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울소리
이수익
청계천 7가 골동품 가게에서
나는 어느 황소 목에 걸렸던 방울을 하나 샀다.
그 영롱한 소리의 방울을 딸랑거리던
소는 이미 이승의 짐승이 아니지만,
나는 소를 몰고 여름 해질녘 하산(下山)하던
그날의 소년이 되어, 배고픈 저녁 연기 피어오르는
마을로 터덜터덜 걸어 내려왔다.
장사치들의 흥정이 떠들썩한 문명(文明)의
골목에선 지금, 삼륜차가 울려대는 경적이
저자바닥에 따가운데
내가 몰고가는 소의 딸랑이는 방울소리는
돌담 너머 옥분이네 안방에
들릴까 말까,
사립문 밖에 나와 날 기다리며 섰을
누나의 귀에는 들릴까 말까.
핵심정리
•성격 : 회고적
•어조 : 그리움에 잠긴 애상적 목소리
•구성 : 1연 청계천에서 산 소방울(현재)
2연 유년시절의 회상(과거)
3연 고향과 유녀시절의 그리움
•제재 : 소 방울
•주제 : 고향과 유년시절에 대한 그리움
구성
* 1연 - 청계천 7가 골동품 가게에서 방울을 사게 됨
* 2연 - 방울을 매개로 소를 몰고 하산하던 소년 시절 회상
* 3연 - 시끄러운 일상의 공간에서 따스하고 안온한 고향으로 회귀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소를 몰고 하산하는 소년과 그 옆에서 육중한 몸을 흔들며 느릿느릿 걷는 소의 모습을 환기시켜 준다. 화자로 하여금 시․공간의 경계를 넘나들게 하는 것은 ‘방울소리’이다. 이 시의 매력은 대립적이고 이중적인 것들 사이의 넘나듦, 그 과정의 머뭇거림에 있다. 이런 모호한 경계점을 잘 보여 주는 부분이 바로 ‘들릴까 말까’라는 미정의 독백이다. 현실과 방울소리 속의 시․공간, 화자와 소몰이 소년으로 돌아간 화자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섬세하면서도 정밀한 정서의 균형이 ‘들릴까 말까’라는 시어를 통해 전해온다. 화자는 작은 사물, 낡고 허름한 골동품 가게의 방울 하나를 통해서도 과거와 현재, 도시와 고향, 이승과 저승이라는 대립적 시․공간을 넘나들며 그것들을 총체적으로 아우르고 있다. 현재의 문명화된 공간에서는 방울이 비록 낡고 허름한 골동품에 불과한 것일지라도 과거로 옮겨갔을 때에는 먼지 쌓인 의미 없는 폐물이 아니라, 우리가 잃어버린 아름다운 추억과 소중하고 따뜻한 것들을 불러내고 그것에 생명을 불어넣는 존재가 된다.
기출 문제
Q 이 시의 시상 전개 과정을 분석하는 단계에서 <보기>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할 때, <보기>와 관련지어 작품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ㄱ. 시간 : 현재 ↔ 과거 ㄴ. 공간 : 청계 7가지의 저자 ↔ 고향의 마을 |
① ‘방울’은 ㄱ과 ㄴ의 대립적인 공간과 시간을 연결해 주는 매개체가 된다.
② ㄴ의 공간적 대립은 ‘시끄러운 경적 소리’와 ‘영롱한 방울소리’로 뒷받침된다.
③ ㄱ과 ㄴ에서 ‘고향 마을’이라는 과거의 공간과 ‘시장거리’라는 현재의 공간이 대응 구조를 이루고 있다.
④ ㄱ에서 명백하고 또렷한 현재와 아스라이 사라져 애틋하고 아쉬운 과거의 대립은 이승과 저승의 거리로 나타난다.
⑤ ㄱ과 ㄴ에서 화자는 ‘청계천 7가’의 현재 공간에 서 있지만, 내면적으로는 유년의 고향인 과거 공간으로 회귀하고 있다.
【해설】 정답 ④
방울소리를 딸랑이던 소는 이미 죽어 이승이 아닌 저승의 짐승이 되었다는 표현은 나와 있지만, 현재와 과거의 대립이 이승과 저승의 거리로 나타나고 있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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