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의 사람들」
20세기 초 러시아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5막극 「정의의 사람들」은 1905년 러시아 황제의 숙부인 세르게이 대공을 암살한 모스크바의 사회주의 테러리스트들에게서 모티브를 따온 것으로 정의와 인간애 사이에서 고뇌하고 행동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가 아름답게 그려지고 있다. 막이 열리면 다섯 사람의 테러리스트가 한데 모여 모의를 한다. 시인으로 행복과 아름다움을 애호하며 삶에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목적 하나로 살인을 감행하는 이반 칼리아예프, 그룹의 지도자이며 인정 많은 인물 보리스 아넨코프, 극단주의자 스테판 페도로프, 열정적이지만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는 젊은 이 알렉시스 부아노프, 그리고 사랑과 정의의 감정에 넘치지만 연민의 정 또한 억제하지 못하며칼리아예프를 사랑하는 도라 둘보프가 그들이다. 그들은 이제 면밀하게 세운 계획에 따라 세르게이 대공이 마차를 타고 지나갈 때 폭탄을 던져 그를 살해하려고 한다. 폭탄을 던지기로 한 칼리예프는 정의감에 차 자신만만해 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대고으이 어린 두 조카가 마차 안에 함께 타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그만 뒤로 물러나고 만다. 내세우는 대의명분이 아무리 혁명이라고 해도 어린아이를 살해하는 행위까지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을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거사가 지연되자 테러리스트들 사이에는 심각한 토론이 벌어지고 서로 간에 의견 차이가 노풀된다. 내일의 러시아를 위해서라면 희생시키지 못할 것이란 아무것도 없다고 믿는 스테판, 그리고 인간주의를 앞세우는 칼리아예프와 도라는 격렬하게 논쟁하며 대립하지만 결국 리더 아넨코프의 결정에 따라 칼리아예프는 다음 기회를 얻게 되고 결국 성공한다. 그리고 그는 체포되어 사형당한다.
카뮈는 「정의의 사람들」에 대해 "이 작품의 모티브는 역사상 실제로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정의의 사라들」이 역사극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나의 인물들은 실제로 존재했었고내가 말하는 바와 같이 행동했다"고 밝히고 있다. 심지어 그는 주인공에게 실제 인물의 이름-칼리아예프-을 그대로 붙이기도 했다. 카뮈는 암살이라는 가장 잔혹한 과업을 수행하는 가운데서도 변함없는 마음을 간직했던 그들에 대한 "존중과 찬미의 심정 때문에" 그렇게 했다고도 고백한다. 이 작품의 칼리아예프는 카뮈의 그 어떤 인물보다도 더 확실한 작가의 대변자라고 할 수 있다. "아름다움도 있고 즐거움도 엄연히 있다"고 못박아 말하는 그는 참여적 인간과 예술가의 이중적 열망을 동시에 요약한다. 카뮈 역시 마다가스카르에서의 억압과 폭력에 대해 항의를 표하거나 1949년 사형 선고를 받은 그리스 공산당원들의 옹호 운동을 벌이고, 스페인의 프랑코 정권을 인정한 것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유네스코 탈퇴하는 등 지성과 행동을 겸비한 작가로 명성을 얻었다. "반항의 정신에 연민의 정신을 결합하는 섬세한 살인자들"이 등장하는 이 <정의의 사람들>은 앞서 1944년에 초연된 <칼리굴라>와 마찬가지로 100회 이상의 공연 실적을 올리며 비평가들에게도 호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