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먹는 것은 200년간 개량한 ‘프랑켄 우드’
자연선택 대신에 인공선택
모든 생명은 어렵게 확보한 귀중한 유전자를 온전히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완벽한 보존이란 불가능하고 시간에 따라 점점 손상받기 마련이다. 그래서 성(Sex)이라는 수단으로 유전자를 교환해 더 온전해지거나 더 변형된 개체를 얻는다.
결국 모든 생명의 DNA는 미세하게나마 꾸준히 변형되는데, 이런 유전자 변형에 방향성을 부여하는 것이 환경이다. 자연환경과 먹이 환경, 경쟁 포식자 환경은 계속 변화했고, 그 환경(자연)에 가장 적합한 객체가 살아남도록 압력을 가하는 자연선택이 이뤄졌다.
그런데 1만 년에 전부터 일부 작물이나 가축은 조금 특이한 방향으로 유전자 변형이 이뤄졌다. 인간의 선택에 의한 변화였다. 인간이 농사와 축산을 시작하자 자연선택 대신에 자신이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씨앗이나 씨받이로 선택해 번식하는 인공선택이 진화의 방향을 결정한 것이다.
자연선택 대신에 인간의 마음에 가장 드는 것을 골라 계속 종자로 사용함으로써 인간의 목적에 맞는 탁월한 품종을 만들어낸 것이다. 농사의 역사가 1만 년이라면 최소한 매년 10개 중에 1개의 씨를 고르는 식으로 1%만 개선했다고 하더라고 10000%의 개선이 이뤄진 것이다. 그래서 사실 농산물은 자연과 완전히 달라진 생명체로 변신한 것이다. 단지 인위적인 선택에 의한 개선을 분리육종이라고 한다. 자연의 유전자변이 중에서 가장 유리한 쪽만 계속 선택해 완전히 달리진 품종을 획득한 것이다.
야생 양배추로 케일 브로콜리 콜라비 컬리플라워 만들어
옥수수 바나나 쌀 딸기 등도 분리육종으로 제종한 공산품
유리한 유전자 변이 선택 야생종과 외형 달라지고 생산성 향상
지금 우리가 먹는 농산물은 대부분 200년 전에는 없던 것들이다
지금 지구에서 가장 많이 자라는 식물은 옥수수다. GM 옥수수를 인위적으로 조작된 위험한 작물이라고 하는데 GMO를 개발하기 훨씬 이전부터 옥수수는 이미 완전히 인위적인 작물이었다. 원래는 맨 위에 한 줄 몇 개의 열매가 맺혔다가 익으면 톡톡 사방으로 튀어 번식하는 종이 었다. 그러다 익어도 씨앗이 튀어나가지 않는 돌변변이 종을 개량하고 개량해 이제는 인간의 손을 거치지 않으면 번식조차 하지 못하는 식물이 됐다.
2번째로 많이 생산하는 쌀과 밀도 야생종과는 생산성은 물론 외형마저 완전히 다른 새로운 식물이 됐다. 대부분의 과일도 마찬가지다. 지금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과일은 바나나인데 원래 바나나는 너무 작고 씨가 많아서 뿌리를 캐먹던 식물이다. 그런데 지금은 크기는 커지고 씨는 없어진 식물이다. 인간이 접목으로 만들어낸 공산품인 셈이다. 다른 대부분의 과일도 야생 그대로라면 지금의 입맛으로는 도저히 먹기 힘든 것들이다. 맛도 그렇고 크기도 작고 딱딱한 것들이다.
그것들을 개량하고 개량한 후 지금은 접목이라는 형태로 다른 나무의 몸통을 댕강 잘라내고 다른 몸통을 붙여 뿌리와 몸통이 전혀 다른 나무인 Franken wood의 산물인 셈이다. 우리에게 딸기만큼 친숙한 것도 없다. 다른 모든 식용 베리 생산량을 합친 것의 두 배나 생산한다. 하지만 경작한 지 250년 밖에 지나지 않았으며 인간이 교잡해 만든 작물이다.
채소도 마찬가지다. 야생 양배추(브라시아 올레라케아)는 매우 쓰고 섬유질은 매우 질겨서 좋아하기 힘든 작물인데, 인간이 개량을 거듭해 콜라비, 케일, 브로컬리, 브뤼셀 스프라웃, 양배추, 컬리플라워를 만들어냈다. 겉보기에는 전혀 다른 식물처럼 보이는데 이들 모두가 한 형제이며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란 것이 정말 놀랍지 않은가?
겨자
겨자를 가공해서 향신료 등을 추가하면 머스터드 소스가 되며, 프랑스 요리에서 매우 중요한 식탁용 소스이기도 하다. 간 겨자 씨앗, 식초, 겨자씨 기름, 전분, 설탕 등을 섞어 만든 시판 머스터드 소스는 샛노란 색이 많지만 실제 겨자의 색은 그렇게 노랗지는 않다. 제대로 된 것은 갈색 껍질이 들어간 탁한 노란색이다. 케첩과 토마토소스를 헷갈릴 수 있듯, 겨자와 머스터드 소스 역시 헷갈릴 수 있으므로 차이점을 유념해 두자.
한국에서 겨자 양념을 만들 때는 겨자 가루를 따뜻한 물에 개어서 따뜻한 온도를 유지시키며 발효시키는 방법을 쓴다. 발효 온도는 50~60도 정도가 적당하며 온도가 너무 높으면 효소가 변질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제법으로는 밥그릇에 개었다가 밥솥 위에 엎어 놓아 만드는 방법이 있으나 요즘엔 따로 갤 필요 없는 형태의 겨자가 시판되고 있어 그다지 사용되지 않는다.
종류에 따라 잎 자체를 섭취하기도 하는데, 흔히 마트의 쌈채소 판매대에서 볼 수 있는 겨자채이다. 살짝 매콤한 향이, 고기 등을 싸 먹을 때 쉬이 날 수 있는 비린내도 잡아주고 그 자체의 맛도 좋은 편이기 때문에 꽤 인기가 좋은 채소이다. 다만 다른 쌈채소와 비교해 명백히 매운 향과 맵고 쓴 맛 때문에 호불호는 있을 수가 있다.
또 갓김치를 담가먹기도 하는데 다른 채소와는 달리 야생의 것도 먹을 수 있다. 톡 쏘는 매운 맛은 야생 갓이 더 좋다.
조선시대에는 겨자로 담근 겨자장을 즐겨 먹었다. 오늘날의 와사비나 머스터드 소스처럼 음식에 찍어 먹는 소스 용도로 사용되었는데, 생선회나 수육을 먹을 때 주로 쓰였다. 현대에는 용도가 많이 줄고 겨자장이란 말도 잊혀 연겨자와 강겨자 등의 형태로 남았다.
품종 분류와 명칭 논란
흔히 야생 겨자가 품종개량을 통해 양배추, 브로콜리, 콜리플라워, 케일 등의 채소로 개량되었다고 알고 있으나, 여기서의 야생 겨자는 지금 이 문서에서 설명하는 식물이 아니라 배추과 배추 속의 야생 식물인 브라시카 올레라케아(Brassica oleracea)종을 말하는 것이다. 우리가 이 머스터드와 브라시카 올레라케아를 모두 겨자라고 부르면서 발생한 문제로, 엄밀히 말해서 두 종은 서로 다른 식물이다. 브라시카 올레라케아는 영문명으로 wild cabbage(야생 양배추)라고 부르며, 야생 머스터드(=들갓, Sinapis arvensis)는 Wild mustard라고 부른다. 또한 성경에 나오는 겨자나무는 이 둘과는 또 다른 식물인 흑겨자(Brassica nigra)를 가리킨다고 본다.
사실 이런 경우는 식물계에 은근히 많은데 대표적으로 양배추와 배추, 고추냉이(와사비)와 고추냉이, 홀스래디쉬와 고추냉이, 무와 순무 등이 있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야생 겨자와 머스타드 겨자와 흑겨자는 셋 다 겨자라고 불리지만 정작 이 세 겨자는 서로 별 관련이 없고, 야생 겨자는 오히려 양배추와 같은 종인데 이 양배추는 배추라고 불리지만 사실 배추와도 별 관련이 없고, 그 배추는 오히려 순무, 청경채와 같은 종인데 이 순무는 무라고 불리지만 정작 무랑은 관련이 없고, 홀스래디쉬는 가짜 고추냉이라고도 불리는데 정작 고추냉이랑은 관련이 없고, 이 고추냉이와 또 다른 식물인 고추냉이(참고추냉이, Cardamine pseudowasabi)는 둘 다 고추냉이라고도 불리는데 사실 속 단계부터 다른 식물이며, 야생 겨자와 머스터드 겨자와 흑겨자와 배추는 근연종이고 이 모든 건 전부 십자화과 식물에 속한다.
추가적으로 양배추와 양상추의 형태와 이름이 비슷해 양배추와 양상추를 헷갈리는 사람도 있는데 양배추는 십자화과, 양상추는 국화과로 완전히 다른 식물이다. 양상추는 오히려 양배추보단 고들빼기에 가까운 식물이다. 또한 양배추와 배추가 서로 다른 종인 반면 양상추와 상추는 같은 종인데 형태만 다른 것이다.
브로콜리(brocoli)와 콜리플라워(califlower)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품종만 다를 뿐 꽃양배추(Brassica oleracea)라는 같은 종에 속한다. "Brassica oleracea"를 우리말로 직역하면 “꽃양배추"로 번역되지만 실은 야생 겨자다. 이 야생 겨자에서 파생된 채소는 굉장히 많다. 이 야생 겨자(꽃양배추)에서 줄기를 비대화해 얻은 것이 콜라비(collabee), 잎을 비대화해 얻은 것이 케일(kale), 꽃눈과 줄기를 비대화한 것이 브로콜리, 꽃눈만 비대화한 것이 콜리플라워, 소엽의 잎눈을 비대화한 것이 브뤼셀 스프라우트(Brussels sprout, 방울양배추), 지엽의 잎눈을 비대화한 것이 양배추(cabbage)다. 이와 같이 콜라비, 케일, 브로콜리, 콜리플라워, 브뤼셀 스프라우트, 양배추는 모두 같은 종이지만 다른 종처럼 생김새가 전혀 다르다. 이것은 모두 선발 육종 또는 품종개량(breeding)에 의한 결과다. 품종개량이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우리가 원하는 형질이 있는 개체끼리 지속적으로 교배시켜 그 특정한 형질을 극대화하는 것을 말한다. 브로콜리와 콜리플라워는 이미 수천 년 전에 품종 개량으로 만들어졌지만 오늘날에도 채소들의 품종이 지속적으로 개량되고 있다. 사실 우리가 현재 먹고 있는 거의 전부가 선발 육종(품종 개량)의 결과다. 즉, 우리가 먹는 작물 대부분이 자연적으로는 절대 만들어질 수 없는 모습을 하고 있다. 선발 육종은 생물이 가지고 있는 많은 유전자를 변형시키는 행위다. 오랜 기간에 걸친 품종 개량은 수천 년 전의 조상 생물 종과 비교해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이렇게 조상들이 수천 년간 해 왔던 품종개량 방식과 현대 유전자조작생명체(genetically modified organisms, GMO)와의 차이는 무엇일까? 기존의 품종개량을 위한 교배 방식은 자연발생적으로 생성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유전자 조작은 이러한 자연발생의 요소를 크게 낮추었다. 열매를 더욱 크게 한다거나 병충해에 잘 견디도록 유전공학적인 방법을 이용하여 원하는 형질을 마음대로 부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선발 육종으로는 원하는 유전자를 정밀하게 조정하지 못하기 때문에 유전자의 많은 부분을 바꾸게 된다. 이에 비해 유전자조작생명체(GMO)는 매우 적은 수의 유전자를 변형시키는 행위다. 품종 개량 기술이 좀 더 정밀해진 것이다. 품종 개량에 있어서 달콤한 과실을 얻기 위해서 과실의 색이 변하거나, 작물이 병충해에 약해진다든지 하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병행하면서 목표하는 형질을 얻어냈지만, GMO는 병충해면 병충해, 과실의 크기면 크기, 딱 그 관련 유전자만 건드리는 것이다.
식물계의 GOAT, 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