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용 과학 Applied Science/뇌과학 Brain science

뇌, 생각의 출현

Jobs 9 2022. 6. 30.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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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생각의 출현』은 38억 년이라는 시간과 우주라는 공간으로 우리의 지식과 세계관을 확장시킨다. 이 책은 인간을 넘고 지구를 벗어나 우주와 생명의 탄생 그리고 생각의 출현에 이르는 거시적 체계를 탐사하는데, 38억 년의 시공간을 넘나들며 펼치는 그의 사유는 자연과학의 역사를 ‘생명, 세포’의 관점으로 들여다보고 있어 우리의 우주 개념을 다른 차원으로 업그레이드시키는 거대한 지식 세계를 알려준다.  

또한 미시적으로는 ‘생각’, ‘의식’이 우리 뇌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작동하는지를 현미경처럼 자세하게 관찰하고 서술하고 있다. 즉, 어류, 조류, 양서류, 포유류, 영장류, 그리고 호모사피엔스에 이르는 뇌의 발생과 진화, 그리고 인간 뇌의 진화과정 속에서 감정, 기억, 생각, 창의력 등이 어떻게 출현하게 되는지를 살피고 있다. 박문호 박사의 『뇌, 생각의 출현』은 이러한 자연과학적 지식과 인문적 지식이 한데 어우러져진 새로운 세계상을 열어주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을 넘어, 지구를 넘어 우주 현상으로서 생명과 생각의 출현을 탐사하다
― 『뇌, 생각의 출현』의 특징 1

박문호 박사는 우주, 천문 현상으로서 ‘생명’을 이야기하면서 이 책의 첫발을 내딛는다. 그는 생명 탄생에서 의식의 출현까지를 다루는데, 그것은 생각의 출현을 우주 현상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주에서 출발한다. 우주 속에 있는 모든 것은 자연의 현상이다. 그리고 척추동물이 등장하는 3억 년 정도의 진화 흐름을 서술하면서 최초의 생명체가 나온 38억 년 전 시아노박테리아가 이야기를 꺼낸다. 여기서 조금 더 밀고 들어가 시아노박테리아 같은 단세포부터 살펴볼 것을 제안한다.
이 책은 생각의 출현에 앞서 우주의 관점에서 본 시공에 관한 문제들,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물질세계를 먼저 거론하며, 대칭의 세계가 있었고, 대칭이 자발적으로 붕괴하면서 우주의 네 가지 힘(중력, 강한 상호작용, 약한 상호작용, 전자기 상호작용. 입자물리학에서는 이것을 자발적 대칭 파괴라고 한다)이 상호작용하여 ‘일어남의 세계’가 출현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박문호 박사는 이런 관점에서 의식이라는 놀라운 생명 현상의 근원을 향해 추적한다. 호모사피엔스, 영장류, 척추동물, 다세포동물, 진핵세포, 원핵세포, 광합성 세균, DNA, ATP 합성효소, 성간물질, 분자의 세계, 원자의 세계, 쿼크, 우주의 네 가지 힘, 대칭성의 자발적 붕괴, 그리고 최종적으로 마침내 이 모든 것을 출현시킨 아무것도 구별되지 않은 비존재 같은 대칭을 마주하게 됨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뇌,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뇌, 생각의 출현』의 특징 2

박문호 박사는 뇌의 본질적 기능이 환경에 적응하는 운동의 생성임을 누누이 강조한다. 이 운동을 통해 매순간 새로운 시간과 공간 감각이 생겨나고, 이 시공간 정보로 분류된 기억들이 행동을 계획하고 표출하여 우리는 환경에 적응하게 된다. 그는 이것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결합된다고 본다. 시공간의 곡률로서 규정되는 우주라는 무대와 무대 위 배우로서 규정되는 주체가 서로 다른 존재가 아니라는 점에서 말이다.
그는 과학과 인문이라는 두 문화의 심연을 메워줄 희망을 뇌 과학에서 찾았다. 뇌 과학이 던지는 메시지는 ‘이러면 이렇게 되고 저러면 저렇게 된다’이다. 뇌의 시스템이 어떻게 패턴 지어지느냐에 따라 우리의 행동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꾸준히 확인하여 습관화하면 우리의 사고는 변화한다는 것이 박문호 박사의 뇌 과학 공부의 결과이다. 이 책은 그 과정을 깊고 넓게 탐구한다.
우리의 뇌는 크게 세 영역으로 나뉜다. 앞은 운동, 뒤는 감각, 가운데 기억이다. 감각, 운동, 기억은 생명 현상을 떠받치는 세 개의 받침대이다. 생명체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은 존재 바깥에 있다. 모든 생명체가 피해 갈 수 없는 공통점이다. 생명 현상이 지속되려면 밖에 있는 것을 내 안으로 가져와야 하는데, 외부의 것을 내 안으로 가져오는 것이 감각 메커니즘과 운동 메커니즘이다.
뇌는 신체 내부와 주위 세계를 연결하고 중재한다. 외부 세계는 신체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의 근원이지만, 신체 내부의 욕구에 냉담하다. 뇌는 밖에 있는 것을 나에게로 가지고 오게 하는 것! 이것이 뇌의 본질적 기능이고, 그 기능의 핵심이 감각, 운동, 기억이다.

뇌와 감각, 생각이 인간을 움직이다
― 『뇌, 생각의 출현』의 특징 3

이 책의 3부에서는 우리의 뇌가 보고, 듣고, 느끼고, 감동하고, 웃고, 화내고, 운동하고, 꿈꾸고, 자아를 깨닫고, 창조적으로 생각하고, 예측하는 인간의 움직임은 곧 뇌의 움직임이고 곧 인간의 생각이라는 것을, 뇌와 시각, 뇌와 청각, 뇌와 감정 등 9개의 테마를 통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의식은 어디에서 왔을까? 척수-뇌간 시스템에 의해서 의식 상태가 정해지면, 시각이나 청각, 촉각, 체감각 피질에 의식의 내용이 채워진다. 이런 것들이 모여 그 위의 단계로 가서 느낌이나 기억과 연계해서 의식을 만들어낸다. 그러기에 의식을 알기 위해서는 각각의 개별 감각에 의해 형성된 환경에 대해 운동 출력으로 반응하는 전 과정을 이해해야 한다. 또한 사회가 복잡해지고 어려워질수록 비전을 제시하는 힘이 필요한데, 그 바탕에는 요동하는 복잡계가 아닌 목적 지향적인 복합계의 뇌 시스템이 있다. 복합계에서는 필연적으로 방향을 예측하고 그 방향을 향해 움직이는 동력이 작용하고 있다. 정확하게 예측할 뿐만 아니라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풍부한 감정, 느낌이 필요하다고 한다.

뇌와 학습, 생각이 확장되고 창조의 길로 나아가다
― 『뇌, 생각의 출현』의 특징 4

박문호 박사는 이 책에서 뇌의 구조, 뇌의 작용을 통해서 어떻게 의식, 생각, 느낌 등이 나타나는지를 때로는 넓게, 때로는 깊게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의식의 구조에서 바탕을 이루는 물리학, 특히 입자물리학의 세계도 들여다본다. 인간의 생각도 대칭과 대칭의 붕괴를 일으키며 계속 움직여간다는 것이다.
『뇌, 생각의 출현』에서 생각의 대칭과 대칭의 붕괴를 일으키는 가장 큰 원동력은 ‘학습’이라고 강조한다. 인간의 기억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절차 기억, 신념 기억 그리고 학습 기억이다. 절차 기억은 주로 대뇌기저핵의 일부인 선조체를 중심으로 일어나고, 얽념 기억은 공포에 ?응하는 편도체, 자율신경 호르몬의 반응 등이 매개가 되고, 학습 기억은 기억이 만들어지는 해마를 중심으로 해서 일어난다. 학습 기억은 10세 전후에 급격히 증가한다. 25세쯤 되면 절정에 이르고, 35세쯤 되면 안정적이다가 60세 이후에는 급격히 줄어든다.
학습을 하면 기억 시스템이 바뀐다. 유연한 사고를 가진 사람들의 기억은 학습 기억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집중적으로 학습하는 대학 시절 이후에는 학습 기억이 30%로 줄어들게 되면서 신념 기억이 60% 정도로 올라간다. 즉 나이 들어가면서 학습 부재형의 고지식한 인간이 되는 것이다. 자기가 알고 있는 몇 가지 고정된 신념 체계가 생각의 유연성을 가뾔막는 것이다. 신념 기억은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는 데 강력한 추진력을 주지만, 방향을 잘못 설정하면 다른 사람들과 충돌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신념 시스템끼리 충돌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보이는 일인데, 새로운 학문을 끊임없이 공부해야만 우리의 뇌는 학습 기억의 우세한 상태로 동작하여 유연하고 창의적인 인간이 된다는 것이다.
결국 생각의 출현으로 가는 길에는 융통성과 판단력, 비전이 탁월한 학습 주도형의 인간이 서 있는 것이다. 스스로 대칭을 깨뜨리고 다시 대칭으로 향하는 것이다. 우주 모델의 대칭이 깨어져서 나타난 것이 뇌, 의식의 출현인 것이다.

 

 

…… 우주의 네 가지 힘이 우주 초기의 완벽한 대칭, 완전한 대칭에서 분화되어 나왔고, 그중에서 우리 생명현상과 관련된 것은 전자기 상호작용이라고 했습니다. 분화되어 나온 힘들 간의 상호관계는 20세기 물리학이 충분히 밝혀놓았죠. 그 힘들로 인해 태양계와 지구의 시스템이 생겨났고 생명의 출현, 의식의 출현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여기서 사실 생명과 최초로 연계되는 것은 초신성 폭발이라는 현상입니다. 초신성이 폭발하면서 나온 강력한 엑스선이 태양계 안의 지구에서 생명체가 진화하는 데 DNA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죠.
그리고 현대 천문학은 초신성이 터졌을 때 형성된 많은 중금속들이 지구가 만들어지고 지구상에 생명이 출현하는 데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Supernova do it all.” 초신성이 다 했다는 겁니다. 초신성이 우리 태양계를 만들었고, 우리 지구를 만들었고, 어쩌면 지구상의 생명체가 진화해서 초신성이 무엇인지를 밝혀내려는 의식의 출현까지 가져왔다는 겁니다. 
--― 『뇌, 생각의 출현』 pp.48~49

…… 우리 뇌 활동의 95%는 의식되지 않습니다. 무의식 속에서 계산되죠. 의식 수준으로 올라오는 인식 작용은 5%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이 뇌를 10%밖에 사용하지 못했다는 말은 신빙성 없는 것이죠. 많은 자료를 가지고 그 설이 왜 상식화되었는지 역사적으로 추적해서 밝혀내어 반박하는 인터넷사이트도 있고, 뇌 과학적으로 봐도 별 의미 없는 이야기입니다.
의식되지 않는 뇌 활동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소뇌에서 하는 계산입니다. 근육의 신경섬유들이 매 순간 움직일 때마다 일어나는 위치감각이나 촉각 같은 여러 정보들, 뇌가 운동할 때 참고해야 할 정보를 철저하게 계산하여 소뇌에서 제공하는 거죠. 그리고 근육의 긴장도를 조절합니다. 우리가 굴곡진 지표면에서 신속하고 정교한 운동을 할 수 있는 것은 우리 몸 전체가 항상 지표면에 대해서 균형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연속적인 동작이 가능한 것도 놀라울 정도로 균형을 유지하는 소뇌가 바탕이 된 거죠. 
의식이, 생각이 뭐라고 했습니까. ‘진화적으로 내면화된 움직임’이라고 했죠. 진화적으로 내면화된 움직임이란 움직임으로 인해 다른 차원의 운동이 출현한 것입니다. 즉 상상 속의 움직임이 인간에게 발현된 겁니다. 이 상상 속의 움직임이 바로 우리의 사고 작용이죠.
--―『뇌, 생각의 출현』 pp.250~251

창의성 또는 창의력. 우리 시대의 주요 관심사죠. 교육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창의성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도대체 창의성이라는 게 뭘까요. 우리는 이 창의성을 넓은 시야로, 그리고 변화하는 환경에 대한 생물학적 적응 반응의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 감정과 기억은 거의 대부분 동일한 회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감정과 기억은 서로를 강화해주며, 어떤 감정은 기억 인출에 도움을 주죠. 감정이 풍부한 사람이 기억력이 탁월한 것입니다. 그리고 기억력이 훌륭한 사람은 좋은 학습자가 되죠.
느낌의 차원, 의식의 차원에서는 뇌 전체에 있는 기억 정보들을 사용합니다. 느낌에 와서야 비로소 발현되는 의식 상태가 강력한 이유가 뭐죠? 그렇죠. 뇌 전체 기능의 5%밖에 안 되는 의식 상태라는 뇌의 상태가 불확실한 입력이 초래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거의 기억을 다양하고 새롭게 연결하여 상상과 추론을 한 결과 새롭고 독특한 출력을 만들어내기 때문이죠. 그런 뇌의 능력을 바로 창의성이라 하는 겁니다. 새롭고 독특한 출력이 바로 창의성과 동의어인 거죠.
상상과 추론이 뭡니까. 느낌에 의해 작동되는 의식의 수준이 되면 지금 입력된 문제와 대뇌피질의 여러 격위에 저장된 기억을 연결하여 미래를 예측하는 거죠. 결국 의식 단계에서 과거와 현재, 미래를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가능해지는 겁니다. 과거와 지금 들어온 현재와 추론의 미래가 한 마음의 상태에서 동시에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불확실한 입력에 대처할 수 있는 거죠.
--―『뇌, 생각의 출현』 pp.393~402

100명에 한두 명 있을까 말까 한 특이한 형태가 학습 주도형입니다.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도 적극적으로 학습하는 사람들입니다. 대부분 독서를 통해서 배우죠. 오픈 시스템을 향해 살고 있는 이 사람들의 학습 기억은 가파르게 올라갑니다. 융통성과 판단력, 비전이 탁월해지죠. 학습 주도형의 사람에서는 신념 기억이 균형 잡힌 지식의 힘으로 제어되어 그 맹목성이 올바른 방향의 추진력이 되는 순기능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융통성, 판단력, 비전이 탁월한 학습 주도형 인간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첫째, 지식의 수준을 높여야 합니다. 베이스캠프가 낮으면 산 정상에 도달하는 게 더 힘들죠. 집요한 학습으로 지식의 총량이 많아지면, 즉 판단력의 기준 바탕이 높아지면 삶의 예측은 더 정확해집니다.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야 합니다. 뇌를 이해하기 위해서 물질 시스템과 시공 모두를 설명하는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으로까지 이해의 영역을 넓혀야 하죠. 
둘째, 질문을 품어서 성장시켜야 합니다. 질문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죠. 예부터 선사들이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도를 깨치기 위해서는 의심 덩어리가 커야 하고, 강렬한 내적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의심 덩어리를 함부로 노출한다든지 간단히 해결했을 때는 공부, 학습의 동력을 잃어버립니다. 그런 질문은 만들기도 어려우며, 한번 얻는 질문은 적어도 5년, 10년 이상 내적으로 질문의 강도를 높여서 학습의 추진력으로 삼아야 합니다. 질문의 힘으로 대상을 보기 시작하면 결국 그 질문이 스스로 답을 찾죠. …… 학습의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자연과학 대 인문과학의 비율을 7 대 3 정도로 만들어야 합니다.
목표량이 중요합니다. 임계치를 넘어서면 양은 질로 바뀝니다. 그 임계치를 책으로 치면 2천 권 정도 될 것입니다. 2천 권 정도 집요하게 읽다 보면 정보가 서로 링크되면서 정보들 사이에서 변화가 일어납니다. 양이 질로 바뀌는 거죠.
--―『뇌, 생각의 출현』 pp.479~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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