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렴 진화(收斂進化, convergent evolution)
본디 전혀 다른 종이, 비슷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진화하여 결과적으로 외형이나 생활사 등이 비슷하게 된 것을 일컫는 용어이다. 대표적인 것이라면 고래와 물고기, 박쥐와 새로 이들은 생물학적으로는 상당히 다른 생물이지만 물속에서 살기 위해, 날기 위해 진화하다 보니 겉모습이 비슷하게 변했다. 닮은 꼴 다른 계통으로 요약할 수 있다.
수렴 진화의 예. 어류인 청새치와 포유류인 에우리노델피스와 파충류인 에우리노사우루스는 강(綱) 단위에서 다르지만 빠르게 헤엄치기 위해 유사한 모습으로 진화했다. 이처럼 수렴 진화로 인해 다른 종이라도 같은 환경에 살면 비슷한 모습으로 진화할 수도 있다는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식물의 경우에는 전혀 다른 종이 비슷한 외부기관(가시, 포충낭, 로제트 등)을 갖거나, 비슷한 화학물질, 알칼로이드(청산배당체, 카페인 등)를 생산하기도 한다.
생명체 외에도 인류의 기술분야나 사회현상 등에서도 유사한 경우를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전차와 자주포의 외관이 유사한 것, 같은 종류의 무기종류(=같은 요구사항을 가진것)들이 서로 다른 국가에서 독자 기술로 나왔어도 형상이 비슷해지는 것 등이 있다.
반대말은 발산 진화(發散進化, divergent evolution)이다.
특성
이런 수렴 진화를 거친 생물들은 외형상으로는 대체적으로 비슷하기 때문에, 같거나 비슷한 종으로 알고 있다가 동물학이 발달하면서 여러 관찰 등을 통해 수렴 진화였다는 게 밝혀지는 경우가 많다. 극단적인 경우는 현대에 와서 유전자 단위까지 조사해 본 후에야 사실 아무 상관도 없는 종이었다는 경우도 있다.
고생물학자 돌로는 수렴 진화는 어디까지나 형태적인 유사성을 의미할 뿐이며 구조적인 측면에서 동일한 것은 아님을 지적하였다. 예를 들어 박쥐의 날개와 새의 날개가 외형상 동일하게 보이더라도 둘의 발생 기원과 구조는 아주 다르다.[4] 돌로는 모든 생물은 선조의 진화 결과 위에서 진화하며 선조의 흔적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음을 지적하면서 진화의 결과는 되돌릴 수 없다고 하였다. 이를 진화 불가역의 법칙이라 한다. 따라서 수렴 진화가 보여주는 상사성은 겉모습의 유사성만을 뜻한다.
유전학적으로 관계가 없으나 역할이 유사한 기관인 상사 기관도 여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물 속에서 생활하는 수생 곤충의 아가미와 어류의 아가미, 새의 날개와 곤충의 날개 등이 있다. 단, 단순히 상사기관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는 수렴 진화라 하지 않고, 생활사나 행동양식까지 많이 겹칠 경우에만 수렴 진화라고 한다. 쉬운 예로 검치호와 틸라코스밀루스는 다른 계통이지만 비슷한 해부학적 구조와 같은 생활양식을 지녀 수렴 진화의 사례로 꼽히는 반면, 갯가재와 사마귀는 비슷한 앞다리를 지녔지만, 생활사가 다르므로 수렴 진화의 예로 꼽히지 않는다. 전갈과 십각목 갑각류(게, 집게, 새우, 가재) 또한 집게발을 지닌 점이 같으나 생활사가 다르므로 수렴 진화에 해당하지 않는다.
수렴 진화나 상사 기관과는 반대로, 유전학적으로 같은 조상을 공유해 발생 기원 및 신체의 기본 구조는 비슷하지만 생활사나 행동 양식 때문에 달라진 형태가 있는데 이는 '상동 기관'이라 한다. 인간과 박쥐, 고래가 같은 포유류로 팔다리의 기본 뼈대는 유사하지만 외형과 기능은 매우 다른 것이 그 예이다.
발산 진화(發散進化, divergent evolution)
한 종 또는 소수의 종이 생태적 지위에서의 경쟁자가 없는 지역으로 이주했을 경우 다양한 생태적 지위에 걸맞은 다양한 종으로 진화하는 것을 말한다. 적응방산, 적응진화, 진화적 발산(進化的 發散)이라고도 한다.
백악기 대멸종 뒤 살아남은 포유류의 종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도 발산 진화의 예시이다.
잘 알려진 가장 극적인 예는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의 유대류를 들 수가 있다.
사막메뚜기(Schistocerca gregaria)는 7~800만년 전에 아프리카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뒤에 그 곳에서 수십 종으로 진화했다.
이 외에도 식물 가운데 대극속 식물은 1년생, 2년생, 다년생, 수생, 다육식물, 큰키나무, 떨기나무 등 가능한 모든 형태로 발산되었다.
이와 관련된 법칙으로 코프의 법칙[1]이 있는데 후손들의 크기는 조상이 되는 동물에 비해 더 크게 성장하도록 진화되는 경향이 있다는 법칙이다. 이는 적응 방산의 영향으로 일어나는 현상이 맞으나 모든 예시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2] 동물에도 상동 기관이 있다.
적응 방산
갈라파고스 제도의 핀치새(다윗 핀처)는 진화론에도 소개될만큼 대표적인 적응 방산의 사례인데 이 섬의 핀치새들은 각 생태적 지위와 식생에 적합한 부리를 갖도록 분화되어 진화되었다.
또한 곤충을 먹지 않는 대형 포유류들도 곤충의 키틴질 껍질을 분해하는 효소인 키티네이즈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데 이중엔 현생 인류도 포함된다.[3] 이는 먼 과거 중생대까지 원시 포유류들은 공룡에게 밀려 주로 곤충 등을 먹고 살았는데 공룡이 사라지고 포유류가 그 생태적 틈새를 차지하면서 적응 방산(適應放散)을 통해 다양한 생태적 지위를 가진 종들로 분화되었고 더 이상 곤충을 섭취하지 않는 종들이 생겨났음에도 키티네이즈 효소를 가지고 있는건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