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동적 추론 , 통증과 감정 원인 같다, 셜록 홈즈 추리, 가설적 추론(hypothetical inference), 가추(abduction)
추론의 기본 논리 구조는 연역이나 귀납이 아니라 가추
셜록 홈즈가 여러 가지 단서에 대해 멋지게 "추리"하여 범인을 찾아낼 때 사용하는 논리 구조가 가설적 추론(hypothetical inference)
셜록 홈즈 이상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결론에 도달하는 능동적 추론의 과정이 곧 인간 뇌의 기본적 작동 방식
이러한 능동적 추론 과정에 이상이 생길 때 만성통증이나 감정조절 장애에 시달리게 된다.
능동적 추론 이론을 통해서 우리는 감정과 통증이 왜 본질적으로 같은 것인가를 이해할 수 있게 되고, 나아가 그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다.
뇌가 내적모델을 바탕으로 ‘추론’한다는 것은 뇌가 외부자극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거울과 같은 존재가 아니라는 뜻이다. 오히려 외부자극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조작하여 재생산해낸다. 이러한 의미부여 과정의 기본적인 논리 구조가 바로 찰스 샌더스 퍼스가 말하는 ‘가설적 추론(hypothetical inference)’ 혹은 ‘가추(abduction)’이다.
붉은색의 부드러운 꽃잎을 가진 꽃 한 송이를 보며 ‘장미꽃’이라고 지각하는 과정에도 가추가 필요하며, 꽃을 ‘꽃’이라 지각하는 것이나 혹은 붉은색을 ‘붉은색’이라 지각하는 과정에도 가추가 필요하다. 가추는 기존의 지식(과거의 경험으로부터 주어진 원칙들)과 주어진 자극에 따라서 ‘아, 이것은 붉은색이겠구나’라고 적극적으로 추론하는 것이다. 확률론적으로 말하자면 일종의 ‘베이지안 추론(Bayesian inference)’이다. 베이지안 추론은 추론하고자 하는 사건의 확률적 사전정보와 추가로 주어지는 정보를 종합해서 특정 사건이 발생할 사후 확률의 분포를 추정하는 것이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보고 듣는 것은 뇌가 무엇인가를 적극적으로 끊임없이 예측하고 추론한 결과다. 셜록 홈스가 범죄 현장의 ‘단서’를 기호로 파악하고 그것의 의미를 해석해서 범인을 추리해내는 것도 가추이고, 누군가 장미꽃의 형태와 색을 보고 그것을 장미꽃이라고 지각하는 것도 가추이며, 나아가 장미꽃이 ‘열정적 사랑’을 표현한다고 해석하는 것도 가추다. 모리스 메를로-퐁티(Maurice Merleau-Ponty)가 강조하는 것처럼 ‘지각’은 수동적 받아들임이라기보다는 능동적이고도 적극적인 행위다
‘특정 내부감각이 주어졌을 때 그것이 통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예측[=p(pain | sensation)]’과 ‘특정 통증이 주어졌을 때 그에 따라 특정 감각을 느끼게 되리라는 가능성[=p(sensation | pain)]’ 사이에 상당한 정도의 불일치가 생길 때 만성통증 등의 지속적인 신체 증상이 발생한다.
이럴 때 환자의 신경시스템은 해롭지 않거나 아무 의미가 없는 자극도 통증의 결과로 해석한다. 무의미한 소음에 불과한 내부감각 신호를 무시하는 능력을 상실한 상태인 것이다. 다시 말해서 소음에 불과한 내부감각 신호의 볼륨 크기를 ‘줄이는(attenuate)’ 능력의 상실 혹은 ‘주의력 재분산(redeployment of attention)’ 능력의 상실이 곧 만성통증의 원인이다. 따라서 만성통증이나 감정조절장애 등의 신체 증상은 ‘행위와 주의에 대한 선택의 메커니즘’ 오류라는 관점에서 살펴봐야만 하는 것이다.
몸이 아프든 마음이 아프든 통증은 그야말로 ‘전체로서의 한 인간의 전반적인 기능’과 관련된 문제이므로 만성통증 역시 환자의 몸과 마음의 작동방식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만 정확한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 봄의 관점에서 보자면 만성통증이야말로 인간의 몸과 의식에 내향적으로 펼쳐지는 내재적 질서이며, 소마-시그니피컨스와 기호-소마의 대표적인 현상이다. 특히 만성통증은 내부감각 신호에 대한 처리 과정의 오류이므로 내부감각 자각 훈련이 통증 완화와 정서 안정에 큰 효과가 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