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자(高分子), 폴리머(polymer)
엄밀히는 분자량이 낮은 분자인 단위체(monomer)가 공유결합으로 수없이 많이 연결되어 이루어진 높은 분자량의 분자인 폴리머(polymer)를 말한다. 따라서 화학 물질 중 접두사에 poly-가 있는 단어가 있다면 그 물질은 높은 확률로 고분자 물질이다.
그러나 보통 매우 높은 분자량을 가진 분자를 고분자라 부르는 경우가 많다. 주로 분자량이 1만 이상인 분자를 통칭하며, 영어로는 macromolecule이라 한다. Macromolecule을 의미할 때는 엄밀히는 고분자가 아니라 거대분자(巨大分子)가 맞는 표현이나, 화학, 화학공학 전공자를 제외하고는 혼용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전공자도 이를 모르는 경우가 있다.
자연에서 만들어지는 폴리머도 존재하지만(e.g. 천연고무), 폴리머라는 명칭으로 부르는 것들은 대개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합성 폴리머다. 가장 대표적인것이 바로 플라스틱과 석유로 만든 고무이다.
고분자는 수십~수백 단위체가 연결되어 만들어지므로 일반적인 저분자처럼 간단히 분자식을 쓰려고 했다간 종이 여백이 부족해서 분자를 다 못 그리는 참사가 발생할 것이다. 그러나 수없이 많은 단위체가 일정한 패턴에 따라 연결되므로, 패턴을 이루는 기본 단위를 그리고 그게 이 분자에 몇 개나 들어가 있는지로 표시할 수 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고분자의 구조를 그릴 때는 단위체의 구조를 그리고 중합한 임의의 횟수 n을 붙여 표기한다.
한 예로 물과 폴리에틸렌을 비교해 보자. 물 한 분자는 H2O로 수소 원자 두 개와 산소 원자 한 개가 결합되어 만들어져, 분자의 형태와 분자의 무게인 분자량이 일정하다. 하지만 폴리에틸렌의 경우 CH2=CH2 인 에틸렌 분자의 이중 결합이 분리되어 -CH2CH2-n 의 기본 단위체가 n번 반복되는 긴 사슬이 된다. 폴리머의 정의가 분자량 1만 이상이므로, n이 350여 번만 붙으면 금방 고분자의 정의를 만족하며, 시판되는 고분자 물질들의 n은 작아도 수천, 크면 수만 단위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분자와 다르게 긴 사슬을 이루기 때문에 그 성질이 다른 재료와 매우 다르다. 고분자가 이런 다른 특성을 보일 수 있는 이유는 유기화학의 주 원소인 탄소의 성질 때문이다. 탄소는 그 특성상 엄청나게 많은 화합물을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고, 고분자공학은 그 성질을 이용해 계속 새로운 화합물을 합성해내는 학문이다. 이를 다루는 고분자공학에 대해서는 해당 문서를 참조.
일반적으로 3주기 이후의 원소는 탄소처럼 긴 사슬을 형성하기는 쉽지 않으나, 그렇다고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다. 주사슬에 탄소가 들어 있지 않고 다른 원소를 기반으로 하는 고분자는 무기고분자라고 하며, 대표적인 예로 규소-산소 사슬을 갖는 실리콘이 있다. 또한, 금속과 리간드의 배위결합으로 이루어지는 배위고분자도 존재한다. 즉, 무기화학이라고 해서 고분자와 아예 무관하다는 생각은 버리자.
고분자 특징
고분자는 긴 사슬(Chain) 형태를 지니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성질을 갖는다.
다분산성(Polydispersity)
금속같은 경우 '이 금속의 녹는점은 몇도' 이런 식으로 말할 수 있는 것에 비해 고분자는 대부분의 특징들이 특정 점에서가 아닌 완만한 곡선 형태로 나타난다. 끓는점의 예를 들면 물처럼 정확히 100도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90도와 110도 사이 어딘가에 있다는 식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이는 고분자의 사슬들의 길이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각 사슬마다 풀어지는 온도가 달라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방성(Anisotropy)
고분자는 사슬 형태를 지니기 때문에 외부에서 힘이 가해질때 어느 방향으로 힘이 가해졌는지에 따라 다르게 반응한다. 줄을 결 방향으로 당길때와 다른 방향으로 당길때 반응이 다른 것을 생각하면 된다. 이 성질을 통해 고분자를 특정 방향으로 정렬시켜 성질을 어느정도 변화시키는 배향(Orientation)이라는 기술이 가능하며 고분자 제품을 가공하는 데에는 필수적인 과정이다.
점탄성(Viscoelasticity)
고분자는 온도에 따라 탄성(elasicity) 혹은 점성(viscosity)이 나타나게 된다. 이는 고분자가 조건에 따라 어느 한 요소가 집중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물체의 운동은 두 요소를 다소 포함하며, 고분자는 자체의 긴 사슬로 인해 점탄성이 현저하게 나타난다. 온도뿐 아니라 시간척도에 따라서도 다르게 나타난다.
즉, 어느 지점까지는 어떤 힘을 가해도 점성만 보이다가, 이 어느 지점을 넘어서는 힘을 받는다면 탄성을 보이는 것이다. 만일 계속해서 힘을 올린다면? 끊어지거나 터지거나 튕겨낼 것이다.
점탄성을 설명하는 모델로 스프링과 대시팟(dash-pot)이 쓰인다.
점탄성은 고분자의 탄성, 흐름과 분자운동 및 분자구조와의 상관관계에 관한 것으로, 고분자의 응용 및 가공기술을 개발하는데 기초가 된다.
당장에 집에서도 확인해 볼 수 있는데, 전분(녹말)과 물만 있으면 된다. 둘을 적절히 섞어서 강한 힘을 주는 동안에는 탄성이 나타나지만, 힘이 사라지면 주르륵 흘러내린다.
고분자 연구를 살펴보려면 먼저 재료인 석유부터 다뤄야 한다. 모노머는 원유를 연료유로 정제하는 중 나오는 부산물에서 얻어지는데, 이 부산물 중에서도 화학공업에 쓰이는 물질들의 원료가 되는 나프타(Naphtha)에서 주로 얻어지는데, 이 나프타에서 가장 기본적인 폴리머인 폴리에틸렌의 모노머로 쓰이는 에틸렌이 얻어지며, 나프타와 에틸렌의 생산량은 해당 국가의 석유화학공업력, 나아가 공업력을 측정하는 지표로 사용된다. 왜냐하면 석유를 정제하는 데는 국가 규모의 집약적인 시설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기업이라도 쉽게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의 석유화학시설은 울산광역시. 여수시, 서산시에 위치한다.
따라서 석유화학공업이 정립된 근대 이후에 그 이론적인 연구가 이루어진 분야이며, 그 역사가 50~100년 정도인 신예 재료 중 하나이다. 즉 고분자는 그 특성상 일반적인 자연재료, 유리, 세라믹, 금속을 잇는 최신의 소재인 셈. 특이한 점은 고분자의 합성 자체는 생각보다 일으키기 쉬운데, 아직 그 메커니즘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경우가 굉장히 많다. 만들어져서 쓰이긴 하는데 왜 그런지는 모르는 경우. 이는 고분자는 모노머들이 긴 사슬을 이루기 때문으로 중합 시 이 사슬 하나하나의 거동을 다 추적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분자의 발전은 새로운 고분자의 생산 측면과, 그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측면으로 동시에 발전되고 있다.
천연과 합성
천연 고분자
자연에서 존재하는 고분자 중 생체 고분자로는 녹말과 셀룰로스, 단백질 등이 있다. 쉽게 말해 여러분이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다세포생물(인간 포함)의 겉모습은 고분자라고 보면 된다. 대부분의 다세포동물은 외피가 단백질로 되어 있고, 대부분의 다세포식물은 외피가 셀룰로오스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녹말의 경우는 α-포도당이, 셀룰로오스의 경우는 β-포도당이 반복적으로 중합되어 만들어지고, 단백질은 여러 가지 아미노산들이 중합되어 만들어진다. 반복적으로 중합되는 특성을 이용해 생체 내에서 에너지를 저장하거나, 형태를 유지하거나, 효소처럼 여러 가지 목적을 수행하는 등의 목적으로 쓰인다.
생체 고분자가 아닌 천연 고분자의 대표적인 물질은 고무이다. 고무는 대체재가 없는 대표적인 탄성체인데,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플랜테이션을 이용해 고무나무를 이용하여 집약적으로 생산되고 있다. 여러 가지 합성 고분자들이 천연 고무를 대신해 쓰이고 있지만 100% 천연 고무를 대신할 수 있는 합성 고분자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으니 이것이 바로 자연의 위대함.
또한 벌들이 만드는 벌집의 재료인 밀랍도 천연의 고분자인데 신기하게도 이쪽은 성분이나 구조가 플라스틱, 그중에서도 가장 흔히 쓰이는 폴리에틸렌과 매우 유사하다. 그래서 요즘은 밀랍을 먹는 벌레를 이용하여 처치가 곤란한 플라스틱 폐기물들을 처리하려는 연구도 하는 모양이다. 그 외에 기름치와 같은 일부 물고기들도 왁스의 일종으로 이루어진 지방층을 체내에 많이 포함하는 경우가 있다.
합성 고분자
간단히 말해 사람들의 삶의 질을 상향 평준화시킨 20세기를 빛낸 신물질.
에틸렌에서 발전된 수많은 유기 화합물들을 조합해 이용하여 온갖 것들을 합성해낸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플라스틱으로 불리는 합성 수지로, 준수한 강도와 무게, 가격으로 우리 주변의 대부분의 일상 제품의 원료로 쓰이고 있다. 석재, 목재, 유리, 금속제 도구는 가공도 상대적으로 어렵고 대량 생산에도 제약이 있어 가격이 비싸지만, 플라스틱은 그 문제들을 극복했기에 많은 제품들을 수많은 사람에게 보급할 수 있어서 현대 문명은 고분자 물질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
또한 일상 주변에 플라스틱 제품뿐만 아니라, 특수 목적의 공업용 플라스틱 또한 산업용으로 널리 쓰인다. 단 이 경우에는 적절한 가격을 희생해야 한다. 일상 속에서 구분하는 방법은 이름 앞에 특수가 붙느냐를 따지면 된다. 일반 타이어와 특수 타이어. 일반 고무와 특수 고무, 일반 플라스틱과 특수 플라스틱 등등(...).
유기고분자
단백질
셀룰로스
녹말
핵산
탄닌
잔탄검
멜라닌
멜라민 수지
에폭시
아라미드
인견
레이온
무기고분자
실리콘: 탄소사슬이 아닌 Si-O-Si- 백본으로 구성된 무기고분자이다. 세부적으로는 폴리디메틸실록산(PDMS), 폴리메틸하이드로실록산(PMHS) 등이 있다.
폴리포스파진(polyphosphazine): P-N-P- 백본으로 구성된 무기고분자이다.
성질
결정성 고분자
전도성 고분자
액정 Liquid Crystal
절연박막재료 Insulating thin film Materials
감광성 고분자 Photosensitive polymer: 빛을 받으면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고분자이다.
발색반응제: 사진 인쇄판, 장식품 등 빛에 반응해 색을 내는 것들.
자외선흡수제: 자외선을 차단하는 코팅제.
분해반응제
내열성 고분자 Heat resistant polymer: 열을 가해도 엔트로피가 크게 변하지 않는 고분자.
현대 사회에서 고분자 물질이 워낙 다방면으로 쓰이기 때문에 다른 학문과 연계해서 자주 연구가 이루어진다. 다른 학문에서 연구 중 고분자가 재료로 적합하다고 생각되면 함께 연구하는 것. 지금 당신이 가지고 있는 물건 중에 고분자가 쓰이지 않는 것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렵다! 온갖 것에 다 쓰이는 플라스틱이 가장 흔하며 옷에 쓰이는 합성섬유 또한 고분자이고 가장 일반적인 탄성체인 고무도, 감기 걸릴 때마다 먹는 약도 고분자이다. 심지어는 당신의 몸을 이루는 단백질도 생체고분자이며 목재와 종이를 이루고 있는 리그닌과 섬유질 역시 생체고분자이다. 금속과 돌, 유리, 세라믹을 빼면 우리 주변의 제품 거의 모두가 고분자인 셈이다.
이렇게 넓게 쓰이는 고분자 물질을 연구하는 것이 고분자공학이다. 이는 석유가 고갈되기 전까지 계속될 것이며, 지금은 석유가 펑펑 나와서 고분자가 싸고 쉽게 보급되다보니 모르지만, 석유가 고갈된다면 공산품들의 가격이 매우 오를 것은 자명하다. 미래에 석유가 고갈되면 다른 모노머 공급원을 찾아야겠지만 석유처럼 엄청난 양의 모노머를 정제하기 쉽고 무엇보다 싸게 주는 원료는 없으므로...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던가 좀 비싸져도 감수하던가 자연재료만 쓰던가 해야 할 지도 모른다.
여기까지 고분자 예찬론을 서술했지만, 고분자는 결코 만능의 소재가 아니다. 현대 사회에서 고분자가 일상에 널리 쓰일 수 있었던 이유는 적절함에 있기 때문이지 모든 물성에서 뛰어나기 때문이 아니다. 강도가 적절하지만 금속에 비할 바가 못 되고, 전기 전도성 또한 없고, 천연 재료가 가진 향이나 느낌을 낼 수도 없다. 따라서 모든 재료는 목적에 따라 맞는 것을 써야 하는 것.
고분자의 합성 이용해 생체 내 고분자들인 효소와 단백질과 비슷한 형태의 약품을 만들 수 있다. 이것의 대표적인 좋은 예가 아세틸살리실산, 아스피린이고 나쁜 예가 환경호르몬이다. 하지만 작용 원리는 똑같은데 효소와 비슷한 형태를 만들어 몸이 거부반응 없이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다. 그 다음의 작용이 다를 뿐.
또한 가장 큰 문제로, 고분자는 분자들이 중합해 이룬 사슬이기 때문에 구조가 매우 치밀하여 물리적이든 화학적이든 쉽게 분해되지 않는다. 고분자합금강불괴 또한 주 골격이 탄소이니 태워버리면 탄소가 산소와 결합해 이산화탄소가 뿜어져나와 지구 온난화가 가속된다! 잘 분해되는 플라스틱이 만들어지긴 했지만 이녀석은 품질이 좋지 않다. 또한 플라스틱은 재활용 시에 물성의 저하가 크므로, 수집된 재활용 플라스틱 중 일부를 두어번 정도 재활용해서 쓰는 것이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