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사전적으로는 ‘어떤 현상이나 일에 대하여 일어나는 마음이나 느끼는 기분’으로 정의되는데, 이 정의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많은 경우 감정은 어떤 현상이나 경험하는 일에 대해 즉각적으로 느끼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감정은 우리의 생각과 기억, 인지능력에도 영향을 끼치고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결정을 내리는 데도 큰 영향을 끼친다. 특별히 즐거웠거나 슬펐던 일들을 더 오래 기억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뇌는 모든 경험을 똑같이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경험을 할 때 느꼈던 감정에 따라 어떤 경험은 좀 더 특별하게 기억하고 또 어떤 경험은 쉽게 잊혀져 버리기도 한다.
감정을 느끼는 것은 온전히 신경계의 변화를 통해서 일어나는 과정일까? 우리 몸에는 각각의 감정에 대한 일종의 수용체가 존재하는 걸까? 우리의 뇌에서는 어떤 과정을 통해 감정을 느끼고 표현할까?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감정(emotion)과 감정적 행동(emotional behaviors)에 관한 질문들에 신경과학적인 대답이 가능할까? 예를 들면 기대하고 실망하고 또 사랑하고 미워하는 감정까지 우리는 뇌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우리의 뇌는 신경세포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신경세포는 서로 시냅스(synapse) 라는 특수한 연결부위를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다. 뇌는 약 백억개 이상의 신경세포로 이루어져 있으며, 인간의 경우 하나의 신경세포는 약 1000여개의 시냅스를 이루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시 말해 뇌는 (혹은 인간은!) 수 많은 시냅스의 집합체인 것이다. 19세기 말에야 명명된 시냅스는 축삭돌기가 기능적으로 다음 신경세포와 연결되는 부위로, 수백억 개의 신경세포 사이에서 의미 있는 신호 전달이 이루어지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하나의 신경세포가 다른 신경세포와 연결된 이 시냅스는 두 신경세포가 직접 맞닿아 있는 것이 아니라 약간의 틈 (20-40nm)을 두고 연결되어 있다.
신경세포가 주로 사용하는 언어는 전기신호인데, 두 신경세포가 완전히 물리적으로 연결된 것이 아니니 전기 신호는 전달될 수가 없다. 그래서 이 짧은 틈새를 헤엄쳐 다음 신경세포에 전기신호를 전달해줄 화학물질, 그러니까 신경전달물질이 필요
하게 된다. 신경전달물질은 신경 세포의 활성을 조절해줄 수 있는 엄청난 능력이 있으므로 작은 주머니에 쌓여 잘 보관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시냅스는 내부의 혹은 외부의 변화에 반응하여 변화할 수 있는 구조이다. 어렸을 때 누군가 머리를 때리면, 뇌세포가 죽는다며 (다른 신체 부위보다 더욱) 화를 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사실 꿀밤을 맞는다고 뇌세포가 죽지는 않지만, 신체 내 다른 세포들과는 달리 대부분의 뇌 세포는 다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러니까 뇌세포가 죽을까봐 걱정했던 것만은 생물학적으로 뛰어난 직관을 견지한 태도라고 할 수 있다.) 뇌세포가 생겨나지 않는 대신 정보 처리를 하는 동안 변화하는 것
은 바로 뇌의 연결, 즉 시냅스이다. 이 글을 읽는 동안 끊임없이 변화가 일어나는 곳도 바로 여러분들의 시냅스라고 할 수 있다. 여러분의 모든 경험은 일차적으로 시냅스의 변화를 일으킨다. 다만 그 변화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는 경험의 종류와 이전 경험들의 히스토리, 그리고 그 당시의 감정 등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가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은 서로 다른 시냅스에서 작동하는 서로 다른 종류의 신경전달물질 특히 모노아민 계열의 신경전달 물질 (도파민,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등)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모노아민 신경전달물질의 예
카테콜아민(Catecholamine) : 도파민(dopamine, DA),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 NE), 에피네프린(epinephrine, E)
세로토닌(Serotonin, 5-HT)
멜라토닌(Melatonin)
히스타민(Histamine)
흡족함을 느낄 때 뇌에서는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된다. 뇌의 보상체계를 구성하고 있는 뇌 부위들은 활성화되면 온 뇌 구석구석으로 도파민을 분비하여 만족감이나 보상감을 느끼게 한다. 그러니까 도파민을 분비하는 보상 중추는 그 원인 행동을 반복하게 하는 동기를 부여하기도 하고, 불확실한 결과에 대한 도전을 장려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도파민을 분비하게 하는 행동을 우리는 선호하고 반복하고 싶어하며, 그래서 과도하게 반복하거나 심한 경우 결국 해가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멈출 수 없는 중독의 상태까지 이르게 되며, 반대로 도파민의 분비를 낮추는 행동은 피하려고 하게 되고, 그 행동을 피할 수 없게 되어 계속해서 도파민의 분비가 낮아진 상태가 되면 임상적으로 기분 장애에까지 이르게 되는 것이다.
사랑은 모든 감정 중에서도 어쩌면 가장 강력한 감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세상 곳곳에서 사람들은 사랑에 빠지고, 사랑 때문에 노래하고 춤추고 울고 웃고 또 시를 쓰고 신전을 짓고 세상의 중심이 바뀌는 엄청난 경험을 하게 된다. 물론 사랑은 단순한 상태가 아니므로 사랑에 빠진 뇌에서는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사랑 후 이별을 경험한 다음에는 물론 극심한 상실감에 빠지게 마련이다. 극도의 실망감인 셈이다. 흥미롭게도 사랑에 빠진 뇌와 실망에 빠진 뇌는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매개로 연결되어 설명할 수 있다.
특히 실망감과 관련하여 특별한 뇌 부위는 측유상핵(또는 외측고삐핵, lateral habenula)이다. 측유상핵은 진화적으로 아주 잘 보존된 시상상부의 일부로 변연계 신경회로에서 신호전달을 중개하는 역할을 한다 (측유상핵 위치 그림). 해부학적으로 측유상핵 신경세포들은 뇌의 도파민, 세로토닌, 그리고 노르에피네프린 센터와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시 말해, 모든 모노아민 센터들의 활성을 조절할 수 있는 이상적인 위치에 있는 것이다.
기대했던 보상(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을 받지 못하거나 혹은 나쁜 결과를 예상할 때 도파민을 분비하는 보상 중추의 활성은 억제되고 도파민의 분비가 제한된다. 이 때 측유상핵의 활성은 반대로 증가한다. 다시 말해, 측유상핵은 보상감과 만족감을 ‘억제하는’ 중추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예상하건대 일반적으로 측유상핵의 활성이 낮은 경우에는 도파민이 많이 분비되어 만족감을 느끼지만, 기대하던 보상이주어지지 않는 경우 말하자면 실망한 경우에는 측유상핵의 활성이 높아지고 그에 따라 도파민의 분비가 제한되어 실망하고 낙담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 연구진은 이 부위를 실망중추라고 부른다.
한 가지 실망감과 관련하여 고려할 사항은 실망감은 사실 기대치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같은 결과라고 하더라도 기대치가 크면 클수록 실망감은 그에 비례해서 커진다. 그러니까 측유상핵이 하는 일은 예상한 보상과 실제로 받은 보상의 크기를 비교하여 실제로 받은 보상이 예상했던 보상보다 작은 경우에 활성화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강연에서는 사랑에 빠진 뇌와 실망한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할 것이다.
신경전달물질(神經傳達物質, 영어: neurotransmitter, NT)은 신경 세포에서 분비되는 신호 물질이다. 고전적인 신경전달물질로는 아세틸콜린 등이 알려져 있으며 이는 시냅스를 통해 인접한 신경 세포의 전위를 높이거나 낮추는 역할을 한다. 이 밖에도 신경세포는 모노아민이나 뉴로펩티드(neuropeptide)를 통해 보다 넓은 지역의 세포에 신호를 전달할 수 있다.
작용 기전
신경전달물질은 신경세포의 시냅스 소포체 안에 들어있다. 신경세포에 자극이 전달되면 신경세포 시냅스 전에 칼슘이온 채널이 열려 칼슘이 신경세포 안으로 유입되어 시냅스 소포체를 신경세포의 세포막으로 이동시킨다. 세포막으로 이동한 소포체가 축삭돌기 말단에서 세포외유출에 의해 신경전달물질을 시냅스로 방출시킨다. 방출된 신경전달물질은 시냅스 후 세포막의 수용체와 결합하여 시냅스 후 세포의 투과성을 변화시킨다. 만약 양이온 채널이 열려서 양이온이 신경세포안으로 들어가면 신경세포가 탈분극되어 흥분성 신경을 전달하고 음이온 채널이 열리면 신경세포가 과분극 되어 신경전달이 억제된다.
종류와 기능
아미노산
글루타민산(글루탐산), 글라이신 : 불쾌한 기억과 주로 연관된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포의 대상이지만 어떤 사람은 거미처럼 다리가 많은 동물을 싫어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높은 건물의 난간 위를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뛰어다니기도 한다. 이처럼 사람마다 다르게 후천적으로 지속하여 나타나는 공포감을 공포증이라 하며, 글루타메이트(Glutamate)가 공포증을 유발하는 데 일조한다. 사고 현장이나 전쟁터에서 느낀 극한의 스트레스가 유발하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도 글루타메이트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가바(GABA) : 억제성 신경전달물질로, 항불안 작용, 항우울작용, 항경련작용, 혈압강하효과, 간기능 개선효과를 가진다.
펩타이드
옥시토신
소마토스타틴
오피오이드 펩타이드
서브스턴스 P(Substance P,SP)
CART(Cocaine and amphetamine regulated transcript)
모노아민
아세틸콜린 : 아세틸콜린은 혈관확장제로서 작용하여 심장박동 및 수축을 감소시켜 심혈관계를 포함한 수많은 신체기관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위의 연동운동 및 소화기의 수축 폭을 증가시켜 위장관계에도 영향을 미치며, 방광의 용량을 감소시키고 수의, 방뇨압을 증가시키는 작용을 하여 비뇨계에 영향을 미친다.심장 조직에서 아세틸콜린을 통한 신경 전달은 저해 작용을 하여 심박수를 낮춘다. 반대로 골격근에서 아세틸콜린은 흥분성 신경전달물질로 작용한다
도파민 : 카테콜아민계 전구체이다. 뇌의 일부구조에서 발견되는 뉴런에서 생성되며 중추신경계 내에서 억제작용을 한다. 또한 아드레날린(에피네프린)이나 노르에피네프린의 전구체로 의욕, 행복, 기억, 인지 등 뇌의 다양한 기능과 연관이 있다 때문에 도파민의 분비가 많아지게 되면 의욕과 흥미를 느끼기 쉬워진다. 어떤 일을 달성했을 때의 성취감 역시 도파민의 작용이다. 또한 도파민은 운동 신경을 활성화하거나 비활성화하는 데 작용하여 근육이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조절해준다. 도파민이 부족해지면 파킨슨 병처럼 움직임이 둔해지고 불안정해지고 너무 과도하게 된다면 조현병처럼 환각과 망상, 비정상적인 사고가 생긴다.
노르에피네프린 : 저혈당, 공포, 추위에 대응하기 위해 부신수질의 크로마핀 세포에 있는 티로신으로부터 합성된다. 중성지질과 글리코겐의 분해를 촉진할 뿐만 아니라 심박출량과 혈압을 증가시킨다.카테콜아민계이다.
세로토닌 : 인돌아민게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은 우울한 감정과 관련이 있다. 기분, 체온조절, 고통인식, 수면 등에 영향을 준다. 또한 신경성 식욕부진, 이상식이와 탄수화물 갈구증 같은 인간의 섭식 질환과 관련이 있다. 세로토닌은 혈소판에서 혈청 속으로 방출되어 혈관을 수축시킴으로써 지혈작용을 돕는 물질이다. 그러나 이들은 뇌의 시상하부에서 신경전달물질로 작용하기도 한다. 세로토닌은 행복감을 느끼게 하며 식욕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한다. 이에 비해 이들이 부족하면 우울증이나 불안증을 유발하기 쉽다.
히스타민 : 알레르기와 염증 반응의 매개체이면서, 위산 생성의 자극제 그리고 뇌의 여러 부분에서 신경전달물질로서 작용한다.
기타 신경전달물질 - 멜라토닌, 기체신호전달물질 등이 있으며 특히 이들중 생체생합성물질은 생체아민으로 다루어지기도 한다.
인간의 복잡한 보상시스템
한편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계의 뉴런들의 경우 도파민시스템(Dopamine system)의 보상 경로와 관련해서 긍정적인 반응의 피드백에 관여하는 기제와는 작용하지만 처벌과정의 반응 메커니즘에는 유의미한 수준이 아닌 것으로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의 크리스토퍼 피오릴로 교수가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발표한 바 있다. 이는 단일 작용기전이 보상시스템(Compensation System)에 전적으로 관여히기보다는 2가지 이상의 복합적인 작용기전이 보상 시스템에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