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생 vs 70년대생
왜 유독 두 세대가 맞붙을까?
연말 인사고과 막바지에 이른 직장에선 찬바람이 거세다. 한 해 성과를 평가하는 자리에서 70년대생 상사와 90년대생 직원의 기 싸움이 무섭다. 과유불급이란 말이 무색하게 적극적으로 성과를 써낸 90년대생은 ‘공정성’과 ‘투명성’을 내세우며 평가자를 옥죈다. 지난한 세월을 거쳐 이제 막 평가자의 자리에 오른 70년대생 상사는 갈수록 기억력도 약해지고 마땅한 기록도 없어 어떻게 평가할지 막막하다. 블라인드를 들췄더니 이처럼 평가자인 70년대생 상사는 울고 있고, 피평가자인 90년대생은 ‘꼰대’ 레드카드를 쥐고 기세등등하다.
현재 회사 조직의 중추인 70년대생의 역할과 책임은 엄중하고 사회 전체를 놓고 보더라도 마찬가지다. 리더로서 위아래를 모두 아우르며 조직을 이끌어야 하니, ‘라떼’를 건넬 시간조차 없다. 한때 X세대 돌풍을 일으키며 사회에 나왔지만 ‘시키면 시키는 대로, 까라면 까라는 대로’ 문화 속에서 숨죽이고 버티며 간신히 리더의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미워하면서 닮는다는 말이 있듯이 과거 짬밥 하나로 짓눌렀던 윗세대처럼 자신도 꼰대가 된 건 아닌지 신경 쓰인다. 특히 90년대생은 이제껏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당찬 위세를 지녔기에 가만히 있어도 꼰대로 몰리는 것 같아 억울하다. 어느 조직이든 새로운 세대의 참여가 활성화돼야 하지만 그렇다고 아직 지혜와 연륜이 짧은 소위 ‘요즘 것’들에게 마냥 휘둘렸다간 조직의 앞날이 걱정된다. 누구나 회사에 일하러 나오지 싸우러 나오는 게 아니다. 직장 내 세대 갈등은 얽히고설켜 점입가경이지만, 어쨌든 모두 함께 손잡고 나아가야 할 공동운명체이기에 상 생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꼰대의 길목에 선 리더의 고뇌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스스로 오지랖이 넓다는 저자는 70년대생 상사와 90년대생 직원이 업무 현장에서 부딪치며 일어나는 생생한 이야기를 토대로 현실적인 조언을 건넨다. 각 세대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조직을 위해 합심하여 시너지를 내는 것은 어떻게 가능할까? 리더가 리더로서 잃지 않고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인가? 또 버려야 할 것은 무엇인가? 이 책은 70년대생 리더에게 따뜻한 위로와 공감을 건네면서 냉철한 해법까지 제시한다.
울고 있는 리더에게 들려주는
위풍당당 행진곡
세간이 주목하는 90년대생이 왔으니 기성세대는 떠나거나 가만히 찌그러져 있어야 할까? 세대 갈등은 어느 시대에나 있었고 뾰족한 해법도 없으니 그냥 내버려두면 될까? 코로나19로 묻혀 있지만, ‘90년대생’과 ‘꼰대’ 이슈는 사회 곳곳에서 특히 직장에선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여기서 저자는 역대 최강 신인류로 불리는 90년대생을 맞이하여 자기 안의 꼰대와 싸우는 70년대생 X세대 리더에 주목한다. 신세대에게 무조건 오냐오냐하지 않고, 이들과 맞붙고 뒤돌아 혼자 우는 리더에게 시선을 돌리며 마음을 쓴다. 오랫동안 글로벌기업의 실무를 담당하며 대표까지 역임했고, 현재는 유명 기업에 리더십, 코칭, 전략개발 등 각종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저자가 이참에 변화전문가, 세대전문가를 자처하며 팔을 걷고 나섰다.
자유분방한 소비생활을 즐겼던 ‘오렌지족’이 등장했을 정도로 70년대생은 개인주의 문화가 시작된 세대다. 하지만 한창 사회에 진출하던 시기에 IMF의 파고를 정통으로 맞아 조직에 순응할 수밖에 없었다. 그저 안정된 수입으로 가족과 화목하게 사는 삶이 목표가 된 그들은 30분 일찍 출근하고, 매사 상사의 눈치를 보며 직장생활을 했다. 70년대생이 비교적 온순한 기성세대로 변모할 무렵 90년대생은 디지털 기술의 축복을 받으며 디지털 원주민으로 자랐다. SNS로 친구를 사귀며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촬영해 전 세계인과 공유하는 게 일상이다. 9시에 출근하고 6시에 칼퇴근하는 그들은 주어진 일을 주어진 시간 안에 해내고 퇴근하길 좋아한다. 회사나 상사에 충성하기보다 자기 자신에게 충성하고, 경제적인 것보다는 자신의 만족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그러니 팀장은 야근하고 막내는 칼퇴근하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어떻게 하면 꼰대 소리 듣지 않으면서 당당하게 이런 90년대생을 이끌 수 있을까?
꼰대인가, 리더인가?
‘Ctrl+F’로 나만의 리더십을 찾아라
저자는 우선 리더로서 갖춰야 할 리더십을 C(소통), T(신뢰), R(공정), L(경청), F(조언)로 나누고, 다시 한데 묶어 리더십 찾기 단축키 ‘Ctrl+F’를 제시한다. 리더십이 흔들릴 때마다 마음을 다잡게 만드는 원칙이자, 꼰대인지 리더인지 판가름할 수 있는 기준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핫팁’이다. 절대 새삼스러운 내용은 아니고 이미 알면서도 놓치고 시간이 없다며 뒤로 미룬 문제들이다.
직원들 역시 뒷담화만 즐기지 말고 상사의 말을 좀 더 세심하게 들여다보라고 조언한다. 미팅을 하고도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해 사후미팅을 요청하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그것은 상사의 말이 압축파일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상사가 오랜 시간 시행착오를 통해 이뤄낸 성과, 수학으로 말하자면 ‘공식’만 제공받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직원들은 그 공식의 도출 과정을 정확히 풀어 이해할 역량과 경험/이 부족함을 인정하며 겸손하게 접근해야 한다. 못 알아듣겠다며 막무가내로 덤벼들지 말고 하나하나 분석하여 확실히 자기 것으로 만들어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인사고과 역시 연례행사로 치르지 말고 제도를 개선해 수시로 진행할 것을 제안한다. 안 그대로 요즘 전 세계 기업은 수시평가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추세다. 수시평가는 ‘객관성’과 ‘타이밍’ 면에서 적절하고, 무엇보다 성장을 위한 조언인 ‘피드백’ 방식으로도 탁월하다. 자연스럽게 인사고과는 ‘평가의 자리’가 아니라 ‘성장의 자리’가 되는 것이다. 특히 70년대생 리더는 원체 평가받기도 평가하기도 꺼려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90년대생은 워낙 어릴 적부터 정량적, 정성적 평가 모두에 익숙한 세대다. 과거를 답습하지 않고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며 수시평가처럼 좀 더 유연하고 합리적인 제도를 도입하기를 권한다. 90년대생과 70년대생 사이 넘지 못할 산은 없고, 서로 충분히 성장의 동력이 돼줄 수 있다고 저자는 믿는다.
조직의 리더가 문제를 회피하고 방치할 때 조직은 쇠약해지고 결국 모든 조직 주체들에게 손해로 돌아간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리더가 리더의 일을 제대로 알아야 하며, 세대 특성도 함께 이해해야 한다. 세계적인 저술가 말콤 글래드웰도 갈등 대부분이 서로가 서로를 모르면서 잘 이해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데서 발생한다고 했다. 점차 사회의 주축이 돼가는 90년대생과의 문제를 그저 ‘세대 차이’라고 치부하며 소통을 포기하기엔 그 손실이 너무 크다. 설령 신조어 사전을 찾고, 꼰대어 번역기를 돌리는 한이 있어도 서로 자주 보고 소통하며 상생해 나가야 한다.
네이버 새 사령탑으로 1981년생 최수연 글로벌사업지원 책임리더가 내정됐다. 네이버에 합류한 지 채 2년밖에 되지 않은 MZ세대(1980년대 이후 출생한 밀레니얼과 Z세대)다. 한성숙 현 네이버 대표가 1967년생인 것을 감안하면 1970년대생(만 42~51세)을 단숨에 ‘건너뛰어버린’ 셈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970년대생은 재계를 이끄는 핵심으로 주목받았다. 중간관리자 역할을 담당했고, 고위 임원으로 중용되는 사례도 많았다. 물론 여전히 조직에서 맹활약 중인 1970년대생이 적지 않다. 하지만 올해 들어 특히 MZ세대에 밀려 소외감을 느낀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1960년대생이 누려왔던 실질적인 권한은 이어받지 못하고, 대신 책임만 늘어난 채 막중한 실무에서 떠날 수 없는 ‘빛 좋은 개살구’라는 불만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1970년대생을 ‘꼰대’라고 치부하는 MZ세대 눈치를 봐야 하는, 진정한 ‘낀 세대’가 됐다는 자조적인 분위기가 팽배하다.
1976년생 A씨가 2000년대 초반 국내 최고 중공업 회사에 입사하자마자 겪은 일이다. 30대 중반인 과장급 선배가 부서 막내 A씨에게 조용히 구두를 벗어줬다. 닦아 오라는 뜻이었다. 그는 당황했지만 ‘군대 문화’를 떠올렸다. 저 멀리서 ‘커피 한잔’을 외치면 냉큼 봉지 커피를 타 갔다. ‘저녁 먹자’는 한마디에 선약을 취소하고 선배를 따라가 ‘술 시중’을 들었다. 40대 초반인 부장에게는 이런 서비스(?)가 당연했다. 부장은 또한 실무를 전혀 뛰지 않았다. 출근해 커피 한잔과 함께 신문을 천천히 읽고, 종종 윗사람에게 보고만 하면 업무는 끝이었다. 자유분방한 X세대라고 자부한 그는 ‘불합리하고 사라져야 할 문화’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냥 따랐다.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 A씨는 몇 번의 전직을 거쳐 중견 바이오 기업 경영기획 임원이 됐다. 최근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하면 당연한 얘기겠지만, A씨는 후배에게 개인적인 일을 전혀 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자기주장이 강한 MZ세대 눈치를 본다고 했다. “점심 같이하자” 해도 “약속 있다”며 가볍게 거부하는 후배가 야속하지만 어쩔 수 없다. 임원이라 해서 실무를 완전히 떠난 것도 아니다. 회계·인사 등 담당 직원이 있어도 적잖이 실무에 참여한다.
“후배에게 구두를 닦게 하거나 커피를 시키는 일은 과거나 지금이나 옳지 않죠. 그렇다고 직장생활 20년 가까이 한 지금, 후배 눈치를 보고 살 줄은 몰랐습니다. 또한 경험이 쌓이고 직급이 오르면 실무를 떠나 권한과 책임을 갖고 의사 결정만 하면 될 줄 알았죠. 하지만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 은퇴할 때까지 실무만 하다가 직장생활을 마감할 것 같은 생각까지 듭니다.”
▶X세대서 MZ세대로 중심축 이동
▷삼성전자서도 1980년대생 6명 ‘별’
A씨는 1970년대생, 이른바 X세대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1990년대 대학을 다닌 X세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재계 인사의 키워드였다. 지난해 한화그룹에서는 김은희 한화역사 대표 등 1970년대생 CEO 3인방이 탄생했다. LG그룹 인공지능 연구 전담 조직인 ‘LG AI연구원’ 원장을 맡은 배경훈 상무는 1976년생으로 올해 전무로 승진했다. LG는 전체 임원 중 1970년대생 비중이 지난해 말 기준 41%에서 올해 말 기준 52%로 절반을 넘어섰다. 지난해 롯데그룹은 신임 임원 총 50명 가운데 45명(90%)이 1970년대생이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X세대에 대한 주목도는 확연히 떨어졌다. 벌써부터 MZ세대가 치고 올라오자 X세대는 ‘낀 세대’로 기업에서 ‘순삭(순간 삭제)’될 것 같다며 조바심 내는 모습마저 엿보인다.
실제 MZ세대인 1980년대생이 국내 간판 기업 임원으로 빠르게 올라섰다. 이제는 ‘깜짝’ ‘파격’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도 무색할 정도다. 국내 시가총액 50위 내 기업에서 1980년대생 임원은 50명에 달한다. 지난해 3분기 31명에서 1년 새 60% 증가했다. 1981년생 최수연 대표를 새 사령탑으로 내정한 네이버는 1980년대생 임원이 14명이나 된다. 120명의 책임리더(임원) 가운데 30대도 6명이나 된다.
국내 대표 기업 삼성전자도 1980년대생 6명이 ‘별’을 달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981년생이 가장 어린 임원이었다. 현재 1985년생(김태수 삼성글로벌리서치 시큐리티팀 상무)으로 한층 더 젊어졌다. 미래에셋증권은 신규 선임된 팀·지점장 중 1980년대생 비율이 33%에 달했다. 50명의 임원 승진자 가운데 1980년생이 8명이나 됐다. ‘밀레니얼’세대 임원이 기업에 새로운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는 기대감에 따른 인사로 풀이된다. 연륜이 강조되는 사외이사조차 1980년대생이 중용된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ESG위원회를 꾸리며 1983년생 김태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를 사외이사로 임명했다. 한국전력은 1987년생 방수란 서울에너지공사 고문변호사를 사외이사 명단에 포함했다.
또한 X세대는 평생 실무만 하다 직장생활을 마감할 것 같다는 불안감을 내비친다. 국내 메이저 카드사에 근무하는 1972년생 B씨는 팀장 타이틀을 단 지 벌써 4년째다. 한국 나이로 50세지만 업무가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 자금 조달 업무를 맡아온 그는 과장 때나 지금이나 하는 일은 똑같다. 팀장으로서 실무에서 손을 떼기를 기대했으나 뜻대로 안 됐다. B씨는 “업무는 늘어만 가고 인력 충원이 되지 않아 일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며 “권한은 없고 팀장으로서 책임만 추가되는 분위기라 때로는 억울하다는 생각마저 든다”고 했다. 1973년생인 대학병원 병리학 전문의는 “전공의 때 하던 일을 그대로 한다”고, 동갑인 부장검사는 “평검사, 차장검사장에 치여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X세대는 어떤 세대기에
▷경제적 풍요 누렸지만 ‘낀 세대’ 전락
X세대에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모두 경험했다’는 설명이 붙는다. X세대는 산업화 수혜를 입은 산업화세대(1940~1954년생)와 1차 베이비부머세대(1955~1964년생) 부모 품 안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10대까지 경제적 풍요를 누렸다. 1990년대 초중반 ‘서태지와 아이들’을 소비하며 ‘신세대’로 화려하게 등장했고 대학 시절 삐삐, 휴대폰 등을 사용한 경험으로 스마트폰 시대 전환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SNS 활용에도 거리낌이 없다.
하지만 막상 사회 진입 과정은 만만찮았다. IMF 외환위기와 닷컴 버블 붕괴를 정면으로 맞닥뜨리며 취업에 좌절을 겪은 세대기도 하다. 외환위기 속 치열한 경쟁을 뚫고 취업에 성공한 이들은 성실함을 무기로 사회의 일원으로 우뚝 선다. 결혼, 출산으로 어엿한 가정을 이루고 월급을 차곡차곡 모아 자산 축적에도 성공한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X세대는 전 세대 중 가장 빠르게 자산을 늘린 세대다. 2012년까지만 해도 1억9324만원 자산을 보유했는데 지난해 4억571만원으로 급증했다.
X세대가 모든 세대 중 소비력이 가장 왕성한 세대로 떠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명품 매출에서 4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30.3%로 지난해(25%)보다 5.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20~30대 명품 구입 비중이 감소세를 보인 것과 대비된다.
물론 X세대의 고민도 많다. 산업화 시절을 겪은 부모 영향을 받아 ‘평생직장’을 목표로 조직에 충성했지만 정작 사내에서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한다는 불만이 크다.
X세대는 기성세대의 군대식 문화를 겪으면서 야근을 밥 먹듯 하는 등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 사생활을 희생해온 데다 직장 내 불공정한 대우가 적지 않았음에도 ‘사회생활은 원래 이런 것’이라며 침묵하고 묵묵히 이겨냈다.
하지만 더 이상 이런 충성 전략이 먹히지 않는다. X세대는 어느새 조직의 중간관리자나 팀장급으로 성장했지만 과거 선배들이 누렸던 대접은 온데간데없고, 조직원인 MZ세대로부터는 ‘젊은 꼰대’ 소리를 듣기 일쑤다. 온갖 실무를 도맡아 하고 조직 관리까지 하면서 신구세대 갈등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한마디로 ‘낀 세대’ 신세다.
▶기업 조직문화 180도 달라져
▷MZ세대 주역 부상하며 찬밥
X세대가 실무형 ‘낀 세대’로 전락한 이유는 뭘까.
기업 조직문화가 180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보수적이면서 연공서열에 치중해온 기업 문화가 사라지고 철저한 성과주의 문화가 자리 잡는 분위기다. 단순한 직급이 아닌 역할을 중시하는 수평적 조직 제도가 도입되면서 능력 있는 MZ세대 몸값이 높아지고, 오랜 경력과 성실성만을 무기로 내세운 X세대 포지션이 애매해졌다.
일례로 지난 3월 임금을 9% 인상한 LG전자는 10월 성과급 체계를 개편했다. 사업 부문별이 아닌 회사 전체 매출, 영업이익을 적용해 사업 부문별 성과급 격차를 줄이고, 성과급 규모도 늘리기로 했다. 그동안 임금 인상이 보수적이었던 LG전자가 파격적 임금 인상, 성과급 체계 개편에 나선 것은 MZ세대가 주도해 결성한 LG전자 사무직 노조 출범, 목소리를 높인 영향이 컸다. SK하이닉스도 MZ세대 인재 유치를 위해 대졸 신입사원 초임을 기존 4000만원대에서 5040만원으로 대폭 높이기로 했다.
기업 임금 인상, 인사 제도 개편을 바라보는 1970년대생 속내는 편치 않다. 비용 부담이 커진 기업들이 차장, 팀장급 연봉까지 신입사원과 같은 폭으로 올려주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MZ세대 못지않은 성과를 내기도 만만찮다. X세대는 기업이 신성장동력으로 추진하는 각종 신기술 트렌드에 뒤처지면서 이렇다 할 정체성을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위로는 산업화 수혜를 누리며 비로소 실무에서 벗어난 베이비붐세대, 아래로는 제 목소리를 높이는 MZ세대의 중간에 끼면서 점차 존재감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70년대생이 운다’ 저자 박중근 캠프코리아 대표는 “1970년대생이 실무와 조직 관리 역할을 같이하는 경우가 많은데 직급과 권한이 올라갈수록 해야 하는 일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조직 관리를 핑계로 실무를 하지 않았던 과거 상사들이 잘못됐을 뿐이다. 조직 경영 수준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지는 과정에서 1970년대생이 어려움을 겪는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1970년대생 스스로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과거 선배의 ‘기득권’을 그리워하지 말고 1980~1990년대생과 함께 경쟁해야 한다는 것이다. 1973년생 한 증권사 리서치본부장이 SNS에 쓴 글은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지난해 말 ‘X세대 임원이 온다’고 했는데 올해 ‘1980년대 임원’이 왔다. 10년 차이가 1년 차이로 축소됐다. 급격한 ‘Passing 1970’ 분위기가 감지된다. 디지털, 친환경, 나아가 메타버스 시대 1970년대생은 이해력이 낮은 꼰대 취급받기 딱 좋다. MZ세대에 대한 공감능력은 무조건 1980년생의 승리다. X세대는 IMF로 직장생활을 시작해, 직장이 평생을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점을 안다. 1960년대생 장기 집권에 순종했고 아래 직원 당돌함에 꾹 참았는데, 패싱하고 바로 1980년대생이란다. 이제 1970년생끼리 경쟁이 아닌, 1980년대생을 동일 그룹으로 놔야 한다. 1970년대생이 그만큼 깨어 있고 새로운 것들로 무장하지 않으면 언제든 짐 쌀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관리는 기본이고 실무에서 손을 놔서는 안 된다. 그 누구도 나를 지켜줄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