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세포의 증식와 비대
▒ 유전
▒ 과식
▒ 잘못된 식사습관
▒ 운동 부족
▒ 열생산 이상
비만을 크게 둘로 나누면, 아직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단순성 비만 (또는 원발성 비만이라고 함)과, 비만의 원인이 되는 질환이 존재하는 증후성 비만 (2차성 비만이라고도 함)이 있다.
비만은 체내의 과잉 에너지가 지방으로 축적된 상태이므로, 그 원인은 섭취 에너지가 과잉되거나, 소비 에너지가 감소라는 2가지 기전으로 생각할 수 있다.
많은 비만 환자의 췌장에서는 인슐린 분비가 증가돼 있다. 인슐린은 혈당을 내리는 작용을 하며, 이것이 부족하면 혈당이 올라가고 당뇨병이 되지만, 한편으로는 식욕을 증가시키며, 식사량을 많게 하고, 간과 지방 조직에서 지방 합성을 증가시키며, 또한 혈액중의 지방이 지방조직으로 흡수되는 것을 왕성하게 해준다. 더욱이 인슐린은 일단 지방 조직에 축적된 지방을 분해하기 힘들게 하는 작용으로, 강력한 지방축적 작용을 나타내므로 인슐린의 분비과잉은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시상하부 복내측핵에 있는 식욕 중추 중 포만 중추를 실험동물에서 파괴하면 비만이 생기는데 이러한 시상하부성 비만의 발생에 고인슐린혈증이 중요한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비만 동물의 실험적 증거에서 고인슐린혈증이 비만의 발생에 고인슐린혈증이 주요한 원인론으로 거론되지만, 사람에서는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는다. 즉 사람의 단순성 비만에서 비만 시에 고인슐린 혈증이 있으나, 비만이 호전되면 고인슐린 혈증도 없어지기 때문에, 사람에서는 고인슐린혈증이 비만의 원인이기보다는 비만에 따르는 2차적인 현상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일부 비만 환자 특히 중증 비만증에서는 뚱뚱해지기 전부터 인슐린 분비가 증가되며, 체중이 정상화된 후에도 인슐린 분비의 과잉이 계속되므로, 인슐린 과잉 분비가 비만의 원인이 될 가능성은 있다. 또한 인슐린이 과잉 분비되면 인슐린의 강한 지방 축적 작용으로, 일단 비만하게 된 사람이 좀처럼 야위어지기 어렵게 되고, 먹는 량이 많지 않아도 비만을 지속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경우에 운동으로 인슐린 과잉 분비에 의한 인슐린 저항성을 호전시키지 않으면 식사 요법의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게 된다.
지방은 지방 세포 속에 축적되는데, 지방 세포의 크기가 늘어나면서 지방 축적이 증가되는 비대성 비만과, 지방세포의 수가 늘어나서 지방 축적이 증가되는 증식성 비만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비대성 비만에서는 각각의 지방 세포에 축적할 수 있는 지방의 용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중증 비만이 되는 경우는 많지 않으나, 증식성 비만은 지방 세포의 수가 늘어나므로 많은 지방양을 저장할 수 있어 중증 비만증이 될 수 있다. 식사 요법을 시작하면 비대성 비만은 치료 효과가 크지만, 지방 세포의 수가 증가한 경우에는 그 숫자가 일생 줄어들지 않기 때문에 증식성 비만은 치료가 어렵고, 일단 체중을 줄였다가도 노력을 중단하면 다시 비만해진다.
지방 세포 수를 증가시키는 중요한 인자는 영양 과다, 특히 성장에 큰 관계없는 지방과 당질에 의한 과잉 에너지 섭취이다. 사람에서 일생 동안 지방 세포 수가 크게 증가하는 시기는 3번 있으며, 첫번째는 태내에서 임신 말기의 3개월간, 두번째는 수유기에서부터 이유기에 이르는 생후 1년간, 세번째는 사춘기 때이다. 이러한 기간에 과식으로 영양 과다에 이르면 지방 세포의 수가 지나치게 증가해 증식성 비만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어렸을 때 성장에 관계 없는 지방, 당질 등의 에너지 과다 섭취는 비대성 비만의 발생과 더불어 중증 비만의 원인이 된다.
비만인 사람의 가족 중에서는 비만인 사람을 많이 볼 수 있다. 조사에 따르면 부모가 모두 비만인 경우 자식의 2/3가 비만이 되며, 부모 중 한쪽만 비만인 경우에는 자식의 절반이 비만이 되고, 부모가 모두 비만이 아닌 경우에 자식이 비만이 될 확률은 10% 이하라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자료는 비만의 원인으로 유전적 요소가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일란성 쌍생아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의하면, 사춘기까지에 한쪽이 비만인 경우에 다른 한쪽이 비만하게 될 비만 일치율은 약 70%로 높았지만, 사춘기 이후에 생활 환경이 달라지면 비만의 일치율은 30%로 감소된다. 이것은 비만의 원인에 유전 인자가 중요하지만, 환경 인자 역시 비만의 발생에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최근 비만 동물에서 비만 유전자가 발견돼 사람에서도 이러한 유전자가 존재하는가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하고 있다.
비만의 원인을 간단하게 생각하면, 소화 흡수 능력이 정상인 경우에, ‘(섭취 에너지) - (소비 에너지) ≒ 저장 에너지’라는 대략적인 공식이 성립된다. 따라서 섭취 에너지의 과잉은 저장 에너지를 증가시키며, 몸 속에서 체지방이 축적되는 대사 이상이 진행되면 지방 저장이 증가된다.
그렇다면 비만의 원인이 되는 식사의 과잉 섭취가 왜 일어나는가에 대해 다시 의문이 생기게 된다. 이러한 의문에 충분히 대답할 해답은 아직 없지만 다음과 같은 가설이 제기돼 있다.
첫번째 가설은 만복감 기준점(set point)이 증가돼 있다는 설명이다.
시상하부의 복내측핵을 자극하면 만복감을 느껴 먹는 것이 중지되기 때문에 포만 중추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 포만 중추에 대한 가장 중요한 신호는 혈당치이다. 정상 사람은 혈당치가 대개 120-130mg/dl이 되면 만복감이 있으나, 비만인 사람에서는 만복감을 느끼게 되는 혈당치의 기준점이 크게 상승돼있어 과식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또한 위벽이 확장하면 신경 자극이나 신경전달물질(또는 내분비 물질)을 분비해 시상하부의 포만 중추에 신호를 전달해 만복감을 느끼게 하나, 비만인 사람에서는 위가 커져 있기 때문에 위벽이 확장되기까지 먹기 위해 많은 양을 먹어야 한다는 것도 만복감의 기준점 상승으로 생각할 수 있다.
두번째 가설은 인슐린의 분비 과잉설이다.
인슐린의 과잉 분비가 섭식을 증가시키는 것은 앞에서 설명했으며, 비만 환자의 대부분에서 인슐린 과잉 분비가 있으므로 이것이 과식의 원인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세번째 가설은 뇌내 아민(amin) 기전의 이상이다.
아민은 뇌 속의 신경과 신경의 연접부에서 신경 자극에 의해 방출돼 신경 사이를 연락하는 자극 전달 물질이다. 또한 스스로의 기능을 가지고 있어서 신경 기능 조절 물질이라고도 부른다. 섭식에 관여하는 뇌내 아민 기전에는 α-아드레날린계, β-아드레날린계, 도파민계, 세로토닌계 등이 있다.
이중에서 비만이 되는 사람의 섭식 이상을 일으키는 아민 기전으로 세로토닌의 이상이 제시되고 있다. 실제로 세로토닌 작용이 있는 약제인 펜푸루라민을 비만인 동물에 투여하면 당질의 섭식이 감소된다는 보고가 있다. 비만인 사람 중에는 스낵 종류나 쥬스 등의 당질을 매우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런 사람들이 세로토닌 기전의 이상으로 과식하게 되는 것으로 생각된다.
네번째 가설은 펩타이드 호르몬의 이상이다.
뇌 속에서는 아민 이외에 여러 종류의 펩타이드 호르몬이 섭식을 감소시키거나 증가시키기는 작용을 하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강력하게 섭식을 억제하는 작용이 있는 호르몬으로 콜레시스트키닌이 있으며, 유전적으로 비만 실험 동물 모델인 ob/ob 쥐의 대뇌피질에서 콜레시스토키닌의 저하가 보고 돼 있다. 뇌 속에서 펩타이드 호르몬의 이상이 비만 환자의 과식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다섯번째 가설은 스트레스설이다.
극단적인 스트레스에서 많이 먹게 되는 '신경성 대식증' 이라는 정신과 질환이 있지만 모든 비만증이 이러한 정신적인 문제를 가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비만환자의 섭식 행동을 조사해 보면 약 1/3에서 1일 섭취량의 반 이상을 밤에 먹는 습관이 있으며, 이러한 행동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안정 작용의 가능성이 지적되고 있다. 실험 동물에서 이러한 스트레스성 과식을 일으킬 수 있는데, 꼬리를 자극하는 스트레스를 받은 쥐는 과식 상태가 돼, 200g의 쥐가 4-5일 후에 290g으로 급격히 체중 증가를 보이게 된다. 이러한 쥐를 전기생리학적으로 연구해보면 시상하부의 공복중추가 자극 상태에 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잘못된 식사 습관은 비만의 원인이 된다. 신체에는 생명의 유지를 위해 자율 신경계의 작용이 필요하며, 그 중 교감 신경은 신체 활동 시에 활성화되며, 부교감 신경은 휴식 시에 체력의 회복과 에너지 저장을 위해 활성화된다. 즉 자율 신경계의 활동에는 하루의 리듬이 있어, 낮에는 교감 신경의 기능이 활발하지만 밤에는 부교감 신경의 기능이 활발해진다. 따라서 소화기계의 기능이 활발한 밤에 과식을 하면 과잉 에너지가 축적되기 쉬운 상태가 되므로, 야식을 즐기는 사람되며이 비만이 되기 쉽다. 실제로 포도당 부하에 의해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면 같은 사람에서도 밤에 인슐린 분비가 과잉으로 된다고 하는 보고도 있다.
식사 회수도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다. 1일 에너지 섭취가 같을 경우, 2회, 3회, 4회, 5회로 나누어 식사를 하게 한 실험에 의하면, 1일 2회에 나누어 식사한 사람에서 비만증이 되기 쉽고, 5회로 나누어 식사한 사람이 제일 비만해지지 않았다는 보고가 있다. 소위 몰아서 먹는 방식이 조금씩 먹는 방식보다 비만해지기 쉽다는 것이다.
따라서 비만을 방지하기 위해 아침을 거르고 하루 2끼만 먹는 것은 잘못이며, 같은 섭취 에너지에서 식사 회수가 많은 경우에 비만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간식을 많이 먹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앞에 제시한 결과는 같은 에너지를 섭취할 경우에 해당된다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
몸을 적게 움직이면 소비 에너지가 적어질 뿐 아니라, 대사이상이 발생하고 과잉 에너지가 지방으로 되기 쉽다. 운동부족에서 지방이 축적되는 이유는 다음 몇 가지 기전으로 설명하고 있다.
첫째는, 운동 부족이 되면 비만에서처럼 인슐린 저항성으로 인슐린 분비가 증가된다. 이러한 인슐린의 증가가 지방 합성을 억제하지 못하고 지방을 축적하는 대사 상태로 된다.
두번째는, 안정 시에 소비되는 에너지인 기초 대사가 저하돼 과잉 에너지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셋째는, 간장과 지방 세포에서 지방 합성을 증가시키는 효소가 활성화된다. 이러한 대사 이상들이 복합적으로 비만을 만들게 된다.
지방 세포는 지방 축적에 작용하는 백색 지방 세포와, 아주 적은 양이지만 열생산에 작용하는 갈색 지방 세포로 구분된다. 갈색 지방 세포는 식사 후에 몸이 따뜻하게 되는 식사 유도성 열생산 작용이 있으며, 기온이 낮아지면 활동이 증가되고 열을 생산해 체온은 유지하는 기능을 한다.
비만의 실험 모델인 유전성 비만 동물인 ob 쥐는 갈색 지방 세포의 기능이 나쁘기 때문에 4oC의 저온에 노출 시키면 체온이 점차 내려가고 4시간 정도 후에는 죽고 만다. 갈색 지방 세포의 기능이 제대로 안되면 일상 온도에서 열로 손실되는 에너지가 적기 때문에 과잉 에너지가 축적돼 비만이 발생될 가능성이 높다. 가족 중에 비만 환자가 많은 유전적 비만증에서 갈색지방 세포의 양이 정상인보다 적다는 보고도 있다.
그러나 정상 성인에서 갈색 지방 세포는 전체 지방 세포의 1% 이하이므로 사람에서 갈색지방 세포의 이상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아직 불분명하다. 최근 비만인 실험 동물에서 갈색지방 세포의 기능을 조절하는 β3 아드레날린 수용체 유전자 이상이 발견됐으며, 가족력이 있는 비만인 사람에서도 이러한 유전자 이상이 보고됐다.
정상인에서는 에피네프린을 투여하면 열발생이 증가되나 비만 환자에서는 이러한 열발생이 적다는 보고도 있어, 열생산 기능 저하가 남는 에너지를 체내에 지방으로 저장하기 쉽게 할 가능성이 있다.
이상과 같이 비만의 원인으로 생각되는 요인은 여러 가지이나, 아직 명확하게 유일한 원인으로 단정지을 수 있는 것은 없다. 비만의 원인은 개인마다 다르고, 각종의 원인이 상호 작용해 비만증을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