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딕 리더십
“고래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는 내 보트에 절대로 태우지 않겠다.”
미국의 허먼 멜빌이 1851년에 쓴 소설 ‘모비딕’에서 신중하고 현명한 1등항해사 스타벅이 한 말이다. ‘모비딕’은 거대한 고래 모비딕에게 한쪽 다리를 잃은 뒤 복수를 위해 추적하는 에이햅 선장의 처절한 혈투를 그린 소설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해 8월 법무부 장관 재직 시절 신임 검사 강연에서 올바른 소신을 지키려면 실력을 갖춰야 한다면서 스타벅의 말을 소개했다. 만용의 위험성을 경계하면서 믿을 수 있는 용기는 위기를 정확히 진단하는 데서 나온다는 사실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모비딕 리더십'? 선원 모두 죽이는 리더십
먼저 원작을 읽지 않은 사람들은 이 명작소설에서 주인공 에이허브 선장(Captain Ahab)이 모비딕을 잡아 죽였을 것이라고 오인한다. 그러나 모비딕에게 한 쪽 다리를 잃고 반쯤 미쳐 모비딕을 뒤쫓은 에이허브는 모비딕에게 던진 작살의 밧줄에 목이 감겨 목숨을 잃는다"면서 "위에서 한 비대위원장이 좋아한다는 구절을 말한 스타벅(Starbuck)―커피전문점 '스타벅스' 상호는 바로 여기서 나왔다―도 역시 죽는다. 이 소설의 화자(話者) 이스마엘(Ishmael)만 살아남는다.
모비딕 리더십, 집착에 빠진 카리스마 리더
허만 멜빌(Herman Melville)의 소설 『모비딕(Moby Dick)』은 미국 상징주의 문학의 최고 걸작으로 꼽힌다. 국내에는 『백경(白鯨·흰고래)』이라는 제목으로 소설과 영화가 소개되었다. 1851년 출간된 이 모험소설은 성경 다음으로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모비딕』은 미국인 특유의 개척정신과 모험정신을 잘 대변하는 작품이다.
시인이자 소설가인 멜빌은 1819년 뉴욕에서 태어났다. 수입상을 하는 아버지 덕분에 비교적 유복한 생활을 하였으나, 13세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가세가 기울어 공부를 포기하고 여러 직업을 전전한다. 19세 때 원양어선의 선원이 된 이후 포경선의 작살잡이 선원으로 4년간 인도양과 남태평양 등지를 다니면서 고래를 잡고 때로는 섬의 원주민들과 함께 생활하는 등 진기한 경험을 살려 총 여섯 편의 모험소설을 쓰게 된다.
『모비딕』은 그를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가장 성공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흰고래 모비딕을 추격하는데 인생의 모든 것을 거는 괴짜 선장 에이햅과 선원들과의 갈등, 모비딕과의 조우와 파선, 그리고 비극적 최후를 그려낸 작가 멜빌은 이 소설에서 고래의 특성과 고래잡이에 얽힌 이야기를 자신의 경험을 곁들여 생생하게 묘사해 극찬을 받았다.
자신을 불구로 만든 모비딕 복수에만 혈안소설의 주인공 에이햅은 포경선 피쿼드호의 선장이다. 한쪽 다리에 고래뼈로 만든 의족을 한 그는 오로지 자신의 한쪽 다리를 불구로 만든 거대한 흰고래 모비딕을 찾아 복수하기 위해 살아가는 인물이다. 반면 1등항해사 스타벅은 매우 현실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모범적 선원이다. 에이햅 선장의 의견에 반대하며 오로지 고래를 많이 잡아 고래기름을 배에 가득채워 귀향하는 것이 피쿼드호의 임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에이햅 선장과 사사건건 갈등을 빚는다. 스타벅을 제외한 나머지 선원들은 ‘모비딕’을 잡아 돈을 벌어보자며 대체로 선장의 새로운 목표를 큰 저항없이 받아들인다.
어느 날 근해를 지나는 영국 포경선 선장으로부터 그 흰고래를 희망봉 부근에서 봤다는 말을 전해들은 에이햅 선장은 마침 고래 무리를 만나 포경에 열을 올리고 있던 선원들에게 모든 조업을 중단하고 돛을 올려 출항준비를 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스타벅은 ‘저 많은 고래를 두고 출항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빈 창고에 기름을 어떻게 채울 거냐고 강력히 항의해 보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 배의 선장은 나다” 라는 선장의 엄명에 선원들은 결국 다 잡은 고래들을 버려두고 모비딕을 추격하러 나선다. 남태평양 비키니섬 부근에 이르렀을 때 피쿼드호는 드디어 모비딕과 만나게 된다.
흰고래와의 싸움은 사흘 낮밤 동안 처절하게 지속된다. 사흘째 되던 날, 에이햅은 작살을 명중시키지만 작살 줄이 목에 감겨 고래와 함께 바다 속으로 사라진다. 다시 떠오른 성난 흰고래의 공격으로 피쿼드호는 파괴되어 침몰하고 작살잡이 이스마엘만 살아남고 배에 탔던 모두가 죽음으로써 소설은 끝이 난다.
멜빌의 작품 『모비딕』은 여러 각도에서 해석이 가능한 작품이다. 많은 비평가들이 인간과 자연의 투쟁, 자본주의 초기의 미국사회의 갈등, 또는 선과 악이 싸우는 성서적인 상징 등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크다. 그러나 필자는 『모비딕』은 훌륭한 경영학 교과서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모비딕』은 리더십 연구의 보고이다. 『모비딕』이라는 고전적인 모험소설을 160여 년의 시간을 초월하여 오늘날 경영학적인 관점에서 해석함으로써 21세기의 경영자들에게 시사점을 주고자 한다.
우선 포경선 피쿼드호의 선원들은 매우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어 오늘날 글로벌 기업을 대표하는 듯이 보인다. 그 배에는 백인 미국인 이외에 남태평양 섬의 추장 아들, 흑인, 퀘이커 교도, 미국 인디언들이 선원으로 근무한다. 인종과 국적, 종교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선장 에이햅은 강력한 카리스마적 리더십을 발휘하여 ‘흰고래 모비딕을 잡아 돈을 벌자’라는 목표에 선원들이 동조하도록 만드는데 일단 성공한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에이햅은 무자비할 정도로 독재적인 조직을 운영한다. 1등항해사 스타벅의 합리적인 충고와 비판적 의견은 철저하게 묵살한다. 에이햅 선장은 그의 인생의 탈출구를 모비딕에 설정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복수를 통해 존재의미를 찾으려고 한다는 생각마저 든다.
역사적으로 카리스마 리더들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지만 오히려 결과가 좋지 않은 수가 많다.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카리스마적인 최고경영자가 참모들의 합리적인 비판을 무시하고 특정한 사업에 올인해서 경영을 망치는 경우를 우리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자동차에 집착해 기업의 자원을 쓸어 부어 결국 엄청난 손실을 입는다든지, 시황이 좋지 않을 때 거금을 들여 무리하게 부실한 외국기업을 인수·합병하여 결국 파국에 이른다든지, ‘내 눈에 흙이 들어오기 전에는 노조를 인정할 수 없다’고 강경하게 버티다가 결국 회사를 위험에 빠뜨린 사례들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합리성이 실종된 무조건적인 집착에 기반한 카리스마 리더십은 그 잘못된 방향으로 인하여 결국 자신은 물론 기업 전체를 파국으로 몰아넣는 『모비딕』의 비극으로 끝나는 경우는 낯선 풍경이 아니다.
애당초 선주가 피쿼드호에 부여한 목표는 온데 간데 없이, 에이햅 선장은 자신의 개인적 집착에 의해 당초의 목표를 임의로 수정하고, 미심쩍어하는 선원들에게 파격적이고 외부적인 보상을 제시하여 그들의 행동을 이끌어 내려고 하는 데, 이것은 조직을 위태롭게 하는 행동이다. 소유경영자가 기업의 이해당사자들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저버리고 자의적으로 행동하면 엄청난 재앙이 닥치게 된다.
에이햅 선장이 파격적인 보상을 제시하고 선원들을 독려하는 것으로 봐서 다분히 외부적 보상을 통해 선원들의 행동을 조종하려는 전제적 리더이다. 그러나 리더로서 그의 모티베이션 행동은 분명 문제가 있다. 외부적 모티베이션은 금전적인 유인, 칭찬 등 외부적 자극에 의해 야기된 것으로서 임무 달성에 대해 외부적인 보상이 주어지고 임무 미달성에 대해서는 처벌이 주어지는 방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에 반해 내재적 모티베이션은 임무 달성에 대한 성취감, 자기 인정, 그리고 책임감 등 스스로에 대한 긍정적 감정과 관련되어 있다. 즉 목표를 달성했을 때 외부적 자극보다는 자신이 대견스럽고 일에 보람을 느끼게 되는 것을 알기에 자신에 의해 이끌어진 행동으로 강화되는 것이 내재적 모티베이션이다. 내재적 모티베이션은 외부적 모티베이션에 비해서 효과가 크며, 그 행동이 오래 지속될 뿐만 아니라 쉽게 소멸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추종자를 셀프리더로 만들어야 ‘수퍼리더’에이햅의 리더십은 선장으로서 권위를 강조하고 강압과 독단으로 구성원을 특정한 방향으로 이끌려고 하는 것으로서 내재적 모티베이션과는 거리가 멀다. 리더십 연구가 만즈와 심스의 이론에 따르면, 추종자를 셀프리더로 만드는 리더가 진정한 ‘수퍼리더’라고 강조한다. 즉 ‘나를 따르라’고 하면서 부하 직원을 일방적으로 몰아치는 리더보다 부하들이 스스로 자율성을 갖고 현장에서 창의력을 발휘하여 스스로 능력을 발휘하도록 돕는 리더야 말로 현대의 조직에서 성공하는 리더라는 것이다. 경영자는 맥그리거가 말하는 ‘Y이론적 인간관’에 입각하여 직원들이 자율적이고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함으로써 모든 구성원이 리더가 되고 승자가 되는 방향으로 조직을 이끄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사마천이 쓴 『사기(史記)』의 ‘손자오기열전(孫子吳起列傳)’에는 ‘장수가 군에 임하면 왕명이라도 따르지 않을 수 있다 (將在軍, 君命有所不受)’라는 구절이 있다. 즉 장수는 군대를 지휘할 때 비록 왕명이라고 할지라도 현장 지휘관으로서의 판단과 다를 때는 이에 복종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인데, 이런 행동을 하는 중간관리자들이 많아진다면 조직의 ‘모비딕 병’을 치유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용기와 배짱이 있는 사람들을 오늘날 조직 내에서 찾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리더의 카리스마적 자질은 부하들이 리더의 비전이나 가치관에 대하여 신뢰감을 갖게 하고 리더에 대해 열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하는 순기능이 있다. 그래서 한국사람들은 카리스마 리더에 대해 대체적으로 우호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카리스마 리더십의 치명적인 약점은 잘못된 비전과 방향에 있다. 구성원들이 공유할 수 없는 비전과 방향으로 허황된 복수심이나 집착으로 조직을 끌고 가는 카리스마 리더 때문에 우리는 그 동안 얼마나 많은 대가를 치렀는지 모른다. 피쿼드호의 비극은 오늘날 우리의 정치와 사회, 그리고 기업경영 현장에서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비극이다. 편집증을 가지고 모비딕을 추격하는 리더들이 있는 한.
The White Whale: toxic leadership lessons from Hermann Melville’s Moby Dick.
‘Swerve me? The path to my fixed purpose is laid with iron rails.’
Ahab, the captain of the cursed Pequod in Hermann Melville’s Moby Dick, is tormented by his irrational obsession that worms its way through his thoughts and keeps him frantically pacing his quarters at night.
Many leaders in modern organizations chase their own ‘white whales’: for some it takes on the shape of a competitor, for others it may be their own destructive, self-serving vision. For all it's a monstrous creature, that consumes from within. Leaders must avoid the so-called ‘Ahab syndrome’ at all costs. The path from a healthy vision and positive dedication to dysfunctional obsession is a very short one.
Ahab has all his hatred fixated on the White Whale. ‘All that most maddens and torments [...]” Ishmael says, “all evil, to crazy Ahab, were visibly personified and made practically assailable in Moby Dick”. Great leaders are never stuck in their vision: they know how and when to make adjustments, adapt strategies and tactics, and constantly adjust their direction, thus moving forward.
Ahab’s hatred is toxic: the contagious power of his charisma is such that he can communicate his extreme hatred to the entire crew. He is manipulative in his irrational obsession: in Ishmael’s own words, ‘my shouts had gone up with the rest; my oath had been welded with theirs […] A wild, mystical, sympathetical feeling was in me; Ahab’s quenchless feud seemed mine.’ Otherwise reasonable crew members, like Ishmael or Starbuck, are soon one with his unreason. Leaders should avoid the cult of personality. In love with their hatred, narcissists and authoritarians are the most dangerous kind of leaders. The kind who, when they fall, they take the whole ship down with them.
Towards the end of the novel, all crew mates onboard the Pequod are described as automata controlled by their captain: ‘Like machines, they dumbly moved about the deck, ever conscious that the old man’s despot eye was on them’. Here’s another pitfall leaders should avoid: groupthinking. Having too many team members on the same page, means having too many people with the same ideas in a collective brainwash. People who see things differently and have diverging opinions can help leaders get a better perspective on their goals and strategy.
Finally, great leaders always listen to their teams. Ahab was deaf to his crew, he didn’t hear what they wanted or had to say from their expert viewpoints. In so doing, Captain Ahab wasn’t able to heed the warnings from his crew. He stayed insanely focused on his maniacal goal and ultimately met his maker.
Ahab, a madly obsessed man, is all those leaders who end up depleting the best of an organization’s financial and human resources, in the obsessive hunt for a white whale.
Great leaders avoid falling in this fatal, destructive behavior. They know there’s always another white whale out there, somew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