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과학 Social Sciences/지리 Geography

지구의 역사, 지구의 탄생, 골디락스, 달의 탄생, 테이아(Theia)

Jobs 9 2023. 6. 14.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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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pansion of the Universe

 

별인 태양을 공전하는 행성인 지구는 생명체인 우리의 삶이 펼쳐지는 시공간이다. 우리는 지구와 우주의 경계인 지각이 만든 환경 속에서 지각에 있는 원소로 구성되고 태양으로부터 오는 복사를 에너지원으로 삶을 유지한다. 때로는 격렬한 지질 활동과 극심한 기후변화로 우리를 극한상황으로 내몰기도 했지만, 지구는 46억 년의 진화 과정을 통해 우리를 창조하고 현재의 모습으로 다듬어냈다. 지구의 경계인 지각의 모습은 탄생 이후 끊임없이 변해왔으며, 그 변화의 양상은 지질, 광물, 생명의 공진화를 담고 있다. 지구의 역사는 별이 합성해놓은 원소들이 최종적으로 어떤 분자를(물질을) 만드는지가 결정되는 과정이다.

 

 

지구의 탄생

우주의 탄생이 있었듯이 지구도 탄생이 있었다. 우주의 탄생이 빅뱅으로 묘사되는 찰나였다면 지구의 탄생은 태양이라는 별이 탄생하는 과정에서 태양을 공전하는 크고 작은 암석들이 뭉치면서 행성이 만들어지는 (1억 년 정도의) 긴 과정이었다. 지금부터 46억 년 전 우리은하 나선형 팔의 변두리에 있던 거대한 분자구름의 한 조각이 중력에 의해 뭉치면서 태양계의 형성이 시작됐다. 거대 분자구름에는 앞세대의 무거운 별이 죽음에 이르러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며 자신이 합성해놓은 무거운 원소들을 넓은 지역으로 흩어놓는 사건이 일어났고, 초신성의 잔해들이 유입되며 수 광년 크기의 분자구름 조각을 압축시켜 수축이 시작됐다. 분자구름 조각 속의 기체와 먼지는 뭉치면서 자연스럽게 중심에 대해 회전한다. 전체 질량의 99.8%에 육박하는 대부분의 물질은 중심부에 집중되어 별을 만들지만 각운동량 보존 법칙을 따라 (0.2% 정도의) 일부의 물질은 중심을 지나고 회전축에 수직인 면에 회전하는 원시행성 원반을 형성한다. 원시행성 원반 안에서도 물질의 밀도 요동은 중력에 의해 증폭된다. 회전하면서도 물질은 더 많은 곳으로 모여들기를 지속하여 처음에는 작은 덩어리들이 만들어지고, 작은 덩어리들이 서로 충돌하며 병합되어 크기가 10km에 달하는 큰 덩어리인 미행성이 되고, 미행성들의 충돌과 병합으로 거대한 덩어리 하나가 생기면 자신의 궤도 주변의 크고 작은 덩어리들을 모두 끌어모아 최종적으로 행성과 행성을 공전하는 위성이 만들어진다.

태양계 형성 과정은 형성 이후 변형이 적게 일어나 당시의 환경에 대한 정보를 간직한 소행성, 혜성 등에서 얻은 자료를 바탕으로 태양계 형성 모형을 시뮬레이션한 후 현재의 모습과 비교를 통해서 추적해볼 수 있다. 현재 태양계 행성들의 공전 면이 대체로 일치하고 대부분 같은 방향으로 공전과 자전을 한다는 점이 행성들이 원시행성 원반에서 거의 동시에 형성됐다는 증거다. 태양과 행성들에는 무거운 원소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태양이 수소와 헬륨으로만 구성된 첫 세대 별이 아니라 앞선 무거운 별들의 잔해에서 다시 탄생한 후속 세대 별임을 알려준다. 태양계의 원소 구성으로 보아 태양은 초신성의 잔해에서 탄생한 3세대 별로 보인다. 무거운 원소의 존재는 암석 행성의 형성뿐만 아니라 생명의 탄생에도 중요한 요소다. 

태양계에는 최종적으로 8개의 행성이 만들어졌다. 안쪽의 수성, 금성, 지구, 화성은 주성분이 철과 암석인 암석 행성, 바깥쪽의 목성과 토성은 주성분이 수소와 헬륨인 기체 거대행성, 천왕성과 해왕성은 주성분이 물, 암모니아, 메탄 등인 얼음 거대행성으로 분류된다. 이와 같은 행성들의 성분 차이는 형성된 위치와 연관되는데, 그 기준이 되는 거리가 동결선이다. 원시행성 원반에 있는 물체는 앞서서 만들어진 태양에서 나오는 빛을 흡수해서 데워진다. 데워진 물체는 열복사를 방출하므로, 복사의 흡수와 방출의 에너지 균형이 이뤄지는 점까지 물체의 표면온도가 올라간다. 결국 물체의 최종 온도는 태양으로부터 거리가 결정한다.1 물체의 온도가 물체의 어는점보다 높으면 물체는 끓어서 기체 상태가 된다.2 물이 얼음(고체) 상태가 되기 시작하는 태양으로부터 거리에 있는 가상의 선을 동결선이라 하는데, 대략 화성과 목성 사이에 위치한다. 태양에서는 빛뿐만 아니라 큰 속도를 가진 입자(주로 양성자)의 흐름인 태양풍도 나온다. 태양풍은 기체나 작은 입자들과 충돌하여 이들을 바깥쪽으로 밀어내기 때문에 행성의 형성에도 영향을 끼친다. 동결선 안쪽에서는 어는점이 낮은 수소, 헬륨, 물, 암모니아, 메탄 등은 기체 상태가 되는데, 이들은 태양풍에 의해 서서히 동결선 밖으로 밀려난다. 결국 동결선 안쪽에는 어는점이 높은 암석과 금속만 남기 때문에 암석 행성이 형성된다. 동결선 밖에서는 밀려난 수소와 헬륨, 물과 암모니아 등이 거대행성을 만들게 된다. 암석과 금속을 이루는 무거운 원소들의 양은 많지 않으므로 동결선 안쪽에 형성되는 암석 행성은 동결선 바깥쪽에 형성되는 거대행성에 비해 크기가 작다. 

 

태양계의 형성 과정

 
 

 

지구 – 생명의 보금자리

우리에게 지구가 특별한 이유는 태양계에서,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유일하게 생명체가 사는 행성이기 때문이다. 생명체가 사는 행성이 흔하지 않음으로 보아 행성(또는 그 위성)에서 생명체가 탄생하고 진화하는 데는 조건이 까다로운 듯하다. 행성에서 생명의 존재에 필수적인 조건들을 살펴봄으로써 지구의 특별함이 어떤 의미인지 알아보자.

생명은 물이라는 용매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을 기반으로 하기에 액체 상태인 물이 필요하다. 물은 우주에서 흔한 물질이다. 하지만 물이 액체 상태로 있으려면 삼중점 이상의 적절한 온도와 압력이 필요하다. 암석 행성의 표면이라면 적절한 표면온도와 더불어 적절한 압력을 유지할 대기가 필요하다. 행성의 표면온도가 결정되는 데는 복사의 흡수와 방출의 에너지 균형이 가장 크게 작용하고, 그래서 태양으로부터 거리가 가장 중요한 요소다. 행성이 적절한 표면온도를 가지려면 별(태양)로부터 적정한 거리에 놓여야 하는데, 이를 거주가능 또는 골디락스 구역이라 한다. 지구는 태양으로부터 적정한 거리에 있어서 300K 근처의 온도가 유지되고 표면에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해서 생명체가 살 수 있다. 지구와 크기와 구성 물질이 비슷한 암석 행성이지만 태양에 조금 더 가까운 금성은 지구와는 완전히 다른 환경이 됐고 생명체가 살 수 없다.

태양에 가까이 있는 암석 행성에서는 태양풍에 의해 대기가 소실될 수 있다. 또한 인간과 같은 육지생물은 태양에서 오는 태양풍과 자외선이 삶을 파괴할 수 있다. 태양풍에 오래 노출되면 생명체는 방사선 피폭으로 죽게 된다. 다행히 지구는 태양풍을 막아주는 장치를 갖췄다. 지구가 만든 자기장은 전하를 띤 입자인 태양풍의 경로를 바꿔서 태양풍에 대한 방어막이 된다. 지구가 자석이 될 수 있는 까닭은 지구의 내부 온도가 충분히 높아서 액체 상태인 철로 된 외핵이 있기 때문이다. 지구가 밀도에 따라 철과 암석이 분화된 내부 구조를 가졌으며 높은 내부 온도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었던 데는 크기가 충분히 크다는 점도 중요한 요소다. 거기에 더해서 광합성을 하는 생명체가 진화함으로써 대기에 산소가 축적되고 오존층이 형성돼서 지구는 자외선에 대한 방어막도 가지게 됐다. 이렇게 우연과 필연이 뒤섞인 여러 상황이 맞춰짐으로써 비로소 지구에는 생명의 다양성이 펼쳐질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다양성에는 지구의 위성인 달의 기여도 있다.

 

태양계의 물체들은 흡수하는 태양 복사와 방출하는 열복사의 에너지가 평형을 이루는 온도를 유지한다. 태양 복사의 에너지는 태양으로부터 거리 제곱에 반비례하고, 열복사 에너지는 온도의 네 제곱에 비례하므로, 물체의 온도는 태양으로부터 거리의 제곱근에 반비례해서 낮아진다. 즉, 거리가 4배 멀어지면 온도는 1/2로 낮아진다.

압력이 없는 우주에서는 물체는 기체 또는 고체 상태만 가능하다. 아래 물의 상도표에서 압력이 삼중점보다 낮은 경우 고체에서 바로 기체로 상이 변함을 알 수 있다. 물의 삼중점은 273.16K (0.01℃), 0.61166kPa (0.006기압)이다. 물이 액체 상태로 있으려면 삼중점(triple point) 이상의 압력과 온도가 필요하다. 암석 행성의 표면에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하려면 적절한 온도뿐만 아니라 삼중점 이상의 압력을 유지하는 대기가 필요하다.

 

물의 상도표 (phase diagram)

 

 

생명체에서 물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많은 종류의 화합물을 녹일 수 있는 용매로 작용하는 것이다. 물은 생명 활동에 관련된 많은 화합물이 모여서 반응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고, 때로는 반응에 직접 참여하기도 한다. 물의 독특한 성질은 두 개의 수소 원자가 산소 원자를 중심으로 104.45도의 각을 이루고 있는 분자구조가 만드는 전기적 극성과 그로 인해 생기는 분자들 간의 수소결합으로부터 온다.

골디락스는 영국의 전래동화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골디락스는 숲속을 헤매다가 오두막집을 발견했고, 식탁에는 수프가 세 개 있었는데, 하나는 뜨겁고, 하나는 차갑고, 하나는 적당했다. 그중에서 적당한 것을 먹고 기뻐하는 데서,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 않은 최적의 상태를 표현하는 말로 쓰이게 됐다. 

 

 

달의 탄생

지구는 자신 크기의 4분의 1이 넘는 커다란 위성인 달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큰 위성은 일반적인 행성과 그에 딸린 위성 형성 과정으로는 만들어질 수 없다. 현재 달의 기원에 대한 가장 유력한 설명은 화성 크기의 원시행성이었던 테이아(Theia)가 원시지구와 빗겨 충돌해서 일부는 지구에 흡수되고 흩어진 파편은 지구 주위를 떠돌다 다시 뭉쳐 달이 됐다는 대충돌 가설이다. 이 사건은 지구가 탄생한 후 2~3천만 년 정도에 일어났으며, 그 충격으로 지구의 자전축이 공전면에 수직인 상태에서 23.5도만큼 기울어져 현재 상태가 됐다고 보고 있다. 달의 탄생에도 우연은 작용했다. 만약 테이아가 지구에 정면으로 충돌했다면 대부분이 흡수되어 달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고, 더 비스듬히 충돌했다면 파편이 더 넓게 흩어져서 작은 달이 여러 개 생겼을 것이다.

커다란 달의 존재는 지구와 생명의 진화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충돌로 발생한 지구 자전축의 기울기는 계절 변화를 만들었고, 이는 생명과 그 삶의 유형의 다양성을 늘리는 데 기여했다. 달은 지구 자전축을 안정시켜 자전축의 흔들림에 의한 급격한 기후변화를 막았고, 이는 특히 육지생명체가 멸종을 피하고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달은 또한 지구에 끼치는 기조력으로 밀물과 썰물을 일으켜서 해양과 육지의 중간지대를 만듦으로써 해양생물이 육지생물로 진화하는 다리를 놓았다.

 

테이아는 그리스 신화에서 달의 여신인 셀레네의 어머니로, 달을 탄생시킨 원시행성의 이름으로 제격이다.

 

 

지구의 역사를 만드는 동력

지표면의 모습은, 기껏해야 100년을 사는 인간에게는 큰 변화가 없는 듯 보이지만, 지질학적 시간 척도로는 지구가 탄생한 이래 끊임없이 변해왔다. 탄생 직후 뜨거웠던 표면이 식으면서 액체 상태였던 암석이 굳어 지각이 만들어졌고, 그 위로 해양과 대륙이 생겨났고 광물이 생성됐고 생명이 진화했다. 그리고 그 위를 덮는 대기의 조성도 변모했다. 이런 지구의 역사는 암석과 빙하 등에 기록된 지구의 옛 모습과 관련된 정보를 통해서 추적할 수 있다. 지구 환경 변화의 근본적인 동력은 에너지의 흐름으로, 지구는 내부로부터 오는 지열의 흐름과 태양으로부터 유입되는 복사 에너지가 두 주축이다. 현재 지표면에서 지열 흐름의 크기는 대략 0.05~0.1W/m^2 정도이고 태양 복사 에너지 흐름의 크기는 대략 1,000W/m^2 정도로 크기에 현격한 차이가 있지만 두 에너지 흐름은 뚜렷이 구별되는 각자의 역할을 가졌다.

지구 내부로부터 오는 지열은 지구 형성 과정에서 암석들의 충돌로 축적된 열에너지와 방사성 원소들의 붕괴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기원이다. 현재 지구 내핵의 표면온도는 태양의 표면온도와 비슷한 5,700K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지열의 흐름에 의해 지구 내부는 열을 밖으로 방출하면서 서서히 식어간다. 지열의 흐름이 오랫동안 유지되는 데는 지구의 크기가 중요한 요소가 된다. 행성이 충분히 커야 뜨거운 내부는 강한 중력과 맞물려 밀도에 따른 성분 분화와 대류가 일어난다. 지구 내부로부터 오는 지열의 흐름은 맨틀 대류와 이에 따른 지각판의 이동을 통해 지각에 지질학적 시간 척도의 변화를 만들어왔다. 이러한 변화는 지각에 다양한 구조를 만들어냈고 생명이 탄생하고 진화할 수 있는 다양한 지리적 환경이 조성되는 기반이 됐다.

태양으로부터 유입되는 복사 에너지는 지구의 운명을 태양의 운명과 연관시킨다. 태양의 수명이 유한하기에 결국 지구의 운명에도 필연적인 종말이 있다. 태양의 수명은 100억 년 정도고, 앞으로 55억 후에는 적색거성을 거쳐 백색왜성으로 생을 마감할 것으로 예측된다. 핵융합이 진행되면서 태양은 계속 조금씩 밝아지기 때문에 태양에서 지구로 오는 복사의 양도 조금씩 증가해왔다. 결국에는 지구의 기온이 상승해서 생명체가 살 수 없게 될 것이고, 태양이 적색거성의 단계에 이르러 금성 궤도 너머까지 부풀어 오르면 지구는 파국을 맞을 것이다. 하지만 55억 년은 인간의 기준으로 너무 먼 시간이니 걱정은 하지 말자. 태양의 수명이 100억 년으로 길다는 점은 수십억 년의 긴 시간이 필요해 보이는 다세포 고등생물의 진화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지구의 생명은 그 시작은 지열의 흐름에 기인했지만, 태양의 복사 에너지를 활용하게 됨으로써 활짝 꽃피게 됐다. 태양 복사 에너지는 지표면 에너지 흐름 대부분을 공급하고 있으며, 위도와 지리적 환경에 따른 공급량의 차이로 생겨난 온도 차와 그에 따른 내부의 에너지 흐름은 지표면을 역동적으로 만든다.

생명의 진화도 지구 환경의 변화에 일조했다. 시아노박테리아에서 시작된 광합성은 해양과 대기에 산소를 공급함으로써 지구의 광물과 생물의 모습을 바꾸었다. 이어진 식물의 육지정복은 대륙을 푸른색으로 바꿨다. 지구를 정복한 인류의 번성은 또 다른 대멸종을 부르고 있고, 인류에 의한 화석연료 소비는 급격한 이산화탄소 공급으로 기후변화를 촉진하고 있다.

에너지의 흐름은 지구에 다양한 순환 구조를 만들어냈다. 에너지 분포의 불균형은 지구 내부에서는 맨틀의 순환을, 지표면에서는 해양과 대기의 순환을 유발했다. 이는 지각판의 이동, 생명의 번성 등과 맞물려 물과 토양과 이산화탄소 등 물질의 순환을 가져왔다. 지구는 암석, 대양, 대기, 생명이 에너지의 흐름을 통해 서로 얽혀있는 복잡계다. 그래서 지구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대부분은 한 가지 요인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문명의 역사와 마찬가지로, 지구의 역사에서도 우연이 작용하는, 즉 필연일 수도 있지만 우리의 이해가 부족해서 설명하기 어려운, 사건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판의 이동과 대륙의 형성, 화산활동, 기후변화 등은 전체적인 틀에서 큰 흐름은 예측이 가능할 수도 있으나 자세한 변화 양상은 예측하기 어렵다.

 

 

지각 – 경계와 요동

앞선 세대 별에서 합성된 다양한 원소는 다음 세대 별에 딸린 암석 행성에서 이합집산을 거듭해 암석과 광물이 되고, 해양과 대륙이 되고, 운이 좋으면 생명이 된다. 수소와 헬륨, 그리고 휘발성 원소 대부분은 동결선 밖으로 밀려갔기에 지구를 이루는 주요 원소는 산소, 규소, 알루미늄, 마그네슘, 그리고 철이다. 산소는 규소, 알루미늄, 마그네슘, 칼슘과 결합하여 이들의 금속성을 없애고 암석으로 만든다. 철은 산소의 유혹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금속성을 유지한다. 탄생 직후 높은 온도의 액체 상태인 지구에서는 중력의 작용으로 밀도에 따른 분화가 일어난다. 서로 섞이지 않는 금속 철과 암석은 분리되어 밀도가 큰 철은 중심으로 가라앉아 핵이 됐고, 암석은 그 바깥쪽에서 맨틀이 됐다. 물과 기타 휘발성 물질들은 밖으로 분출되어 대기가 됐다.

생명체는 지구가 우주의 빈 공간과 만나는 경계에서 살아간다. 다른 두 세계가 만나는 경계에서는 멋진 일들이 일어난다. 그리고 그것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요소가 요동의 존재다. 지구의 지각은 매끈한 표면이 아니라 다양한 구조들이 요동치는 곳이다. 지각이 완벽한 구면이었다면 중앙해령과 같은 생명이 탄생할 수 있는 곳이 없었을 것이고, 지표면은 해양으로 덮여서 육지생물인 우리는 존재할 수 없다. 지각 높낮이 요동의 크기는 수 km이고 지구 반지름 대비로는 천분의 일 (ΔR/R~10^(-3)) 정도다. 우주에서 크기가 십만분의 일 (Δρ/ρ~10^(-5)) 정도였던 밀도요동이 중력의 작용으로 큰 값으로 성장하고 네 가지 상호작용의 협력으로 별을 만들었음을 상기하자. 요동의 존재는 복잡계 탄생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지각 요동의 기원은 무엇일까? 중력은 표면이 완벽한 구면이 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지구의 표면이 액체였다면 완벽한 구면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지표면은 식어서 고체가 됐고, 뜨거운 지구의 내부는 맨틀의 대류를 통해 지각의 이동과 지질 활동을 일으켜 해양지각과 대륙지각이 탄생하고 진화하는 과정에서 지각의 요동이 생겨났다.  

 

 

지각 – 판의 이동

녹아 있던 지구의 암석 표면은 식으면서 굳어서 검은색의 현무암 지각을 형성했다. 하지만 지각 밑에서 일어나는 맨틀의 대류로 지각은 여러 조각으로 갈라져 맨틀 위를 떠다니게 된다. 지각의 거시적인 구조는 판들이 생성과 소멸의 순환과 다른 판과의 접촉을 통해서 축적해온 결과물이다. 두 판이 경계에서는 세 가지로 구별되는 양상이 나타나는데, 각각을 발산 경계, 수렴 경계, 보존 경계라 한다. 발산 경계에서는 맨틀로부터 새로운 지각이 형성되어 올라와 양쪽으로 갈라져 옆으로 이동해간다. 갈라진 양쪽으로 지각이 솟아올라 열곡대가 형성된다. 대서양 중앙해령과 동아프리카 열곡대가 대표적인 예다. 수렴 경계에서는 한 판이 다른 판 밑으로 들어가는 섭입이 일어난다. 섭입된 판은 맨틀로 돌아가 맨틀의 순환에 합류한다. 지표면은 평면이 아니라 구면이기에 구면에 얹힌 판이 생성되거나 섭입되려면 판과 판이 서로 어긋나면서 옆으로 긁히는 보존 경계가 생긴다. 판 사이의 경계에서는 두 판 사이의 마찰이 일어나거나 마그마가 올라와서 지진과 화산이 활발히 일어난다. 판의 이동과 순환은 다양한 지질 구조를 만들고, 그 구조로부터 생명이 탄생하고 번성하는 다양한 지리적 환경이 조성된다. 

 

(왼쪽) 지구의 구조 (오른쪽) 판과 판의 경계

 

 

지각의 판 구조와 판의 이동 방향

 
 


대륙의 기원과 진화

초기의 지구에는 현무암으로 된 지각판과 그 위를 덮은 대양만 있었다. 지각 밑에서 녹은 현무암 마그마에서는 현무암보다 규소가 많이 포함돼 밀도가 낮은 화강암이 형성된다. 화강암 마그마는 화산활동을 통해 현무암 지각 위로 올라와 대륙괴를 만든다. 밀도가 낮은 화강암이 밀도가 큰 현무암 위에 뜨는 과정은 지구 분화의 중요한 한 단계로 대륙의 기원을 설명한다. 화산활동이 활발한 섭입대를 따라 화강암 섬이 띠처럼 형성되고, 판의 이동으로 이 섬들이 모여서 대륙을 형성했다. 판의 이동으로 수렴 경계에서 성장한 대륙끼리 충돌하면서 거대한 산맥이 형성되기도 했고, 모든 대륙이 하나로 모여 초대륙이 형성됐다 흩어지기를 반복했다.

 

 

해양의 기원과 진화

지구는 표면의 71%가 물로 덮여 있다. 이 물에서 생명이 탄생했다. 이 물은 어디서 왔을까? 우주에서 수소와 산소는 흔한 원소이고, 그들이 결합한 물도 흔한 분자다. 태양계에서도 얼음이나 암석에 포함되어 흔하게 존재한다. 지구 내부의 핵과 맨틀에는 지표면 해양보다 훨씬 많은 양의 물이 함유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구 탄생 직후에 화산활동으로 내부에서 분출된 물이 원시 해양을 형성했다. 하지만 달을 탄생시킨 대충돌 사건으로 원시 해양의 물은 모두 증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의 대양은 그 이후에 내부로부터 분출과 소행성 충돌로 재형성된 것으로 본다. 한때 해양 물의 기원으로 물이 풍부한 혜성이 지목됐으나 대양의 중수소를 비롯한 동위원소의 비율이 혜성과는 다르고 소행성과 일치해서 소행성 기원설이 지지받고 있다. 동결선 안쪽에 있던 소행성에는 얼음이 없으므로 지구에 물을 공급한 소행성은 동결선 바깥쪽에서 왔다고 보고 있다.

 

 

대기의 기원과 진화

원시 대기는 태양계가 만들어진 성운의 주성분인 수소와 헬륨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수증기, 메탄, 암모니아 등의 약간의 수소 화합물이 있었다. 하지만 원시 대기는 태양풍과 지열 방출로 제거됐고, 이 빈 곳을 대충돌 사건과 이어진 소행성 충돌, 화산활동에서 온 질소와 이산화탄소가 채우면서 2차 대기가 형성됐다. 이후 대기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온 사건은 시아노박테리아 등이 광합성을 발명하면서 촉발한 대산화 사건으로, 이산화탄소가 산소로 대치되면서 대기는 현재와 같이 질소와 산소로 채워지게 됐다.

 

 

 

지구 형성과 관련된 과학 지식을 기반으로 지구 탄생부터 현재까지 46억 년 동안의 역사를 빅 히스토리 관점에서 주요 사건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지구의 역사에서는 지층과 화석에서, 즉 지질학적 측면과 생물학적 측면에서, 일어난 주요한 변화를 기준으로 시대를 구분한다. 가장 큰 분류는 누대eon로 46억 년 지구의 역사를 명왕 누대(46억-40억 년 전), 시생 누대(40억-25억 년 전), 원생 누대(25억–5억 4천만 년 전), 현생 누대(5억 4천만 년 전 – 현재), 4개의 누대로 나눈다. 각 누대는 나름의 기준에 의해 더 작은 단위인 대era로 나뉘고, 대는 다시 기period와 세epoch로 세분된다.

지구의 역사가 생명과 인간의 역사로 이어지는 빅 히스토리의 관점에서, 누대를 가르는 기준이 되는 사건은 대략적으로 다음과 같다. 먼저 명왕 누대와 시생 누대에서는 지각운동이 안정되면서 일어난 생명의 탄생, 다음으로 원생 누대에서는 산소 발생 광합성 세균에 의한 산소의 축적, 마지막으로 현생 누대에서는 동물로 대표되는 골격을 갖춘 복잡한 다세포 생물의 등장이 주요 기준이 된다. 이와 같은 시대별 분류는 생명의 역할을 중시하는 인간의 관점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지구와 생명이 공진화를 통해 서로 영향을 끼쳤음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명왕 누대 46억 – 40억 년 전

지구의 탄생부터 최초의 생명이 등장하기까지 첫 5억여 년은 격렬한 변화과정을 거쳐 지각과 해양이 형성되고 대륙이 생겨나기 시작하는 시대였다. 하지만 남아 있는 증거가 많지 않아서 이 시기에 일어난 사건들에 대한 이해는 제한적이다. 지구 탄생 2~3천만 년 후에 원시 행성인 테이아가 충돌해서 달이 탄생하는 과정에서 지구 표면의 암석은 다시 한번 다 녹았으며 물은 모두 증발했다. 흡수된 테이아의 물질에 의해 내부에서는 분화가 재연됐다. 녹았던 표면이 식으면서 굳어져 현무암 지각이 형성되었고, 검은 지구가 되었다. 1억 년에서 2억 년 사이에는 내부 분출과 소행성 충돌로 물과 이산화탄소 등을 공급받으면서 해양과 짙은 대기가 형성되어, 파란 지구로 바뀌었다. 지구의 휘발성 물질(물, 질소, 탄소, 황)은 이 과정에서 대부분 우주로 날아가고 일부만이 지각에 남거나 해양과 대기가 되었다. 해양과 대기는 지구의 아주 작은 일부에 지나지 않지만, 지구와 우주의 경계가 되어 지구에 생명이 존재하는 경이로운 세계를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탄생 후 3억 년에서 5억 년 사이에는 다시 소행성의 폭격이 잦아진 후기 대폭격의 시기가 와서 지각변동이 수시로 일어났다.

탄생 후 5억 년쯤에는 지표면 대부분은 해양으로 덮여있었고 간간이 현무암 지각이 드러나 있었다. 당시 태양의 밝기는 현재 밝기의 70%에 불과했지만 짙은 대기의 온실효과로 해양의 물은 얼어붙지 않을 수 있었다. 지구 내부 맨틀의 대류가 안정화되면서 현재와 비슷한 구조를 가진 지각판들이 형성되고 판의 이동이 시작됐다. 판의 생성, 이동, 섭입 과정에서 생성된 화강암 마그마가 현무암 지각 위로 올라와 화산섬들을 만들고, 화산섬들이 쌓여서 대륙의 씨앗이 되는 대륙괴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대륙의 출현은 해양과 맞물려 물과 광물의 순환 구조를 만들었고, 풍화와 침식, 퇴적 과정을 통해 지구 역사의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다. 해양 밑에서 새로운 지각이 만들어지는 중앙해령에서는 상승하는 마그마가 공급하는 물질과 에너지로 생명을 탄생시킬 수 있는 해저 지형구조들이 생겨났다. 마그마의 상승은 열수공 구조를 만들었고 유기물, 미네랄, 에너지를 저장한 물질을 제공해서 생명 탄생의 전조가 되는 화학적 진화 과정이 일어났다.

 

지구 역사의 시대구분과 주요 사건들

 
 

 

 

시생 누대 40억 – 25억 년 전

시생 누대에는 생명이 시작됐고 대륙이 출현했다. 화산섬들이 뭉쳐서 대륙괴가 되고, 대륙괴들이 모여서 대륙을 만드는 과정은 암석들이 뭉쳐서 미행성이 되고, 미행성들의 충돌로 큰 행성이 만들어지는 행성 형성과정과 유사하다. 행성 형성에는 중력의 역할이 중심이지만 대륙 형성에는 판의 이동이 중심이라는 점과 대륙은 어느 정도 규모가 될 때까지 커지긴 하지만, 판의 이동은 합쳐진 대륙을 분리할 수도 있다는 점이 다르다. 대륙의 출현은 훗날 인류를 포함한 육지 식물과 동물의 서식처가 되고, 지표면에 새로운 유형의 경계를 만듦으로써 생명의 다양성을 늘렸다. 우리 같은 육지 동물에게 대륙의 형성은 꼭 필요한 과정이겠지만 지구의 입장에서는 그저 하나의 심심풀이 정도의 과정일 수도 있다. 하지만 대륙은 해양 생물에서 육지 생물로 가는 진화의 길을 열었고, 그 길은 지구를 넘어 우주까지 넘보는 인류를 탄생시켰다.

생명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기원했는지는 아직도 명확하지 않다. 어쨌든 장소는 생명의 재료가 되는 화학 물질들과 이들의 화학 반응을 지속하게 할 에너지가 공급되는 곳이어야 한다. 생명의 작동에는 에너지 공급이 필수이기에 생명의 기원과 진화에서 에너지 공급원이 무엇인지는 중요한 요소다. 지구 초기의 짙은 대기는 햇빛을 가렸으므로 최초 생명체의 에너지 공급원은 지열이였을 것이다. 현재 가장 유력한 가설은 상승하는 마그마가 물질과 에너지를 공급하는 중앙해령의 열수공이다. 이 가설이 맞는다면 생명의 출현은 판의 이동과 그로 인해 만들어진 지형구조의 결과물로 볼 수 있다. 기원한 환경과는 다른 환경으로 생명이 어떻게 퍼져나갔는지도 불확실성이 크다. 시생 누대 초기의 해양은 이산화탄소에 의해 산성화돼 있었는데, 대기와 해양의 이산화탄소가 어떻게 제거됐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어쨌든 다양한 환경에서 다양한 유형의 생명이 탄생하고 진화했으리라 기대하지만, 현재 살아남아 있는 모든 생명체는 에너지 대사와 유전정보의 구현 측면에서 하나의 유형에서 기원해서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 이 유형의 최초 생명체(세포)를 모든 생물의 공통 조상LUCA, Last Universal Common Ancestor이라 한다. 공통 조상은 고온과 저온, 고압, 강산성 등의 다양한 환경에서도 살아남도록 진화하는 과정에서 고세균과 세균으로 분리됐다.

짙은 대기가 걷히면서 일단의 세균이 지열 대신 태양에서 오는 복사에너지를 활용하는 광합성을 발명했다. 지열에서 햇빛으로의 에너지 공급원 전환은 생명이 마그마가 상승하는 국한된 지역에서 태양이 비치는 지구의 거의 모든 지역으로 퍼져나갈 수 있게 해준 생명의 에너지 혁명이었다. 광합성은 빛에너지로 전자의 흐름을 만들어서 ATP와 같은 화학에너지 저장 물질을 생산하고 그 에너지를 활용해서 이산화탄소로부터 포도당과 같은 생명의 기초가 되는 물질을 생산한다. 최초의 광합성은 전자를 공여하는 물질로 당시 대기에 많았던 수소나 황을 활용했다. 그러다가 남세균cyanobacteria이 더 흔한 물질인 물로부터 전자를 공여받는 광합성을 발명했고, 그 부산물로 산소가 발생했다. 다른 원소에 붙은 산소는 떼어내기 힘들지만 (물에 있는) 수소에 붙은 산소는 빛에 의한 생명체의 화학 반응으로 떼어낼 수 있었다. 산소 발생 광합성을 하는 생명체의 번성은 대량의 산소를 공급하여 지표면을 산화시키고 해양과 대기에 산소가 축적되는 대산화 사건great oxidation event을 일으켜 생명뿐만 아니라 지구의 진화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원생 누대 25억 – 5억 4천만 년 전

대기의 산소는 지구를 다른 행성과 구분 짓는 핵심적인 특징이다. 산소의 존재는 생명체가 지구에 일으킨 변화로서 이후에 광물과 생물의 진화에 중대한 역할을 했다. 그래서 대산화 사건은 시생 누대와 원생 누대를 가르는 기준이 됐다. 해양과 대기에 산소가 유입되자 생명은 물론 지구에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산소는 화학 반응성이 커서 아직 산소 노출에 적응하는 진화를 하지 못한 생명체에겐 독이 됐다. 남세균도 예외는 아니어서 자신이 생성한 산소를 제거하는 장치가 없으면 생존할 수 없었다. 이때 산소를 흡수해준 것은 해양에 다량으로 녹아 있던 철이었다. 산소와 결합한 철은 물에 녹지 않기에 침전물이 되어 바닥에 가라앉았고, 오랜 시간에 걸쳐 퇴적암이 되어 지층에 호상철광층으로 남았다. 이 철은 20여억 년이 흐른 후 인류가 문명을 건설하는 데 중요한 재료로 쓰이게 된다. 지구의 역사와 문명의 역사가 이렇게 연결되어 있다!

대기에서는 산소가 메탄을 산화하여 이산화탄소와 물로 전환했고, 이산화탄소도 광합성에 쓰이면서 줄어들기에 대기 중 온실가스의 감소가 일어났다. 그 결과 지구의 기온이 내려갔고, 24억 년 전 전후에 적도 근방의 해양까지 얼어붙는 눈덩이 지구snowball earth 현상이 시작됐다. 얼음으로 덮인 지표면의 비율이 높아지면 햇빛의 반사율이 올라가 기온 강하는 양의 되먹임으로 강화되므로, 긴 시간 동안 지구는 얼어붙어 있었다. 눈덩이 지구 상태는 3~4억 년 동안 지속되다 화산활동으로 온실가스인 메탄과 이산화탄소가 공급되면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산소는 산화물을 함유한 새로운 유형의 광물들을 만듦으로써 광물의 다양성도 키웠다.

눈덩이 지구, snowball earth

 

 
 

 

산소가 서서히 축적되는 동안, 해양에서는 산소 노출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눈덩이 지구의 혹한을 견디지 못한 생물들의 대멸종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일부 생명체는 이런 환경에 적응하는 방식을 찾아내서 새로운 진화의 길을 개척했다. 눈덩이 지구와 같은 극한 환경을 겪으면서, 생명의 진화에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방법이 중요한 요소가 됐다. 그 결과 산소를 활용해서 탄수화물로부터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추출해 산소호흡을 하는 세균이 등장했다. 더 나아가 일부 고세균은 산소호흡을 하는 세균과 광합성을 하는 세균을 자신의 내부로 받아들여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생산하고 소비하는 진핵세포로 진화했다. 산소호흡을 하는 세균은 에너지를 공급하는 미토콘드리아로 변신했고 광합성을 하는 세균은 엽록체로 변신해서 고세균 내부에서 공생하였다. 이로써 진핵세포는 에너지 획득과 소비에서 우월한 생명체가 됐고, 생명의 진화를 주도하게 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남세균을 비롯한 일부 생명체들은 산소 노출에 적응하는 진화를 했고 산소가 있는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게 됐다. 산소 노출에 적응한 남세균은 지구 곳곳으로 퍼져나가며 번성했고, 현재도 가장 성공적인 세균으로 남아 있다. 남세균의 번성은 대량의 산소를 발생시켜 해양의 철을 고갈시켰고, 그러자 산소는 해양과 대기에 축적되기 시작했다. 해양에서 대기로 방출된 산소는 대기 중의 메탄과 대륙 표면의 철을 산화시키며 흡수됐기에 10억 년 정도 대기의 산소농도는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됐다. 18억–8억 년 전 사이의 이 기간에 지구는 판의 이동, 기후 등이 안정되고 생명의 진화도 느리게 진행되어 두드러진 유물을 남기지 않았기에 지구 역사에서는 지루한 10억 년이라 불린다. 지루할지는 모르지만 안정된 환경에서 생명이 번성하면서 다른 생명체를 잡아먹음으로써 에너지를 얻는 포식의 이점이 커졌고, 이는 피식-포식 경쟁에서 유리한 다세포 생물의 출현으로 이어졌다. 

 

시간에 따른 대기 산소분압의 변화

 

지루한 10억 년 끝에 지표면의 산화가 포화에 이르자 해양과 대기의 산소농도는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는 다시 지구와 생명에 변화를 가져왔다. 산소의 증가는 온실가스의 감소로 이어져 눈덩이 지구 상태가 두 차례에 걸쳐 재연됐지만, 원생 누대 초기의 경우보다는 더 빠르게 회복됐다. 높아진 산소농도는 생명체가 산소호흡을 통해 더 큰 에너지를 쓸 수 있는 여지를 제공했고, 이를 활용하여 이동 능력을 갖추고 적극적인 포식을 하는 동물이 출현했다.

원생 누대 동안 초대륙이 형성되는 일이 몇 차례 일어났다. 판의 이동에 따라 흩어져 있던 대륙이 모두 모여 하나의 거대한 대륙을 만들면 초대륙이 된다. 시생 누대에 발바라와 우르로 불리는 거대 대륙이 형성됐었다. 원생 누대에는 초기에 케놀랜드, 중기에 콜롬비아(누나로도 불린다), 후기에 로디니아 초대륙이 형성됐으며, 현생 누대 직전 짧게 기간에 판노티아 초대륙이 형성됐다가 해체됐다. 앞서 얘기했듯이 대륙은 물, 토양(광물), 이산화탄소 등의 물질 순환 고리를 만들고, 미네랄이 풍부한 얕은 해안가를 형성해서 생명의 번성을 도왔다. 대륙의 존재는 전 지구적 바람의 방향과 해류의 경로에 변화를 가져오고 해양보다 태양복사를 더 많이 반사해서 기후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그런 대륙이 모여서 초대륙을 형성하면 해안선이 감소하고 내륙은 건조해져 상대적으로 생명의 번성이 약화된다. 초대륙이 형성되는 위치도 기후에 영향을 주고, 남극이나 북극까지 뻗은 대륙은 빙하의 형성으로 해수면의 하강을 가져온다.

 

 

현생 누대5억 4천만 년 전 – 현재

5억 4천만 년 전에 갑자기 많은 종의 골격을 갖춘 복잡한 해양 동물들이 출현하여 많은 화석을 남기기 시작하는데, 이를 캄브리아기 폭발이라 한다. 해양 동물 종의 수가 갑작스럽게 증가한 원인으로는 9억–6억 년 전 사이에 진행된 해양과 대기 산소농도의 빠른 증가, 캄브리아기 직전에 있었던 초대륙 판노티아의 해체 등이 지목되고 있다. 캄브리아기 폭발은 생명 다양성의 증가에 에너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산소호흡이 제공하는 충분한 에너지를 활용하여 동물은 감각기관과 운동기관을 가동하여 먹이 사냥에 나설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눈이라는 대상의 형태와 움직임을 정밀하게 감지하는 감각기관을 발명하면서 포식-피식 경쟁이 치열해졌고, 두뇌와 무기 등 새로운 전략과 전술을 개발한 수많은 동물 종이 진화했다. 골격의 발달은 포식-피식 경쟁이 낳은 진화의 발명품이다. 대륙으로부터 해양으로 유입된 칼슘과 인산염 덕분에 껍데기와 뼈의 형성이 가능해졌고, 이를 통해 자신을 보호하거나 몸집을 키울 수 있었다. 캄브리아기 전기의 짧은 기간에 35개 문phylum이 출현했는데, 이는 현생 동물문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몸의 기본적인 구조를 만드는 유전자가 이때 여러 유형으로 분화했음이다.

잘 분해되지 않는 골격 덕분에 현생 누대의 동물들은 풍부한 화석을 남겼다. 많은 화석 기록은 생명의 진화 과정을 잘 보여주었으며, 지질학적 사건들과 진화의 관계도 드러내 보여주었다. 현생 누대는 생물 화석이 크게 변하는 경계를 기준으로 고생대(5.41-2.52억 년 전), 중생대(2.52-0.66억 년 전), 신생대(0.66억 년 전 – 현재)로 나뉜다. 지층 시대별로 발견되는 화석의 종 수를 조사해보면 전반적으로 종의 수가 늘어나서 생물의 다양성이 계속 증가하지만, 때때로 단기간에 급격히 떨어지는 대량멸종이 일어났음을 보여준다. 대량멸종은 주요 기를 나누는 경계이기도 한데, 그중에 오르도비스기-실루리아기, 데본기-석탄기, 페름기-트라이아스기, 트라이아스기-주라기, 백악기-제3기 대량멸종을 5대 대량멸종이라 한다. 페름기-트라이아스기 대량멸종은 가장 극심했던 대량멸종으로, 고생대와 중생대의 경계이기도 하다. 백악기-제3기 대량멸종은 공룡의 멸종으로 포유류의 시대로 전환이 일어났으며, 중생대와 신생대의 경계다. 대량멸종의 직접적인 원인은 급격한 전 지구적 기후변화로 보이는데,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원인 사건은 거대 규모의 지질 활동, 생명의 번성에 의한 되먹임 작용, 소행성 충돌과 같은 외부 요인 등이 지목된다.

현생 누대에는 생명의 다양성이 크게 확대됐다. 가장 주목할 사건은 다세포 고등 생명의 육지 진출이다. 대기 산소농도의 상승은 생명에 치명적인 자외선을 차단하는 오존층을 형성해서 생물이 해양으로부터 육지로 나갈 수 있는 기반을 닦았다. 첫 육상 식물은 약 4.7억 년 전 오르도비스기에 출현한 이끼류였다. 데본기에 식물은 뿌리와 관다발을 갖추기 시작했고 양치류를 시작으로 식물의 다양성이 대폭 늘어서 이는 데본기 폭발로도 불린다. 이 시기에 곤충류를 시작으로 동물의 육지 진출도 이루어짐에 따라 식물에서 동물로 이어지는 먹이 사슬의 지상 생태계가 만들어졌다. 석탄기에 식물은 씨앗을 발명함으로써 내륙 깊이 진출할 수 있었고, 나무가 번성함으로써 숲이 형성되자 대륙은 녹색이 됐다. 육지 식물의 번성은 대기 산소를 늘렸을 뿐만 아니라 암석의 풍화작용을 촉진했는데, 풍화된 암석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해서 온실기체 감소로 인한 기온 하강으로 빙하시대가 오고 대량멸종이 일어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석탄기에 번성했던 나무들은 죽은 후에, 당시에는 나무 사체를 분해할 수 있는 세균이 없어서, 탄소를 품은 채 지층에 남아서 석탄이 됐다. 그 석탄은 현생 인류에 의해서 산업혁명의 연료가 됐다.

먹이가 되는 식물이 육지로 진출함에 따라 동물 중에서는 먼저 절지동물이 육지로 올라와 곤충을 비롯한 육지 절지동물로 진화했다. 해양에서는 5.2억 년 전에 척추동물의 조상이 되는 어류가 등장했고, 데본기에 번성해서 해양의 데본기는 어류의 시대였다. 어류는 양서류를 거쳐서 데본기 후기에 파충류를 비롯한 4지 육지 동물로 진화했다. 이들은 물이 없는 육지에서 번식하기 위해 양막을 갖춘 알을 발명했다. 이후 육지의 식물상과 동물상은 대량멸종을 거치면서 여러 차례 바뀌었다. 중생대는 파충류의 시대였고, 신생대는 포유류의 시대가 됐다. 중생대의 트라이아스기-주라기 대량멸종 이후에는 파충류 중에서도 공룡의 시대가 됐고, 공룡은 주라기와 백악기에 걸쳐서 다양한 종이 번성했다. 커다란 소행성의 충돌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 백악기-제3기 대량멸종으로 조류를 제외한 공룡류가 멸종하자 포유류가 생태계의 빈자리를 차지하며 번성하기 시작했다. 포유류도 에오세-올리고세 대량멸종으로 주요 종의 전환이 일어났다.

생명의 번성과 쇠퇴는 대륙의 변동과 맞물려서 일어났다. 고생대 후기(3.35억 년 전, 석탄기)에 남쪽의 곤드와나 대륙과 북쪽의 로라시아 대륙이 합체해 적도를 중심으로 남극에서 북극까지 이어진 판게아 초대륙이 형성되어 중생대 초기(2억 년 전, 트라이아스기-주라기 경계)까지 유지됐다. 해양도 판게아에 둘러싸인 테티스해와 판게아 바깥의 거대한 초해양 판탈라사가 형성됐다. 초대륙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대륙판과 대륙판의 충돌하면서 거대한 산맥이 형성됐고, 이는 대륙의 기후에 영향을 끼쳤다. 판게아의 형성과정에서 곤드와나와 로라시아가 충돌하면서 북아메리카의 애팔래치아산맥, 유럽에 흩어져 있는 여러 산맥이 형성됐다.

판게아 초대륙은 2억 년 전부터 해체되기 시작해 여러 개의 대륙으로 갈라졌다. 공통 조상에서 유래해 초대륙을 구성하던 여러 대륙에 흩어져 있던 종이 초대륙의 분리로 각기 다른 진화 경로를 통해 대륙 고유종으로 진화하게 됐다. 판게아의 형성과 해체는 현재 대륙의 모양과 화석의 분포 등을 통해 확인됐으며 판구조론이 정립되는 결정적인 근거가 됐다. 판게아의 해체 후에도 대륙의 이동은 계속되어 현재의 대륙 분포가 만들어졌고, 현재도 대륙의 이동, 합체와 분리가 진행 중이다. 5천만 년 전부터 시작된 인도판과 유라시아 판의 충돌은 히말라야산맥을 형성했고, 히말라야산맥은 동남아시아의 고유한 몬순 기후를 만들었다. 몬순 기후는 이 지역에 정착한 인류의 벼농사 문화로 연결된다. 아프리카판을 둘로 나누며 2천5백만 년 전에 시작된 동아프리카 열곡대 (발산 경계) 형성은 근처의 기후를 건조하게 만들었고, 그 결과 열대우림이었던 지역이 사바나 지역으로 바뀌었다. 그곳이 거주하던 인류의 조상은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진화를 하는 과정에서 나무에서 내려와 직립보행을 하며 사냥꾼으로 변모했고 현재의 인류에 이르는 진화의 길로 들어섰다.

 

 

기후의 변화

46억 년의 역사 동안 지구의 기후는 다양하게 변해왔다. 기후는 특히 생명의 번성과 멸종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고 급격한 기후변화는 대량멸종의 주요 원인이었다. 특정 지역의 기후는 지역의 위도와 지형에 따라 매우 달라진다. 지구의 전반적인 기후를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척도는 지표면의 평균온도다. 지구의 온도가 지질학적 시간 척도에서 어떻게 변해왔는지 알아내는 일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긴 하지만 지층과 화석에 들어있는 동위원소들의 비율 등을 조사해서 추정하고 있다. 지구의 온도가 왜 변해왔고 그 의미는 무엇인지 알려면 지표면 온도가 어떤 요인들에 의해 정해지는지, 즉 고도의 복잡계인 지구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것은 너무 어려우므로 여기서는 기본적인 이해에 만족하기로 하자.

기본적으로 지표면 온도는 유입되는 태양복사와 방출되는 지구복사의 균형으로 결정되고, 지열의 영향은 크지 않다. 지구에 오는 태양복사의 양은 태양의 밝기에 비례하고 태양과 지구 사이의 거리 제곱에 반비례한다. 지구복사의 양은 지표면 온도 4제곱에 비례한다. 태양복사의 유입량과 지구복사의 방출량은 대기, 해양, 대륙의 복사 흡수율과 반사율에 영향을 받는데, 대기의 구성, 해양과 대륙의 표면 특성, 복사의 파장대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면 태양복사의 양이 위도에 따라 다르고, 대륙의 반사율이 해양의 반사율보다 크기 때문에, 대륙의 크기와 위치도 지구 온도에 영향을 끼친다. 기온이 내려가 대륙이 빙하로 덮이면 태양복사 반사율이 높아져서 기온 하강은 양의 되먹임을 받는다. 태양복사는 가시광선이고 지구복사는 적외선이어서 적외선을 잘 흡수하는 기체가 대기에 있으면 지구복사의 방출을 막아서 지구 온도가 올라간다. 이런 기체를 온실기체라 하며 수증기, 이산화탄소, 메탄 등이 해당한다. 현재 지표의 평균온도는 15℃인데, 만약 같은 조건에서 온실기체가 없었다면 평균온도는 –18℃가 됐을 것이다. 초기의 지구에는 대기의 밀도도 높았고 온실기체의 양도 많아서 온실효과는 훨씬 컸다. 이는 어두운 태양 역설-명왕 누대에는 태양의 밝기가 지금보다 현저히 낮았음에도 어떻게 물이 얼어붙지 않고 해양을 형성했는가-의 답을 준다.

지구 시스템의 되먹임 작용도 기온변동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음의 되먹임은 기온을 안정시키고, 양의 되먹임은 탈주run away 현상을 일으킨다. 예를 들어 이산화탄소의 증가는 온실효과로 온도를 높이고, 온도가 높아지면 침식의 활성화로 암석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음의 되먹임이 작용하여 이산화탄소의 양을 안정시킨다. 하지만 온도가 높아지면 일부 대륙의 지면에 저장돼 있던 온실기체인 메탄이 방출되면서 양의 되먹임이 작용하여 온도 상승은 가속될 수 있다. 양의 되먹임의 다른 예로 빙하의 증가는 햇빛의 반사를 늘려서 기온 하강을 가져오고 빙하의 양은 더욱 늘어나 기온 하강이 가속된다. 실제 지구는 많은 요소가 동시에 작용하는 복잡계여서 정확한 예측이 어렵다. 대산화 사건이 촉발한 온실기체의 감소와 이어진 눈덩이 지구 상태도 빙하에 의한 양의 되먹임만 작용했다면 낮은 기온이 지속됐겠지만, 꾸준한 화산활동이 온실가스를 늘려서 벗어날 수 있었다.

 

지구의 온도 변화

 

이제 어느 정도 알려진 현생 누대 동안의 지구 온도의 변화 양상을 통해 지구의 역사를 돌아보자. 위의 그림은 현생 누대에 지구의 평균온도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보여준다. 그림에서 다섯 개 구간별로 다른 시간 척도가 적용되고 있음을 주의해서 봐야 한다. 기온의 급강하로 빙하기에 접어드는 시기는 대량멸종의 시기와 맞물려 있다. 오르도비스기에 시작되어 데본기와 석탄기에 이어진 육지 식물의 번성과 산소의 증가는 빙하기를 가져왔고 다른 요인들과 맞물려 대량멸종을 일으켰다. 신생대 제3기의 에오세와 올리고세 경계는 현재 빙하기의 시작으로(이때 형성된 남극의 빙하가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대량멸종을 동반했고, 이때 포유류의 교체가 일어나 현생 포유류가 남았다. 중위도 지역은 온난 습윤한 기후에서 건조해진 기후로 변하면서 삼림이 쇠퇴하고 풀(벼과 식물)이 번성하기 시작했다. 풀은 초식동물의 번성을 가져왔고, 훗날 인류에게 곡물과 가축을 제공했다.

플라이스토세 이후 현재의 홀로세까지 전체적으로 이전 시대에 비해 낮은 기온을 유지하고 고위도 지역에 빙하가 남아 있어 제4기 빙하기라 한다. 최근 100만 년 동안의 기온변동을 보면 10만 년 주기로 기온이 내려가 빙하가 확장되는 빙기와 기온이 올라가 빙하가 줄어드는 간빙기가 반복되고 있고, 현재는 간빙기에 해당한다. 이런 지구 온도의 주기적인 변화에 대한 설명으로 지구의 궤도 이심률, 궤도 세차, 자전축 기울기, 자전축 세차, 이렇게 4개의 행성운동 주기의 조합으로 일조량이 변하고 지구 시스템의 반응이 맞물려 온도의 변동은 약 10만 년 주기로 반복된다는 밀란코비치 주기 가설이 유력하다. 이는 지구 온도에 변동을 주는 수많은 요인이 있는데, 각 요인이 주는 변동의 크기와 작동하는 시간 척도가 다양함을 보여준다.

밀란코비치 주기 가설이 맞는다면 앞으로 수천 년 이내에 지구는 다시 빙기로 돌아가리라 예측된다. 하지만 현재 지구의 온도변동은 가파르게 상승하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 지구의 온도가 높게 상승했던 시기는 많이 있었지만, 이 정도로 가파른 상승 기울기는 전례가 없다. 이에 대한 유력한 가설은 인류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급증해서 발생한 지구온난화다. 급격한 기온상승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현재의 지구온난화가 10만 년 주기의 빙기-간빙기 반복을 압도할지 여부는 매우 흥미롭지만, 현재 가장 번성한 종인 인류의 미래가 달린 무거운 주제다.

지구의 역사는 단순히 생명과 인류 역사의 배경이 아니라, 이들과 상호작용을 통해 서로 맞물려 있다. 지질과 기후의 변동이 생명과 인류의 진화, 나아가 문명의 진화에 끼친 영향은 지대했으며, 반대로 생명과 인류의 활동이 지질과 기후의 큰 변동을 만들기도 했다. 생명이 발명한 광합성은 산소를 발생시켜 지구의 모습을 완전히 바꾸었고, 지각판의 이동은 생명의 진화에서 인류의 문명까지 영향을 끼쳤다. 지구 입장에서는 작은 변동도 생명과 인류에게는 커다란 시련을 안겨줄 수 있다. 가까운 예로 19세기 전반에 탐보라 화산의 폭발로 지구 온도가 조금 내려갔는데 인류는 심각한 기근을 겪었다. 인류는 이제 자신이 지구에 던진 지구온난화라는 작은 변동이 지구 시스템의 되먹임을 통해 어떤 결과로 돌아올지 살펴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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