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이 비만에 미치는 영향
주위에 보면 소위 물만 먹만 먹어도 살찌는 사람이 있고, 거의 매일 삼겹살을 먹어대도 마른 사람이 있다. 이걸 어떻게 봐야 할까? 신체활동과 식이요법이 지방을 줄이는데 최고라는 것은 확실하지만 유전적 요인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다시 말해, 좋은 식습관에 대해 불량한 유전적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불량한 식습관에 대해 훌륭한 유전적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자.
유전자는 배에 두른 타이어, 똥배, 특정 음식에 대한 기호,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방식 등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준다. 흔히 환경적 요소라고 하는 가족의 식생활 패턴, 즉 가족의 기호도 사실은 유전자적 조건이라 할 수 있다.
유전자의 문제이므로 비만과의 싸움에서 자포자기 할 필요는 없다. 비만인이 가지고 있는 특정 유전자의 영향력을 감소시키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유전적 영향으로 특정 체질과 행동방식을 갖게 되지만, 그러한 유전적 특성과 나쁜 행동은 좋은 음식을 통해 몸을 리셋(Reset)함으로써, 유전자가 작동하는 방식을 중성화하거나, 최소화할 수 있다. 즉, 우리의 (올바른 정보에 의한) 선택이 이미 주어진 특정 유전자의 활동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유전자 문제는 우선 신진대사가 출발이다. 우리 몸의 자동 온도 조절기이자 여분의 지방 연소장치인 신진대사(원래, ‘변화’를 의미한다.)부터 알아보자.
우리는 우리가 느끼지도 못하는 사이 매년 백만 칼로리 정도를 소비한다. 즉 ‘자동적으로 연소’되는 것이다. 우리 숨 쉴 때, 잘 때, 신체기관이 기능할 때 사용된다. 일차적으로 우리의 몸을 이루는 구조물과 장기의 기능을 유지하는데 사용되는 것이다.
우리가 다이어트 한답시고 에어로빅하고 요가를 미친듯이 해도 전체 섭취 칼로리의 15~30%만 연소된다. 그렇다. 우리가 아무리 뛰어다녀도 신체활동은 지방 연소의 극히 일부만 차지하고 있다. 대부분은 자동적으로 연소된다.
이러한 신진대사율은 체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14~15% 정도 증가한다. 잠을 자는 동안에는 10% 감소한다.
이미 실패가 확실한 다이어트 즉, 무조건 굶는 다이어트를 할 경우에는 신진대사율이 40% 자동적으로 느려진다. 밥을 안 먹으면 자동적으로 우리 몸은 연소모드에서 기아모드로 전환되는 것이다. 반대로 아침을 먹는 사람의 경우 신진대사 유전자가 항상 활동하는 상태므로 굶는 사람보다 날씬하다. 이는 칼로리가 지방으로 전환되어 저장되기 전에 연소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말한다.
비만과의 힘겨운 싸움 와중에 우리는 몇 가지 호르몬을 만난다. 이런 호르몬들은 생각보다 심각하게 비만에 영향을 미친다. 신진대사(Metabolism)와 체중에 영향을 주는 유전적 조건은 내분비계를 구성하고 있으며, 호르몬을 분비하는 선(腺)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주요 신진대사 선은 갑상선(갑상선호르몬), 부신(코티솔), 췌장(인슐린) 등이다. 이것들은 비밀리에 우리 몸 속 지방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 갑상선
갑상선호르몬은 에너지를 태우는 속도에 영향을 미친다. 갑상선호르몬이 너무 많이 분비되면 너무 빨리 에너지를 연소하게 된다. 극단적인 경우 심장근육이 과도한 신진대사로 약해질 수 있다. 반대로 너무 적게 분비되면 신진대사율이 느려지는 갑상선 기능저하증에 걸린다. 검사방법은 혈액검사다. 갑상선자극호르몬(TSH)은 뇌하수체에서 분비되어 갑상선에게 신진대사를 조절하는 두 종류의 갑상선호르몬을 분비하라고 지시한다.
* 갑상선 기능항진증 : 불안, 가슴 두근거림, 불면증, 머리카락/손톱의 비정상적 성장 등의 증상
* 갑상선 기능저하증 : 반대로 무기력, 체중이 증가, 손톱이 쉽게 부서지는 등의 증상
▒ 부신
부신은 신장 위에 있다. 시상하부가 생산하는 부신피질자극유도호르몬(CRH)에 의해 조절되는 부신은 스트레스 같은 외부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Cortisol은 스트레스를 받거나 만성우울증, AIDS 등 장기간 지속되는 질병에 걸리면 그 체내 농도가 증가하기 때문에 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도 불린다.
만성적인 스트레스를 안고 살면, 부신은 코티솔을 분비한다. 문제는 코티솔은 식욕을 감소시키는 호르몬 CRH의 분비를 억제하므로 체중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또한 코티솔 분비가 증가하면 인슐린의 감수성을 감소시켜 당뇨병에 걸리게 되고, 지방과 단백질의 신진대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코티솔 수치가 높아지면, 신장은 염분과 물을 보유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그 결과 혈압이 높아진다. 동시에 부신이 분비하는 테스토스테론 및 에스트로겐 같은 호르몬의 분비가 증가해 자궁근종, 유방암 같은 비만 관련 질병에 걸리게 된다.
코티솔 수치는 혈액검사, 소변검사를 통해 알 수 있다.
* 코티솔은 한마디로 스트레스 호르몬이다. 지나친 스트레스는 부신을 과도하게 자극하고 결과적으로 코티솔, 테스토스테론, 에스트로겐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분비된다. 따라서 많이 먹게 되고 빠른 속도로 남은 칼로리를 복부지방에 저장하게 된다.
▒ 췌장
췌장의 주기능은 인슐린 분비다. 인슐린은 이자에서 만들어져서 포도당을 글리코겐으로 바꾸는 호르몬 단백질이다. 몸 안의 혈당량을 적게 하는 작용을 하므로 당뇨병을 고치는 데 쓴다. 즉, 인슐린은 혈액에 있는 포도당이 근육으로 이동해 에너지를 내거나 지방으로 축적되도록 돕는 호르몬이다.
인슐린은 렙틴(뇌에서 분비되는 식욕억제 호르몬)과 비슷하게 덜 먹으라고 지시하지만, 세포에서 인슐린 저항성이 발생하면 식욕통제 기능이 저하된다.
당뇨병 초기에는 식이로 고혈당 음식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인슐린저항성을 극복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는 상황에서 고혈당 음식을 먹을 경우, 포만감을 느끼지 못해, 엄청난 배고픔을 느끼고 폭식하게 된다.
인슐린 저항을 동반한 고인슐린혈증은 다른 어떤 내분비 기전의 이상보다 내장 비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고인슐린혈증은 먹는 량을 증가시키는 작용 외에 간, 지방조직에서 지방합성을 촉진한다. 혈중 지방의 지방조직에의 침착을 촉진하거나 지방조직에서 지방분해를 억제하는 등의 강한 지방축적 작용에 의해 단순성 비만 기전의 주요한 모델이 되고 있다.
호르몬은 신체의 에이전트
사람은 평균적으로 11만 2천 칼로리를 지방으로 저장하고 있으며 이는 약 7킬로그램 정도 된다. 이런 지방은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 저장된 지방은 우리가 활동할 때마다 요긴하게 사용된다. 문제는 필요 이상의 지방이다.
우리 몸에는 23종의 호르몬이 있다. 9개는 더 먹으라고 지시하고, 14개는 그만 먹으라고 지시한다. 수치상으로 호로몬은 우리 몸 편이다. 우리의 건강을 위해 일하는 것이다.
물론, 사람에 따라 유전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렙틴이 적절히 분비되지 않을 수도 있고, 많은 코티솔이 분비될 수 도 있다. 심지어 포만관련 호르몬 중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 거의 없을 수도 있다.
이런 유전적 문제는 절대로 우리의 의지력으로 극복할 수 없다. 유일한 해결책은 호르몬 회로를 재조정(Reset)하는 것이다. 우리는 절대 신체 생리작용을 이길 수 없다. 하지만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작동하도록 만들 수는 있다.
호르몬의 영향력에 대한 완벽한 사례가 아디포넥틴 호르몬의 작용방식이다. 아디포넥틴은 스트레스와 염증을 줄여주고 배고픔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렙틴과 관계가 있는 유익한 화학물질이다. 우리 몸에 지방이 적으면 적을수록 염증을 감소시키는 아디포넥틴은 더 많이 분비된다. 더 중요한 것은 아디포넥틴의 수치가 높을수록 지방 수치는 더욱 낮아진다는 사실이다. 즉, 내장지방이 많으면 많을수록 지방 조절 아디포넥틴은 그만큼 덜 생산된다. 그리고 아디포넥틴의 수치가 낮은 사람은 복부비만과 고혈압, 고콜레스레톨혈증, 기타 심혈관질환 관련 위험인자를 갖게 된다.
아디포넥틴은 근육으로 하여금 지방을 에너지로 전환시키도록 만들고 식욕을 억제한다. 우리가 체중을 줄이면 줄일수록 더 많은 아디포넥틴이 우리 몸에 사용될 수 있다. 놀랍게도 우리 몸이 내장지방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는 순간부터 몸이 그 효과를 보기 시작한다, 체중감소를 알아차리기 전에 수일 내에 혈관건강과 관련된 수치(콜레스테롤, 혈압, 혈당)가 정상화되기 시작한다. 아디포넥틴 작용은 인체 매커니즘 중 가장 이익 되는 것 중 하나다.
성호르몬과 뱃살
성호르몬은 당연히 성(SEX)과 관련이 있다. 하지만 우리의 뱃살에도 지대한 영향을 준다.
주위에서 여성인데 남성의 외모를 가진 사람을 종종 본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들은 여성 비만 원인에서 약 10~20프로를 차지하는 다낭성난소증후군(PCOS)일 가능성이 크다. 이 병의 증상은 불규칙적인 생리주기와 복부비만, 여드름, 가는 머리카락, 얼굴 등에 남성처럼 털이 나는 신체적 증상을 일으킨다.
PCOS에 걸린 여성은 에스토레겐을 과도하게 분비하는 데 그 일부가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여분의 체모가 자라고, 식욕이 증가하고 살이 찌게 된다.
≫ Female sex hormones
에스트로겐이 정확하게 체내 지방대사에 미치는 영향은 완전히 규명되지는 않았으나 지방세포의 대사 조절에 관여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가정은 몇 가지 관찰을 통해 이루어졌는데 첫째, 지방세포의 분포가 남성과 여성에서 서로 다르다는 점, 둘째, 폐경 후 비만의 양상이 남성 국소비만인 중심성 복부비만으로 옮겨가는데 있다. 폐경 후 여성에게 HRT(hormone replacement therapy)를 시행하면 이러한 남성형 복부비만이 예방되는 효과가 있는데 이는 에스트로겐의 작용과 무관하지 않다.
≫ Male sex hormone
남성에서 안드로젠의 일종인 테스토스테론은 성장호르몬과 함께 강력한 지방분해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함께 작용하여 말초 지방세포의 교감신경 베타-아드레날린 수용체의 수를 증가시키고 호르몬 민감성 지방분해 효소의 수도 증가시켜 지방분해를 촉진한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성과 여성에서 다르게 작용한다. 남성에서는 테스토스테론은 지방분해를 촉진하며 내장 지방량과 반비례하는 반면 여성에게서의 남성호르몬 과분비는 중심성 비만을 일으킨다. 이는 HPA axis의 과흥분으로 인한 증가된 코티졸 분비 뿐 아니라 부신에서의 안드로젠의 과생산에 기인한다
기타 비만 관련 호르몬
≫ Serotonin
세로토닌은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를 투여하는 과정에서 체중감소효과가 부수적으로 나타나면서 비만치료제로 부각되었다. 세로토닌(5-hydroxytryptamine, 5-HT)은 내측 시상하부 중추에 존재하는 신경전달물질로서 식욕 및 음식물 선택에 있어서 중요한 조절자로 작용하며 탄수화물 섭취와 가장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소적으로 세로토닌이 증가하면 식욕이 감소하게 되고, 감소할 경우에는 반대 현상이 나타난다.
≫ Leptin
소위 Ob gene이라고 명명된 비만유전자는 백색지방세포에서 단백질 호르몬을 분비시키는데 이것이 leptin이다. 몇 가지 실험에서 보면 leptin을 투여한 쥐들은 투여 후 체내 지방이 분해되고 체중감소는 물론 콜레스테롤의 감소, 혈당감소를 볼 수 있었으며, 이런 결과는 후천적인 과식 및 지방식에 의해 발생되는 비만한 쥐에서도 효과적이었다고 보고되고 있다. Leptin이 체중을 감소시키는 기전은 leptin이 지방조직에서 분비되면 에너지대사 상태의 센서로 작용하게 되며 중추인 시상하부에 직접적으로 작용하거나 말초에서 되먹이기 기전중의 하나로 작용하여 지방생성 억제와 지방분해 촉진작용을 나타내게 된다.
한편, 비만인 사람들은 렙틴을 많이 생산하더라도 적절하게 전달되지 않아 식욕을 제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에 대해서는 최근의 연구에서 cortisol등에 의해 leptin 수용체의 신호전달 체계가 문란해져서 leptin 저항이 생긴다고 보고되고 있다.
≫ Catecholamine
카테콜아민은 교감신경계의 흥분을 전달하는 신경전달물질(neurotransmitter)로 도파민, 에피네프린, 노에피네프린 등을 통칭한다. 에피네프린은 해당(解糖)작용을 통해 혈중에 당(糖)을 유리시키면서도 동시에 혈중 유리지방산 농도를 함께 상승시키는 작용을 한다. 또한 지방세포의 호르몬 민감성 지방분해 효소(hormone-sensitive lipase)를 자극하여 지방분해를 강력하게 유발하는데 운동, 순환성 쇽, 근심 등의 스트레스 하에서 촉진된다.
비만환자에서 주요한 지방축적의 원인으로 피하 지방세포에서의 카테콜아민에 대한 저항성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 Growth hormone
성장호르몬은 성장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비만한 사람은 신체의 크기가 증가하므로 성장호르몬이 중요한 역할을 미칠 것으로 생각되나 비만한 사람에게서는 오히려 성장호르몬의 분비가 매우 감소되어 있고 다양한 자극에 대한 성장호르몬의 방출 정도가 감소 또는 소실되어 있다.
성장 호르몬은 지방을 분해시키는 능력이 있는데 성장 호르몬의 결핍이 있으면 지방이 분해되지 못하여 비만이 되며, 비만이 되면 혈당이 높아져 성장호르몬의 분비가 억제되며, 사춘기도 보통사람보다 빨리 시작하게 된다. 또한, 성장호르몬이 부족하면 지방의 국소 침착이 생기는데 이는 실험적으로도 성장호르몬의 투여로 복부지방이 현격하게 감소된 보고가 있다. 이는 성장호르몬의 수용체가 다른 어느 신체부위보다 내장지방세포에 많이 분포되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