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화, 糊化
녹말에 물과 열을 가하면 생기는 현상. 녹말류 음식을 소화하기 더 쉬워진다. 알파(α)화라고도 부른다. 반면에 녹말류 음식이 식으면 맛이 떨어지고 소화하기 다소 불편해진다. 이는 노화(老化) 또는 베타(β)화라고 부른다.
호화(糊化)는 녹말에 물을 넣고 가열했을 때 녹말 입자가 팽창하여 점도가 증가하고 반투명한 콜로이드 상태로 변하는 현상
호화의 과정
녹말 입자가 밀착되어 있는 생녹말에 물을 넣는다.
60~80℃에서 녹말 입자가 팽창하기 시작한다.
계속 가열하면 입자가 팽윤되어 반투명한 콜로이드 상태가 된다.
호화의 예시로는 뜨거운 물로 가열하거나 알칼리 용액과 같은 용매를 사용해 처리한 전분이 있다.
호화와 관련된 용어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노화: 호화로 인해 용해된 전분분자들이 재배열되고 일부 결정형 구조들을 회복하는 현상
젤화: 뜨거운 전분 호화액이 38도 이하로 식으면 반고체 상태인 젤이 형성되는 현상
묵
묵은 전분 겔(starch gel)에 속하는 식품으로 전분이 겔을 형성할 때 얻어지는 식품이기는 하지만 모든 전분 겔이 묵이 되지는 않는다. 즉 고구마, 감자, 쌀, 율무, 팥 등도 전분이 많은 식품이지만 묵이 되지 않는다. 묵이란 전분의 앙금을 물에 풀어 고아서 농축하여 식혀 겔화하여 썰어내는 것이다. 따라서 썰었을 때 제 모양을 유지해야 하는데 모든 전분이 다 가열하면 호화되고 식히면 굳기는 하지만 썰거나 그릇에 쏟아 놓으면 제 모양을 유지하지 못하고 흩어져 버린다면 묵으로서 가치를 가질 수 없게 된다.
전분 입자는 어떤 식물에서 얻어졌는지에 따라 모양과 크기가 다르고 가열하여 쑤었을 때의 행동도 달라진다. 그 이유 중의 한 가지는 전분 속의 아밀로오스와 아밀로펙틴의 함유 비율이 다르기 때문이다. 옥수수, 밀, 감자의 전분들은 아밀로오스 함량이 모두 21~24% 정도로 비슷한데도 풀을 쑤었을 때의 행동이 다르다. 그것은 감자전분의 아밀로오스의 길이는 옥수수전분 길이의 약 2배가량으로 아밀로오스 분자의 길이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아밀로오스의 길이가 너무 길면 묵의 겔 구조가 느슨하여 늘어지고 힘이 없어 허물어져서 묵이 될 수 없고 아밀로오스의 길이가 중간 정도의 것이 호화된 전분 입자와 입자 사이를 연결하여 입체적 망상구조를 형성하기에 알맞아서 묵의 겔 상태를 유지한다.
묵의 특성은 맛보다는 질감 즉 경도, 점도, 탄성 등에 있다. 이러한 특성은 전분의 종류, 아밀로오스와 아밀로펙틴의 구성 비율, 전분분자의 배열, 호화온도, 전분의 농도, 제조방법 등이 영향을 미친다. 특히 이 중에서 전분의 농도는 묵의 질에 중요한 요인이 되는데 전분의 종류에 따라 다르기는 하나 5~9%의 농도가 적당하다. 녹두묵의 경우 6~8%의 정도의 농도일 때 질감이 매우 부드럽다.
이 밖에 묵이 잘 만들어지는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도토리 전분의 호화 최적조건은 61~75℃ 범위고 녹두 전분의 팽윤력은 60도에서 증가하여 70도 부근에서 급격히 증가한다. 동부앙금의 물 결합능력은 30도에서 100% 정도이고 팽윤력은 70도보다는 80도에서 크게 증가한다.
또한 동부묵의 겔 형성은 급하게 온도를 올린 순간 가열 방법에서 온도가 90~95도 범위보다는 85도 범위에서 겔 형성도가 더욱 좋았다. 밤묵의 경우 벌레 먹은 밤도 묵의 겔 형성에 지장을 주지 않아 이용 가능하다는 연구 논문들이 있다.
묵을 만들려면 우선 모든 재료의 앙금을 얻어야 하는데 전통적인 묵의 앙금 내는 법을 얘기해 볼까 한다. 첫 번째로 껍질을 벗긴 원료를 불린 후 물과 함께 마쇄하여 체에 걸러서 앙금을 가라앉힌다. 두 번째는 가라앉힌 웃물을 따라 버리는데 도토리는 떫은 탄닌 성분을 제거하기 위해 몇 번의 과정을 반복하여 물을 버린다.
세 번째는 앙금을 그대로 물과 함께 쑤면 제물묵이 되고, 앙금을 건조하여 가루로 만든 다음 필요할 때마다 사용할 수 있다.
묵을 쑬 때는 약한 불에서 뜸을 오랫동안 들여야 쫀득거리는 묵의 질감을 얻을 수 있다. 이것은 묵의 연구동향에서 밝힌 겔 형성의 최적온도가 대체로 70도 전후라고 밝힌 것에서 근거할 수 있다.
묵을 쑬 때는 묵 원료의 건조녹말과 물의 비율이 아주 중요하다. 그 비율은 다음과 같다. 녹말과 물의 비율이 청포묵(녹두)은 1대 6~8, 도토리묵은 1대 5.5~6, 칡묵은 1대 5~6, 메밀묵은 1대 5~6, 밤묵은 1대 4~6이고 제물묵의 경우는 묵전분의 질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물에 가라앉은 앙금의 비율이 1이면 물은 2~3배 첨가하여야 한다.
다양한 조리법으로 우리입맛을 살려주는 도토리묵/묵
곡류나 열매로부터 얻은 전분질을 이용하여 호화 시킨 후 냉각시켜 성형한 것을 말한다.
식품위생법에서 정한 정의는 묵류란 전분질 원료나 다당류를 주원료로 하여 호화 성형한 묵, 혼합묵, 또는 이를 건조한 건조묵을 말하는 것으로 전분질뿐만 아니라 구약분 같은 다당류를 이용해서도 묵을 제조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히고 있다. 우리 전통식품 표준규격에는 도토리묵, 메밀묵, 녹두묵이 수록되어 있고 각각의 원료로부터 얻은 전분질을 이용하여 호화, 성형한 것만을 말하는 것으로 제한하고 있다.
묵의 어원
묵은 포(泡), 묵으로 불리웠다. 녹두묵의 경우 청포, 녹두포 등으로 표기하고 있다.
명물기략에서 ‘녹두가루를 쑤어서 얻은 것을 삭(索)이라 하는데 속간에서 묵이라고 하고 묵이란 억지로 붙인 것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사류박해에서는 묵을 청포, 황포, 녹두부로 표현하였다.
또 규곤요람에서는 탕평채를 탄평채묵법이라 기록하여 ‘묵’의 한자를 달리 쓰고 있다.
음식디미방 에서는 녹두앙금을 흰가루로 표현하고 있으며,
시의전서에 비로소 한글명으로 묵이 쓰여 있다.
그 외 여러 문헌에 녹두묵을 녹말유, 청포방으로, 제물묵은 녹두유로, 도토리묵은
상실유로, 메밀묵은 교맥유 등으로 표현했다.
묵의 종류
[곤약]
곤약의 원료는 구약감자이다. 원산지는 인도이나 중국과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전파되었는데 일본에서는 곤약이 식생활의 필수품이 되었다.
[노랑묵, 황포묵]
녹두묵과 같은 방법으로 만드는데, 노란 빛깔을 내기 위해 치자물을 타서 만든 묵이다.
녹두 앙금을 끓는 물에 풀어 쑤다가 풀처럼 엉기기 시작할 때 치자물을 탄다.
[도토리묵]
도토리를 물에 불려 껍질을 없앤 다음 맺돌에 갈아 무명자루에 넣어 짠다.
그것을 앙금으로 가라앉힌 다음 물을 버리고 다시 새 물을 부어 잘 저으면서 끓이되, 펄펄 끓으면 조금씩 붓고 저으면서 계속 부어서 쑨다.
되게 엉기기 시작하면 맨 위를 반반하게 만들고 약한 불에 뜸을 들인다.
냉수를 부어 식히면 윤택이 나고 부드러운 묵이 된다.
[메밀묵]
메밀을 깨끗이 씻어 불려 껍질을 제거한다. 맷돌에 갈아 앙금을 내어 풀을 쑤듯 끓인다.
일정한 틀에 붓고 차게 식혀서 잘라내어 먹는다.
[밤묵]
밤 껍질을 벗겨 물을 조금씩 부으면서 맷돌에 간 다음 고운체로 거른다.
가라앉은 녹말을 말려 녹말가루를 만든 다음, 물을 4배 넣어 걸쭉하게 끓여 묵을 쑨다.
용기에 부어 굳힌다.
[올방개묵]
올방개는 연못가에서 자라는 벼목 사초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올방개 괴경(덩이줄기)을 잘 씻어 갈아 낸다.
앙금을 내어 풀 쑤듯 저어주며 중불에 끓인다. 차게 식혀서 먹는다.
[올챙이묵]
옥수수(밀옥수수)알을 물에 담가 충분히 불려 맷돌에 간다.
고운 체 또는 자루에 담고 물을 계속 부으면서 짜서 녹말을 가라 앉힌다. 맑은 물을 따라내고 앙금과 녹말가루를 합한 것에 물을 5배 부어서 섞는다. 중불 위에 올려 계속 저으면서 묵을 쑨다. 주걱을 가운데에 세워 쓰러지지 않을 정도가 되면 불을 끄고
구멍(지름 5mm)이 있는 틀에 쏟아 밑에 냉수를 받은 자배기에 대고 흔든다.
뜨거운 풀이 냉수에 떨어지면서 올챙이처럼 굳는 모양이 생긴다.
[우무묵]
우뭇가사리를 깨끗이 씻어 풀죽을 끓이듯이 중불에 끓인다.
농도가 진해지면 우뭇가사리를 건져내고 틀에 부어 식힌다.
[천사채]
다시마, 우뭇가사리 등으로 만든 반투명의 가는 국수.
특별한 맛은 없으나, 꼬들꼬들 씹히는 맛으로 많이 먹는다.
[청포묵]
녹두를 맷돌에 1차로 한번 갈아 껍질을 벗긴다.
녹두를 물에 담구어 깨끗이 씻고 1~2시간 후에 껍질을 벗긴다.
껍질 벗긴 녹두를 맷돌에 2차로 간다. 광목을 이용한 자루로 2차례에 걸쳐 가라 앉힌다. 걸러낸 액체를 3~4시간 정도 가라앉힌다.
가라앉힌 액체를 웃물은 걸러내고 가마솥에 충분히 끓인다. 충분히 끓인 액체를 보자기를 깔아놓은 목판에 부어 물기를 제거한다.
24시간 정도 식힌 후 청포묵을 1판에 12개가 되도록 자른다.
[칡묵]
칡은 장미목 콩과 덩굴식물이다. 칡뿌리는 갈근이라 하여 한방 및 식용으로 많이 쓰인다.
칡전분과 물을 같은 양으로 섞어서 풀면 칡전분이 굳으면서 투명해 진다. 투명해졌을 때 네모판을 끓고 있는 물 속으로 가라앉혔다가 꺼낸다.
이것을 찬물에 식혀 떼어 낸 다음 잘게 잘라 소소에 찍어 먹는다.
[콩묵]
탈피 익힌 콩(또는 농축두유)을 믹서에 넣고 물을 붓고 곱게 간다.
여기에 알긴산소다와 두부응고제를 물에 타서 넣은 후 계속 교반한다(1분정도).
성형용기에 부어 20-30분간 방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