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영시, Poem, English poetry

Bright star, John Keats, 빛나는 별, 존 키츠

Jobs9 2024. 10. 29. 17:49
반응형

 

 

Bright star

John Keats

Bright star, would I were stedfast as thou art—
         Not in lone splendour hung aloft the night
And watching, with eternal lids apart,
         Like nature's patient, sleepless Eremite,
The moving waters at their priestlike task
         Of pure ablution round earth's human shores,
Or gazing on the new soft-fallen mask
         Of snow upon the mountains and the moors—
No—yet still stedfast, still unchangeable,
         Pillow'd upon my fair love's ripening breast,
To feel for ever its soft fall and swell,
         Awake for ever in a sweet unrest,
Still, still to hear her tender-taken breath,
And so live ever—or else swoon to death.



“Bright Star” is a sonnet by the British Romantic poet John Keats. Written in 1818 or 1819, the poem is a passionate declaration of undying, constant love. The speaker wants to be “stedfast”—constant and unchanging—like the “bright star” described in the poem’s first eight lines. But, unlike the “bright star,” the speaker does not want to be isolated or distant from human life: instead, the speaker wants to spend eternity locked in a passionate embrace with his or her lover. The speaker fantasizes about this unchanging love—but it's not clear whether it can actually be achieved in real life. As the speaker acknowledges in the poem's final line, his or her fantasy is fragile, threatened by the death and change that eventually overwhelm all human beings. 

 



Summary
Bright star, I want to be as steady and unchanging as you are—though I don’t want to hang alone in the night sky, with my eyes always open, like a hermit who never goes to sleep, patiently watching the earth’s oceans wash the shores in the same way that a priest ceremonially washes people to purify them, or looking at the new-fallen snow on the mountains and hills. I don’t want to be still in that sense, but I do want to be steady and unchanging, lying on my beautiful lover’s chest, always feeling its rising and falling, always awake, in a pleasant sleeplessness, always hearing her breathe in and out. I want to live that way forever—or I want to die. 

 

 

Themes

Love and Steadiness
“Bright Star” contrasts two kinds of steadiness. In the first eight lines of the sonnet, the speaker describes a star, watching ceaselessly over the earth from far away. The star is an ideal of steadiness and constancy, but it is also isolated and lonely, far away from the world of human life. In the final six lines, the speaker imagines a different kind of steadiness: an intimate embrace between two lovers that lasts forever. This embrace serves as an ideal, a dream, which the speaker deeply desires, even if he or she is unable to attain it. In this imaginary embrace, the speaker achieves all the steadiness of the star with none of its isolation. 

In the first eight lines of “Bright Star” the speaker admires the constant presence of a star, yet also portrays the star as being lonely and distant. The star is “hung aloft” in the sky, high above the earth. From its height it watches the world below, the “moving waters” and the “new soft-fallen mask / of snow.” The star is committed and constant in its watchfulness. The speaker describes it as “sleepless,” its eyelids eternally open. This seems admirable to the speaker: he or she praises it for its “stedfast[ness]” and wants to imitate it, to achieve the same “stedfast[ness].” 

In doing so, the speaker plays on a long-standing poetic tradition. Because sailors used stars as fixed points to measure their position on the ocean, stars have often served as symbols of constancy and steadiness. They do so, however, at a price: the stars are constant and dependable because they are so far above earth. They are steadfast precisely because they are separated from the human life they ceaselessly shine upon. The speaker recognizes this cost, as indicated by the poem’s description of the star as being an “Eremite” or hermit—a person who lives alone in the wilderness. 

As the “Not” and “No” that begin lines 2 and 9 make clear, the speaker wants to have the “stedfast[ness]” of the “Bright Star,” but does not want to achieve that steadfastness in the same lonely, isolated way. Instead, the speaker proposes another form of steadfastness, achieved not through distance but rather through love: the speaker wants to be “pilow’d upon my fair love’s ripening breast” “for ever.” In other words, the speaker wants to be locked in a tender, intimate embrace with his or her lover for eternity. This embrace might be read as being literal or as being a metaphor for a permanent, unchanging, loving relationship. Either way, this eternal embrace achieves the “stedfast[ness]” of the “Bright Star” without its isolation. 

The speaker does not achieve this eternal embrace in the poem. Instead, the speaker only fantasizes about it. Indeed, the poem raises an implicit question about whether such an embrace is possible: whether the “stedfast[ness]” of the star can be achieved on earth—or whether it depends on the star’s isolation from the complications and troubles of human life. The speaker, after all, ends the poem stating that to achieve such an embrace would mean to “live ever—or else swoon to death.” It is possible to say that this line is a statement of resolve: that the speaker is saying that he or she will achieve such a loving, embrace or die trying. But it could just as easily be read as a recognition of reality. After all, everyone eventually “swoons to death,” and so perhaps the dream of a loving, steadfast, never-ending breath can never be anything more than a dream. 


 

 

빛나는 별

 

빛나는 별이여, 나 그대처럼 한결 같을 수만 있다면--
고독한 찬란함 속에 하늘에 높이 떠
영원히 뜬 눈으로, 자연의 인내심 많고
잠 없는 은둔자처럼 일렁이는 파도가
인간이 사는 땅의 해안을 깨끗하게 정화하는
사제와 같은 일을 하는 것을 지켜보거나,
산과 황무지 위에 방금 내린 눈의 가면을
응시하는 그런 모습으로는 말고--
아니—하지만 언제나 한결같이 언제나 변함없이,
내 아름다운 연인의 성숙한 가슴을 베개 삼아
그 부드러운 오르내림을 영원히 느끼면서
감미로운 불안 속에 영원히 깨어
언제나, 언제나 그녀의 부드러운 숨결소리 들으면서,
그렇게 영원히 살았으면--아니라면 차라리 기절해 죽으리.

 

 

 


별(북극성으로 보임)을 노래한 이 소네트시는 반응 없는 상대를 향한 사랑이 별처럼 영원하기를 염원하는 내용이다. 키츠는 평소 형체가 뚜렷한 것에 대한 표현을 되도록 피했기 때문에, 어디서든 보이고 변하지 않는 ‘별’에 초점을 맞춘 것은 보기 드문 경우이다. 처음에 기록된 초안(1819년 초반 찰스 브라운이 기록)에서 작가는 죽음을 향한 사랑을 노래했으며, 마지막 버전에서 죽음은 사랑을 대신하는 표현이었다.  

이 시는 1행씩 이어져 있으며, 습관적 또는 의도적으로 반복구절을 써 셰익스피어풍 소네트시 (ABABCDCDEFEFGG) 운율이 된 것을 알 수 있다. 이 시는 마지막 부분에 최종 2행 대구가 만들어져 시가 완성될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의 시를 처음 본 순간의 놀라운 경험은 평생 나를 떠나지 않았다.” - 20세기 후반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시인인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

“그는 19세기의 가장 위대한 시인이다.” -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기의 계관시인 테니슨(A. Lord Tennyson).

“그의 「나이팅게일에 바치는 송가」“the Ode to a Nightingale”야말로 인간이 써낸 모든 문학작품 가운데 가장 위대한 궁극적 걸작 가운데 하나다.” - 시인이자 브리타니카 백과사전 편집자 스윈번(Algernon Charles Swinburne). 

아름다움(美)을 궁극의 목표로 삼았던 영국 낭만주의 시인 존 키츠(John Keats)입니다. 키츠하면 떠오르는 유명한 시 구절이 있지요.

“Beauty is truth, truth beauty,”—that is all
Ye know on earth, and all ye need to know.
(“Ode on a Grecian Urn,” lines 49–50)

“아름다움은 진리요, 진리는 곧 아름다움.” - 그것이 그대가
이 세상에서 알고 있는 전부요, 알아야 할 전부다.
 
키츠가 아름다움에 집착했다는 것은 연인 패니 브라운Fanny Brawne에게 보낸 편지에서 직접 언급한 말로도 확인이 됩니다. “나는 세상 모든 것 가운데 美의 원칙을 사랑했다오.(I have lov'd the principle of beauty in all things.)” 

키츠가 연인이었던 패니 브라운에게 바친 것으로 유명한 「빛나는 별」“Bright Star”입니다. 여기서 ‘빛나는 별’은 북극성을 의미합니다. 지구의 자전축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어 일 년 내내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별. 그래서 땅 위 여행자에게도 바다 위 뱃사람에게도 길을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는 바로 그 별 말이지요. 시인이 자신의 연인에게 그 별과 같은 변함없는 사랑을 표현한 시라는 느낌이 금방 오지요? 자세한 내용은 조금 뒤에 함께 보겠습니다. 

이 시는 영시의 대표적인 정형시 형식인 소네트Sonnet입니다. 영시해설에서 소네트는 처음 다루는 것 같으니 소네트에 대해 간단하게 말씀드리고 가겠습니다. 소네트는 시 전체가 14행이라는 정해진 형식을 갖춘 짧은 정형시를 말합니다. 시행의 길이가 정해졌을 뿐 아니라 각운(rhyme)도 일정하게 갖추고 각 행의 음보(foot)도 일정한 경우가 많습니다. 조금 더 자세하게 알아볼까요?

소네트는 원래 13세기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었으며, 이름도 이탈리아어 ‘sonetto’에서 유래된 것이라 합니다. 그 어원은 각각 ‘짧은 시’, ‘노래’, ‘소리’를 의미하는 라틴어 ‘sonet’, ‘son’, ‘sonus’ 등에서 기원한 것이지요.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어 유행하던 소네트가 영국으로 전해진 것은 16세기 르네상스 시기였습니다. 토머스 와이어트(Thomas Wyatt, 1503–1542)가 이탈리아의 인문학자이자 시인인 페트라르카(Francesco Petrarca, 1304~1374)의 소네트를 들여와 번안, 번역하면서 영국에 소네트 붐이 일기 시작합니다. 얼마나 빨리 널리 유행했는지 당시 거의 모든 시인들이 소네트만으로 시를 지어 소네트 연작시집(Sonnet Cycle)을 묶을 정도였지요. 당시를 대표하는 시인들의 소네트 연작시집만 손꼽아 보아도 시드니(Philip Sidney)의 『아스트로펠과 스텔라』Astrophel and Stella(1591), 스펜서(Edmund Spenser)의 『작은 사랑의 노래』Amoretti(1595), 그리고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소네트』Sonnets(1609) 등이 있었으며, 이 외에도 거의 모든 시인들이 소네트로 시를 썼어요.

소네트 연작시집은 사랑을 주제로 한 시들이 대부분을 차지해서 어떤 문학용어사전은 소네트를 아예 “14행으로 된 짧은 사랑의 정형시”라고 정의하기도 합니다. 음악에서도 소네트라는 표현을 쓰는데 주로 감미로운 사랑노래를 의미하잖아요? 위의 어원과 소네트의 주 내용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될 만해요. 사랑이 소네트의 주요 주제이긴 하지만 소네트가 사랑만 다룬 것은 아니었고 삶, 죽음, 신앙 등 다양한 주제가 소네트 14행의 형식 속에 담겨 있습니다.

소네트의 형식과 관련하여 아주 중요한 사항이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각운(rhyme)과 음보(foot)입니다. 각운은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눈 내리는 저녁 숲에 멈춰 서」“Stopping By Woods On a Snowy Evening”를 다루면서 말씀드린 바 있듯, 각 시행(line)의 마지막 음절 발음을 동일하게 배열함으로써 정형률을 유지하는 것이지요. 이탈리아 소네트 14행의 각운은 abbaabbacdecde가 대체적인 형식이었고, 영국의 소네트 각운은 ababcdcdefefgg가 대표적입니다. 와이어트가 들여온 이탈리아 소네트 형식을 서리(Henry Howard, Earl of Surrey, 1516~1547)가 완성시킨 것이지요. 하지만 이 각운 형식이 영국의 대표 소네트 형식으로 유명해진 것은 셰익스피어가 자신의 소네트 154편 가운데 6편을 제외한 전체를 ababcdcdefefgg 각운으로 썼던 까닭이라고 보는 것이 더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영시해설의 제일 마지막 페이지에 영어로 된 이 시의 마지막 행들을 보면 밑줄 친 부분이 있지요? 각운이 ababcdcdefefgg라는 것은 그 각각의 발음이 1행과 3행, 2행과 4행이 같고, 5행과 7행, 6행과 8행이 같으며, 9행과 11행, 10행과 12행이 같고, 마지막 13행과 14행은 두 행이 같다는 것을 표시하는 것입니다.

다음은 음보인데요, 이것은 노래 악보의 마디와 같은 것입니다. 시의 한 행에서 발음의 강세와 약세가 어떤 리듬을 보이고 있는가 하는 것을 표현합니다. 우리가 읽을 키츠 시의 첫 행을 예로 들어 말씀드리겠습니다. 첫 행을 음보 단위로 끊어보면 이렇습니다.

Bright star,/ would I / were sted/ fast as / thou art/
 약      강 /    약  강 /  약    강 /  약 강 /    약  강

밑줄 친 Bright의 모음은 약하게 발음되고 star의 모음은 강하게 발음되지요. 그다음도 마찬가지고요. 첫 행을 전체적으로 보면 ‘약강’의 마디(음보)가 다섯 개 모여 한 행을 이루고 있지요? 이런 행을 ‘약강5음보’라고 합니다. 약강격의 음보 다섯이 모여 한 행을 이룬다는 뜻이지요. ‘약강5음보’는 가장 전형적인 소네트의 음보입니다. 한 행이 조금 짧아서 4음보나 3음보가 한 행을 이루는 시도 있습니다만 ‘약강5음보’가 가장 일반적인 소네트의 형식으로 간주되었습니다. 한 행의 길이가 적당하다는 것이지요. 

키츠의 「빛나는 별」에서는 나머지 13행도 모두 같은 음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만, 어떤 소네트들은 마지막 13, 14행의 음보가 다른 행들보다 조금 더 긴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소네트를 형식을 갖춰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 같아요. 아무리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말이지요. 36편의 비극과 희극을 차지하고라도 150편 가까운 소네트 전부를 똑같은 형식으로 맞춰 쓴 셰익스피어를 영국인들이 위대하게 여기고 대접하는 이유, 짐작이 되기도 합니다. 

키츠의 「빛나는 별」은 전형적인 영국 소네트 각운을 지닌 시입니다. 내용면에서는 1행부터 8행과 9행부터 14행을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시인은 변함없이 한 자리를 지키며 빛나는 별, 북극성의 ‘한결같은stedfast’ 특성을 부러워하며 닮고 싶어 합니다. 불변하는 확고부동함은 부러운 특성이기는 합니다. 자연이건 사람이건 말이지요. 사랑에 빠진 연인들이 서로에게 가장 원하고 바라는 것도 바로 이 변치 않는 ‘한결같은’ 마음이겠지요. 그런데 2행에서 곧바로 ‘아니’라고(Not) 부정합니다. 무엇이 아니라는 걸까요?

빛나는 별은 ‘찬란(splendour)’하지만 ‘고독(lone)’ 합니다. ‘밤하늘에 높이 떠서’ 잠도 자지 못하고 ‘영원히 눈을 뜬’ 채 말이지요. ‘자연의 은둔자 Eremite’라고 비유하기도 합니다. 모두 고독하고 외로운 비유들입니다. 그렇게 외롭게 하늘에 홀로 붙박인 채 마치 ‘사제가 물로 세례를 하듯’ 바닷물이 해안을 쓸며 정화하는 것을 지켜보거나 산과 황무지 위로 눈이 내려 덮이는 것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시인은 별의 한결같음은 본받고 싶으나 저렇게 세상으로부터 떨어져 홀로 있는 고독한 상태로 한결같고 싶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이런 자신의 마음을 별을 의인화하여 부르는 돈호법으로 시작해서 시각, 촉각적 감각 요소들을 통해 표현하는 것이 특히 두드러집니다. 별이 바라보는 대상들—‘사제(priest)’와 같은 바다나 ‘산(mountain) 그리고 ‘황무지(moor)’ 같은—의 고독한 이미지도 별의 고독을 강화시킵니다. 방금 내린 눈을 대지가 쓰고 있는 가면(‘mask of snow’)으로 은유한 비유도 인상적입니다. 이처럼 감각적 요소들을 잘 활용하는 것은 키츠의 독특한 특징이기도 합니다. 이어지는 후반부 6행에서도 감각적인 요소들은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별과 같은 모습으로는 아니라고(No) 강력하게 부정합니다. 다만 여전히 ‘한결같은’, ‘변함없는’ 그 별의 특성만은 간직하고자 합니다. 시인이 원하는 한결같음은 별처럼 저 하늘 위에 고독하게 홀로 떠 간직하는 한결같음이 아닙니다. 바로 이 땅, 그가 살아가는 대지 위 사랑하는 연인 곁에서, 그 연인의 성숙한 가슴을 베고 누워 그 가슴의 부드러운 고동을 느끼며 한결같이 있고 싶은 것입니다. 숨결에 따라 오르내리는 연인의 ‘성숙한 가슴’에 담긴 관능적 이미지가 은근하면서 강렬합니다. 이 같은 관능적 감각의 묘사야말로 다른 낭만주의 시인들과 키츠를 구분하는 또 다른 특징이기도 합니다.

한편, 시인은 ‘감미로운 불안’이라고 합니다. 마냥 편안한 것만은 아닌 모양입니다. 이유야 여러분도 짐작하실 것입니다. 사랑하는 남녀가 가슴을 베고 누워 있을 때 서로가 느끼고 또 서로에게 전해지는 그 짜릿한 기대, 설렘, 달콤함과 감미로움을 수반한 긴장, 그 긴장된 모순적 감정을. 시인에게는 단순한 긴장을 넘어 ‘불안(unrest)’하기까지 합니다. 어쩌면 시인은 지금 이 황홀하고 감미로운 순간이 끝날 수도 있다는 일말의 불안을 언제나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사랑은 언제나 불안을 동반하기도 하지요. 사랑이, 행복한 순간이 영원하지 않을 수 있다는 본능적 불안을 말이지요. 사랑이 달콤하면 할수록 깊으면 깊을수록 그 불안은 더러 더 강렬하게 찾아오기도 하겠지요.

그래서일까요. 시인은 말합니다. “언제나, 언제나 그녀의 부드러운 숨소리”를 듣겠다고, “그렇게 영원히 살고 싶다”고. 몇 번이고 반복되는 ‘언제나’와 ‘영원히’ 속에 영원을 향한 시인의 열망이 느껴집니다. 역설적으로 시인이 느끼는 불안의 강도도 짐작이 됩니다. 욕망의 강도가 크다는 것은 그 욕망이 이루어지지 못했을 때의 절망 또한 비례하여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영원에 대한 시인의 열망이 그러합니다. 이 같은 영원함에 대한 자신의 열망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차라리 “기절해 죽겠다” 합니다. ‘저 하늘이 아닌 바로 이 땅에서 사랑하는 여인의 가슴을 베고 언제나 한결같이 사랑을 나누며 영원히 함께 할 수 없다면 차라리 죽고 말리라’는 시인의 열정. 부럽지 않은가요. 그 사랑도, 그 열정도 말이지요.

이런 열정 가득한 사랑의 시를 시인에게 받은 행복한 여인은 누구일까요? 그렇습니다. 글을 시작하면서 말씀드렸듯 그 행운의 여인은 패니 브라운입니다. 키츠가 스물넷이던 1818년 열여덟의 패니 브라운을 만나 이듬해부터 책을 빌려주고 함께 읽기도 하면서 연정을 품게 되었지요. 브라운에 대한 키츠의 사랑은 깊고 강렬했습니다. 그는 브라운에게 자신의 마음속 이야기를 수많은 연서에 담아 보냅니다. 그 가운데 유명한 구절이 담긴 연서가 있지요. 1819년 10월 13일에 키츠가 그녀에게 보낸 편지를 함께 슬쩍 엿볼까요. 우리말로 옮기기는 하겠습니다만 키츠의 육성도 그대로 함께 들어봅니다.

“내 사랑이 나를 이기적으로 만들었어. 당신 없이는 살 수가 없어. 당신을 다시 만난 것 말고 아무것도 기억나는 게 없어. 내 삶은 바로 그 순간에 멈췄어. 그 이상은 생각하지도 않아. 당신이 나를 온통 삼켜버렸어. 지금 이 순간 내 온몸이 다 녹아내리는 것 같아. 곧 당신을 볼 수 있다는 희망이 없다면 나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비참해질 거야.... 나는 인간이 종교를 위해 순교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하며 몸서리쳤지. 하지만 이제 나는 더 이상 그럴 수 없어. 나도 내 자신의 종교를 위해 목숨 바칠 순교자가 될 수 있으니. 사랑이 내 종교야. 나는 내 신앙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칠 수 있어. 당신을 위해 내 목숨을 바칠 수 있어.”

My love has made me selfish. I cannot exist without you. I am forgetful of every thing but seeing you again. my Life seems to stop there. I see no further. You have absorb'd me. I have a sensation at the present moment as though I was dissolving. I should be exquisitely miserable without the hope of soon seeing you.... I have been astonished that Men could die Martyrs for religion. I have shudder'd at it. I shudder no more. I could be martyr'd for my Religion. Love is my religion. I could die for that. I could die for you.


“사랑이 종교”라니요! 시인답습니다. 키츠가 브라운을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영원한 사랑을 꿈꾸고 원하는 것이야 당연하지 않았을까요. 「빛나는 별」을 쓸 만하지요? 그렇게 영원히 함께 하고 싶어 할 만하겠지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짧지만 강렬했던 둘의 사랑은 해피앤드로 끝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이미 병약한 몸이라 사귀는 내내 아름다운 그녀를 떠나야 하는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있던 키츠에게 비극적 사랑의 왕관을 씌우듯 결핵이 덮쳐옵니다.

1820년 의사의 권유에 따라 따뜻한 로마로 요양을 떠나게 된 키츠는 알고 있었지요. 다시는 브라운을 볼 수 없으리라는 사실을. 로마로 떠난 이후 둘은 서로에게 보낸 편지도 주고받지 못합니다. 키츠의 편지는 브라운의 모친 손에서 브라운에게 전달되지 않았고 브라운의 편지는 키츠에게 닿지 못했습니다. 5개월 후 키츠는 로마에서 숨을 거둡니다. 그의 사망 소식은 한 달 후에야 브라운에게 전해졌고 브라운은 6년 가까이 그의 죽음을 애도하며 지냈다 합니다. 키츠의 사랑이 진실하고 열렬했던 만큼 브라운의 사랑도 그러했지요.

과거의 천재 시인들은 왜 다들 그렇게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야했는지요. 천재시인 키츠와 아름다운 여인 브라운의 열정적이었으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 소설의 한 장면 같은 이 둘의 사랑이야기는 2009년 제인 켐피온 Jane Campion 감독 연출, 벤 위쇼 Ben Whishaw, 애비 코니쉬 Abbie Cornish 주연으로 시의 제목인 「빛나는 별」이라는 영화로 만들어졌어요. 

애초에 키츠가 브라운을 위해 이 시를 쓴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있지요. 키츠에게는 사실 브라운 이전에 교제하던 이사벨라 존스Isabella Jones라는 여인이 있었어요. 1817년에 만나 아주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두 사람은 육체적 사랑을 나누는 관계로까지 발전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키츠가 바로 이 이사벨라 존스를 위해 「빛나는 별」의 초고를 썼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키츠의 전기작가 가운데 한 사람인 로버트 기팅스 Robert Gittings는 이 시가 키츠가 패니 브라운을 만나기 전인 1818년 4월에 쓴 것으로 이후 패니 브라운을 만난 뒤 수정을 했다고 주장합니다. 다른 전기작가들은 기팅스와 다른 견해를 보이기도 하지만 기팅스의 주장이 아주 믿지 못할 이야기도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적어도 두 가지는 분명한 사실 같습니다. 패니 브라운을 만나기 바로 직전까지 키츠가 이사벨라 존스와 사귀었다는 것, 그리고 이 시를 언제 쓴 것이건 키츠가 패니 브라운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분명하게 보여주기 위해 그녀에게 선물한 것이라는 사실 말이지요. 기팅스도 이 점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지요.

한 가지 더. 패니 브라운은 그 뒤 어떻게 되었을까요? 영화에서는 상복을 입은 패니 브라운이 울면서 이 시 「빛나는 별」을 암송하며 눈 쌓인 숲으로 가는 것이 엔딩 장면입니다. 그렇다면 현실에서는? 바로 위에서 패니 브라운은 키츠가 죽은 후 6년 가까이 애도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했지요. 그랬습니다. 그리고 7년쯤 지난 1833년 그녀는 결혼을 하여 다섯 자녀를 낳고 다복하게 살다 생을 마쳤다고 합니다. 우리의 삶은 때로 기억하고 싶은 어떤 순간에서 정지한 그대로 기억 속에 묻어두는 것도 필요한 것 같아요. 영원한 것은 예술만으로 충분할 테니까요.

마지막으로 삶과 예술에 관한 키츠의 특징적인 생각과 이 시를 통해 보이는 영국 문학의 한 가지 독특한 특성에 대해 말씀드리고 이 시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겠습니다. 키츠가 감각적 요소를 잘 사용한다는 것은 앞에서 이미 말씀드렸습니다. 그런 키츠의 시적 특징은 20세기 사상주의(寫象, Imagism)와 같은 현대시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현대시의 대표적인 비평가였던 엘리엇(T. S. Eliot)이 낭만주의와 낭만주의 시인들에 대해 비판하면서도 예외적으로 키츠를 높게 평가했던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키츠의 세계관입니다. 키츠는 낭만주의 시인들이 갈구했던 이상적 염원의 무한한 추구라는 극단으로 치우치지 않고 이상과 현실 사이의 적절한 균형감각을 유지한 것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 시에서도 그러한 면모는 여실히 드러나지요. 시인은 “영원히 한결 같고자” 하는 이상을 염원합니다. 하지만 그 이상을 찾아 북극성이 있는 저 하늘로 올라가지 않습니다. 자신이 발 딛고 서 있는 대지 위,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과 누리는 달콤한 현실 속에 머뭅니다. 그 “감미로운 불안”의 모순적 세계 속에 말입니다. 영원을 희구하되 변화하는 현실에 발 딛고 서는 것, 바로 이것이 키츠의 자세입니다. 한편으로는 달콤하고 또 한편 불안한 그 중간의 세계, 시인 키츠는 바로 이 세계가 자신의, 우리 인간의 세계임을 믿었고 우리에게도 그 말을 전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러한 키츠의 태도는 현실을 벗어나서까지 “무한한 동경”을 추구하는 낭만적 정서와는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에 오늘날까지도 변함없이 우리들의 가슴에 큰 울림을 주는 것이 아닐까요. 머리 위에 빛나는 별을 눈으로 보고 가슴에 담되 우리의 발은 단단한 대지에 두고 걸어가는 것, 그것이 우리 인간의 모습이기 때문에 말이지요.

이 시가 소네트 형식, 그것도 전형적인 영국 소네트 형식이라는 점을 앞에서 말씀드렸습니다. 한 가지 덧붙여야겠습니다. 제가 앞에서 이 시를 설명드릴 때 1행부터 8행, 9행부터 14행을 나누어 설명 드렸습니다. 까닭이 있습니다. 내용면에서 1~8행까지와 9~14행이 구별되기 때문이지요. 시인은 8행까지 자신이 닮고 싶지 않은 북극성의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난 다음 9행부터는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지요. 그러니 전반부라 할 수 있는 1~8행까지의 내용보다는 후반부라 할 수 있는 9~14행까지의 내용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소네트가 이탈리아에서 들어왔다는 것은 앞에서 말씀드렸잖아요? 이탈리아 소네트가 형식과 내용에서 저런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전반부 8행은 전제가 되는 내용이나 일반적인 이야기를 그린 다음 후반부 6행에서 시인이 정작 말하고 싶은 주제를 보여주지요. 키츠의 「빛나는 별」은 각운을 통해 보이는 외적 형식은 전형적인 영국식 소네트이면서, 내용에서는 이탈리아 소네트처럼 전반부와 후반부가 구분되고 있어요. 한 마디로 영국식 소네트와 이탈리아 소네트를 결합, 절충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것은 바로 위에서 언급한 시인 키츠의 개인적 특성과도 일치하고, 전체 영국의 문화적 특징과도 닿아있어요.

영국 문화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이국적인 요소들을 받아들여 새로운 것으로 절충해낸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요. 지금 살펴본 소네트도 그랬지만, 종교는 또 어떤가요? 원래 게르만 신화의 민족이었던 잉글랜드가 기독교를 받아들여 연착륙시키고 나중에는 영국만의 독특한 성공회로 종교개혁을 이루었지요? 정통 오페라와 대중음악의 절충이라 할 수 있는 뮤지컬이 가장 먼저 화려하게 발달했던 곳도 영국이었지요? 미국 중심의 대중음악과는 다른 브릿팝(Britpop)은 또 어떤가요?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 기존의 것과 절충하거나 조화를 이루는 영국 문화 특유의 개성이 소네트라는 문학 형식에서도 발현되고 있음을 키츠의 「빛나는 별」은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들이 다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이 시를 읽으면서 구절구절 생생하게 살아 펄떡이는, 한결같고자 한 시인의 저 감각적 관능의 영원한 염원이 눈에 입술에 가슴에 오롯이 담기기만 한다면 말입니다. 셸리(Percy Bysshe Shelley)의 헌사처럼 “피기도 전에 떨어져 버린 꽃” 같은 스물일곱 이른 죽음이 너무나 아까운 시인, 키츠의 「빛나는 별」이었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