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국어/현대문학

견우의 노래, 서정주 [현대시]

Jobs9 2022. 4. 15.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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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우의 노래

서정주

우리들의 사랑을 위하여서는
이별이, 이별이 있어야 하네.

높았다 낮았다 출렁이는 물살과
물살 몰아갔다 오는 바람만이 있어야 하네.

오! 우리들의 그리움을 위하여서는
푸른 은핫물이 있어야 하네.

돌아서는 갈 수 없는 오롯한 이 자리에
불타는 홀몸만이 있어야 하네.

직녀여, 여기 번쩍이는 모래밭에
돋아나는 풀싹을 나는 세이고....

허이언 허이언 구름 속에서
그대는 베틀에 북을 놀리게.

눈썹 같은 반달이 중천에 걸리는
칠월 칠석이 돌아오기까지는,

검은 암소를 나는 먹이고,
직녀여, 그대는 비단을 짜세.  


개관
- 성격 : 서정적, 낭만적, 의미적, 전통적, 설화적
- 표현 : 영탄적 어조, 역설적 표현
- 제재 : '견우와 직녀'의 전설
- 주제 : 이별은 사랑을 위한 한 과정. 시련을 극복하며 더 성숙해지는 사랑

중요시어 및 시구 풀이
* 우리들의 사랑을 위하여서는 / 이별이 있어야 하네. → 역설적 표현, 참되고 성숙한 사랑에는 이별의 고통을 감내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뜻하며, 화자는 이러한 고통을 오히려 긍정하는 태도를 보임.
* 출렁이는 물살과 바람 → 이별의 고통을 형상화한 객관적 상관물.
* 오! → 영탄적 어조, 새로운 인식에 이르렀음을 토로한 것으로, 새로운 깨달음을 강화하는 효과를 줌.
* 푸른 은핫물 → 일차적으로는 견우와 직녀를 단절시키는 사물로, 이별의 상황을 보여주는 상관물임. 단절을 딱딱한 벽이 아니라 부드럽고 젖은 '물'의 이미지로 나타냄으로써, 물리적으로는 단절이지만 정신적으로는 결국 합일하게 하는 대상물이 됨.
  '성숙하고 완전한 사랑'을 전제로 한 일시적인 이별과 단절을 상징함.
* 불타는 홀몸 → 고독 속에서 지펴지는 사랑의 불길과 인고의 시간
* 번쩍이는 모래밭 → '별밭'을 두고 한 말로, '풀싹'과 관련되면서 모래밭으로 형상화됨. 모래밭에서는 풀이 잘 자랄 수 없고, 견우가 먹일 풀이 많지 않기에, 이것은 견우 앞에 놓인 고난과 역경을 상징함.
* 돋아나는 풀싹을 나는 세이고 → 만남의 기쁨을 위한 마음의 정성스러운 준비
* 허어연 구름 → 직녀가 처한 고난과 역경
* 베틀에 북을 놀리게 → 베틀에서 베를 짜듯 직녀도 사랑을 조금씩 조금씩 짜 올라가는 정성스러운 마음.
* 칠월 칠석 → 아름답고 황홀한 만남의 시간
* 검은 암소 → 화자의 실체(견우)를 직접적으로 드러낸 말
* 검은 암소를 나는 먹이고 / 직녀여 그대는 비단을 짜세 → 생활에 충실하면서 그리움을 키워가는 정성. 각자의 직분에 충실하면서 긴 이별의 시간을 만남의 기약으로 이겨내자는 의미임.

시상의 흐름(짜임)
- 1∼2연 : 사랑의 참된 의미(이별과 고통)
- 3∼4연 : 사랑의 참된 의미(단절과 고독)
- 5∼6연 : 사랑을 준비하고 기다리는 정성스런 모습
- 7∼8연 : 사랑을 준비하고 기다리는 정성스런 모습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견우와 직녀'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여, 이별과 재회의 기약을 노래한 작품으로, 이별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화자의 태도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화자는 견우이며, 견우의 말을 통해 사랑의 참다운 의미가 구체화되고 있다. 1, 2연에서는 사랑의 참된 의미를 규정한다. 이별의 과정이 먼저 주어질 때 더 큰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이별의 고통을 감내하는 그 기나긴 인고의 역정이 사랑을 더 진중하게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오랜 기다림이라는 한국적 정한의 전통이 스며있기도 하다. 그 한의 세계는 고통과 아픔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성숙한 자세가 한의 높은 차원이다. 한이 체념과 허무의 패배주의적 속성을 지니기보다는 드높은 세계로 고양되는 정신주의와 연관된다는 점이 한국인의 심성에 오랫동안 뿌리를 드리운 근거가 될 것이다.  
'물살'과 '바람'은 이별의 고통을 구체화한 상관물이다. 그것만이 있어야 한다는 진술에서 보듯이 사랑에는 고통이 필수 요건임을 알 수 있다. 고통은 수반되는 것이 아니고, 사랑 자체의 속성이며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화자는 그것을 긍정한다. 
'은핫물'은 견우와 직녀를 단절케 하는 사물이며, 위에서 말한 이별의 상황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상관물이다. 그러나 둘 사이에 가로놓인 것이 벽이 아니고 물이라는 점에서 정신적으로는 단절되지 않았음을 알려준다. 물의 부드럽고 젖은 이미지는 사랑을 갈라놓으면서 이어주는 정감적 사물임을 부각한다. 물리적으로는 단절이지만 정신적으로는 합일되어 있는 상황이다. 사랑은 단절과 고독이 또 그 본질이다.  
5, 6연은 은하수의 이편과 저편. '번쩍이는 모래밭'은 결국 '별밭'을 두고 한 말이지만, 풀싹과 관련되면서 모래밭으로 형상화된다. 풀을 헤아리는 행위 이전에 씨 뿌리는 행위가 있을 것이며, 그것은 사랑을 뿌리는 일이 된다. 그 돋아나는 사랑을 하나씩 헤아리며 사랑을 내면에 쌓아 간다. 사랑은 이렇게 점진적으로 키워 가는 것이다. 만남의 기쁨을 위한 마음의 정성스러운 준비, 그것은 또한 사랑의 본질이다. 화자처럼 직녀 또한 구름처럼 보이는 은하수 저편에서 베를 짠다. 베틀에서 베를 짜듯 사랑도 올올이 짜 올린다. 
7, 8연에서는 5, 6연의 반복이다. 칠석날이면 기다리는 만남의 순간이 온다. 나는 검은 암소를 먹이고, 직녀는 비단을 짠다. 생활에 충실하며 그리움을 키워 가는 정성이 보인다. 결국 이 시는 이별을 아픔으로 보지 않고 더 큰 사랑을 위한 성숙한 자세로 보는 태도가 감동의 요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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