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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왕편(東明王篇), 이규보(李奎報)

Jobs 9 2021. 4. 27.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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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왕편(東明王篇)
      이규보(李奎報)

(전략)
王知慕潄妃(왕지모수비) 왕이 해모수의 왕비인 것을 알고 
仍以別室寘(잉이별실치)   이에 별궁에 두었다.
懷日生先蒙(회일생선몽) 해를 품고 주몽을 낳았으니
是歲歲在癸(시세세재계) 이 해가 계해년 이었다.
骨表諒最奇(골표량최기) 골상이 참으로 기이하고
啼聲亦甚偉(제성역심위) 우는 소리가 또한 심히 컸다.
初生卵如升(초생난여승)   처음에 되만한 알을 낳으니
觀者皆驚悸(관자개경계) 보는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王以爲不祥(왕이위불상)      왕이 상서롭지 못하다
比豈人之類(비기인지류) 이것이 어찌 사람의 종류인가 하고
置之馬牧中(치지마목중) 마구간 속에 두었더니
群馬皆不履(군마개불리) 여러 말들이 모두 밟지 않고
葉之深山中(엽지심산중) 깊은 산 속에 버렸더니
百獸皆擁衛(백수개옹위) 온갖 짐승이 모두 옹위하였다.


 왕이 천제 아들의 비(妃)인 것을 알고 별궁(別宮)에 두었더니, 그 여자의 품안에 해가 비치자 이어 임신하여 신작(神雀) 4년 계해년 여름 4월에 주몽(朱蒙)을 낳았는데, 우는 소리가 매우 크고 골상이 영특하고 기이하였다. 처음 낳을 때에 좌편 겨드랑이로 알 하나를 낳았는데 크기가 닫되[五升]들이만 하였다. 왕이 괴이하게 여겨 말하기를,

 “사람이 새알을 낳았으니 상서롭지 못하다.”

하고, 사람을 시켜 마구간에 두었더니 여러 말들이 밟지 않고, 깊은 산에 버렸더니 모든 짐승이 호위하고, 구름 끼고 음침한 날에도 알 위에 항상 햇빛이 있었다. 

母姑擧而育(모고거이육) 어미가 우선 받아서 기르니
經月言語始(경월언어시) 한 달이 되면서 말하기 시작하였다.
自言蠅噆目(자언승참목) 스스로 말하되 파리가 눈을 빨아서
臥不能安睡(와불능안수) 누워도 편안히 잘 수 없다 하였다.
母爲作弓矢(모위작궁시) 어머니가 활과 화살을 만들어 주니
其弓不虛掎(기궁불허기)   그 활이 빗나가는 법이 없었다.

왕이 알을 도로 가져다가 어미에게 보내어 기르게 하였더니, 알이 마침내 갈라져서 한 사내아이를 얻었는데 낳은 지 한 달이 지나지 않아서 언어가 모두 정확하였다.

 어머니에게,

“파리들이 눈을 빨아서 잘 수가 없으니 어머니는 나를 위하여 활과 화살을 만들어 주오.”

하였다. 그 어머니가 댓가지로 활과 화살을 만들어 주니 스스로 물레 위의 파리를 쏘는데 화살을 쏘는 족족 맞혔다. 부여(扶餘)에서 활 잘 쏘는 것을 주몽(朱蒙)이라고들 한다.

年至漸長大(연지점장대) 나이가 점점 많아지매
才能日漸備(재능일점비) 재능도 날로 갖추어졌다
扶余王太子(부여왕태자) 부여왕의 태자가
其心生妬忌(기심생투기) 그 마음에 투기가 생겼다
乃言朱蒙者(내언주몽자) 말하기를 주몽이란 자는
此必非常士(차필비상사) 반드시 범상한 사람이 아니니
若不早自圖(약불조자도) 만일 일찍 도모하지 않으면
其患誠未已(기환성미이)   후환이 끝없으리라 하였다.

나이가 많아지자 재능이 다 갖추어졌다. 금와(金蛙)왕은 아들 일곱이 있는데 항상 주몽과 함께 놀며 사냥하였다. 왕의 아들과 따르는 사람 40여 인이 겨우 사슴 한 마리를 잡았는데 주몽은 사슴을 퍽 많이 쏘아 잡았다. 왕자가 시기하여 주몽을 붙잡아 나무에 묶어 매고 사슴을 빼앗았는데, 주몽이 나무를 뽑아 버리고 갔다. 태자(太子) 대소(帶素)가 왕에게,

“주몽이란 자는 신통하고 용맹한 장사여서 눈초리가 비상하니 만일 일찍 도모하지 않으면 반드시 후환이 있을 것입니다.”

하였다.

王令往牧馬(왕령왕목마) 왕이 가서 말을 기르게 하니
欲以試厥志(욕이시궐지) 그 뜻을 시험하고자 함이었다.
自思天之孫(자사천지손) 스스로 생각하니 천제의 손자가 
厮牧良可耻(시목량가치)  천하게 말 기르는 것 참으로 부끄러워
捫心常竊導(문심상절도) 가슴을 어루만지며 항상 혼자 탄식하기를
吾生不如死(오생불여사) 사는 것이 죽는 것만 못하다
意將往南土(의장왕남토) 마음 같아서는 장차 남쪽 땅에 가서
立國立城市(입국입성시) 나라도 세우고 성시도 세우고자 하나
爲緣慈母在(위연자모재) 사랑하는 어머니가 계시기 때문에
離別誠未易(이별성미역) 이별이 참으로 쉽지 않구나

 왕이 주몽에게 말을 기르게 하여 그 뜻을 시험하였다. 주몽이 마음으로 한을 품고 어머니에게,

“나는 천제의 손자인데 남을 위하여 말을 기르니 사는 것이 죽는 것만 못합니다. 남쪽 땅에 가서 나라를 세우려 하나 어머니가 계셔서 마음대로 못합니다.”

하였다.

其母聞此言(기모문차언) 그 어머니 이 말 듣고
潛然抆淸淚(잠연문청루) 흐르는 눈물 씻으며
汝幸勿爲念(여행물위념) 너는 내 생각하지 말라
我亦常痛痞(아역상통비) 나도 항상 마음 아프다
士之涉長途(사지섭장도) 장사가 먼 길을 가려면
須必憑騄駬(수필빙록이) 반드시 준마가 있어야 한다며
相將往馬閑(상장왕마한) 아들을 데리고 마구간에 가서
卽以長鞭捶(즉이장편추) 곧 긴 채찍으로 말을 때리니
群馬皆突走( 군마개돌주) 여러 말은 모두 달아나는데
一馬幸色斐(일마행색비) 붉은 빛이 얼룩진 한 말이 있어
跳過二丈欄(도과이장란) 두 길 되는 난간을 뛰어 넘으니
始覺是駿驥(시각시준기) 이것이 준마인 줄 비로소 깨달았다
潛以針刺舌(잠이침자설) 남모르게 바늘을 혀에 꽂으니
酸痛不受飼(산통불수사) 시고 아파 먹지 못하네
不日形甚癯(불일형심구) 며칠 못 되어 형상이 심히 야위어
却與駑駘似(각여노태사) 나쁜 말과 다름없었다.
爾後王巡觀(이후왕순관) 그 뒤에 왕이 돌아보고
予馬此卽是(여마차즉시) 바로 이 말을 주었다.
得之始抽針(득지시추침) 얻고 나서 비로소 바늘을 뽑고
日夜屢加餧(일야루가위) 밤낮으로 도로 먹었다

 그 어머니가,

“이것은 내가 밤낮으로 고심하던 일이다. 내가 들으니 장사가 먼 길을 가려면 반드시 준마가 있어야 한다. 내가 말을 고를 수 있다.”

하고, 드디어 목마장으로 가서 긴 채찍으로 어지럽게 때리니 여러 말이 모두 놀라 달아나는데 한 마리 붉은 말이 두 길이나 되는 난간을 뛰어넘었다. 주몽은 이 말이 준마임을 알고 가만히 혀 밑에 바늘을 꽂아 놓았다. 그 말은 혀가 아파서 물과 풀을 먹지 못하여 심히 야위었다. 왕이 목마장을 순시하며 여러 말이 모두 살찐 것을 보고 크게 기뻐서 야윈 말을 주몽에게 주었다. 주몽이 이 말을 얻고 나서 그 바늘을 뽑고 도로 먹였다 한다.

暗結三賢友(암결삼현우) 가만히 세 어진 벗을 맺으니
其人共多智(기인공다지) 그 사람들 모두 지혜가 많았다
南行至淹滯(남행지엄체) 남쪽으로 행하여 엄체수에 이르러
欲渡無舟艤(욕도무주의) 건너려 하여도 배가 없었다

 건너려 하나 배는 없고 쫓는 군사가 곧 이를 것을 두려워 하여 채찍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개연히 탄식하기를,

 “나는 천제의 손자요 하백의 외손인데 지금 난을 피하여 여기에 이르렀으니 황천(皇天)과 후토(后土)는 나 고자(孤子)를 불쌍히 여기시어 속히 배와 다리를 주소서.”

하고, 말을 마치고 활로 물을 치니 고기와 자라가 나와 다리를 이루어 주몽이 건넜는데 한참 뒤에 쫓는 군사가 이르렀다.

秉策指彼蒼(병책지피창) 채찍을 잡고 저 하늘을 가리키며
慨然發長喟(개연발장위) 개연히 긴 탄식을 발한다
天孫河伯甥(천손하백생) 천제의 손자 하백의 외손이
避難至於此(피난지어차) 난을 피하여 이곳에 이르렀소
哀哀孤子心(애애고자심) 불쌍한 고자의 마음을
天地其忍棄(천지기인기) 황천 후토가 차마 버리시리까
操弓打河水(조궁타하수) 활을 잡아 하수를 치니
魚鼈騈首尾(어별병수미) 고기와 자라가 머리와 꼬리를 나란히 하여
屹然成橋梯(흘연성교제) 높직이 다리를 이루어
始乃得渡矣(시내득도의) 비로소 건널 수 있었다
俄爾追兵至(아이추병지) 조금 뒤에 쫓는 군사 이르러
上橋橋旋圮(상교교선비) 다리에 오르니 다리가 곧 무너졌다


 쫓는 군사가 하수에 이르니 고기와 자라가 이룬 다리가 곧 허물어져 이미 다리에 오른 자는 모두 빠져 죽었다.

雙鳩含麥飛(쌍구함맥비) 한 쌍의 비둘기 보리 물고 날아
來作神母使(내작신모사) 신모의 사자가 되어 왔다

 주몽이 이별할 때 차마 떠나지 못하니 어머니가 말하기를,

 “너는 어미 때문에 걱정하지 말라.”

하고 오곡 종자를 싸주어 보내었다. 주몽이 살아서 이별하는 마음이 애절하여 보리 종자를 잊어버리고 왔다. 주몽이 큰 나무 밑에서 쉬는데 비둘기 한 쌍이 날아왔다. 주몽이, 

 “아마도 신모(神母)께서 보리 종자를 보내신 것이리라.”

하고, 활을 쏘아 한 화살에 모두 떨어뜨려 목구멍을 벌려 보리 종자를 얻고 나서 물을 뿜으니 비둘기가 다시 소생하여 날아갔다고 한다.

形勝開王都(형승개왕도) 형세 좋은 땅에 왕도를 개설하니
山川鬱嶵巋(산천울죄규) 산천이 울창하고 높고 컸다
自坐苐蕝上(자좌제절상) 스스로 띠자리 위에 앉아서
略定君臣位(약정군신위) 대강 군신의 위치를 정하였다.

    (후략)
<동국이상국집, 이식 옮김>


  줄거리 요약 
 우선 중국 역대 제왕 들의 기이한 출생과 많은 신령스런 일들이 기술된 후 다음의 이야기가 이어지게 된다.

 천제(天帝)의 아들인 해모수(解慕漱)가 오룡거(五龍車)를 타고 하늘로부터 내려와서 부여(夫餘)의 왕 금와(金蛙)의 옛 서울을 빼앗아 나라를 세운 뒤, 낮에는 인간 세상 웅심산(熊心山)에서 나라를 다스리고 저녁이면 하늘의 궁전으로 돌아간다. 

 하루는, 청하(靑河 - 지금의 압록강)에서 놀고 있는 유화(柳花), 훤화(萱花), 위화(葦花)의 세 미녀를 발견하고 후계자를 얻을 뜻이 있어 심묘한 계책으로 세 여인을 말채찍으로 도술을 부려 즉시 만든 구리[銅] 궁궐에 초대하여 연회를 열었다. 세 여자가 술에 취하자 마침내 문을 잠그고 세 여인을 사로잡으려다가 결국 장녀 유화 하나만을 붙잡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정식으로 통혼하지 않고 무단히 딸을 겁탈하는 해모수(解慕漱)를 옳지 않게 여긴 유화의 아버지이며 물의 신(神)인 하백(河伯)은 크게 노하였다. 그는 사신을 보내 천제의 아들로서 실례를 범한 해모수를 크게 꾸짖었다. 해모수가 부끄러워 방에 들지 못하고 유화를 놓아 보내고자 하였는데, 유화가 정이 들어 차마 떠나지 못하고 해모수와 함께 하백의 나라에 갔다. 

 하백은 도술(道術)로써 해모수에게 시합을 신청했다. 두 영웅은 물 속에서 동물로 변하여 용감히 싸운 결과, 세 번 모두 승리는 해모수에게 돌아갔다. 해모수의 신분을 확인하자, 두 영웅은 성혼(成婚)을 시키기로 하고 연회를 열고 서로 마주 앉았다. 

 연회가 끝난후 해모수는 술에 취하여 유화와 함께 작은 가죽부대에 넣어져 용거(龍車)를 타고 하늘로 오르게 되었는데, 이는 딸을 해모수가 거두지 않을까하여 하백이 꾸민 일이었다. 그 용거가 미쳐 수궁(水宮)을 빠져나가지 못하여 해모수는 술에서 깨게 되고  유화의 황금비녀로 가죽부대를 뚫고 그 구멍으로 혼자만 하늘로 올랐다. 

 크게 분노한 하백에게 가문을 더렵혔다는 질책을 받은 후, 유화는 아버지의 분노로 입술을 석 자나 늘이운 채, 우발수(優渤水- 태백산 남쪽에 있는 연못)에 버림을 받게 되었다. 마침 사냥 나왔던 동부여의 금와(金蛙)왕에게 어부가 고기를 도둑 맞은 사실을 고하자 보통 그물로는 실패를 하고, 쇠그물로 유화를 잡아 올렸다. 유화가 입술이 길어 말을 못하자 입술을 세 번 잘라 말을 하게 하였다. 유화가 해모수(解慕漱)의 비(妃)라고 하자 데려다가 별궁에 유폐 보호하였다. 

 별궁에 갇혀 있는 유화는 햇빛을 받아 잉태하였다. 그리고는 왼쪽 옆구리에서 알을 낳았다. 금와(金蛙)왕은 부정스럽다고 목장에 또는 깊은 산중(山中)에 버렸더니 뭇말이 밟지 않고 온갖 짐승이 옹위하였다. 왕은 그 신이(神異)에 감동하여 다시 유화에게 보내서 결국 주몽(朱蒙)이 태어나게 된 것이다. 주몽은 활의 명수이기 때문에 그렇게 이름지었다고 한다. 

 현명하고 용감한 주몽은 금와왕의 일곱 아들과 사냥을 나가도 항상 더 많이 잡았다. 왕의 아들들이 질투를 하자 왕은 그에게 말을 기르도록 하였다. 유화가 주몽에게 말을 고르는 법을 가르쳐 주자, 주몽은 좋은 말의 혀에 침을 박아 여위게 하였고, 금와왕은 주몽에게 그 말을 주었다. 결국은 아들들의 질투를 피하여 어머니를 그 땅에 두고 망명의 길에 오른다. 
세 벗 오이(烏伊), 마리(痲離), 협부를 데리고 압록강까지 도망했으나 강에 배가 없어서 건널 수가 없었다. 그러나 탄식하며 활로 물을 치자  물고기와 자라 떼들이 다리를 놓아서 쉽게 건너게 되었다. 주몽은 떠나기 전에 어머니가 준 오곡종자(五穀種子)를 급한 가운데 잊고 왔으나, 큰 나무 아래에서 쉬는 중에 유화가 보낸 비둘기 두 마리가 날아오자 활로 잡아 배속에서 종자를 꺼낸 후 물을 뿌려 새를 살려 보낸다. 

 졸본천(卒本川)에 이르러 비류수 상류에 움막을 짓고, 서울을 삼고, 자기는 왕이 되고 모든 신하의 자리를 정하여 신흥국가를 건설했으니 이것이 고구려 왕국인 것이다. 그런데, 지각이 없는 비류국(沸流國)의 왕인 송양(松讓)이 선인의 유계임을 자랑하며 동명성왕(東明聖王)에게 항복하기를 강요했다. 이에 두 영웅은 또 결투를 하여, 동명왕이 이겼다. 이 때 주몽은 그의 궁전에 낡은 기둥을 세움으로써 그의 왕국이 오래된 것인양 꾸며서 비류왕을 속이기도 한다. 

 마침내 송양은 나라를 바쳐 항복하였고, 고구려는 국가의 위엄을 상징하는 대궁궐을 천인(天人)의 도움으로 7일간 산에 구름이 끼고 소리가 들린 후에 낙성하고, 동명왕은 나이 40에 졸(卒)하여 승천하였다. 

 동명성왕의 원자(元子)인 유리가 아비 없는 설움으로 부여에서 천대를 받다가 어머니를 홀로 두고 아버지의 유물인 부러진 칼을 가지고 고구려로 찾아왔다. 부자(父子)의 기적적인 해후로 유리는 고구려 제2대왕이 되었다.


  핵심정리
* 갈래: 장편 영웅 서사시
* 성격: 교훈적
* 짜임: 서장, 본장, 종장의 3부
* 주제: 영웅의 출생 과정


  이규보
 이규보(1168-1241)고려시대의 문인, 자는 춘경(春卿), 호는 백운거사(白雲居士), 지헌(止軒), 1189년 사마시, 이듬해 문과에 급제, 걸출한 시호(詩豪)로서 호탕 활달한 시풍으로 당대를 풍미했으며, 특히 벼슬에 임명될 때마다 감상을 적은 즉흥시로 유명했다. 처음에는 도연명의 영향을 받았으나 개성을 살려 독자적인 시격을 이룩했다. 시와 술, 거문고를 즐겨 삼혹호(三酷好) 선생이라 자칭했다. 저서로는 <동국이상국집>, <백운소설> 등이 있다.


  해설 1
 「동명왕편」은 5언(五言) 282구(句)로 된 영웅 서사시이다. 이규보가 26세 때(1193년) 고구려의 건국 신화인 주몽 신화를 노래한 것이다. 체재를 보면 앞에 서문이 있고 본문 속에는 부분부분 『구삼국사(舊三國史)』에 수록되어 있다는「동명왕 본기(本記)」의 신화를 옮겨 놓고 있다. 지금은 전하지 않는 구삼국사의 기록을 남기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 작품은 중요하다.

 이 작품은 주몽의 영웅적 행적과 위업을 찬미한 작품인 만큼 주몽 신화의 내용을 고스란히 받아들여서 그 갈등의 폭을 넓히고 주몽의 영웅적 포부․의지․지혜 등을 더욱 부각시켰다.


  해설 2
 이 글은 5언(五言)으로 이루어진 운문체(韻文體)로 서문과 상세한 주(註)가 포함되어 있다. 이것은 동명왕의 탄생 이전의 계보를 밝힌 서장(序章)과, 동명왕의 출생으로부터 건국의 성업을 묘사한 본장(本章)과, 그의 후계자 유리왕의 경력과 작자의 소감을 붙인 종장(終章)의 세 부분으로 되어 있다.

 이규보는 이 영웅 서사시 [동명왕]을 창작하게 된 동기를, 믿기 어려운 건국의 위업과 건국영웅의 신기한 사실을 후대에 전하려는 신앙에 가까운 사명감과, 더욱이 김부식이 '삼국사기'에서 이 사실을 너무나 간단히 처리했기 때문에 안타까운 심정에서였다고 적고 있다. 물론 그 밑바탕에는 당시 민중들에게 구전되어 오던 이 신화를 취재하여 우리의 민족적 우월성을 드높이고, 고려가 위대한 고구려를 계승하고 있다는 고려인의 자부심을 나타내려는 뜻도 깔려 있었을 것이다. 

 이 작품에서는 북방 대륙에서 남반도에 뻗치는 광활한 대지와 천상(天上), 해상(海上)의 삼계(三界)를 활동 무대로 영웅들이 투쟁을 벌인다. 주인공 동명왕을 등장시키기 위한 하백과 해모수의 대결, 동명왕과 부여국 금와왕의 왕자들과의 대결, 비류국 송양과의 대결, 후계자 유리의 시련 등 영웅들의 상호 갈등을 통해 사건이 발전해 간다. 즉, 하나의 갈등에서 새로운 양상의 갈등이 야기되고 거기서 또 하나의 갈등이 유도되는 것이다. 영웅들의 투쟁 방식은 힘과 힘, 꾀와 꾀, 신통력과 신통력의 대결이다. 영웅들의 강력한 투쟁을 통해 부족 사회적인 힘을 집결하여 고대 국가 고구려의 건국이라는 역사적 대업을 완수하는 과정이 이 작품을 통해 잘 드러나고 있다. 앞에서 이미 우리는 ‘삼국유사'와 ‘삼국사기'에 실린 [동명왕신화]를 읽어보았거니와, 오히려 이 [동명왕편]이 신화로서의 자료적 가치가 더 높은 것임을 알 수 있다.

 구조나 내용적인 측면에서 [동명왕신화]는 [단군신화]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수직관계로 하늘로부터 내려온 환웅처럼 해모수도 하늘 나라 천왕(天王)의 자격으로 역사적 시간 속에 들어 온다. 환웅이 임시로 변하여 웅녀를 임신시킨 것처럼 해모수도 유화와의 사이에서 동명왕을 낳고 이내 초월적 시간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역사적 시간 속에서 이야기는 시작되고 동명왕은 많은 시련을 겪은 후에 승천함으로써 신이 된다. 단군의 경우와 같은 것이다. 환인의 서자 환웅이 천제의 아들 해모수로, 웅녀는 하백의 딸 유화로, 그리고 단군은 주몽으로 옮겨져 있다. 단군신화에서 곰이 인간화하는 것처럼 유화도 인간화하게 된다. 유화의 본래 자질은 사람이 아니다. 하백의 딸로서 물고기였던 유화가 입술이 잘리움으로써 인간화하는 것이다. 동물이 인간으로 바뀌는 것은 단군신화와 같으면서 방법은 [혁거세신화]에서 알영이 부리를 떼이고 인간이 되는 것과 같다. 이것은 동명왕신화가 단군신화의 후기적 형태임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두 신화의 기틀은 유사하나 단군의 탄생이 천제의 아들과 웅녀의 신혼(神婚)으로 이루어진 데 비하여 동명왕은 유화가 낳은 알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두 신화의 다른 점이 있다. 또 단군신화는 순수한 천손강림(天孫降臨)의 형태를 지녔으나, 동명왕신화는 천손강림과 난생(卵生)의 두 요소를 함께 가지고 있다.  또 단군신화는 투쟁이나 갈등이 전혀 없는 조화로운 세계인데 비해 동명왕신화는 투쟁과 갈등의 세계이다. 한편 우리는 단군신화에서 나타난 웅녀(熊女)의 흔적이 유화가 해모수와 정을 통한 곳- 웅신산(熊心山)- 으로 잔존하고 있는 점, 해가 비추어 잉태된 동명왕이 그 이름에서 '해가 뜨는 곳- 동명(東明)'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참고적으로 이 글의 서두에서 이규보가 영웅 서사시 [동명왕]을 기술하게 된 동기가 김부식이 '삼국사기'에서 너무 소략하게 기술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그 차이는 다음과 같다. 주로 '삼국사기'의 내용이 누락이 많은데, 해모수가 하늘로부터 하강하는 장면, 해모수와 세 미녀가 수작하는 장면, 해모수와 하백의 시합, 해모수와 하백의 잔치, 해모수가 유화를 버리는 장면, 천인들이 궁궐을 지어주는 장면 등등 여러 개가 빠져있다. 한편, '삼국사기'에 있는 내용으로 [동명왕]에 없는 것은 동명왕이 졸본 부여왕의 딸을  아내로 삼는 것 등이 있다. 


  소재의 상징성
 우리는 이 신화에 등장하는 몇 가지의 소재에 대하여 관심을 가져야 하겠다. 우선 해와 알(卵)과 활의 의미이다. 햇빛이 유화의 몸을 비추어 잉태한 것은 하늘과의 연관이 지속되었음을 의미하며, 그 결과 알을 낳는데  알은 세계를 상징한다. 세계가 깨뜨려져서 하나의 새로운 질서를 세우게 되는 것이다. 그 알을 새나 짐승이 보호한다는 것은 신성한 존재임을 인정하는 것의 제유적 표현이며, 활과 화살은 바로 제왕의 상징이다. 화살은 햇살과 같은 의미로 활을 잘 쏜다는 것은 해를 거느려 제압하는  존재, 곧 왕인 것이다. 서양이나 동양이나 화살은 천상과 지상을 연결하는 매개체로서 상징되어 내려오는 방향에서는 번개나 햇살, 빗줄기처럼 신의 권능을 의미했었다. 또 활은 달의 형태로 풍요, 강함, 생명력 등을, 화살은 형태와 내쏘는 기능에서 남성을 상징하기도 했었다.  따라서 햇빛과 알, 그리고 활은 새로운 질서를 세우는 영웅의 탄생을 예고하는 상징성을 가지는 것이다. 한편 말(馬)이 주몽과 상당히 밀착된 관계에서 등장하고 있음은 유목 민족적인 일면을 드러내는 것이라 여겨진다.


  심화연구
* 영웅의 일생: 주몽 신화는 물론 동명왕편도 영웅의 일생이라는 구조로 되어 있다. 영웅의 일생은 “(1)고귀한 혈통을 가지고 태어난다. (2)비정상적인 출생을 한다. (3)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4)기아(棄兒)로 고생한다. (5)양육자의 도움으로 위기를 벗어난다. (6)성장 후 다시 위기를 맞는다. (7)위기를 투쟁으로 극복하고 승리한다.”는 7단락으로 되어 있다. 조선 후기의 영웅소설도 이 구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 작품 창작의 동기와 시대적 배경: 「동명왕편」은 서문에서 “처음 동명왕의 설화는 귀신과 환상으로 여겼으나 연구를 거듭한 결과 귀신이 아니라 신(神)이라는 것을 깨달았으며, 이것을 시로 쓰고 세상에 펴서 우리나라가 원래 성인지도(聖人之都)임을 널리 알리고자 한다.”고 저작 동기를 적고 있다. 당시 고려는 몽고의 침략에 맞선 전민족적 항쟁의 시기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규보는 동명왕의 영웅적인 행적을 재인식하여 노래함으로써 민족적 일체감, 긍지, 투쟁 정신을 고취하고자 하는 사회적 의미를 실은 것이다.
* 주몽의 탄생과 신화성(神話性): 주몽의 탄생 설화에서 햇빛이 유화의 몸을 쫓아가며 비춘 것은 하늘과의 연관이 지속되었음을 의미하며, 그 결과 알을 낳는데 이 때의 알은 ‘세계’를 상징한다. 세계는 깨뜨려져서 하나의 새로운 질서를 창조하는데, 그 창조자가 바로 동명왕인 것이다. 그 알을 새나 짐승이 보호하는 것은 신성한 존재임을 부각시키고, 주몽의 활과 화살은 바로 제왕의 상징이 된다. 화살은 ‘햇살’과 같은 의미로, 활을 잘 쏜다는 것은 해를 통어하는 존재, 즉 왕을 의미한다.
*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 고려 고종 때의 문인 이규보의 문집. 전집 41권, 후집 12권의 53권. 이 책은 이규보의 뛰어난 시와 기(記), 서(書), 사(詞) 등의 문학 작품이 수록된 귀중한 문헌일 뿐만 아니라, 사료로서도 중요한 자료들이 실려 있다. 고려 고종 28년(1241)에 아들 이함이 간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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