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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에 빠진 뇌, 제프리 슈워츠

Jobs 9 2023. 8. 4.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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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에 빠진 뇌
제프리 슈워츠 

레오나르도 디캐프리오 주연의 영화 ‘애비에이터’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미국의 억만장자 하워드 휴즈는 그의 말년을 멕시코 아카풀코에 있는 프린세스 호텔 스위트룸에서 보냈다. 세균 감염을 두려워한 나머지 방을 병원처럼 꾸몄고, 햇빛도 위험하다는 생각에 모든 창문에 암막 커튼을 쳤으며, 음식은 손을 화장지로 가린 수행원들이 정확한 양을 측정해 가져왔다. 당시에는 괴팍한 억만장자의 습관 정도로 치부됐지만 이 모든 것이 바로 강박장애(OCD, Obsessive Compulsive Disorder)의 일반적인 증상이다. 

물론 길거리를 걸을 때 보도 블록의 모서리를 밟기 싫어서 땅만 보고 걸어보거나, 보이는 자동차의 번호를 계속해서 더하며 지나간 경험 정도는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런 생각들이 더욱 심해지면 필요 없는 물건을 주워 와 집에 쌓아두고 싶은 충동이 강해져 호더가 되기도 하고, 가스나 전원을 끄지 못하고 나갔다가 위험해질 것이라는 생각에 외출 자체를 어려워하며 일상생활이 힘들어진다. 

UCLA 정신과 의사이자 강박장애 전문가인 저자 제프리 슈워츠는 이러한 상태를 ‘브레인 록(Brain Lock)’이라 명명하고, 뇌의 신경학적 불균형으로 인해 잘못된 메시지가 반복되며 특정 행동을 반복하는 상태로 규정했다. 책의 초판이 나온 것은 1996년이지만 20년 넘게 시간이 흐른 지금도 다를 것은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오히려 코로나19 이후 청결에 대한 집착과 함께 높아진 불안으로 강박장애를 호소하는 이가 더 많아졌기에 다시 한번 강박장애 문제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번 개정판에는 초판보다 더욱 많은 사례가 업데이트되어 있다. 

단순히 강박장애의 원인과 사례에 그치지 않고 자기 주도 행동 요법을 통해 이 병을 이겨낼 수 있다는 진단이 이 책의 생명력을 길게 만들어준다. 자기 행동을 ‘재명명’하고, 내가 아닌 뇌의 문제라는 점을 인식하는 ‘재귀인’ 과정을 거치면 다른 일을 할 수 있도록 ‘재초점’을 잡을 수 있게 된다. 마침내 강박적인 사고와 행동이 아무 의미도 없다는 것을 깨닫는 ‘재평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받아왔다. 타인 혹은 스스로의 강박적인 행동에 고민하고 있다면 읽어볼 가치가 충분하다.

 

 

 

 

우리는 뇌 활동에 대한 지식을 심리치료에 창조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불안할 때 뇌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실을 이해하는 심리장애 환자는 한 발 물러서서 자신의 상태를 생각하는데 도움이 되고 덜 반응적이게 된다.

제프리 슈와르츠는 PET 스캔 관찰을 강박 장애를 위한 마음챙김에 근거한 인지행동치료 전략으로 바꾸었다. 그는 환자로 하여금 강박증상이 단순한 뇌 습관-뇌 잠그기(brain lock)-이라는 것을 상기시킴으로써 강박적 생각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주었다. 슈와르츠 박사가 개발한 강박장애를 스스로 극복하기 위한 방법인 뇌 잠그기(brain lock)는 4단계로 되어 있다.

1단계: 재명명 (Relabel), 2단계: 재귀인(Reattribute), 3단계: 재초점(Refocus), 4단계: 재평가(Revalue)이다. 슈와르츠는 환자에게 그가 말하는 요점을 증명하기 위해 환자의 뇌 사진을 보여준다. 환자 자신은 자신의 뇌영상 사진을 보고 강박증상이 일어날 때, 강박사고는 바로 강박증 때문에 생기는 것임을 상기시킴으로써 강박증의 회로를 차단하게 하였다. 그 결과는 강박사고의 저하로 나타났다.


제프리 슈와르츠는 누구인가?

제프리 슈와르츠(Jeffrey M. Schwartz, 1951~)는 의학박사이자 미국의 정신과 의사로 신경가소성 분야와 강박장애 전문 연구자다. 슈와르츠는 로제스터 대학에서 철학전공으로 학사과정을 마쳤으며, 이후 의학을 전공하였다. 1970년대 이후 불교 특히 마음챙김(깨어있는 알아차림)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수행과 연구를 해왔다. 의학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UCLA의과대학에서 연구조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영국 국립 강박증 후원단체의 후원자이다.

그는 자기-지시적 신경가소성(self-directed neuroplasticity) 분야의 연구자로 뇌과학과 정신의학에 관련된 100여편의 논문의 저자이자 강박증 치료에 관련된 대중적인 저술을 하였다. 지난 20년 동안 그의 주요 연구 관심은 뇌 영상·기능 뇌해부학(brain imaging·functional neuroanatomy)과 인지행동치료였는데, 연구의 초점은 강박장애의 병리적 기제와 심리학적 치료이다. 1990년대에 중요한 발견을 했는데, 4단계의 인지행동치료에 의해서 강박장애가 있는 환자들의 특정한 뇌회로 활동의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발견의 결과는 1996년에 논문으로 발표되었다.2) 이 논문은 최근까지 452차례 인용될 정도로 이후 불안장애에 대한 fMRI, PET를 이용한 신경영상학과 인지행동치료를 결합한 연구의 중요한 초석이 되었다.3) 슈와르츠는 같은 해 강박장애 치료를 위한 자조 서적인 『뇌 잠그기』를 출판였다. 이후 이 책을 근간으로 하여 4단계 인지행동치료를 제공해오고 있다.

슈와르츠의 강박장애에 대한 치료법은 마음이 뇌의 화학반응을 조절할 수 있다는 분명한 증거가 되었으며, 그는 인간 신경생리학 분야에서 의지의 역할에 대한 심리철학적 논문들을 발표하고 있다.4) 이처럼 슈와르츠는 심리학적인 치료 영역에 불교명상의 원리를 적용시켜 왔다. 이 분야의 그의 주저에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최근에는 뇌와 마음에 대해서 양자역학적 입장에서 연구하고 있다.


강박장애(Obsessive-Compulsive Disorder : OCD)에 응용된 불교명상의 원리

강박장애에서 고통의 원천은, 안심하지 못하는 반추적 사고(강박사고: obsessions)와 일시적으로 고통(distress)을 감소시키는 행동(강박행동: compulsions)이다. 강박장애가 있는 환자는 어떤 것을 안전하게 만들려고 애쓴다.

강박적 걱정의 한 예로는 “내가 문을 잠갔나?”이며, 강박행위에는 잠자러 가기 전에 세 번이나 문을 실제로 점검하는 것이다. 강박장애는 공포증, 물질남용 장애, 그리고 우울증 다음으로 네 번째로 가장 일반적인 정신의학적 장애이다. 비록 환자의 25%가 노출 치료를 거부하지만, 행동 치료(실제적 상황 노출 그리고 반응 방지)와 함께 약물 치료가 표준적 치료다.

제프리 슈와르츠는 마음 챙기는 알아차림(mindful awereness)과 신경영상(neuro-imaging) 연구에 기반을 두고 강박장애를 위한 치료계획안(protocol)를 개발했다.5) 이 프로그램은 새롭고, 수행하기가 쉬우며, 생각이나 행동에 대한 반복적인 순환에 자물쇠를 잠그려는 환자의 성향을 표적으로 한다.

슈와르츠는 먼저 뇌의 기능과 강박장애에 대해서 환자를 교육한다. 그러고 나서 네 가지 R을 제시한다. 만일 강박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이미 문단속을 하고 외출하는 도중에 ‘내가 문을 제대로 잠갔나?’라는 강박사고가 생겨나면, 다음과 같은 자기-지시 방법을 적용하라고 한다.

①재명명(Relabel. “이건 잠기지 않은 문에 대한 것이 아니냐. 내 강박장애야.”)
②재귀인(Reattribute. “내 뇌가 이걸 하고 있는 것이지, 내가 아니야.”)
③재초점(Refocus. “왜 유용한 일을 하지 않지? 오늘 해야 할 쇼핑을 해야지.”)
④재평가(Revalue. “이 반복적 사고는 방해되며 시간낭비야.”)

환자는 뇌 활동의 새로운 패턴을 실행하고, 옛 패턴은 소거시키도록 교육받는다. 게다가 환자는 자신을 인질로 붙잡고 있는 사고로부터 탈중심화(decentering)하는 법을 배우며, 새로운 가능성을 위한 공간을 만든다. 슈와르츠의 접근에 대한 연구결과는 다음의 뇌 영상 사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 뇌영상 사진은 9명의 강박증상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10주간의 치료의 전후에 실시한 양전자 발사 단층 X선 사진 촬영법(PET) 스캔 결과를 보여주고 있는데, PET 스캔은 강박장애 환자의 경우 과잉 활성화되는 뇌의 중심부위인 꼬리핵(caudate nucleus)의 활동이 저하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연구는 불안과 그 치료에 대한 신경생리학적 근거를 이해하는 데 흥미로운 진전을 이룬 성과로 PET 스캔을 사용함으로써 강박 장애가 있는 환자의 노출과 행동 반응 방지책에 의해 뇌에서 관찰 가능한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뇌파(EEG) 및 기능성 자기공명장치(fMRI), 양전자 발사 단층 X선 사진 촬영법(PET)에 의한 신경영상 연구의 흐름

뇌는 전기적 활동에 의해 작동된다. 뇌파(腦波, electroencephalography, brainwave)는 신경계에서 뇌신경 사이에 신호가 전달될 때 생기는 전기의 흐름이다. 심신의 상태에 따라 각각 다르게 나타나며 뇌의 활동 상황을 측정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이다. 뇌전도는 뇌의 전기적 활동에 대한 신경생리학적 측정방법으로, 두피에 부착한 전극을 통해 기록한다.

경우에 따라 전극을 피질에 부착하기도 한다. 이 결과 얻어지는 궤적을 뇌전도(EEG:electroencephalogram) 또는 뇌파(brain wave)라고 부른다. 이 장치는 뇌 손상, 간질 또는 여러 질환을 평가하거나, 법률적으로 뇌사를 진단하는 데 사용한다. 뇌전도는 다른 종류의 뇌영상화 시스템과 함께 사용할 수 있다.


명상연구에서 뇌파상의 변화 패턴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는 공통 견해가 형성되었다. 대부분의 연구 결과가 명상 중에는 뇌파상의 알파파에 변화가 있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알파파란 눈을 감은 상태에서 정상인의 뇌파에서 나타나는 8~13Hz의 주파수를 가진 파이지만, 명상에서는 눈을 감은 상태가 아니어도 알파파가 나타나고 또, 거기에 알파파의 서파화(徐波化)경향과 동기화의 증대를 볼 수 있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뇌파 동기화(EEG synchroniz-ation/coherence)는 뇌의 전후좌우 네 부분의 알파파가 동일해지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명상 수행을 오래한 피검사자에게는 알파파 보다 큰 서파화와 세타파(4~7Hz)의 패턴도 나타난다는 보고도 몇몇 연구자에 의해 인정되고 있다. 뇌파의 변화에 대한 연구를 정리해 보면 아직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상황에는 이르지 않았지만, 명상을 하면 알파파에 서파화 경향과 동기화가 일어나는 것은 확실하다고는 말할 수 있다.

뇌영상 연구의 최신 성과로 데이비슨은 ‘감정과 행복감의 차이에 기초가 되는 전전두엽의 비대칭적 활동’에 대한 50여 편의 논문을 2006년에 발표하였다. 좌측 전전두엽이 행복과 같은 긍정적 정서와 깊이 연결되어 있고, 우측 전전두엽 피질이 활성화되면, 불행하다고 느끼며 우울해진다.

하지만 연민 명상을 수십년간 수행한 티베트 고승이 연민 명상을 할 때 좌측 전전두엽의 활동이 놀랄 만큼 상승한다는 사실을 통해서 뇌의 정서회로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판명되었고, 우리는 마음 수행에 의해서 행복을 의도적으로 계발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기본적인 행복 수준을 말하는 행복기준점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밝혀주고 있는 것이다.

이는 데이비슨의 연구실에서 티베트 스님들이 연민 명상을 하는 동안에 감마파가 증가되었는데, 이는 대학생들이 연민명상을 할 경우보다 현저하게 증가되었다. 이 사실은 수행에 의해 뇌가 일시적으로 변하는 것이 아니라, 뇌의 지속적인 특성이 바뀐다는 것을 의미했다.

6) 최근의 신경 과학의 연구에 의하면, 뇌는 죽는 순간까지 변한다고 한다. 문제는 변화의 방향이다. 뇌의 변화는 좋은 방향으로도 좋지 않은 방향으로도 진행될 수 있다.7) 좋은 방향으로 뇌를 변화시키려면, 주의집중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8) 이는 불교에서 말하는 현명한 주의(如理作意, yoniso manasika)와 바른 노력에 해당한다.

신경영상(neuroimaging) 기법은 몸-마음의 개입을 이해하는데 몇 가지 중요한 공헌을 해왔다. 첫째, EEG, 기능적 자기 공명 영상(fMRI), 그리고 양전자 방출 단층 사진 촬영(PET)을 사용하는 연구들에 의하면, 명상 상태는 수면 혹은 휴식과는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

9) 흥미롭게, 이 연구들은 단 하나의, 독특한 ‘명상 상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형태의 명상수행은 뇌 활동의 다른 형식을 이끌어낸다는 것도 보여준다. 이것은 이들 다른 형태의 명상을 실행한 후에 질적으로 다른 심적 상태를 이야기하는 명상 수행자들의 주관적인 보고와 선을 같이 한다.

뇌파 패턴 연구의 한계

명상을 하면 알파파의 서파화나 동기화 또는 세타파가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명상적 의식 상태를 나타내는 특유의 뇌파 패턴이 있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각종의 간질 발작에 특유의 패턴이나 수면시의 특유의 패턴 등, 의학상 경험적으로 증명된 몇 가지의 뇌파 패턴은 존재한다. 뇌파 패턴에 의해 인간이 꿈을 꾸고 있는지 어떤지를 아는 일도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

즉, 어느 특정한 뇌파 패턴은 어느 특정한 의식 상태에 대응하고 있다고 일단은 말할 수가 있지만, 연구가 발전되어, 명상 상태에 동반하는 특유의 뇌파 패턴이 인정된다면, 명상하는 사람이 명상 상태에 있는지 어떤지를 뇌파 패턴으로부터 판단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뇌파 패턴으로부터 말할 수 있는 것은 거기까지일 것이다. 아직은 뇌파에 의해 인간의 심리적인 상태까지 알 수 없다.10)

신경현상학적인 접근

인간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심리적 현상을 EEG, PET, fMRI등으로 측정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마음속의 내용까지 알 수는 없다. 칠레 출신의 신경과학자 프란시스코 바레라(Francisco Varela, 1946~2001)는 명상가의 일인칭적인 체험과 객관적인 3인칭적인 데이터 연구를 결합한 신경현상학(neuropheno-menology)의 필요성을 주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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