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국어/고전문학

고시(古詩), 정약용(丁若鏞)

Jobs 9 2021. 4. 26.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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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古詩)
                    정약용(丁若鏞)

제비 한 마리 처음 날아와
지지배배 그 소리 그치지 않네

말하는 뜻 분명히 알 수 없지만
집 없는 서러움을 호소하는 듯

“느릅나무 홰나무 묵어 구멍 많은데
어찌하여 그 곳에 깃들지 않니?”

제비 다시 지저귀며
사람에게 말하듯

“느릅나무 구멍은 황새가 쪼고
홰나무 구멍은 뱀이 와서 뒤진다오.”
                    <송재소 옮김>

燕子初來時(연자초래시)
喃喃語不休(남남어불휴)
語意雖未明(어의수미명)
似訴無家愁(사소무가수)
楡槐老多冗(유괴로다용)
何不此淹留(하불차엄유)
燕子復喃喃(연자복남남)
似與人語酬(사여인어수)
楡冗款來啄(유용관래탁)
槐冗蛇來搜(괴용사래수)


 정약용
본관 나주(羅州). 자 미용(美鏞) ․송보(頌甫). 초자 귀농(歸農). 호 다산(茶山) ․삼미(三眉) ․여유당(與猶堂) ․사암(俟菴) ․자하도인(紫霞道人) ․탁옹(襲翁) ․태수(苔戒) ․문암일인(門巖逸人) ․철마산초(鐵馬山樵). 가톨릭 세례명 요안. 시호 문도(文度). 광주(廣州) 출생. 

1776년(정조 즉위)남인 시파가 등용될 때 호조좌랑(戶曹佐郞)에 임명된 아버지를 따라 상경, 이듬해 이가환(李家煥) 및 이승훈(李昇薰)을 통해 이익(李瀷)의 유고를 얻어보고 그 학문에 감동되었다. 1783년 회시에 합격, 경의진사(經義進土)가 되어 어전에서 《중용》을 강의하고, 1784년 이벽(李蘗)에게서 서학(西學)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책자를 본 후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였다. 1789년 식년문과에 갑과로 급제하고 가주서(假注書)를 거쳐 검열(檢閱)이 되었으나, 가톨릭교인이라 하여 같은 남인인 공서파(功西派)의 탄핵을 받고 해미(海美)에 유배되었다. 10일 만에 풀려나와 지평(持平)으로 등용되고 1792년 수찬으로 있으면서 서양식 축성법을 기초로 한 성제(城制)와 기중가설(起重架說)을 지어 올려 축조 중인 수원성(水原城) 수축에 기여하였다. 

1794년 경기도 암행어사로 나가 연천현감 서용보(徐龍輔)를 파직시키는 등 크게 활약하였다. 이듬해 병조참의로 있을 때 주문모(周文謨)사건에 둘째 형 약전(若銓)과 함께 연루되어 금정도찰방(金井道察訪)으로 좌천되었다가 규장각의 부사직(副司直)을 맡고 97년 승지에 올랐으나 모함을 받자 자명소(自明疏)를 올려 사의를 표명하였다. 그 후 곡산부사(谷山府使)로 있으면서 치적을 올렸고, 1799년 다시 병조참의가 되었으나 다시 모함을 받아 사직하였다. 그를 아끼던 정조가 세상을 떠나자 1801년(순조 1) 신유교난(辛酉敎難) 때 장기(長寅)에 유배, 뒤에 황사영 백서사건(黃嗣永帛書事件)에 연루되어 강진(康津)으로 이배되었다. 

그 곳 다산(茶山) 기슭에 있는 윤박(尹博)의 산정을 중심으로 유배에서 풀려날 때까지 18년간 학문에 몰두, 정치기구의 전면적 개혁과 지방행정의 쇄신, 농민의 토지균점과 노동력에 의거한 수확의 공평한 분배, 노비제의 폐기 등을 주장하였다. 이러한 학문체계는 유형원(柳馨遠)과 이익을 잇는 실학의 중농주의적 학풍을 계승한 것이며, 또한 박지원(朴趾源)을 대표로 하는 북학파(北學派)의 기술도입론을 받아들여 실학을 집대성한 것이었다.

어릴 때부터 시재(詩才)에 뛰어나 사실적이며 애국적인 많은 작품을 남겼고, 한국의 역사 ․지리 등에도 특별한 관심을 보여 주체적 사관을 제시했으며, 합리주의적 과학정신은 서학을 통해 서양의 과학지식을 도입하기에 이르렀다. 1910년(융희 4) 규장각제학(提學)에 추증되었고, 1959년 정다산기념사업회에 의해 마현(馬峴) 묘전(墓前)에 비가 건립되었다. 저서에 《정다산전서(丁茶山全書)》가 있고, 그 속에 《목민심서(牧民心書)》 《경세유표(經世遺表)》 《흠흠신서(欽欽新書)》 《마과회통(麻科會通)》 《모시강의(毛詩講義)》 《매씨서평(梅氏書平)》 《상서고훈(尙書古訓)》 《상서지원록(尙書知遠錄)》 《상례사전(喪禮四箋)》 《사례가식(四禮家式)》 《악서고존(樂書孤存)》 《주역심전(周易心箋)》 《역학제언(易學諸言)》 《춘추고징(春秋考徵)》 《논어고금주(論語古今注)》 《맹자요의(孟子要義)》 등이 실려 있다.


  해설 
 이 시는 다산의 고시(古詩) 27수 중의 하나로서, 지배층의 횡포와 피지배층의 서러움을 우화적으로 노래한 한시이다.

 황새와 제비, 뱀과 제비를 대립시킴으로, 황새나 뱀에 가탁된 지배층의 횡포와 제비에 가탁된 일반 민중의 서러움을 나타내고 있다.

 이 시의 구성은, 첫째 연에서는 그치지 않는 제비의 울음소리, 둘째 연에서는 제비의 소리가 가난한 서러움을 호소하는 것으로, 셋째 연에서는 제비가 느릅나무․홰나무 구멍에 들지 않은 모습, 넷째 연에서는 사람에게 말하는 듯한 제비의 소리, 다섯째 연에서는 느릅나무․홰나무 구멍을 뱀이 뒤진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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