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가에 부쳐
김관식
길을 가다 보니
외딴 집 한 채가 비어 있었다.
무슨 이 집의 연척이라도 되는 양
앞뒤를 한 바퀴 휘둘러보다.
굴헝난 지붕에는
풀 버섯이 같이 자라고
썩은새 추녀 끝엔 박쥐도 와서 달릴 듯하다.
먼지 낀 툇마루엔 진흙 자국만 인 찍혔는데
떨어진 문짝 찢어진 벽지 틈에서
퀴퀴한 냄새가 훅 끼치고
물이끼 퍼런 바가지 샘에
무당개구리 몇 놈이 얼른 숨는다.
이걸 가지곤
마른 강변에 덴소 냅뛰듯
암만 바시대도
필경 먹고 살 도리가 없어
별똥지기 천수답과 골아실 텃논이며
논배미 밭다랑이 다 버려둔 채
지게품을 팔고
막벌이를 하더라도 도회지라야 한다고 ,,,
오쟁이 톡톡 털어 이른 아침을 지었을 게고
게다가 차 안에서 먹을 보리개떡도 쪘을 테지만
한번 떠난 뒤 소식이 없고
장독대 옆에
씨 떨어져 자라난 맨드라미 봉숭아꽃도 피었네.
돌각담 한모퉁이 대추나무에
참새 한 마리 포르르 날아들어
심심파적으로 주인의 후일담을 말해 주는 양
저 혼자 재재거리다 말고 간다.
찌는 말복철 저녁 샛때
귀창 터지거라
쓰르라미만 쓰라리게 울고 있더라.
*연척: 혼인에 의하여 맺어진 친척.
*별똥지기 천수답: 물이 전혀 없어 비가 내려야만 경작할 수 있는 메마른 논.
*골아실: 골짜기.
*텃논: 집터에 딸리거나 마을 가까이에 있는 논.
*밭다랑이: 산골짜기에 층층으로 된 좁고 작은 밭.
핵심 정리
- 갈래: 자유시, 서정시
- 특징
▪ 화자의 관찰을 통해 서사적 구조를 사건을 전개
▪ 감정이입의 수법
- 주제: 주인이 도회지로 떠난 쓸쓸한 폐가의 모습
이해와 감상
1970 년 '창작과 비평'에 실린 이 시는, 1938 년에 발표된 이용악의 '낡은 집'과 유사하다. 화자는 가난에 못 이겨 도회지로 떠나 버린 한 농가의 쓸쓸한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1960~1970 년대는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그 과정에서 소외된 농민들이 고향을 포기하고 도시로 몰려들게 된다. 이 때문에 '이촌향도'라는 새로운 말까지 생겨났던 당시의 상황을 이 작품은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가출 문제
Q 위 시에 사용된 시어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무당개구리'와 '참새'는 '외딴 집'의 현재 상황을 부각시켜 주는 구실을 한다.
② '별똥지기 천수답과 골아실 텃논'은 과거 이 집에 살던 사람의 가난한 삶을 보여 준다.
③ '보리개떡'은 도시 생활에 대한 기대와 설렘을 역설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④ 저절로 핀 '맨드라미 봉숭아꽃'은 주인이 떠나 버린 집의 쓸쓸함을 심화시키고 있다.
⑤ '쓰르라미'에는 이 집의 옛 주인과 화자의 심리가 함께 투영되어 있다.
【해설】 정답 ③
공무원 두문자 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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