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온실가스 총배출량 중 축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18%에 달한다. 산업 분야보다 많고, 모든 차량과 선박, 비행기가 뿜어내는 양보다 많다. 2013년 FAO의 또 다른 보고서에 따르면 축산 분야 온실가스 배출의 41%는 소고기 업계, 20%는 유제품 업계가 차지한다. 돼지고기 업계는 9%, 닭고기와 달걀 업계는 약 8%로 조사됐다.
축산 온실가스의 상당량은 메탄이다. 소는 4개의 위를 거쳐 음식을 발효시키는 소화 과정에서 메탄을 만들어낸다. 옥스퍼드대학 식품기후연구 네트워크에 따르면 약 500㎏인 소 한마리가 매년 만드는 메탄의 양은 약 100㎏이다. 대기 중 메탄의 지구온난화 효과는 이산화탄소의 20배에 달한다. 승용차에서 휘발유 1ℓ를 연소할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가 약 2.1㎏이니, 소 한마리가 한해 휘발유 약 940ℓ를 태우는 것과 같은 온실효과를 발생시키는 셈이다. 자동차 평균 연비를 15㎞/ℓ로 치면 1만4100㎞를 달릴 때와 같다. 2018년 기준 지구상에 약 15억마리, 국내에 약 350만마리의 소가 있다.
공장식 축산은 ‘가성비’도 떨어진다. 450g의 고기를 생산하는 데 소의 경우 사료 2.7㎏이 들고, 돼지고기는 약 1.6㎏, 닭고기는 900g의 사료가 필요하다. 연간 곡물 생산량은 약 26억t에 이르는데 그중 상당량이 사료로 쓰인다. 가축 사료인 옥수수와 콩을 재배하기 위해, 가축을 키울 땅을 얻기 위해 아마존 등 열대우림이 불타고 있다. 2002년 이후 19년간 사라진 열대우림의 면적은 프랑스 국토보다 넓다. 그래서 이런 말이 나온다. “우리가 고기 한점을 먹는 순간, 우리는 아마존에 불씨를 던지는 것과 같다.”(조길예 기후행동비건네트워크 대표) 2000억t의 탄소를 저장한 아마존은 이제 탄소를 흡수하는 대신 내뿜기 시작했다.
한국은 미국, 유럽연합(EU), 캐나다, 베트남, 아르헨티나 등 50여개 국가와 함께 지난해 11월 2일 공식출범한 국제메탄서약에 참여하고 있다. 국제메탄서약은 2030년까지 전 세계 메탄 배출량을 2018년 대비 최소 30% 감축하기 위한 국제연대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1일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발표하며 국내 메탄 배출량을 2018년 2800만t에서 2030년 1970만t으로 30%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농축산 업계에서만 250만t을 감축해야 한다. 국내 메탄 배출의 21.1%는 소 등 가축의 장내 발효와 축산분뇨에서 나온다. 지금처럼 사육두수 증가 추세가 계속되는 한 NDC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렵다.
고기 많은 식단, 온실가스 최대 4배 많다…옥스퍼드대 연구\
고기를 하루 100g 이상 먹는 사람이 식사 때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양이 우유·달걀도 먹지 않는 완전 채식주의자(vegan, 비건)가 배출하는 양의 4배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동물성 식품에서 식물성 식품으로 식단을 전환하면 환경 발자국을 줄이는 데 상당히 기여할 수 있는 셈이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 연구팀은 최근 '네이처 푸드(Nature Food)' 저널에 영국 사람들의 식단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분석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다양한 식단에 포함된 동물성·식물성 식품의 종류와 비율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과 토지 사용, 물 사용, 부영양화, 생물 다양성 상실 등과 같은 환경적 영향 사이에 강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우선 영국 성인 6만 5411명의 식단과 관련된 기초 데이터(1990년대 자료)를 활용했고, 여기에 영국 내에서 5만 5504명의 개인을 추가로 모집해 식단과 식사 습관을 분석했다.
모집된 5만5504명 가운데 비건(완전 채식주의)은 2041명, 달걀 등을 일부 먹는 채식주의자가 1만5751명, 고기는 안 먹고 생선까지는 먹은 사람이 8123명, 고기를 적게 먹는 사람(하루 50g 미만)이 9332명, 고기를 중간 정도 먹는 사람(하루 50~99g)이 1만1971명, 고기를 많이 먹는 사람(하루 100g 이상)이 8286명이었다.
연구팀은 여기에 119개국 3만8000여 개 농장에서 수집한 식품의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영향을 분석했는데, 생애주기 분석(LCA) 자료를 식단 자료와 연결했다.
분석 결과, 모든 환경 지표는 소비된 동물성 식품의 양과 연관성이 있었다. 동물성 식품 소비가 많은 식단일수록 환경에 더 큰 영향을 준다는 의미다.
육식의 환경 영향 채식의 3~4배
연구팀은 식단별로 하루 식사 때(2000㎉ 기준) 배출되는 각각의 온실가스(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의 양으로부터 100년 기간의 지구온난화 잠재력 지수(100GWP)를 계산한 뒤, 이를 다시 이산화탄소의 양으로 환산했다.
비건의 경우는 하루 식사를 통해 2.47㎏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계산됐다.
일반 채식주의자는 4.16㎏, 생선 먹는 사람은 4.74㎏, 고기를 적게 먹는 사람은 5.37㎏, 고기를 중간 정도 먹는 사람은 7.04㎏, 고기를 많이 먹는 사람은 10.24㎏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비건의 배출량은 고기를 많이 먹는 사람의 24.1%에 불과했다.
이는 고기가 많이 포함된 식단의 경우 메탄 배출량이 많은 탓이다. 비건 식단의 경우 하루 메탄 배출량이 4.39g이지만, 고기를 많이 먹는 식단은 하루 65.4g(14.9배)을 배출했다.
토지사용 면적은 비건이 하루 4.37㎡이었고, 고기를 많이 먹는 사람은 16.78㎡(3.8배)이었다.
물 사용량은 비건이 하루 0.41㎥, 고기를 많이 먹는 사람은 0.89㎥(2.2배)이었다. 다만, 이 연구에서 나온 물 사용량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식품의 물 발자국 수치보다는 훨씬 낮았다.
부영양화 영향은 인산의 배출량으로 비교했는데, 비건이 하루 10.7g, 고기를 많이 먹는 사람은 40.8g(3.8배)이었다.
생물 멸종에 미치는 영향은 하루 생물 종 하나가 멸종할 확률을 계산했는데, 비건은 하루 1조(兆)분의 1.12종(種)이었고, 고기를 많이 먹는 사람은 1조(兆)분의 3.69종으로 3.3배였다.
고기 적게 먹으면 환경 영향도 적어
지난해 여름 낙동강 하류 경남 양산시 원동면 일대 농수로의 녹조 상황. 농경지에서 배출된 질소 인 비료 성분은 강과 호수를 부영양화시키고 녹조 발생을 부추긴다. 연합뉴스 [낙동강네트워크 제공]
고기를 많이 먹는 사람과 고기를 적게 먹는 사람 사이에서도 차이가 컸다.
100GWP로 산출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면 고기를 적게 먹는 사람은 5.37㎏으로, 고기를 많이 먹는 사람의 52%에 그쳤다.
저(低)육식 그룹은 고(高)육식 그룹보다 부영양화 영향은 57.4%, 토지 사용의 경우는 43.8%였다.
연구팀은 "동물성 식품 소비와 환경 영향 사이에는 분명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동물성 식품 소비를 줄이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연구팀은 이런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영국 전체 인구의 식사 부분 환경 발자국을 산출했다.
이에 따르면 영국 성인은 연간 1억20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한반도 면적과 비슷한 23만㎢의 농경지를 사용하고, 69만 톤의 인산염을 수계로 배출하고, 0.06종의 육상 척추동물의 멸종을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농업용수 사용량, 즉 식사를 통해 사용되는 물의 양은 연간 150억㎥로 계산됐는데, 이는 한국의 농업용수 사용량과 비슷한 규모다.
영국 정부는 2035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78% 줄이고, 2030년까지 생물 다양성 손실을 중단하겠다고 공약했다.
영국 기후변화위원회는 정부가 탄소 감축 목표를 달성하려면 소비자가 식단을 바꾸도록 장려하는 조치도 포함해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주요 온실가스는 메탄으로, 축산업은 농축산업 분야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산업
메탄은 이산화탄소에 비해 온난화 지수가 28배 높고, 대기 중 체류시간이 짧음에도 불구하고 지구 온난화 원인의 30%를 차지
축산업에서 메탄이 발생하는 원인
가축이 섭취한 사료가 장내 소화과정에서 미생물에 의해 발생
반추가축의 분뇨처리 과정에서 발생
축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
메탄 저감효과가 있는 후보물질을 사료에 첨가하여 메탄 저감 사료를 개발
가축분뇨를 활용하여 고체연료 펠렛과 합성가스를 만들어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축종별 영양소 및 사료 급여 조절을 통한 저탄소 사양기술을 개발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스마트 축사 확대 등 저탄소 가축관리시스템을 구축
농식품부에서는 축종별 평균 배출량보다 10% 이상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인 축산물에 저탄소 인증을 부여하는 저탄소 축산물 인증제를 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