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즈(아랍어: حَجّ)
메카의 성지를 순례하며 종교적 의례에 참가하는 일로 모든 무슬림(이슬람교도)에게 부과된 기본적인 종교 의무 중 하나이다. 정규적인 순례를 마친 자를 하지(الحَجِّي)라고 부른다.
《꾸란》의 초기 부분에는 나타나 있지 않으며 메디나 기(期)에 제도적으로 확립되어 메카의 카바 순례가 규정되게 되었다. 이것은 이슬람 이전의 아랍 제 종족에 의한 카바와 메카 근교에 있는 성지를 순례하는 의식이 계승된 것이며 이는 고대 셈족(族)의 습속(習俗)으로부터 나온 것으로 생각된다.
순례 의식은 신성월(神聖月)의 12월 7일에 카바 설교를 시작으로 일제히 개시되며, 일몰과 더불어 메카를 떠나 8일에는 아라파에 집결하고 9일에는 그 언덕 위에서 거행하는 의식으로 최고조에 달한다. 일몰과 함께 무즈달리파에 급히 달려간다. 10일에는 미나에서 세 기둥이 있는 돌무덤에 돌을 던지고 염소와 낙타를 제물로 바친다. 그 날은 '이드 쓰 조하'에 해당한다. 여기에서 행사는 일단락되고 순례자는 머리를 깎고 손톱을 자르며 전면적인 청정(淸淨) 상태로부터 반쯤 해제된 상태로 들어간다(타할르). 카바에서의 행사를 마친 다음 다시 청정의 상태로 사파, 마르와의 언덕에 순례(움라)를 한다. 이들 행사 중 카바에서 검은 돌을 만지는 행사, 미나에서 사탄 모양을 한 비석에 돌을 던지는 행사는 《꾸란》에 뚜렷하게 나와 있지 않으나 무함마드가 순례할 때 거행한 것으로 믿어져서 순례 행사에 넣어지게 되었다.
이와 같이 순례를 함에 있어서는 의례적(儀禮的)으로 청정(淸淨)의 상태에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되며 속계(俗界)에서 입는 옷을 벗어 버리고 무늬 없는 순례복을 입게 된다. 이 상태에서는 수렵, 손발톱을 자르는 일, 향수를 바르는 일, 모자를 쓰는 것, 성교 따위는 금지되고 이와 같은 터부 상태는 순례 의식이 모두 끝나고 일상 생활로 되돌아갈 때까지는 해제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된다.
18세기에 이르기까지 순례 기간에 메카에는 큰 시장이 서고 전 세계의 산물이 모이게 되었다. 순례는 전 세계의 이슬람 교도가 일당에 모이게 되는 기회이며, 이민족(異民族)의 이슬람 교도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중간 역할을 하고 공통된 의식에 의한 교류와 결속 의식이 강화되고 새로워지는 것을 강하게 실감할 수 있다. 또한 성자(聖者)의 묘소 참배는 '즈이야라'라고 부르며 앞서 말한 '하지'와는 구별된다. 메카 순례가 끝난 뒤 순례자는 메디나에 있는 무함마드 묘에 참배하는 것이 보통이다. 시아파 교도에겐 특히 이라크 남부에 집결되어 있는 이맘 순교지의 묘당(廟堂)에 참배하는 것이 메카 순례 못지않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수피 성자묘(聖者廟)에 참배하는 것도 종교적으로 같은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겠다. 성자의 탄생일에는 성지에 시장이 선다.
메카(아랍어: مكة المكرمة) 또는 마카(Makkah Al Mukarrammah)
과거에 히자즈로 알려졌던 사우디아라비아의 도시로 메카주의 주도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인구가 3번째로 많은 도시이며, 홍해 연안의 항구 도시 지다에서 70 km 정도 내륙인 북위 21도 29분, 동경 39도 45분에 위치해 있으며 해발 277미터이고, 2012년 기준 인구는 약 2백만명이다.
메디나와 더불어 이슬람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도시다. 여행을 감당할 수 있는 모든 무슬림은 일생에 한 번 이상 메카 순례를 떠나는 것이 의무이다. 메카의 순례 행사는 이슬람력 마지막 달인 두알히자(아랍어: ذو الحجة , 순례의 달)에 시작되며, 이 순례 행사에 참여하는 것을 하즈, 참례자를 하지라고 한다. 이슬람의 다섯 기둥에 하즈가 들어있기 때문에 메카는 늘 순례자로 붐빌 수밖에 없는 곳이다. 이 때문에 메카라는 말은 단순히 도시의 지명을 넘어서, 어떤 집단의 아주 중요한 장소를 가리키는 대명사가 되었다. 1980년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공식 표기를 "메카"에서 "마카"로 변경했는데, 이는 중요한 장소를 가리키는 비유적 표현인 "메카"와 이슬람 성지를 구별해 사용해 달라는 취지다.
메카는 무함마드의 출생지이다. 무함마드는 메카에서 3.2 km 정도 떨어진 히라 동굴에서 쿠란에 대한 첫 계시를 받았다고 한다. 이슬람 세계에서 메카는 가장 성스러운 도시이다.
이름의 유래
메카의 옛 이름은 바카였다. 바카의 어원은 정확하지는 않으나 카바와 관련이 있다고 여겨진다. 이슬람 세계의 확장과 함께 메카는 “모든 도시들의 어머니”로 불리게 되었다.
정부
메카는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주의 주도로, 시정은 중앙정부에 의해 임명되는 시장과 14명의 지방의회 의원들에 의해 운영된다. 시장은 시의회의 수장을 겸한다. 현재 시장은 2007년 임명된 사우드 왕가의 왕자 칼리드 이븐 파이살 알 사우드이다.
고대
이슬람 전승에서는 이스마엘의 정착이 메카의 시초라고 한다. 기원전 60년에서 기원전 30년 무렵의 역사를 기록한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 디오도로스 시켈로스는 당시에 이미 카바를 신성한 곳으로 여기고 숭배하는 풍습이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고대 사마리아인들은 메카가 이스마엘의 장남 느바욧에 의해 세워졌다고 여겼다.
5세기 무렵 메카는 여러 다신교 문화에서 중요한 장소였고 특히 쿠라이시 부족은 후발을 숭배하는 장소로 카바를 이용하였다. 후발 숭배는 7세기까지 지속되었다.
5세기까지 쿠라부시 부족의 무대였던 메카는 점차 중요한 무역로가 되었고, 특히 6세기 무렵 향신료 무역이 성장하자 무역로를 지배하려는 여러 세력의 각축장이 되었다. 비잔티움 제국은 홍해 무역로가 해적들로 인해 더 이상 안전하지 않게 되자 육상 무역로를 확보하려 하였고, 사산 제국 역시 페르시아만을 통해 들어온 물자를 이송할 육로를 확보하고자 하였다. 로마-페르시아 전쟁 중에도 메카는 페트라, 팔미라와 함께 중요한 무역 거점이었다.
메카는 홍해 연안에 인접해 있어 해상 교통과 연계가 편리하고 잠잠 우물이 있어 대상들이 사막을 건너며 쉬어가기 좋은 곳이었다.
중세
570년 메카에서 무함마드가 태어났다. 이슬람 전승에 따르면 무함마드는 610년 메카 인근의 자발 알노우르(아랍어: جبل النور, 빛의 산)에 있는 히라 동굴에서 대천사 가브리엘로부터 첫 계시를 받았다고 한다. 이후, 무함마드는 다신교도들에 맞서 이슬람을 전파하다 박해를 받았고 622년 메디나로 옮겼다. 이후로도 무슬림과 다신교 사이의 분쟁이 계속되었고, 결국 이슬람이 몇 차례의 전투에서 승리한 뒤 메카는 이슬람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632년 무함마드가 사망한 뒤로도 메카는 이슬람 세계의 가장 중요한 도시였고 해 마다 많은 순례자들이 찾는 성지가 되었다.
근대
마지막 정통 칼리파였던 알리 이븐 아비 탈리브가 사망한 뒤 이슬람 세계는 순니파와 시아파로 분열되었다. 이후 메카 지역은 우마이야 왕조(661년 ~ 750년), 아바스 왕조(750년 ~ 1258년), 아이유브 왕조(1171년 ~ 1341년), 맘루크 왕조(1250년 - 1517년), 오스만 제국(1299년 - 1922년) 등의 지배를 받았다. 제1차 세계 대전 중에 아라비아 반도의 여러 부족들이 영국과 함께 오스만 제국을 아라비아 반도에서 축출하였고, 이후 한 동안 영국의 보호령이 되었다.
현대
1924년 메카 전투에서 사우드 왕가가 주변 다른 부족들을 물리치고 메카를 점령하여 사우디아라비아의 영토로 병합하였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여러 차례에 걸쳐 메카에서 개발 사업을 벌였고, 카바 사원을 크게 개축하였다. 1985년 무렵엔 메카의 건물 가운데 95%가 새로 지은 것이었다.
순례
무슬림들에게 메카 순례는 이슬람의 다섯 기둥 가운데 하나로 의무이다. ‘하즈'라 불리는 이 순례는 이슬람력 ‘둘 히자’월에 이루어지며, 매년 300만 명 정도가 참가한다. 연중의 다른 달에 이루어지는 순례는 ‘움라’라고 불린다. 비무슬림은 원칙적으로 메카와 메디나에 들어가는 것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비무슬림으로서 메카 내의 의식을 본 사람은 극히 적다.
메카의 중심은 카바로, 아브라함과 이스마엘이 주춧돌을 놓았다고 하는 정육방면체 건물이다. 카바는 금이 새겨진 검은 천으로 덮여 있다. 순례자는 카바를 7번 도는 사이를 행한다. 이후 잠잠 우물에서 물을 마시며, 잠잠의 물을 떠가지 않는 무슬림은 드물다.
하즈가 진행되는 동안 순례자는 미나라는 작은 마을로 향해 돌기둥으로 상징화된 악마(사탄)를 돌로 쫓는 의식을 행한 뒤, 무함마드가 최후의 연설을 한 아라파의 언덕으로 올라가 예배를 드린다.
무슬림들에게 메카의 중요성은 아주 대단해서, 지구상 어디에 있든지 모든 무슬림은 북위 21도 25분 24초, 동위 39도 49분 34초에 위치한 메카의 카바 방향으로 하루에 다섯 번 예배를 드린다. 이 기도의 방향은 키블라로 불린다.
카바는 아랍어로 알 마스지드 알 하람이라 불리는데 ‘신성한 성원’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일생에 한 번 무슬림의 성지순례, 하즈
아브라함은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바하이교(모든 인간과 종교는 같이 평화롭게 살아야 한다는 종교)의 존경받는 성인이다. 유대교와 기독교에서는 아브라함의 아들 이삭이, 이슬람교에서는 아브라함의 배다른 아들 이스마일이 죽음의 위기는 겪은 뒤 예언자가 된다.
이슬람 신화에는 이스마일과 그의 어머니 하갈(아브라함의 둘째 아내이자 첫째 아내 사라의 몸종)이 등장한다. 신은 아브라함은 믿음을 시험하려 하갈과 어린 이스마일을 메카의 사파와 마롸 언덕 사이 거친 사막으로 내보내라 명한다. 사막에서 이스마일이 갈증을 호소하자 하갈은 물을 찾으러 두 언덕 사이를 일곱 번 미친 듯이 헤맨다.
그때 기적이 일어났다. 두 사람 앞에 샘물이 솟구치는 잠잠 우물이 나타났다. 신화는 어린 이스마일이 발로 흙을 문지르자 우물이 나타났다, 천사 가브리엘이 그의 날개로 흙을 날려 우물을 보여줬다 등 세월이 가며 몇 가지 버전으로 나뉜다. 신의 믿음을 얻은 아브라함은 아내와 아들을 집으로 데려온다.
후에 아브라함과 이스마일은 무슬림이 메카에서 유일신에게 기도하는 장소에 벽면과 네 기둥, 지붕으로 된 사각형 검은색 건물 카바(아랍어로 정육면체)를 세운다. 카바가 완공되자 아브라함은 신의 뜻대로 무슬림들의 하즈 장소라 선언한다. 신의 공간인 카바는 모든 무슬림들의 통합의 상징이자 기도하는 방향이 된다.
아브라함은 카바를 건축하며 동쪽 모서리 아래 천사 가브리엘이 준 검은 돌을 놨다. 카바 근처에 두 발자국 형태가 있는 다른 네모난 돌이 박혀 있다. 이 돌이 카바를 건축할 때 아브라함이 서서 바라보던 곳이라고 한다. 돌 위에는 화려한 금색 유리와 철제가 양각돼 있다.
수백 년간, 지역 토박이 이교도들이 카바 내부를 그들의 우상으로 장식했다. 당시 후발(달의 신)이 가장 센 우상이었다. 예언자 모하메드(PBUH)는 카라이쉬 부족 출신이다. 그 부족은 카바 내부를 출입할 수 있어 우상을 숭배하던 이들에게 입장료도 받고, 물건도 팔아 부를 축적했다.
모하메드가 유일신의 첫 번째 계시를 이교도들에게 설교하자, 카라이쉬 부족은 모하메드와 그의 추종자들을 마을 밖으로 내쫓는다. 10년 후, 모하메드와 추종자들이 돌아와 카라이쉬 부족을 내쫓는다. 메카를 장악한 그는 카바에서 후발 등 수백 개의 이교도 우상들을 꺼내 때려 부쉈다. 그리고, 카바를 다시 유일신 제단으로 봉헌한다.
하즈(Hajj)는 아랍어로 이슬람의 근본적인 의무 중 하나인 신을 향한 섬김과 믿음을 인생에 한 번 표현하는 무슬림 성지순례 의식이다. 신앙고백, 기도, 기부, 라마단 금식과 함께 이슬람 5계명 의무 중 하나다.
지난해에 코로나 팬더믹으로 제한된 인원수만 사우디 메카의 하즈에 참가할 수 있었다. 격리가 끝난 순례자들은 마스크를 쓰고 이동했다. 매년 서로 어깨를 부딪칠 만큼 인산인해를 이루었던 수백만 명의 순례객들도 20명 이내 소그룹으로 이동하며 엄격히 거리두기를 했다.
순례자들은 첫날 하즈를 시작할 때와 마지막 날 끝낼 때, 카바 주위를 시계 반대 방향으로 일곱 번 도는 타와프를 한다. 일곱이란 숫자는 기독교와 유대교에서 의미 있는 숫자로 모든 것의 기본이다.
금·은 명주실로 수놓아 두껍게 짠 거대한 검정 비단 천 위에 꾸란의 구절을 금박 아랍어 서체로 새긴 카쇠로 카바를 덮는다. 키솨는 매년 하즈 두 번째 날에 새것으로 갈아준다.
자마랏은 큰 세 석벽을 향해 조약돌을 던지는 의식이다. 아브라함에게 신을 따르지 말라고 유혹한 악마에게 돌을 던지고, 아브라함이 아들 대신 도축한 양을 기리기 위해 가축을 도살한다. 도축한 고기는 이웃 나라의 가난하고 어려운 무슬림들에게 보낸다. 요즘엔, 순례자들도 온라인 상품권으로 도축한 고기를 산다.
사이는 순례자들이 메카 사파와 마롸 언덕 사이를 일곱 번 걸으며 하갈의 고통을 새기는 것이다. 현재, 두 언덕은 출입금지다. 그러나, 언덕 사이에 에어컨이 설치된 좁지만 길고 아름다운 대리석 바닥의 실내 통로를 걸을 수 있고, 잠잠 우물의 물도 맛볼 수 있다. 순례자들은 모하메드가 마지막으로 설교한 아라파트 산에서 명상과 기도한다.
남자는 재봉하지 않은 흰 천 두 개로 하나는 허리, 하나는 상체를 감싸고 슬리퍼를 신는다. 빈부와 상관없이 모든 이가 신 앞에 평등하다는 뜻이다. 여자는 흰 히잡과 드레스를 입는다. 얼굴과 손은 노출하고, 화장과 향수는 삼간다. 순례 기간 만큼은 남녀가 같이 자유롭다.
45세 이상 여성은 마흐람(남편, 가족 형제, 아들, 친인척 남자) 없이 참가할 수 있다. 그러나, 45세 이하는 마흐람과 동반 입국해 항상 동행해야만 한다. 미성년자는 성인과 함께 참가할 수 있다.
라야드 국제공항부터 메카로 가는 도로와 부대시설 등 사우디 정부는 하지를 준비하며 막대한 돈을 쏟는다. 메카와 아라파트 산 사이에 있는 미나는 2백여만 명의 순례자들이 동시에 묵을 수 있어 일명 텐트 도시라고 불린다. 한산하고 간간이 가축만 보이던 벌판이 일주일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북적이는 곳으로 변신한다.
하즈 일주일 동안, 에어컨이 설치된 방화, 방수소재 텐트 16만여 동을 설치한다. 한 동에 보통 30~50명 숙박할 수 있다. 화장실과 샤워실은 공용이고, 또 남녀, 나라별로 구역을 나눴다.
하즈 비용은 일 인당 약 500만~2500만 원가량까지 비행거리, 옵션 등에 따라 다양하다. 이슬람국가는 종교청 신하 하즈 전문 여행사를 통해 서류를 제출하고 비자를 받으면, 정부에서 비용의 절반을 보조해 준다. 개종한 무슬림은 서류와 자국 이맘의 추천서가 첨부된다. 이맘은 세밀한 질문과 공증 서류 등을 통해 무슬림 개종 여부를 가린다.
사우디 정부는 방수기능과 은 나노 기술로 박테리아를 살균한 이흐람(흰 남녀 순례자 의복)과 기도용 깔개, 우산, 수건, 비누, 손세정제와 기타 생필품도 공급한다. 사우디 정부 최초로 체온 스캐너와 전자 신분증 등 첨단장비를 활용해 확진자와 사망률 0을 목표로 한다.
지난 1990, 1994, 1998, 2003, 2004, 2006년에도 수백 여명이 사고로 사망했다. 2015년 2400여 명이 뒤엉키며 죽는 참사까지 있었다. 평균 하루 1000여 명이 열사병 등으로 입원 치료받았다. 그래서, 25개 종합병원에 5000여 병상, 140개 검진 시설에 2만여 명의 전문의가 근무하고, 순례자들은 모두 무료다. 또, 수만 명의 경비인력과 자원봉사자가 대기한다.
하즈는 예언자 모하메드가 태어난 성스러운 도시 메카를 매년 5~6일간 순례하는 의식이다. 특히 순례기간 순례자들과 전 세계 무슬림들은 이드 알-아다(희생의 축제)를 기린다. 이드 알-피뜨르(라마단 마지막 날)와 함께 가장 중요한 무슬림 축제 중 하나다.
움라(Umrah)는 아랍어로 '사람이 많은 곳을 방문한다'라는 뜻으로, 모하메드가 그의 추종자 2천여명과 함께 3일간 순례한 게 유래다. 하즈보다 일수가 짧고 년중 아무 때나 할 수 있다.
사우디 정부는 순례 행사로 매년 총 12억 달러(하즈 8억 달러+움라 4억 달러)을 벌어들이고 있고, 석유 수익을 뺀 GDP의 3% 정도다. 사우디는 발생한 수익을 예멘, 시리아 등 전쟁으로 어려움을 겪는 주변국에 골고루 나눠준다.
기독교도와 유대교인도 아브라함을 믿지만 하즈는 참가 못 한다. 사우디 정부는 비무슬림의 메카 방문도 금지한다. 아주 가끔 비무슬림이 메카 잠입을 시도하지만 거의 불가능하다. 합법적 허가도 불가능하다. 무단으로 잠입했다가 체포되면 중벌을 받고 추방된다.
하즈는 무슬림들에게 평등과 동질감을 주지만, 물질 만능의 민낯도 드러낸다. 하즈 기간에 이집트, 레바논, 모로코 등지에서 자가용 비행기 수백 대가 들락인다. 평등하다는 종교에도 격차가 있다. 정치인, 연예인, 사업가 등은 자쿠지 욕조, 비데 화장실, 대리석 바닥, 전용 주방장, 개인 비서, 고급차량 등이 포함된 우리 돈 약 2억 원짜리 고급 텐트에서 숙박한다. 메카에서는 그랜드 모스크가 내려다보이는 5성급 호텔 스위트룸에서 위성채널을 통해 최고 성직자의 율법을 시청하며, 고급 음식을 먹는다.
완고한 사우디 정부도 변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이슬람 정신에 위배된다며 고급 텐트 옵션을 폐지했다. 모스크가 있는 메디나 나바위 광장은 무슬림만 허용된다. 그러나, 최근 사우디 정부는 메다나 행 고속도로 '무슬림 전용' '비무슬림 전용' 이정표를 철거해 사우디 신세대의 박수를 받았다.
하지는 일 년에 한번 이슬람력 성스러운 마지막 12번째 달 의식이다. 이슬람력은 그레고리력보다 11일이 적어 해마다 날짜가 뒤로 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