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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嶺)
조지훈
흰구름에 싸여 십리길 높은 고개를 넘어서면
마을로 가는 작은 길가에 보리밭이 바람에 흔들린다.
내가 고개로 넘어오던 날은 마을에 삽살개 짖고
망아지 송아지 염소 모두 달아나고
멧새 비둘기도 날아가더니 사흘도 못 가
나는 잔디밭에서 그들과 벗을 한다.
내가 알던 동무 같이 자란 계집애는
돈 벌러 달아나고 먼 마을로 시집가고
마슬의 어린애야 누구 아들인지 알 리 있나.
내가 떠날 때 망아지 송아지 염소가 서러웁다 하면
영(嶺) 너머 가기 어려우리만... ...
내가 간 뒤에는 면서기가 새하얀 여름 모자를 쓰고
산밑 주막에서 구장(區長)과 막걸리를 마실 게고
나는 서울 가는 기차 속에서
고향을 잃은 슬픔에 차창에 기대어 눈을 감을 것이니
이 영(嶺)을 넘는 날 나에게는
낡은 트렁크와 흰구름밖에는 아무도 따라오질 않으리라.
공무원 두문자 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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