진 것이 바로 물이라는 액체이다. 물에서는 1개의 물 분자가 평균 3.6개의 다른 물 분자와 수소 결합으로 이어진다.
액체는 자신을 담는 그릇에 따라 자유롭게 모양을 바꿀 수 있다. 그 이유는 액체 속의 분자들이 어느 정도 자유롭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액체인 물의 분자도 어느 정도 자유롭게 움직이므로 물 분자의 위치는 수시로 변한다. 물 분자들은 위치가 변하면서 멀어진 물 분자와 수소 결합을 끊고 새롭게 접근한 물 분자와 새롭게 수소 결합을 한다.
이렇게 물속의 물 분자는 움직이면서 끊임없이 수소 결합을 끊거나 새롭게 수소 결합하기를 되풀이한다.
반면에 물의 온도가 0도가 되면 물 분자가 규칙적으로 정렬하는데, 이때 물의 모습은 고체인 얼음이다. 얼음 속에서는 물 분자 1개가 다른 물 분자 4개와 수소 결합을 한다. 이렇게 결합한 물 분자들이 만든 정사면체 구조 여러 개가 규칙적으로 이어지면서 정육각형 통 모양이 되는데, 이 통 안에 큰 구멍이 생긴다.
그래서 얼음 속 물 분자가 만든 구조는 물속의 물 분자가 만든 구조에 비해 틈새가 크다. 그래서 물은 액체보다 고체인 얼음이 부피가 크고 밀도가 낮다. 참고로, 다른 액체들은 고체가 되면 부피가 줄어드는 경우가 더 많다. 물의 이러한 성질 때문에 얼음이 물에 뜨고, 남극과 북극 바닷물 위에 거대한 빙산이 떠다닌다.
생명체와 물의 관계
앞에서 설명한 물의 구조로 인해 물은 특별한 성질들을 갖는다. 그리고 이 특별한 성질들 때문에 물은 생물에게 가장 중요한 물질이 되었다. 물의 특별한 성질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자. 먼저 물은 분자량이 같은 다른 액체에 비해서 끓는 점이 월등히 높다. 그래서 0도에서 100도까지 액체 상태로 존재한다.
또한, 물은 물질의 온도를 1도 올리는 데 필요한 열인 열용량이 매우 커서 온도 변화가 매우 적다. 이 성질 때문에 생명체는 내부 온도가 외부 환경의 변화에 따라 급격하게 변하지 않고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만약 물의 온도가 쉽게 올라가면 우리는 50도가 넘는 뜨거운 사우나실 안에서 단 몇 분도 견디기 힘들 것이다. 반대로 겨울철 영하의 날씨로 떨어지는 곳에서 쉽게 얼어 죽을 수 있다.
그리고 물은 열을 잘 전달해 주기 때문에 물을 담은 곳의 어느 한 부분만 갑자기 온도가 변하는 현상을 막고 온도 변화가 전체적으로 천천히 일어나게 한다. 이러한 특성은 물속의 물 분자들이 수소 결합으로 이어졌기 때문에 생긴다. 물의 이러한 성질은 생명체의 특정 부위가 갑자기 뜨거워지거나 차가워져서 손상을 입지 않도록 해 준다.
물 분자는 음과 양의 전기적 성질을 모두 가지므로 음이나 양의 전기적 성질을 띠는 물질들과 잘 어울린다. 그래서 물은 다른 물질을 잘 녹인다. 물의 이러한 특성은 우리 몸이 영양분을 흡수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음식을 통해 우리 몸에 들어온 영양분들은 몸속에 있는 물에 녹아 몸 구석구석으로 이동하여 필요한 곳에서 흡수된다.
또한, 물은 다른 액체에 비해서 표면 장력이 유난히 크다. 표면 장력은 액체가 표면적을 작게 하려는 힘으로, 물의 강한 표면 장력은 물 분자들의 수소 결합으로 인해 생긴다. 이 강력한 표면 장력 때문에 모세관 현상이 일어나는데, 이 모세관 현상 덕분에 식물은 잎과 줄기로 물을 이동시킬 수 있다.
그리고 물은 액체가 기체로 변할 때 필요한 에너지인 기화열이 크다. 물의 기화열이 큰 이유는 물의 수소 결합 때문이다. 액체 물이 기체로 변하려면 물 분자들 사이의 수소 결합을 끊어야 하므로 다른 액체들에 비해 열이 더 필요하다. 그래서 액체 물이 기체로 변할 때 많은 열을 흡수하여 기화열이 크다. 땀을 흘리는 동물들은 이 기화열을 이용하여 몸에서 열을 빼앗아 효율적으로 체온을 낮춘다.
생명의 근원, 물의 탄생
지구에 존재하는 물은 맨 처음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46억년 전. 지구가 처음 태어날 당시 목격자가 있어서 설명해준다면 가장 정확하겠지만, 안타깝게도(?) 진술해줄 목격자가 없으므로 지구에 어떻게 물이 생겨났는지는 오늘날까지 정확한 원인을 확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꾸준히 연구를 거듭해온 결과 몇 가지 가설을 추측하고 있다.
▶ 지구 내부에서 일어난 가스 방출로 물이 생겨났다.
막 태어났을 때, 뜨거운 불덩어리였던 지구가 식으면서 여기저기서 화산 폭발이 일어났다. 이때 지구 내부 깊숙한 곳에서 빠져나온 기체들은 지구의 대기층을 형성했다. 이 대기는 지금과는 달리 메탄가스, 수소가스, 암모니아가스, 그리고 수증기가 대부분이었다. 이 수증기는 점점 커지다가 비가 되어 수백 년 동안 끊임없이 내리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지표면의 낮은 부분이 모두 물로 채워져 태초의 바다가 생겨났다는 학설이 있다.
▶ 혜성, TNO, 혹은 소행성이 지구에 부딪혀 물이 생겨났다.
지구가 탄생했을 때 혜성, TNO, 혹은 물을 풍부하게 소유한 소행성이 끊임없이 지구에 충돌해 바다가 생겨났다는 설도 있다. 여기서 TNO(Trans-Neptunian Object)란 태양계의 막내인 해왕성보다 더 바깥 궤도에서 돌고 있는 왜 소행성을 말한다. 특히, 이 세 가지 중 지구에 물을 가져다준 손님은 수분이 많은 '소행성(asteroids)'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각각의 원소구성비율을 측정해보면 혜성이나 TNO에 있는 원소구성비율이 지구에 있는 바닷물과는 차이가 나고, 소행성에 있는 원소구성비율은 지구 바닷물과 거의 일치하기 때문이다.
▶ 그 외의 학설
오랫동안 태초의 지구가 메말라 있다는 학설에 반대되는 의견도 있다. 2002년, 한 지질학자는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44억년 된 광물의 결정을 발견했다. 이 결정을 화학적으로 분석해 보았을 때 메마른 지표가 아닌 액체 상태의 물에서 형성된 것임이 밝혀졌는데 이에 따라 지구가 생성된 초기에 이미 물이 있었음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또 애리조나 대학의 교수가 실험한 바로는 지구가 생성할 당시 수십조의 먼지 알갱이에 붙어있던 물의 성분이 바다를 생성했을 수도 있음이 밝혀졌다. 그 이론을 계산하여 직접 실험해 보았을 때 지구의 형성 당시 이미 수십억 리터의 물이 있었을 수도 있다는 결과가 도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