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절】 문법의 기능과 의미
[4] 피동(被動) 표현
동작이나 행위를 누가 하느냐에 따라 능동문과 피동문으로 나누어지는데, 주어가 동작을 제 힘으로 하는 것은 능동(能動), 주어가 다른 주체에 의해서 동작을 당하게 되는 것을 피동(被動)이라고 한다.
피동법은 파생적 피동과 통사적 피동으로 나뉜다.
※능동문(能動文):능동사가 서술어로 쓰인 문장. '철수가 친구를 업다', '아이가 밥을 먹다', '사냥꾼이 토끼를 잡다' 따위가 있다.
※피동문(被動文):피동사가 서술어로 쓰인 문장. '도둑이 경찰에 잡히었다', '아기가 엄마에게 안기었다' 따위이다. 능동문의 목적어가 주어로 나타나고 능동문의 주어가 사격어(斜格語:oblique)로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사자가 쥐를 먹었다'와 같은 능동문에 대해 '쥐가 사자에게 먹혔다'와 같은 문장을 그것의 피동문이라 하며, '먹-'과 같은 능동사에 대해서 '먹히-'를 그것의 피동사라고 한다. 즉, 피동문이나 피동사는 그에 대응하는 능동문, 능동사를 반드시 전제로 해서 성립되는 개념이다. 한국어의 피동문에는 능동사 어간에 '-이-, -히-, -리-, -기-'와 같은 피동접미사를 붙여서 만들어진 피동사를 사용하는 유형과, 능동사에 '-어지-'와 같은 피동보조동사 구성을 결합해 만들어지는 유형이 있다.
※능동문이 피동문이 되는 과정:
<보기> 경찰이 도둑을 잡았다. → 도둑이 경찰에게 잡혔다.)
㉠능동문의 주어는 피동문의 부사어로 변화.
㉡능동문의 목적어는 피동문의 주어 자리로 변화.
㉢능동문에서 타동사였던 서술어가 피동사로 전환.
※ '당하다', '-게 만들다' 등의 어휘적 피동은 의미상 피동 의미를 띠긴 하지만 피동법 차원에서는 제외한다.
1) 파생적 피동(=단형 피동)
①능동사의 어간+ 피동접미사 '-이-, -히-, -리-, -기-'가 붙은 피동사
피동접미사는 타동사에만 붙는데, 모든 타동사가 그러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피동사가 없는 것이 더 많다. '주다, 받다, 얻다, 잃다, 참다, 돕다, 알다, 배우다, 바라다, 느끼다, 닮다, 만나다, …' 등의 타동사는 피동사가 없다. 또한 사동사도 피동을 만들 수 없다. 한편 피동문에 대응하는 능동문이 없는 것도 있다. <보기> 보다→ 보이다, 놓다→ 놓이다, 쓰다→ 쓰이다, 섞다→ 섞이다, 파다→ 파이다, 차다→ 차이다, 잡다→ 잡히다, 받다→ 받히다, 밟다→밟히다, 부딪다→ 부딪히다, 닫다→ 닫히다, 얹다→ 얹히다, 물다→ 물리다, 풀다→ 풀리다, 누르다→ 눌리다, 듣다→ 들리다, 안다→ 안기다, 끊다→ 끊기다, 감다→ 감기다, 찢다→찢기다
※ '부딪치다, 받치다, 닫치다'에서 '치'는 어감을 강조하는 접미사이므로 이 단어들은 능동사(타동사)다. <보기> ⓐ차와 차가 부딪치다. ⓑ우산을 받치다. ⓒ문을 닫치다. ☆‘부딪치이다’에서 '이'는 피동접미사.
㉠능동문을 피동문으로 바꿀 때에는 문장의 여러 성분이 변화하게 된다. 주어는 부사어, 목적어는 주어, 타동사는 자동사(피동사)나 ‘-어지다’ 형으로 바뀐다. 이때 부사어는 유정성 여부에 따라 '에게'가 붙거나 '에'가 붙고, 공통적으로 '에 의해서'가 붙기도 한다.
㉡피동사이면서 사동사이기도 한 경우가 많다. <보기> 보이다, 잡히다, 업히다, 끌리다, 뜯기다 등.
㉢피동사의 파생은 모든 타동사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피동사가 파생되지 않는 것이 더 많다. ⓐ대응되는 동사가 없다. : 주다, 받다, 얻다, 잃다, 참다, 돕다, 배우다, 바라다, 느끼다, 닮다 등. ⓑ'-하다'로 끝나는 동사는 모두 피동사화하지 않는다. : 좋아하다, 슬퍼하다, 사랑하다, 공부하다 등. ⓒ사동사는 피동사화하지 않는다.
㉣피동사가 목적어와 결합하여 타동사가 되기도 한다. <보기> 도둑이 경찰에게 발목을 잡히었다.
㉤능동문에 대응되는 피동문이 없거나, 피동문에 대응되는 능동문이 없는 경우가 있다. <보기> 훈희가 칭찬을 들었다. / *칭찬이 훈희에게 들리었다.
㉥능동문의 주어가 유정명사이면 피동문에서는 여격이 되어 조사 ‘-에게’나 ‘-한테’가 붙지만, 무정명사이면 '-에'가 붙는다. <보기> 홍수가 서울을 휩쓸었다. / 서울이 홍수에 휩쓸렸다.
㉦어떤 경우에는 조사 대신 '-에 의해(서)'가 쓰이기도 한다. <보기> 철수가 종이에 구멍을 뚫었다. / *종이에 구멍이 철수에게 뚫리었다 / *종이에 구멍이 철수에 의해 뚫리었다.
② '-되다, -받다, -당하다'가 붙은 피동사
'-되다, -받다, -당하다' 중 일반적으로 쓰이는 것이 '-되다'인데, 접미사 '-하다'와 결합할 수 있는 동작성 명사에 붙여서 피동법을 나타낼 수 있다. 한편 '-되다'가 쓰일 자리에 '-받다'나 '-당하다'를 쓸 수 있는데, 명사에 따라 세 가지가 다 쓰일 수도 있고, 일부만 쓰일 수도 있다. 현재 학교 문법에서는 '-되다'만 인정하고 있다. '-하다'가 붙은 일부 자동사에 '-되다'를 붙여서 피동을 나타내기도 한다. <보기> ⓐ그이는 사람들에게 주목되었다. ←사람들이 그를 주목하였다. ⓑ그에 의해 목적이 달성되었다. ←그가 목적을 달성했다. ⓒ우리 팀이 더욱 단합되었다. ←우리 팀이 더욱 단합하였다.(자동사) ⓓ수학 점수가 향상되었다. ← 수학 점수가 향상하였다.(자동사) ⓔ술 때문에 간암이 발병되었다. ←술 때문에 간암이 발병하였다.(자동사) ⓕ그가 범죄자들에게 감금당했다. ←범죄자들이 그를 감금하였다. ⓖ철수는 순이에게 배신당했다. ←순이가 철수를 배신했다. ⓗ경찰에 의해 그 사람이 보호받았다. ←경찰이 그 사람을 보호하였다. ⓘ그가 경찰에게 검문받았다. ←경찰이 그를 검문했다.
㉠서술성을 가진 일부 명사 뒤에 붙어 피동의 뜻을 더하고 동사를 만드는 접미사로 사용된다. <보기> 가결되다, 관련되다, 사용되다, 연결되다, 진정되다, 체포되다, 형성되다 등등.
㉡형용사를 만드는 접미사로 사용된다. <보기> 거짓되다
☞ '-되-'를 피동접미사로 보는 데에는 문제가 있다. '-되다'를 기존의 피동접미사 '-이-, -히-, -리-, -기-'와 동질적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을 들 수 있다. ㉠ '-되-'도 다른 접미사들처럼 능동사의 어간에 붙는다고 해 놓았지만, '관련되다, 체포되다, 연결되다'에서처럼 명사 뒤에서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나마도 그 쓰임이 서술성 명사에 한정되어 있어 일반성을 띠고 있지도 못하다. <보기> *사랑되다, *추상되다 ㉡의미론적으로 '-되다'는 일반 서술어로 사용되는 '되다'와 차이를 발견할 수 없다는 점이 '-이-, -히-, -리-, -기-'와 다르다.
2) 통사적 피동(긴 피동) '-어지다, -게 되다'
용언의 어간에 보조적 연결어미 '-어(아)'를 붙이고 그 뒤에 피동 보조용언 '지다'를 연결하는 피동법이다. 타동사뿐만 아니라 자동사나 형용사, 사동사에도 쓸 수 있다. <보기> ⓐ그 수학 문제가 철수에 의해 풀어졌다. ←철수가 그 수학 문제를 풀었다. ⓑ해가 떠서 하늘이 밝아졌다. ←하늘이 밝다. ⓒ회사의 비밀이 그 사람에 의해 밝혀졌다. ←그 사람이 회사의 비밀을 밝혔다.
※이중 피동이 쓰일 수도 있다. 이는 '피동사'나 '명사+되다'에 '-어지다'를 붙여 쓰는 것인데, 가급적 쓰지 않는 게 좋다. <보기> ⓐ그의 오해가 광수에 의해 비로소 풀려졌다. ⓑ내일은 비가 갤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에 의해 목적이 달성되어졌다.
능동문: 주어 + 목적어 + 타동사
피동문: 주어 + 부사어 + (에 의해) + 어근 + 어지다
: 그가 진실을 밝혔다.
↙ ↘ ↓
: 진실이 그에 의해 밝혀졌다.
① '-어지다'의 특징(=장형 피동, 통사적 피동)
㉠ '-어지다'에 의한 피동은 큰 제약이 없이 거의 모든 동사에 쓰이며, 형용사에도 붙을 수 있다.
㉡ '-어지다'도 반드시 능동문에 대응되는 것은 아니다.
㉢ '-에게, -한테, -에'를 취하는 경우도 있다. <보기> 안기다, 잡히다, 눌리다, 보이다, 쫓기다 등.
㉣ '-에 의해'를 취하는 경우도 있다. <보기> 끊기다, 묻히다, 걸리다, 닫히다, 풀리다, 찢기다 등.
㉤ '-어지다'의 경우에는 '지다'를 보조용언으로 보면서, 다른 보조용언들과 달리 '-어지다'를 붙여서 써 띄어쓰기 규범에서 예외적 사례가 되는 문제점이 있다.
② '-게 되다'의 특징
'-게 되다'는 탈행동적으로 해석되어 동작주를 상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처럼 분명한 동작주를 상정하기 어려운 경우를 탈행동적 피동이라도 한다. <보기> ⓐ날씨가 풀렸다. ⓑ옷이 못에 걸렸다. ⓒ마음이 진정되었다. ⓓ제가 가게 되었어요. ⓔ저절로 먹게 되었어요. ⓕ우연히 그를 만나게 되었어요.
위 <보기>들의 경우 ‘(하늘이) 날씨를 풀었고, (부주의한 내 동작이) 옷을 못에 걸었고, (어떤 작용 때문에) 마음을 진정하였고, (어떤 상황이나 누군가가) 나를 가게 하였고, (미지의 생리 작용이) 나를 먹게 하였고, (미지의 원인이) 그를 만나게 하였다.’처럼 동작주를 상정할 수 있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이를 동작주로 분명히 의식하지 않고 쓴다. 이처럼 구체적 동작주를 상정하거나 의식하기 어려운 경우를 탈행동적 피동이라고 한다. 7차 교과서에서는 '-게 되다'를 통사적 피동으로 처리하였다.
③피동문 만들기
㉠사냥꾼이 토끼를 잡았다. →토끼가 사냥꾼에게 잡혔다 / *토끼가 사냥꾼에게 잡아졌다(잡혀졌다).
㉡희현이는 아름다운 가을 경치를 보았다. →아름다운 가을 경치가 희현이에게 보였다 / *아름다운 가을 경치가 희현이에게 보아졌다(보여졌다).
㉢나는 파랑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들었다. →파랑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나에게 들렸다. / *파랑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나에게 들어졌다(들려졌다).
능동문이 피동문으로 바뀔 때에는 능동문의 주어는 피동문의 부사어('-에게'형)로, 목적어는 주어로, 타동사는 자동사(피동사)로 바뀌게 된다. '잡히다, 보이다, 들리다'는 피동접미사만 붙은 형태이고, '잡아지다, 보아지다, 들어지다'는 '-어지다'가 붙은 형태이다. 또한 '잡혀지다, 보여지다, 들려지다'는 접미사에 다시 '-어지다'가 붙은 형태인데, 이러한 이중 피동(중복 피동)은 가급적 쓰지 않아야 한다.
④능동문과 피동문의 동의성 파악하기
㉠엄마가 아기를 안았다. / 아기가 엄마에게 안겼다.
㉡포수 열 명이 토끼 한 마리를 잡았다. / 토끼 한 마리가 포수 열 명에게 잡혔다.
능동문이 피동문으로 바뀌는 경우, 의미가 바뀌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대부분 ㉠에서처럼 의미가 바뀌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과 같은 수량사 문장에서는 의미가 달라질 수도 있다. 물론 ㉠에서도 능동문에서는 주어(어마)가 목적어(아기)에 대해 단순히 어떤 행동을 하였다는 의미를 지니고, 피동문에서는 행동에 주어(아기)의 의지가 반영될 수도 있다는 차이가 있다. ㉡에서는 능동문이 두 가지 의미(포수 열 명이 모두 함께 토끼 한 마리만 잡다, 포수 열 명이 각각 토끼 한 마리씩 잡다.)를 가질 수 있는 것에 비해 피동문은 첫 번째 의미만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주의할 점
※피동문과 부사어 구성
피동문에서 행위자를 나타내는 부사어 뒤에는 유정명사일 경우 '-에게, -한테'를 붙이고 무정명사일 경우 '-에'를 붙이는데, 이러한 조사 대신 '-에 의해(서)'를 쓰기도 한다. 피동사 '안기다, 잡히다, 눌리다, 보이다, 쫓기다, …' 등에는 '-에게, -한테, -에'를 붙이고 '끊기다, 묻히다, 걸리다, 닫히다, 풀이다, 찢기다, …' 등에는 '-에 의해(서)'를 주로 쓴다. <보기> ⓐ아기가 어머니에게(한테) 안겼다. ⓑ문이 바람에 닫혔다. ⓒ다리가 거친 파도에 의해서 끊겼다.(능동문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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