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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혈증, sepsis, 피[血]가 썩는[敗] 병[症], 미생물 감염, 균혈증(Bacteriamia, 패혈성 쇼크

Jobs9 2024. 10. 22.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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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혈증(敗血症, sepsis)

 

인체가 세균 및 기타 미생물에 감염되어 이들이 생산한 독소에 의해 중독 증세를 나타내거나, 전신성 염증 반응, 심각한 장기 손상 및 합병증을 보이는 증후군을 이른다. 말 그대로 피[血]가 썩는[敗] 병[症]으로, 상처, 호흡기, 소화기관 등을 통해 침투한 혈액 내 병원체가 숙주의 면역체계를 뚫고 번식하는 데 성공한 상태이다. 즉 몸이 병원체에게 점령당한 것. 

흔히 '패'혈증이 아닌 '폐'혈증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특히 폐에 염증이 발생하는 폐렴이 심해지면 패혈증으로 악화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패'혈증이 아니라 '폐'혈증으로 오인하기 쉽고, 뉴스기사는 물론, 법원의 판례에서마저 '폐'혈증이라고 언급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이다.(대법원 1982. 10. 12. 선고 81도2621 판결 참조) 그러나 폐혈증이라는 병명은 없고, 세간의 인식처럼 폐에 피가 차는 병은 '폐혈증'이 아니라 혈흉(Hemothorax)이라고 하는데 혈흉은 패혈증보다 더 치명적이다. 흉강이 피로 꽉 차면 폐에 공기가 통하지 않으니 숨을 들이쉴 수 없어 질식사하기 때문이다.  

 

 

패혈증 원인
패혈증의 발병 원인은 미생물 감염이다. 고령이거나, 특정 약물의 사용(벤조디아제핀 계열의 진정제 등) 등에 의해 발생률이 높아진다. 질병에 의해서 합병증으로 발병하기도 한다. 중이염, 폐렴, 복막염, 욕창, 파상풍, 식중독, 맹장염, 늑막염, 신우신염, 뇌염, 뇌수막염 등 원인이 되는 질병도 다양하다. 비브리오균이 증식하는 여름철마다 몸에 상처가 있는 사람이 바다에 들어가서 바닷물 속 비브리오균에 피부 상처가 오염되거나, 오염된 해산물을 먹어 비브리오 패혈증으로 사망하는 사례도 매우 흔하게 일어난다.  

혈액 배양으로 병원균의 존재가 확인되면 균혈증(Bacteriamia), 혈중에서 균이 생산한 독소가 확인된 경우(Septicemia) 패혈증으로 진단된다. 면역계가 항원을 인식하고 바로 염증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짧은 잠복기를 가지고, 균종과 면역 상태, 처치법에 따라 수시간에서 수일 안에 사망하거나 만성적인 후유증을 남길 수 있고, 반대로 완치해 원만하게 회복할 수도 있다.

전통적으로 큰 출혈상이나 화상을 입었던 사람이 급작스럽게 사망하게 되는 원인 중 하나도 패혈증이었다. 즉시 상처를 소독하지 않고 방치했을 경우, 외부의 미생물이 신체 내로 침투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발병 기전 및 증상


공통된 증상으로는 체온이 38도 이상으로 올라가거나(발열) 혹은 35도 이하로 내려가며(저체온증), 호흡수가 정상 호흡수에 더해서 분당 24회 이상으로 증가하며(호흡곤란 및 저산소증), 혈관이 확장되어 혈압이 떨어지면서(저혈압) 신체 말단에 공급되는 혈액량이 저하되므로 피부가 창백하게 보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피부가 썩기 시작하는 조직 괴사가 나타나며 구토 및, 설사, 부정맥, 장 마비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혈관 투과성이 증가돼서 혈관 내 알부민이 빠져나가서 혈관 내 교질삼투압(oncotic pressure)이 낮아지며, 이로 인해 환자 혈관 내의 수분이 다 주변 조직으로 빠져나가 쇼크, 부종 등도 발생한다. 인지력이 떨어지는 등 정신착란 증세가 일어나고, 사망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통계적으로 의학 처치를 시도해도 20%에서 35%에 달하는 사망율이 보고된다.   

환자의 면역력이 약하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강한 경우에는 이미 체내를 점령한 병원체를 어떻게든 박멸하기 위해 면역계에서 사이토카인 폭풍이 일어나기도 한다. 물론 사이토카인 폭풍이 일어나는 시점에서 이미 늦었고, 이는 오히려 환자의 사망률을 증가시킨다.

 


치료


패혈증은 짧은 시간 내에 사망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위 증상을 보이면 재빨리 병원에 가서 치료받아야 한다. 일반적인 패혈증(sepsis)의 경우도 사망 위험도가 20~35%에 달하며, 빠르게 더 악화되어 패혈성 쇼크로 진행되면 40~60%가 사망하는 매우 치명적인 질환이다. 게다가 패혈성 쇼크는 장기가 망가져서 쇼크가 온 단계라서 패혈성 쇼크로 진행되면 치료를 받아도 살 확률보다 죽을 확률이 더 높다. 

거의 대부분의 균들이 이를 일으키기 때문에 치료법은 일단 대량의 수액 공급으로 혈압 유지, 광범위 항생제로 경험적 치료를 시작하고, 이후 지속적으로 균배양 검사를 보고 항생제를 조절한다. 세균에 따라 듣는 항생제의 종류가 달라지기 때문에, 늦기 전에 균종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원인균을 찾는다고 항생제 들어가는 시점이 늦어져서도 안 된다. 

영아 또는 노인이거나 자가면역질환,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 당뇨병, 암 등 면역력을 약화시키는 기저질환을 앓고 있다면 패혈증 발병률과 사망 확률이 훨씬 더 높아진다. 특히 백혈병 환자는 백혈구 수치 이상으로 인해 면역력이 매우 약하기 때문에 패혈증 위험이 굉장히 높다. 

 


과거에는 위생 관념이 없던 탓에 치료행위가 굉장히 비위생적이어서, 전쟁에서 많은 부상자들이 사망하는 병이기도 했다. 설령 위생적인 환경에서 치료를 했다고 한들 항생제가 없었기 때문에 이미 세균에 감염된 환자들은 패혈증의 위협에 항상 노출되어 있었다. 세균의 존재를 몰랐던 시절에는 피를 신성하다고 여겼고, 몸을 씻는 기준도 어떤 부위가 눈에 띄게 더러워지거나 냄새가 날 정도가 되어야 했으며, 그것도 미생물이 득실거리는 시냇물에서 비누 없이 씻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부상에 취약한 육체 노동자나 군인의 경우에는 위생 상태가 더 심각했다. 

역사 기록에서 'A는 부상을 입고 회복하지 못하여 사망했다' 등의 문구가 있으면 굉장히 높은 확률로 패혈성 쇼크의 가능성을 추측해볼 수 있다. 영화 등에서 부상 입은 군인들이 후송된 뒤 고열에 시달리다 죽는 묘사가 많은데, 이게 패혈증 증세다. 그 외에도 정말 사소한 외상, 예를 들어 장미 가시에 긁히거나 살짝 손을 베는 정도에도 파상풍이 발병하면서 패혈증으로 이어져 사망한 인물들이 많았다. 

불결한 물건에 노출되면 패혈증에 쉽게 걸린다는 것 정도는 알았기 때문에 과거에는 인분을 바른 무기가 치명적으로 쓰이곤 했다. 역사적으로 많은 공성전 기록을 보면 수성측에서 인분을 투척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구니노미야 구니요시 왕은 인분을 바른 칼에 찔려 패혈증으로 고생하다가 사망했다. 베트남 전쟁 당시에도 베트콩들이 인분을 뿌린 부비트랩을 사용한 바 있다. 전부 더러운 물건을 묻혀서 정신적인 모욕감을 주려는 의도가 아니라 패혈증을 유발하기 위한 일종의 독소 역할이었다. 

항생제가 발명되기 전까지 수많은 산모들을 괴롭힌 병 역시 바로 패혈증이었다. 전근대시기 산모들은 산욕열이라는 세균 감염으로 인한 패혈증을 앓는 경우가 많았다. 당시 의사들은 시신을 부검했던 손을 씻지 않고 바로 출산을 도왔는데, 출산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출혈과 회음부 열상 등을 동반하기 때문에 감염이 쉽게 되었던 것. 

19세기 헝가리의 의사였던 이그나츠 제멜바이스(Ignaz Semmelweis, 1818–1865)는 출산 전에 의사의 손을 소독하는 손 씻기 이후에 출산을 도우면 산욕열을 낮출 수 있다는 걸 발견했다. 그래서 그걸 분석한 책을 발간했으나 당시 통념으로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로 여겨져서 무시당했다. 그 시대에는 세균 감염은 커녕, 세균이란 개념조차 희박했다. 제멜바이스 사후 10년 뒤에나 루이 파스퇴르에 의해 세균의 존재가 명확해진다. 

제멜바이스가 이를 방증하면서 든 예시가 전문 의사들에 비해 평범한 산파들이 출산을 도울 때는 산욕열의 발병률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통계였다. 산파들은 의사와는 달리 시체를 만지지 않고, 또 관습에 따라 출산 전 물로 손을 씻은 뒤 산모를 돌보아서 이 때문에 세균 감염률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당시 의사들은 전문 의료 지식을 갖춘 자신들이 일반 산파만도 못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더욱 제멜바이스의 의견을 비난했다. 제멜바이스는 비난하는 자들을 "살인자"라며 비판했고, 그 후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1865년 그는 정신병원에 보내졌고 연조직염이 패혈증으로 발전해서 생을 마감한다. 

제멜바이스는 이것이 시체 입자 때문이라는 가설을 세웠는데 시체 입자의 정체는 바로 세균이고 10년 뒤에 밝혀졌다. 그 뒤 위생이 철저해지고 항생제 사용으로 1940년대부터 산욕열로 죽는 산모가 크게 급감하였다. 훗날 이 이론이 인정되고 의학계에 끼친 영향을 고려하여 부다페스트의 의과대학은 개교 200주년이 되는 1969년에 제멜바이스 의과대학으로 이름을 바꾼다.

패혈증은 불특정한 병원체에 의한 감염, 또는 폐렴이나 뇌수막염이나 암 환자의 감염 등 갑자기 빠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임상에서 판단하기 애매모호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 옛날부터 지금까지 엎치락뒤치락 새로운 정의가 내려지고 있는데 여태까지 제시된 정의에 의하면 패혈증은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첫 번째 정의는 생략하고 현재까지도 사람들이 많이 혼동하는 두 번째 정의부터 설명함)


<2001년 패혈증 정의 (Sepsis-2)>
① 전신성 염증 반응 증후군 (Systemic Inflammatory Response Syndrome; SIRS): 말 그대로 전신에 심각한 염증 반응이 나타난 상태이다. 이 전신 염증 반응의 원인은 질병 감염말고도 몸의 상처, 화상 등 외상이 포함되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패혈증은 아니고 패혈증을 아우르는 큰 범위의 전신 염증 반응을 의미한다. 판단 기준으로는 다음 기준을 이용하고, 이 네 가지 기준에서 환자가 두 기준 이상 해당되면 SIRS라고 한다. 
첫 번째, 체온이 36도보다 아래거나 38.5도보다 높은 경우.
두 번째, 심박수가 분당 90회를 넘는 경우.
세 번째, 호흡수가 분당 20회를 넘고 폐포 내 이산화탄소 분압 (PaCO2)이 32 mmHg보다 아래인 경우.
네 번째, 혈액 내 백혈구 수가 4 × 10^9/L보다 적거나 12 × 10^9/L 보다 많은 경우.
② 패혈증 (sepsis): 위에 언급한 SIRS 기준에서 두 기준 이상 해당되고, 그 원인이 감염이라고 밝혀지면 패혈증이라고 한다.
③ 중증 패혈증 (severe sepsis): 위의 패혈증에서 더 악화된 상태로 말초조직 괴사가 발견되며 저체온, 혈액 내 젖산이 4mmol보다 높은 경우에 중증 패혈증이라고 한다.
④ 패혈성 쇼크 (septic shock): 위의 중증 패혈증에서 더 악화된 상태로 극심한 저혈압과 말초조직 괴사가 다수 발견되며 (다발성 장기 부전) 사망률이 급격히 증가된 상태를 패혈성 쇼크라고 한다. 

쉽게 말해서 이 때의 패혈증은 "감염에 의한 전신성 염증 반응"을 의미했다. 하지만 위의 정의가 임상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결국 2016년, 개정된 패혈증의 정의가 내려졌다. 

 

<2016년 패혈증 정의 (Sepsis-3)>
이전 정의와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우선, 중증 패혈증(severe sepsis)이라는 개념을 더이상 사용하지 않고 "패혈증", "패혈성 쇼크"의 두 개념만 사용한다.
게다가 두 개념의 설명도 바뀌었다.
① 패혈증: 감염으로 인한 숙주의 면역계 이상으로 발생한 심각한 장기 손상을 의미한다. 
② 패혈성 쇼크: 바로 위에 언급한 패혈증에서 순환성, 세포성, 대사성 이상이 발생해 사망률이 더 높아진 상태를 의미한다. 

새로운 정의가 등장함에 따라서 병원에서의 패혈증 진단 방식도 변경되었다.

Sepsis-3에 따르면 과거에 이미 정립되었던 Sequential Organ Failure Assessment (SOFA) 기준을 이용해 더 자세하게 환자의 상태를 살피게 된다. 하지만 이 기준은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신속하고 간략히 하기 위한 Quick SOFA (qSOFA)라는 기준이 새로 나왔고, 이제는 SOFA와 qSOFA를 병행해서 패혈증 진단을 권장한다. 
① 병원에 감염으로 의심되는 환자가 오면 qSOFA에 따라서 환자를 확인.
② qSOFA에 의해 결과가 2점 이상이면 환자의 장기 손상 여부를 확인.
③ 환자의 장기 손상을 확인하면 SOFA에 따라서 환자를 확인.
④ SOFA에 의해 결과가 2점 이상이면 패혈증으로 진단.
⑤ 승압제 (Vasopressor)와 혈액 내 젖산 기준에 따라 환자를 확인.
⑥ 위 기준도 해당되면 패혈성 쇼크로 진단.

추가로, 매년 9월 13일은 세계 패혈증의 날(World sepsis day)이다. (2012년부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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