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과학 Natural Science/생명 Life sciences

페로몬, Pheromone, 생명 의사소통 수단, 호르몬

Jobs 9 2025. 2. 1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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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로몬

Pheromone

 

동물들이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발산하는 화학물질.

 

 

한 동물의 개체 '내'에서 생명활동을 관장하는 것이 호르몬이라면, 동종의 동물 개체 '간' 집단활동[행동적 혹은 생리적 특정한 반응]에 영향을 미치는 생체물질 총칭을 페로몬이라고 한다. 호르몬과 마찬가지로 종류가 무궁무진하게 다양하며, 특이적인 수용체 역시 다양하게 존재한다. 다양한 동물들은 물론 식물들도 의사소통을 위해 사용한다. 다만 식물의 경우 페로몬이라고 하지 않고 따로 용어가 있다.

 

개미 같은 곤충류의 페로몬이 제일 유명하지만 페로몬은 간단한 단세포 생물들은 물론 복잡한 구조의 수많은 척추동물도 분비한다. 상당수의 박테리아들은 이 페로몬을 통해 서로의 수를 헤아리고 공동 사냥을 나서는 등 군체 활동을 하는 단세포 생물들도 다양하게 사용하기 때문에 생명체의 가장 기본적인 의사소통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대표적인 예가 박테리아의 쿼럼 센싱 (Quorum sensing)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AHL (Acyl-Homoserine Lactone)이라는 물질이다.]

 

인간은 언어로 의사소통을 하게 되면서 페로몬을 감지하는 후각이 다른 동물에 비교해 퇴화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여자의 눈물의 냄새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혈중 농도를 감소시키는 작용을 해서 남자의 공격성과 성욕을 누그러뜨린다는 연구결과가 사이언스지에 발표되었다. 

 

참고로 땀 냄새와 페로몬은 완전히 무관하다. 땀 냄새는 피부의 세균과 땀이 반응해 지방산, 암모니아로 분해되면서 나는 냄새다. 

 

단, 땀 자체에는 페로몬이 함유되어 있다. 여성에게 다른 여성의 겨드랑이의 땀을 코에 바르자 그 다른 여성의 월경주기에 맞춰서 월경을 시작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가까운 사이의 여성들의 월경기간이 비슷해지는 이유. 이는 원시시대에 집단 생활을 하던 인류에게 피 냄새는 호랑이, 곰 등의 상위 포식자들을 불러들이는 치명적인 약점이었으므로 월경 동조화를 통해 위험을 최대한 줄이고 예방할 수 있게 자연적인 진화의 산물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에는 페로몬과 관련이 없는 우연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체내 성호르몬 농도에 따라 이성을 유혹하는 냄새가 분비된다. 남성이 땀을 통해 테스토스테론 분해물인 안드로스테놀과 안드로스테논을 분비한다. 안드로스테놀은 사향이나 백단향나무 향기와 비슷한 냄새를 나게 해서, 여성들이 이 냄새를 맡으면 각성 반응을 일으키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가 급격히 증가해 혈압이 올라가고, 호흡과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성적으로 흥분하게 만든다. 반면 안드로스테논은 오줌 지린내가 나기 때문에 보통 악취로 여겨지는데 정작 일부 여성은 이 냄새를 꽃이나 바닐라 향기로 느끼기 때문에 향수의 재료로 사용되기도 한다. 여성 역시 질을 통해 코퓰린을 분비한다. 코퓰린은 아로마 향과 비슷한 냄새를 나게 해서, 남성들이 이 냄새를 맡으면 성적 흥분을 일으킨다.

 

이성을 유혹한다며 페로몬 향수를 판매하지만 과학적으로 근거가 매우 희박하다. 사람의 페로몬 합성 및 수용체 유전자들은 상당수가 위유전자화 되어 가고 있으며, 페로몬으로 추정되는 물질들도 명확한 기능성이 논쟁 중이다. 

 

 

 

 

 

이성을 유혹하는 인간 페로몬

 

페로몬은 같은 종의 생물끼리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내뿜는 화학 물질이다. 특히 곤충들이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브르 곤충기를 보면, 파브르는 연구실 안에 큰공작나방의 암컷 성충을 한 바구니에 넣어두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날 밤에 연구실 창을 통해 어디선가 수컷 20마리가 이 바구니에 모여들었다.

 

파브르는 나방 암컷이 있는 곳을 알려주는 어떤 물질이 수컷을 끌어들였다고 생각하고 그 물질을 알아내기 위해 7년에 걸친 연구를 하였다. 결국, 그는 인간이 느낄 수 없는 어떤 특별한 냄새를 암컷 나방이 발산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파브르가 알아낸 이 냄새는 60년이 지난 후에야 정체가 밝혀졌다. 1959년 독일의 화학자 아돌프 부테난트(Adolf Butenandt)는 누에나방 암컷이 수컷을 유인하기 위해 내보내는 발산물을 추출하여 그 분자 구조를 알아냈다. 그리고 이 물질을 ‘봄비콜(Bombykol)’이라 이름 지었다. 이 물질은 공기 속에 기체가 되어 흩어지기 쉬운 유기 화합물이었다.

 

이 물질은 몇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수컷 누에나방을 유인할 수 있지만, 다른 곤충의 수컷을 유인하지는 못했다. 비슷한 시기에 봄비콜처럼 이성을 유인하는 물질이 다른 곤충에서도 발견되었다. 그리고 이같이 이성을 유인하는 물질은 그리스어로 운반한다는 뜻의 ‘pherein’과 흥분시키다는 뜻의 ‘hormon’이 합쳐진 말인 ‘페로몬(pheromone)’이라 불리기 시작했다.

 

페로몬은 대부분 곤충에서 발견되었으며 특히 나방 무리에서 많이 발견되었다. 하지만 도롱뇽의 일종인 영원 등의 양서류와 금붕어 등의 어류 등에서도 발견되었고, 돼지 등의 포유류에서도 발견되었다. 동물에서 발견된 페로몬은 곤충에서 발견된 페로몬과 화학적인 성질이 전혀 다른 종류가 많았다. 예를 들어 돼지 수컷은 침샘에서 암컷을 유혹하는 물질을 분비하는데, 이 물질은 공기 중에 기체로 흩어지지 않아서 암컷이 수컷에게 접근할 때만 효과를 낸다.



페로몬은 이성을 유혹하는 종류만 있는 게 아니다. 개미들은 페로몬을 이용해 길을 찾기도 한다. 개미들은 페로몬을 땅에 뿌리며 이동하는데, 이 페로몬 덕분에 멀리 가더라도 길을 잃지 않고 집에 쉽게 돌아올 수 있고 동료 개미들을 먹이가 있는 곳으로 인도할 수도 있다.

개미들은 페로몬을 땅에 뿌리며 이동하는데, 이 페로몬 덕분에 멀리 가더라도 길을 잃지 않고 집에 쉽게 돌아올 수 있다.ⓒ윤상석

 

또한, 진딧물은 천적의 습격을 받으면 페로몬을 방출하는데, 이 페로몬을 감지한 다른 진딧물은 반사적으로 그 페로몬에서 멀어지려 노력한다. 그리고 꿀벌의 집단에서 여왕벌이 분비하는 페로몬은 암컷 벌들을 일벌로 만든다. 일벌이 된 암컷 벌들은 난소가 발달하지 않아 알을 낳지 못한다.



결국, 꿀벌 집단에서 여왕벌만이 알을 낳게 되고, 일벌들은 여왕벌과 애벌레, 알을 돌보는 일과 먹이 채취 등의 일을 한다. 그러다 여왕벌이 죽거나 여왕벌의 페로몬 분비량이 줄어드는 초여름에 일벌의 생식 능력이 회복되는데, 생식 능력이 회복된 암컷 벌 중에서 새로운 여왕벌이 탄생한다.



인간과 페로몬



포유류는 페로몬을 감지할 수 있는 기관을 2개 가지고 있다. 그 하나는 코 내부 비강 윗면에 있는 후각 점막으로 이곳에 많은 신경 세포가 있다. 다른 하나는 비강 바닥이나 옆면에 있는 야곱슨 기관으로 이곳에도 많은 신경 세포가 있다. 이 야콥슨 기관은 양서류 이상의 척추동물에서 볼 수 있는데, 파충류와 포유류에서 발달하였고 조류에는 없다. 특히 뱀과 도마뱀에서 발달했는데, 뱀이 혀를 날름거리는 행동을 하는 이유는 혀에 있는 야콥슨 기관을 통해 먹이의 냄새를 맡기 위해서이다.



생쥐의 경우, 이 야콥슨 기관을 이용해 페로몬을 감지한다. 그래서 생쥐들은 야콥슨 기관에 이상이 생기면 교미를 정상적으로 할 수 없다. 그런데 포유류의 후각 점막에 있는 신경 세포와 야콥슨 기관의 신경 세포의 신호는 각각 다른 경로로 뇌와 연결된다. 후각 점막의 신경 세포에서 오는 신호는 냄새 감각을 수행하는 뇌 부위를 통한 후 감정 중추인 편도체와 호르몬 균형을 관장하는 시상 하부로 전달된다. 하지만 야콥슨 기관 신경 세포에서 오는 신호는 편도체와 시상 하부로 직접 전달된다. 야콥슨 기관에서 오는 신호만 본능적인 반응이나 행동에 관계하는 편도체와 시상 하부에 직접 전달되는 것을 볼 때 야콥슨 기관이 페로몬과 좀 더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인간은 야콥슨 기관이 작은 구멍 정도의 흔적만 있어 제 기능을 못 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인간에게 페로몬이 있다면 후각 점막의 신경세포가 감지할 것이다. 인간 페로몬의 가장 유력한 물질은 겨드랑이에 많은 땀샘의 일종인 아포크린샘에서 분비되는 안드로스타디에논(androstadienone)과 안드로스테놀(androstenol), 그리고 안드로스테논(androstenone)이다.



이 물질들은 모두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에서 유래되었다. 연구 결과, 안드로스타디에논을 맡은 여성들은 호르몬의 변화가 보였고, 안드로스테놀을 맡은 여성은 남성에 대한 접촉이 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연구는 실험실에서 인위적으로 만든 환경 속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이 물질들이 페로몬이라는 단정할 수는 없다.



또한, 이 물질들이 인간 페로몬이 아니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인간에게 페로몬이 있느냐의 여부는 아직 논란 중이다. 그럼에 불구하고 화장품 회사들은 이 성분들이 포함된 향수를 페로몬 향수로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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