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국어/고전문학

매품팔이(代杖)

Jobs 9 2021. 4. 27.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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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품팔이(代杖)
                                 작자 미상

 안주(安州)의 한 백성이 볼기 맞는 매품을 팔아 살아갔다. 외군(外郡) 아전이 병영(兵營)에서 곤장 7대를 맞게 되매 돈 5꿰미를 걸고 대신 매맞을 사람을 구하였더니 그 매품팔이가 선뜻 나섰다.

 집장(執杖) 사령(使令)은 그 자가 번번히 나타나는 것이 얄미워 곤장을 혹독하게 내리쳤다. 매품팔이는 곤장이 갑자기 사나워질 것을 생각지 못하였으므로 우선 참아 보았으나, 두 번째 매가 떨어지매 도저히 견뎌 낼 재간이 없어서 얼른 다섯 손가락을 꼽아 보였다. 5꿰미의 돈을 뒤로 바치겠다는 뜻이었다. 집장 사령은 못 본 척하고 더욱 심하게 내리쳤다. 곤장 7대가 끝나기 전에 이러다가 자기가 죽게 될 것임을 깨달은 매품팔이는 재빨리 다섯 손가락을 다시 펴 보였다. 뒤로 먹이는 돈을 배로 올리겠다는 뜻인 줄 안 것이었다. 그 때부터 매는 아주 헐하게 떨어졌다. 매품팔이는 나와서 사람들을 보고 뽐내는 것이었다.

“내가 오늘에야 돈이 좋은 줄 알았네. 돈이 없었으면 오늘 나는 죽었을 사람이었지.”

 매품팔이는 돈 10꿰미로 죽음을 면할 줄만 알고, 5꿰미가 화(禍)를 불러온 것은 모르는구나. 어리석은 촌사람이로다. 이보다 더한 일이 있었다.

 형조(刑曹)의 곤장 백 대는 속전(贖錢)이 7꿰미였고, 대신 매를 맞아 주는 사람이 받는 돈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신 매맞는 일로 살아가는 자가 있었는데, 어느 무더운 여름날 백 대 매품을 하루에 두 차례나 팔고 비틀비틀 자기 집을 찾아갔다. 그 여편네가 또 백 대 품을 선셈으로 받아놓고 남편을 보자 기쁜 듯이 말했다. 사내는 상을 찌푸리고,

 “내가 오늘 죽을 똥을 쌌어. 세 번은 못 하겠네.”

 여편네는 돈이 아까워서,

 “여보 잠깐 고통을 참으면 여러 날 편히 배불릴 수 있잖수. 그럼 얼마나 좋우, 돈이 천행으로 굴러온 걸 당신은 왜 굳이 마다 허우?”

하고 술과 고기를 장만하여 대접하는 것이었다. 사내는 취해서 자기 볼기를 쓰다듬으며 허허 웃고,

 “좋아요.”

하고 나갔다. 가서 다시 곤장을 맞다가 그 자리에서 즉사하고 말았다.

 그 후 여편네는 이웃의 미움을 사서 구걸도 못하고 길에 쓰러져 죽었다. 

 슬프다. 위의 두 이야기는 족히 세상에 경계가 되리라.


  핵심 정리
* 갈래: 설화
* 출전: 청성잡기(靑城雜記)
* 주제: 돈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하는 하층민들의 삶의 자세 경계

  해설 
 이 글은 매품팔이라는 두 편의 이야기가 연작 형태로 되어 있는 민간 설화이다. 전반부는 곤장 7대를 대신 맞고 돈 5꿰미를 벌려다가 오히려 10꿰미를 잃은 안주 매품팔이 이야기이고, 후반부는 돈만 아는 아내의 지나친 욕심으로 매품을 팔다가 즉사한 서울 매품팔이 이야기다.

 매품을 팔아서 살아가는 비극적인 삶을 통해 당시의 궁핍한 사회상과 형정(刑政)관리의 타락상을 엿볼 수 있다.

 전반부에서는 매품이라도 팔아야 생계를 꾸려 갈 수 있는 서민의 비극적 삶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고, 후반부에서는 매품으로 재물까지 모으려 했던 인간의 헛된 과욕을 신랄히 꼬집는 풍자성을 보여 주고 있다. 이를 통해 후세 사람에의 경계를 삼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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