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국어/현대문학

가지가 담을 넘을 때, 정끝별 [현대시]

Jobs9 2023. 3. 24.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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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가 담을 넘을 때

정끝별

이를테면 수양의 늘어진 가지가 담을 넘을 때

그건 수양의 가지만의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얼굴 한번 못 마주친 애먼 뿌리와

잠시 살 붙였다 적막히 손을 터는 꽃과 잎이

혼연일체가 믿어 주지 않았다면

가지 혼자서는 한없이 떨기만 했을 것이다

 

 한 닷새 내리고 내리던 고집 센 비가 아니었으면

밤새 정분만 쌓던 도리 없는 폭설이 아니었으면

담을 넘는다는 게

가지에게는 그리 신명 나는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가지의 마음을 머뭇 세우고

담 밖을 가둬 두는

저 금단의 담이 아니었으면

담의 몸을 가로지르고 담의 정수리를 타 넘어

담을 열 수 있다는 걸

수양의 늘어진 가지는 꿈도 꾸지 못 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목련 가지라든가 감나무 가지라든가

줄장미 줄기라든가 담쟁이 줄기라든가

 

가지가 담을 넘을 때 가지에게 담은

무명의 획을 긋는

도박이자 도반이었을 것이다.

 

 

핵심 정리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 성격 : 상징적, 의지적

- 제재 : 수양의 늘어진 가지

- 주제 : 가지가 담을 넘는 과정과 그 의미 ( 자유를 얻기 위한 용기 )

- 특징

'ㄹ 것이다 '를 반복하여 각운의 효과를 살리고 운율을 형성하고 있다.

'수양 가지'를 의인화하여 담을 넘은 가지의 심정을 추측하고 있다.

 

시의 구성

- 1연 - 가지가 담을 넘은 원동력 (1) : 뿌리 꽃 잎

뿌리 꽃과 잎의 믿음이 수양 가지로 하여금 담을 넘게 했을 것임.

- 2연 - 가지가 담을 넘은 원동력 (2) : : 비 폭설 담

비와 폭설, 금단의 담이 수양 가지로 하여금 담을 넘게 했을 것임

- 3연 - 가지와 함께 담을 넘은 다른 식물들 : 목련 가지, 감나무 가지

목련 가지와 감나무 가지 등이 수양 가지와 함께 담을 넘음

- 4연 - 수양가지가 담을 넘는 일의 의미 : 도박, 도반(함께 도를 닦는 벗)

수양가지는 위험을 무릅쓰고 담을 넘은 것임

 

감상

정끝별의 시 <가지가 담을 넘을 때>는 수양의 늘어진 가지가 담을 넘어가는 과정에서 '가지'가 담을 넘을 수 있게 하는 힘에 주목하고 있다. 시인은 '~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 아니었으면', '~못 했을 것이다' 와 같이 부정적인 표현을 사용하여 담을 넘기 위해 함께하는 존재들을 강조하고 있다. 시인은 가지를 힘들게 하는 '비'와 '폭설' 그리고 가지가 넘어가는 담을 이러한 존재들로 보고 있어 참신한 시각을 보여준다. 가지에게 장애물일 수 있는 부정적 대상이 가지에게 긍정적인 힘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가지에게 담은 도박이자 도반(함께 도를 닦는 벗)이라는 진술은 이러한 생각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뿌리 꽃 잎과 같은 수양의 전부가 담을 넘는 과정에 함께하기 때문에 가지가 담을 넘는 것은 도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담이 있기 때문에 가지가 담을 넘어서는 꿈을 꾸고 담을 넘을 수 있으므로 담은 가지에게 도반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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