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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의 저주, 발생 원인, 자원 제외 제조업 가격우위 상실, 수출 망함, Resource curse, Paradox of plenty, 네덜란드병

Jobs 9 2024. 12. 22.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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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의 저주

발생 원인 - 자원 제외 상품 가격우위 상실, 수출 망함

 

Resource curse, Paradox of plenty, 資源의 詛呪

자원이 풍부한 국가의 경제성장률이 오히려 자원이 부족한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저조한 현상을 지칭하는 단어.

경우에 따라 당장은 경제적 풍요를 만끽하지만 이후 파국으로 떨어지는 파급효과를 포괄해서 지칭하기도 한다. 실제로 1995년 이후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 가입한 국가들로는 대한민국, 체코, 헝가리, 폴란드, 슬로바키아, 칠레, 슬로베니아, 이스라엘,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콜롬비아 등이 있는데 칠레와 콜롬비아만 자원 수출국이다. 

이런 부류의 국가들은 대다수가 국민소득만 높고 산업 다각화가 취약한데 대표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브루나이 등이 있다. 자국에서 발굴되는 지하 자원만 상당하기 때문에 국가의 현금 창출력은 상당하지만 나머지는 낙후되어 있다. 

 

 

발생 원인


풍부한 자원조건 때문에 천연자원 채취, 개발 사업의 부가가치가 너무 높아 생산의 3요소인 현금, 토지, 노동이 자원개발과 채취에 집중투자되기 때문에 발생한다. 예를 들자면 천연자원 생산, 정제를 위해 최적 토지와 자금을 투자하면 그만큼 다른 산업 개발에 쓸 수 있는 여력이 없어진다. 천연자원 생산업 때문에 올라간 고부가가치는 해당산업 노동자에게 고임금을 주는 원동력이 되고 노동력도 그  곳으로 몰려들기 때문에 노동력을 유지, 유치하기 위해 다른 산업의 임금도 덩달아 올라 경쟁력이 더 떨어진다. 

자원을 외국으로 수출하며 막대한 외화가 국내로 유입되고, 그로 인해 자국 통화의 가치가 상승한다. 그런데 자국 통화 가치가 상승하면서 자국산 상품의 수출 가격도 지나치게 비싸진다. 자원을 제외한 다른 상품이 가격우위를 상실하고 팔리지 않게 되고 결국 자원 산업을 제외한 다른 산업이 먈망한다.  

이 때문에 자원부국들은 자원을 장악한 일부 상류층만 돈을 벌고 그 아래 사람들은 복지로 먹고 살게 된다. 

 

 


유래: 네덜란드병

 

네덜란드는 1959년 흐로닝언주 앞 북해에서 다량의 가스전을 발견한 후 천연가스 수출로 매년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였지만 수출 대금이 유입되자 네덜란드 화폐 단위인 길더(휠던)의 가치가 크게 상승해 1970년대에 들어 천연가스를 제외한 다른 네덜란드 수출업체들은 경쟁력을 잃기 시작했다. 거기에 급격하게 늘어난 외화의 유입으로 인하여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이에 따라 대대적인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조와 소폭 인상을 주장하는 기업간 대립이 심화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에 따른 연쇄적 효과로 극심한 사회 불안과 기업의 투자 위축으로 경제가 심각하게 가라앉았다. 

이렇게 자원이 개발된 후 오히려 해당 국가의 경제가 침체되는 현상을 학자들은 '네덜란드병'이라고 불렀다.

 

 


경제 선진국과 에너지 자원 수출국의 비교


2009년 ~ 2013년: 한국과 한국보다 낮은 석유 생산량의 국가들


65위
대한민국
48,180 (배럴/일)
70위
스페인
27,230
85위
핀란드
8,718
93위
스웨덴
4,833
99위
스위스
3,488
107위
아일랜드
431
110위
북한
118

무엇보다 타국의 자원을 채굴하여 일정 부분을 넘겨받거나 정제하여 수출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단순히 자원을 많이 수출한다고 부존자원이 많은 국가는 아니다. 대한민국도 그러한 종류의 에너지를 생산하고 수출하는 국가이며 특히 중국에 상당량의 석유 관련 제품들을 수출하고 있다. 수출품 중 석유화학 제품이나 석유를 정제한 정제유 제품이 많다고 산유국인 것도 아니다. 때문에 관련 산업이나 국가의 구조를 모르고 도식화한 수출품 데이터를 봤을 시 상당 부분 오해가 있을 수 있다. 참

 


2007 ~ 2009년 기준 OECD 국가 중
GDP에서 광업(mining and quarrying)이 차지하는 비중이 3%를 넘는 국가


칠레
24%
노르웨이
23.1%
멕시코
9.9%
캐나다
8.6%
호주
8.3%
덴마크
4.1%
네덜란드
4.1%

 

 

 

자원의 저주 양상 및 파급 효과


분배 악화


자원은 엄청난 부를 해당 국가에게 가져다주지만 그 자체만으로는 국민들에게 부를 분배할 이유가 없다.

국가의 전체적인 인적 자원에 크게 의지하는 문화, 기술/과학, 제조업과는 달리 자원은 그냥 캐다가 내다팔기만 하면 장땡이므로 채굴권과 채굴시설, 채굴을 위한 최소한의 기술만 있으면 돈을 벌 수 있다. 그래서 자원을 효율적으로 캐고 효율적으로 팔기 위해 채굴 인건비에는 최소한으로만 투자한다. 자원부국의 채굴권을 쥔 권력자 입장에서는 채굴에 관련된 인력이 적어 분배를 요구하는 입의 숫자도 적은 만큼 그 과실을 다 먹을 수 있고 그것 때문에 딱히 다른 산업을 육성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이런 지역은 실제로 다른 산업을 육성하기에 매우 부적합한 지역일 가능성이 높다. 노예 노동으로도 채굴할 수 있는 금이나 다이아몬드 등이라면 말할 필요가 없고 석유처럼 채굴에 고도의 기술/자본을 요구하는 자원도 마찬가지로 국내 산업을 육성하는 대신 더 발전된 외국의 기술과 자본을 가져와서 수익 좀 더 떼주고 캐가라고 하면 끝이다.

이렇게 산업을 육성할 필요가 없으면 국민들의 교육수준이나 생활수준을 올려주려고 할 이유도 없다. 오히려 생활 수준을 올려주면 그만큼 소요만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질 뿐이다. 당연히 국민들은 좋아봐야 안중에도 없고 나쁘면 무력봉기를 못 하도록 극심한 핍박과 기아 상태에 내몰리게 되기도 한다. 이 경우엔 정권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극소수의 중요계층만 좀 돈을 쥐어주면 끝으로 사회는 성숙하지 못하고 정치는 막장 독재로 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국가의 막장도가 심해지면 정부와 반정부 세력이 돈줄인 자원을 차지하기 위해 내전을 벌이고 자원 매장 지역이 분리주의가 심해져 분리독립하려고 든다. 결국 나라에 풍부한 자원들은 대부분 독재정권이나 토호 및 군벌의 돈줄이 되며 자원을 노린 외세의 개입까지 일어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세계은행의 연구에 따르면 지하자원이 없는 나라의 내전 위험은 0.5%에 불과하지만 지하자원으로 먹고 사는 나라에서는 23%나 된다고 한다.

특히 해당 국가가 아직 성숙하지 못해 부를 효율적으로 분배할 능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새로운 자원이 발견된다면 사회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지하자원 때문에 민주주의가 무너지기도 한다. 국민들의 생산성보다 지하지원의 생산성이 더 높다면 소수 집단이 그 부를 가지고 싶어하는 욕망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지하자원이 민주주의가 아직 미성숙한 개도국(아프리카, 중동, 동남아시아, 중남미, 중앙아시아 등)에 분포하는데 이들이 미성숙하기 때문에 부의 배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지만 반대로 이런 자원의 불균형한 분배 때문에 국가가 성장하지 못하는 순환효과가 일어나게 되기 쉽다.

 

 

제조업 발달의 저하 및 경쟁력 약화


상술된 네덜란드병이 대표적인 예. 대규모의 자원 매각으로 인한 외화 대금이 대량으로 국내에 들어오면서 일어나는 파급효과로, 통화 가치 상승과 인플레이션, 임금 상승이 일어나면서 진입 장벽이 낮은 노동집약적 산업은 경쟁력을 상실한다. 그렇다고 해서 고부가가치인 기술집약산업으로 전환하려고 해도 이는 진입 장벽이 높아 대부분 어렵다. 게다가 규모가 작은 중소국가들은 그나마 있는 인력과 기반 시설이 자원 개발 산업에 집중되면서 다른 산업은 처참한 몰락을 맞게 된다. 한국의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으로 인한 탄광지역의 어려움이 이에 해당된다

 

 


자원 의존 및 천수답 경제


제조업을 비롯한 다른 기반 산업의 몰락은 결국 자원에 대한 의존을 심화시킨다. 결국 원자재의 국제 가격 변동에 국가 전체의 경제가 출렁이는 천수답 경제가 되어 버린다. 2000년 초중반의 국제 원자재 가격 폭등에 원자재 수출국은 정부 수입이 크게 늘어나면서 지출을 늘렸다가 2008년 세계금융위기와 2011년 이후 유럽 금융위기로 원자재 수요와 가격이 폭락하면서 경기 불황에 허덕이게 되었다. 2014년 국제 유가 하락으로 러시아, 베네수엘라, 나이지리아, 알제리 등 대부분의 산유국이 상당한 경제 위기를 겪었다.

자원의 저주까지는 아니라도 자원 의존 경제로 허덕이는 국가는 많은데 대표적으로 후술할 러시아(당시에는 소련)나 베네수엘라가 있다. 알제리 등은 1970년대 석유 파동으로 막대한 달러를 거머쥐었으나 1980년대 중반 유가가 급락하는 바람에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정치적-경제적-사회적인 격변기를 맞았고 그 후유증이 2000년대 초반까지도 지속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후유증을 극복하게 만든 것도 고유가인데 사우디 같은 아라비아반도 국가와 다르게 외화를 충분히 축적하지 않은 상황에서 급작스레 유가가 하락하니 도저히 버티지 못한다. 2015년과 2016년에는 전 세계적인 불황과 미국과 캐나다의 셰일 가스 공세로 인해 석유와 자원 시장이 바닥을 치자 남미에서는 기존 좌파 정권들이 무너지거나 과반을 못 차지했고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 국가들도 정치 불안정성이 가속화되었다. 

 

 

과도한 재정 지출


비교적 인구 규모가 적고 자원 대금이 막대한 국가들은(나우루, 쿠웨이트 등) 사회 불만을 막기 위해 막대한 혜택을 뿌려댄다. 브루나이나 쿠웨이트 같은 경우 국민들에게 말 그대로 돈을 뿌리고 있다. 이런 정책은 고급 인력 개발 등의 생산적 활동보다 의미 없는 소비적인 활동에 치중되고 국민의 노동의욕 감소를 부르며 심각하면 나우루처럼 국가의 노동 기반을 아예 박살낼 수 있다. 특히 이런 국가는 폐쇄적인 독재정권이 자리잡은 경우가 많아서 국민들의 불만을 돌리기 위해서 장기적인 고려 없이 즉흥적으로 재정 지출을 늘리고 국민들에게 혜택을 줘버린다. 중동 산유국들이 대표적이다. 

 

 

자원 고갈 시의 파국


이런저런 자원의 저주가 생기더라도 일단 부로 인해 해당 국가는 당장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된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대부분의 이런 원자재는 매장량이 유한한 광물이라 자원이 고갈되는 순간 헬게이트가 열린다는 점이다. 극단적인 결과를 체험한 곳이 나우루다. 석유가 다른 자원으로 대체될 경우에도 이들 국가의 미래는 극히 비관적이다.

혜안이 있다면 현재의 자원이나 재화의 우위를 바탕으로 미래를 대비할 수 있지만 전술한 문제들이 그런 미래 대비를 방해한다.

 

 

자원을 노리는 주변국들의 간섭


자원은 대부분 산업의 기초이기 때문에 여러 나라들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관심으로만 그치지 않고 더 유리한 거래를 하기 위해 정치 등에 간섭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위의 사례들은 그나마 정부가 제대로 세워진 경우고 세워지기도 전에 자원을 노리는 세력들과 결탁한 용병들과 반군 세력이 날뛰어 나라가 혼란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예가 블러드 다이아몬드로 유명한 시에라리온이다. 

어쩌다 제대로 된 정부가 세워지려고 해도 자원 정책이 입맛에 맞지 않는다면 쿠데타를 사주하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선진국이 간섭, 방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선진국이 짊어져야 할 손해를 자원개발국에 떠넘긴다. 특히 광물자원은 필연적으로 채취에 많은 노동력을 소모하며 정제 및 제련 과정에서 상당한 환경오염을 유발하는데 선진국이라면 국민들의 반대로 아예 시작도 못 할 이 문제를 자원채취국에 떠넘기고 정련이 끝난 상품가치 있는 원자재 상태로 가져가 선진국이 정련비용을 절약하고 환경오염 부담을 더는 것이다. 이에 대한 후진국의 불만을 선진국은 나몰라라 하면서 방관하는 태도가 전세계적인 환경오염 문제를 가중시키고 있다. 이는 희토류 광물에서 극단적으로 드러나는데 대부분의 희토류 광물은 채취 및 정련 과정에서 말도 안되는 환경오염을 일으키는데 이걸 선진국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수준이라 이를 그동안 공산주의 국가였던 중국에 떠넘긴 결과 상당부분 희토류 금속의 정련 및 원자재 수출의 비중을 중국에 뺏기게 되었다. 이 때문에 희토류 자원전쟁이 벌어졌지만 이 과정에서 갈수록 늘어나는 희토류 소모량, 그를 만들기 위해 발생하는 환경오염은 여전히 후진국의 몫이다.

 

 

극복하는 경우


이런 사례에 해당되는 국가는 그야말로 호랑이 등에 날개를 단 형국으로 더욱 잘나가게 되는 원동력이 된다. 불행한 것은 대부분 선진국에 도달한 나라들에나 해당되고 신흥공업국 레벨부터 이런 사례가 없다는 점이다. 

 

규모로 극복


국가 규모가 일정 이상이면 단일 자원 산업만으로 국가 전체의 경제를 지탱할 수 없고 국가 내 기반 시설과 인력 자원도 자원 산업에 투여한 후에도 여력이 있어 다른 제조업 및 서비스 산업도 발달하게 된다. 대표적인 예는 미국으로 셰일가스가 나오긴 하지만 제조업과 고부가가치 서비스업도 세계 수위권을 다투고 있기 때문에 역시 예외로 분류된다. 

소련과 러시아는 엄청나게 큰 경제 규모를 가진 국가지만 현재까지 석유와 가스에 의존하는 경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단 규모가 큰 것이 해결의 충분조건이 아니다. 이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국내의 산업을 골고루 성장시키려는 제대로 된 계획과 노력이 없다면 국가의 영토와 경제가 아무리 커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

 

고른 분배와 생산적인 투자 및 기술 개발


노르웨이는 1970년대 북해 석유 개발로 돈벼락을 맞았으나 석유 판매 수익을 국가 관리 기금에 적립하면서 고른 분배와 생산적인 투자 및 개발로 자원의 저주를 극복했다. 국가 관리 기금의 유지를 위해 노르웨이는 석유로 돈벼락 맞은 나라치고는 세율이 무겁다. 

네덜란드병의 네덜란드도 생산적인 투자 기술 개발로 극복했다. 사실 전술했듯 자원의 저주 발생 여부는 해당국의 산업 기술 발달 수준과 연관이 있으므로 이미 산업 기반이 충분히 성숙해 완전히 뿌리를 내린 선진 공업국은 자원의 저주가 발생하는 것보단 발견된 자원을 부작용 없이 마음껏 만끽할 가능성이 더 크다.

미국도 셰일오일 개발로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최대 산유국으로 등극을 앞두고 있지만 많은 석유 수요로 몽땅 자체 소비하고 있다. 이쪽은 그냥 석유 말고도 별명이 천조국이니 뭐... 애당초 천연자원 관련은 미국 내 산업에서 비중은 약 10%라 지금 당장 석유니 셰일가스니 하는 게 몽땅 사라져도 바로 나우루,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급으로 몰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은 농업, 제조업, 지식산업 등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곳이라 석유 수요 정도는 국내에서 무한대로 만들어낼 수 있는 입장에 있다. 애초에 미국은 세금을 걷는 등 자원의 저주를 겪은 국가들마냥 나태하지도 않으며 자국 내 천연자원 소비가 내수를 따라가지조차도 못하는 수준이다. 

호주도 농수산업과 광업, 특히 석유 및 천연가스가 수출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자원 의존형 경제의 모습도 보이지만 GDP의 75%를 차지하는 것은 서비스업인 선진국형 산업 구조가 공존하고 있다. 다만, 원자재 및 농축산물 수출의 영향으로 환율 하락, 적은 인구로 인한 내수시장의 협소, 높은 인건비 등으로 제조업 발달이 부실하여 광산업의 쇠락이 미래의 위험 요소로 제기되고 있다. 호주/경제 문서 참조. 특히 호주는 무역에서 대중 의존도가 상당하고 중국도 이걸 알고 있어서 볼모삼아 무기로 내세우기도 한다.

두바이도 석유 자원의 고갈 이후 부동산 산업과 투자 산업으로 발전했지만 과열 투자로 거품경제가 발생하고 세계경제 위기 상황에서 2009년 모라토리움을 선언하며 고비를 맞이하기도 했다. 이후 아랍에미리트의 종주국인 아부다비의 구제금융과 세계경제의 호전으로 부활하기는 했지만 막대한 오일 머니가 과연 효율적으로 쓰이고 있는 것인지는 앞으로도 계속 생각해 보아야 할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아랍에미리트 경제의 석유 의존도를 무려 30%까지 줄였다.

 

 

사례


아래에 적힌 예시들은 자원의 주된 부작용을 언급할 뿐 해당 국가들이 전부 자원의 저주 때문에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건 아니다.
나우루: 자원의 저주의 표본 1. 미래에 대한 아무런 대책 없이 자원을 캐내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는 국가다. 1968년에 호주로부터 독립한 후 구아노 수출로 1980년대까지는 국민 소득이 미국보다 높은 부국이었지만 1990년대 초반에 인광석이 고갈되기 시작하면서 방만한 재정 운영 등의 문제가 두드러지기 시작했고, 그나마 검은 돈을 관리해 주는 걸로 그럭저럭 버티고 있었으나 9.11 테러로 테러지원국 지정이라는 직격탄을 맞으면서 나라 전체가 나락으로 굴러떨어져 국제 원조 및 배타적 경제수역 내 어업권 판매/난민 대리 수용/국제 표팔이/관광으로 연명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1인당 GDP는 2024년 IMF 통계 기준으로 정확히는 11,910달러 수준이라서 브라질보다 높은 중진국 수준은 되며 소말리아나 아프가니스탄 같은 최빈국은 아니지만, 저게 다 저런 식으로 팔 수 있는 걸 모조리 팔아제낀 결과일 뿐이라 암울한 건 마찬가지다. 심지어 나우루 국민들은 인광석 채굴이 한창이던 시기에 너무 놀고먹은 나머지 아예 요리와 빨래 같은 기본적인 생활 기술까지 완전히 잊어버려 옆나라에 가서 배워와야 할 정도가 되었다고 하며 인광석 채굴과 지구 온난화로 인해서 영토 전체가 물에 잠길 위기까지 처한 현재로서는 호주에 기대고 있는 상황이다.


파푸아뉴기니: 팡구나 구리 광산을 두고 부건빌 내전이 벌어졌다. 현재도 파푸아뉴기니는 가난한 편인 데다 치안 문제도 심각하다.
일본 하시마 섬: 한때는 세계 최대의 인구 밀도를 자랑했으며 무급 노동자까지 부릴 정도로 큰 데다 품질이 굉장히 좋은 석탄이 잔뜩 묻힌 광산이었지만 결국 석탄이 쓸모를 잃자 폐광 후 무인도가 되었다. 무인도가 된 지 몇 년 후 1981년 공공광고기구에서 이 섬을 소재로 공익광고를 만들었는데 석탄이 고갈되어 사람들이 떠나고 황폐해진 하시마를 보여주면서 자원을 아끼자는 내용이다.









석유의 저주(詛呪)]유가 급등, 산유국도 즐겁지만 않아

 


고유가에 자극 받아 유전 개발 늘고 석유 수요 감소…1980~1990년대 저유가 고통 겪어

 
국제 유가의 변동과 석유 개발과의 관계를 이해한다면 국제 유가의 상승이 장기적으로 산유국에 좋은 일만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할 수 있다. 국제유가의 움직임은 세계 경제는 물론 석유 개발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석유개발 투자의 수익률은 결국 국제 유가에 의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3년 사이에 유가는 3배나 급등했고 유가 급등 추세는 멈출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최근의 고유가 현상은 단기간에 해소가 불가능한 구조적인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고유가 시대가 전개되면서 산유국은 자국 자원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고 석유회사의 석유 개발 환경은 열악해지고 있다. 세계 석유·가스 확인 매장량 중 국제 석유회사가 자유롭게 상업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매장량은 8%에 불과하다. 메이저 석유회사들은 그들이 기술과 경험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프로젝트(LNG, 오일샌드. 심해저, 극지개발 등)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반면 산유국은 자원통제를 강화하면서 천문학적인 석유 수익을 만끽하고 있다. 

 

이러한 시류에 편승하여 ‘유가 100달러 시대’라든가 자원 고갈 임박을 거론하는 견해마저 난무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균형 있는 시각으로 장기적인 관점을 잃지 말아야 한다. ‘시장의 조정 기능’이라는 경제원리는 무서울 만큼 정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국제 석유시장이나 석유산업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1970년대 들어 산유국이 자원 국유화를 진행하면서 석유자원에 대한 통제권은 메이저 석유회사에서 산유국 혹은 산유국의 국영 석유회사로 이동했다. 자원 국유화와 두 차례 석유위기로 점철된 1970년대의 유가 급등기를 거치면서 ‘고유가가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는 환상이 난무했고 다소 황당한 대체에너지 개발론마저 대두됐다.

 

그러나 이미 당시에 유가 폭락 및 저유가 시대의 씨앗을 잉태하고 있었다.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시장의 반응은 이미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산유국은 생산 능력의 증대에 투자를 집중했고, 경제성이 없던 한계 유전도 개발에 착수하게 됐다. 북해유전의 등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소비국도 정제·저장·수송 등 공급시설 투자에 열을 올렸다. 또 유가 급등은 세계 경제 성장 둔화 및 석유 수요 감퇴를 가져왔다.

 

공급 능력은 늘어나고 수요는 감퇴하면서 엄청난 잉여생산이 발생하게 됐다. 이게 1980년대 중반 이후 1990년대 말까지 10~20달러의 저유가 시대가 유지된 배경이었다. 명목가격 기준의 10~20달러의 유가가 15여년간 지속됐으니 석유 수익 의존도가 높은 주요 산유국의 사정이 얼마나 어려웠겠는가는 익히 짐작할 수 있다. ‘세계 경제가 지탱할 수 없는 과도한 유가 수준은 산유국에도 장기적으로는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충분한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1980년대 중반 이후 1990년대 말까지 저유가 시대의 도래로 석유산업에도 개방과 규제완화 등이 화두로 등장하였다. 자원을 국유화한 중동 및 OPEC(석유수출국기구) 회원국을 제외한 신흥 산유국을 중심으로 한 석유개발이 활기를 띠었고, 석유산업의 주체는 다시 국제 석유회사로 무게중심이 이동했다. 국제 석유회사는 기술과 자금을 배경으로 국제 석유산업의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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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1980년대 중반 이후 저유가 시대가 장기화하면서 투자자들은 석유산업 시설 투자에 관심을 잃었다. 낮은 유가는 낮은 투자 수익률을 의미하기 때문이었다. 때마침 IT나 통신 같은 신경제가 붐을 일으키면서 수익률이 낮은 석유산업에 대한 투자는 더욱 부진했다. 결국 투자 부진이 누적되면서 공급설비 증대는 정체된 반면, 석유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여유공급 능력이 고갈되게 된 것이 최근 고유가의 배경이다.

 

고유가 시대가 전개되면서 1970년대처럼 다시 산유국의 영향력이 크게 강화되고 판매자 시장의 영향이 커지고 있다. 일부 산유국은 자원 국유화를 추진하는가 하면 대부분 산유국도 자국자원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고 석유세제나 계약조건을 보다 엄격하게 하고 있다.

 

2003년 이후 본격화된 이러한 움직임은 상당기간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투자시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100달러 시대가 장기화된다’는 등의 가정도 과거를 돌이켜보면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 100달러 이상의 고유가가 장기화되면 세계 석유 수요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고 여러 가지 대체자원 개발이 활성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태양열, 수소에너지 등 ‘먼 미래’의 대체 에너지보다는 과거에는 생산단가가 높아 개발이 어려웠던 오일샌드(Oil Sand:원유를 포함하고 있는 모래나 사암), GTL(Gas to Liquids·천연가스를 석유제품으로 전환하는 것), 심해저개발, 극지개발 등 통상적이지 않은 석유자원 개발의 활성화가 전망된다.

 

오일샌드의 경우 기술발달과 유가급등으로 이미 충분한 상업성을 확보했다. 캐나다 산유량의 3분의 1을 오일샌드가 차지하고 있다. 또 천연가스를 바로 디젤 같은 석유제품으로 전환하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GTL개발이 확산되고 있다. 더구나 석유 개발 기술의 발달과 유가의 급등으로 회수증진기법(Enhanced Oil Recovery:유정에서 석유를 더 많이 뽑아내는 기술)이 실용화되면서 가채 매장량은 크게 증가할 수도 있다. 현재 세계 전체의 석유 매장량의 평균 회수율은 36%에 불과하지만 이러한 기술이 발전하면 회수가능 매장량이 크게 증가할 수도 있다. 이미 북해 노르웨이의 일부 유전의 경우 회수율이 70%에 달한 사례도 있다.

 

한편 세계 확인 매장량의 4분의 1을 보유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는 더 이상의 유가급등에 매우 부담스러워하는 상황이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산유국들은 최근의 고유가를 마음껏 즐기고 있지만 속으로는 1979년의 2차 석유위기 이후 15년간 지속된 저유가 시대를 우려하고 있다. 그러한 상황을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석유의 비중이 줄어들고 소득이 증가하면서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는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현재의 70달러대의 유가에서 추가적으로 10달러 이상 급등한다면 세계 경제는 심각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게 대부분 전문가의 견해다. 또 고유가로 소비국들이 탈석유 정책을 강화하고 경쟁 산유국의 공급 증대나 대체연료의 부상은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산유국에는 시장 점유율의 상실을 의미한다.

 

지나친 고유가 지속은 결국 시장의 조정기능에 의하여 다시 유가 급락이라는 상황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석유개발 환경은 소비국이나 국제 석유회사에 매우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고유가 시대가 전개되면서 산유국이 자국 자원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민간 석유회사의 상업적 접근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개발 흐름은 국제 석유회사의 주도에서 산유국 정부 및 국영 석유회사로 다시 이동하는 추세이며 이 과정에서 소비국 국영 석유회사들의 역할도 중요해지고 있는 시점이다. 이제는 석유가 상업적 자산으로 기능하던 시대는 지났다고 볼 수 있다. 자원 수입국들은 이제 석유를 단순한 투자 대상인 상업적 자산이 아니라 전략적인 자원으로 이해하고 산유국에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석유의 저주(詛呪)]노르웨이는 어떻게 ‘저주’를 피해갔나


‘석유 펀드’ 만들어 미래를 위해 적립…
미국 알래스카주는 펀드 수익을 주민에 나눠줘

지난 5월 1일 에보 모랄레스(Evo Morales) 볼리비아 대통령이 천연가스 산업 국유화 조치를 발표하기 한 달 전인 4월 초, 노르웨이 정부 대표단은 볼리비아를 찾았다. 볼리비아 정부가 노르웨이의 경험을 수입하기 위해 초청했기 때문이다. 스티그 솔룬드(Stig Sollund) 노르웨이 재경부 국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어떻게 노르웨이가 석유 산업을 성장시켰는지 조언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노르웨이는 하루 291만배럴을 수출해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에 이은 세계 3위의 석유 수출국이지만 ‘석유의 저주’가 빗겨간 몇 안 되는 나라다. 노르웨이는 1971년 북해 유전에서 석유 생산을 시작한 이후 견실한 성장을 해왔다. 1978년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를 넘긴 이후 9년 만에 2만달러, 다시 8년 만에 3만달러를 넘겼다. 2004년 현재 노르웨이의 1인당 국민소득은 5만2030달러다.

 

1980년대 중반의 유가하락 시기를 거치면서 경제가 잠시 주춤할 때 노르웨이가 ‘석유의 저주’를 피하기 위해 고안한 게 ‘석유 펀드(Petroleum Fund)’다. 석유산업에 대한 과도한 경제의존을 피하기 위해 1990년부터 석유 수출에서 나오는 수익을 꼬박꼬박 펀드에 넣어두고 있다. 펀드의 투자처는 해외 채권과 주식이다.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2005년 12월 말 현재 2100억달러가 석유 펀드에 들어 있다. 2010년이 되면 현재의 2배인 4200억달러로 불어나게 된다. 이 자금은 향후 석유의 고갈에 대비한 투자와 인구 고령화에 따른 미래 세대의 복지 지출 증가에 쓰여진다. 석유로 들어온 ‘벼락 부(富)’를 현 세대가 흥청망청 비생산적인 곳에 소비하기보다는 차라리 석유가 고갈됐을 때 형편이 어려워질 미래 세대에게 넘겨주자는 철학이다.

 

좌파가 장기집권하고 있는 노르웨이 정부는 세금과 국영 석유회사(Statoil)의 지분 등을 통해 90%의 석유 수익을 국고로 환수하고 있다. 노르웨이 정부는 국고로 환수한 수익을 석유 펀드에 집어 넣는다. 2005년엔 330억달러를 펀드에 넣었다. 석유 펀드의 운용은 피델리티 등 민간 투자회사에 위탁한다. 국내에는 투자하지 못하도록 돼 있어 해외 41개국에서 자금을 운용한다. 2005년 펀드의 수익률은 11.1%에 달했다. 원금 보존을 중시하는 운용원칙을 지키다 1998년부터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작년 말 현재 주식에 40%, 채권에 60%를 투자하고 있다. 2004년부터 윤리위원회를 두고 석유 펀드의 윤리 투자를 강조하고 있다. 최고경영자(CEO)의 연봉이 지나치게 많은 회사, 환경 오염 유발 회사, 담배회사, 노동조건이 열악한 회사 등은 투자 기피 대상이다. 석유 펀드는 올 1월 ‘정부 연금 펀드’로 이름을 바꿨다.

 

노르웨이 정부에 따르면 자국의 경험을 나이지리아, 앙골라, 사웅토메프린시페, 마다가스카르, 수단, 동티모르, 캄보디아, 필리핀, 이라크 등에 전수했거나 전수할 예정이다.

 

노르웨이가 ‘석유의 저주’에서 벗어난 성공 사례로 거론되고 있으나 후진 석유 수출국들이 노르웨이의 길을 제대로 따라갈 수 있을지 의문시하는 시각도 있다. 서구의 자유주의 언론은 최근 볼리비아의 천연가스 산업 국유화를 두고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볼리비아가 잘못된 국가경영과 부패로 진전할 잠재성이 있다”고 걱정했고, 이코노미스트는 “볼리비아 정부는 부자가 되겠지만 국민은 점점 가난하게 될 것 같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베네수엘라의 경우 노르웨이와 같이 1990년대 석유 펀드를 만들었으나 수차례 법 개정을 통해서 펀드의 사용 용도를 변경해 여기저기에 사용했다. 결국 펀드 자금은 모두 날려버렸다. 신생 산유국인 차드의 경우도 “세계은행의 감시 아래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했지만 석유 수익으로 가장 먼저 구입한 것은 대통령 전용기였다.

 

미국의 알래스카주와 캐나다의 앨버타주는 석유 수익을 펀드로 운용한 뒤에 펀드 투자에서 나온 이익을 지역 주민에게 직접 나눠주는 방식으로 ‘석유의 저주’를 피하고 있다. 이 방식의 근저에는 ‘정부보다는 가계가 자금을 더 잘 운용할 것’이라는 믿음이 깔려 있다.

 

‘알래스카 영구 기금(Alaska Permanent Fund)’은 1976년 만들어졌다. 주법에 따라 알래스카의 자원채굴로 주 정부에 돌아오는 수익의 최고 25%를 기금에 적립하도록 돼 있다. 지난 5월 5일 ‘알래스카 영구 기금’은 펀드 자산이 사상 처음으로 350억달러를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기금은 주식, 채권, 부동산 등에 투자된다. 기금 운용은 외부 민간 전문가에게 맡긴다. 기금은 지난 20년간 평균 10.3%의 수익률을 올렸다.

 

기금은 투자 수익을 알래스카 주민에게 배당 형식으로 직접 나눠준다. 작년엔 1인당 845.76달러를 돌려줬다. 주민이 배당금을 사용하면 수요와 소비가 증가해서 지역경제가 활발하게 움직이게 된다. 캐나다의 앨버타주도 석유에서 나오는 수입으로 펀드를 만들어 운용한 후에 펀드에서 나오는 수익을 주민에게 나눠주고 있다.

 

이 방식은 정부의 부패나 잘못된 투자를 막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후진 석유 수출국의 경우엔 은행계좌가 없는 주민이 많아 기술적으로 적용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또 분배 과정을 투명하게 할 수 있느냐도 논란거리다.

중동에선 바레인과 두바이가 석유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낮추고 있어 ‘석유의 저주’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은 나라로 분류되고 있다. 바레인과 두바이는 이르면 2010년쯤 석유가 고갈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석유가 곧 사라질 나라들이 ‘석유의 저주’에서 먼저 해방되는 것이다.

 



▲ 두바이의 고층건물군.
바레인의 국내총생산(GDP) 중 중앙정부의 비중은 28.3%로 40~65%에 이르는 여타 중동 산유국에 비해 낮다. 개방에도 앞장서고 있다. 바레인은 1995년 중동지역에선 가장 먼저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다. 바레인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인접해 있어 1970년대 이래 중동지역의 오일머니를 다루는 금융중심지의 역할을 해왔다.

 

 현재 50여개의 해외 금융회사들이 활동 중이며 이들의 금융자산은 1000억달러를 넘는다. 바레인은 국제 금융 허브로서의 입지를 강화시키기 위해 2009년까지 ‘바레인 금융항(Bahrain Financial Harbor)’을 완공할 계획이다. 바레인은 2000년 ‘전략적 프로젝트를 위한 적립기금’을 만들고, 9억4000만달러를 적립했다. 이 밖에도 바레인은 중동 최대의 알루미늄 생산국을 목표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바레인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04년 현재 1만2410달러다.

 

중동의 토후국 두바이는 개방을 통해서 외국 자본을 끌어들이면서 중동의 서비스, 금융, 관광의 중심지로 거듭나고 있다. 두바이는 10년 전부터 셰이크 모하메드 왕의 주도로 2011년까지 ‘탈(脫)석유 경제구조’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로 뛰고 있다. 두바이가 속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1인당 국내총생산은 2004년 2만860달러다.

 

한편 미국 등 선발 산유국의 경우에는 제조업과 석유 산업이 서로 견제하면서 균형을 맞춰 발전을 하고 그와 동시에 민주주의 정치 체제를 갖춰 갔기 때문에 ‘석유의 저주’를 겪지 않았다.


[석유의 저주(詛呪)]학자들 “‘자원(資源)의 저주’도 있다”


천연자원이 재산권 보장, 투명성, 정부의 행정능력 등 제도의 발전을 가로막아

 

기름값이 연일 치솟고 있다. 석유를 거의 100%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한국과 같은 나라에는 이만저만한 걱정이 아니다. 고공비행하는 유가를 보며 “운이 좋아서 또는 조상 덕에 좋은 장소에 나라를 세워서 석유가 풍부한 나라들은 얼마나 좋을까”라며 석유 수출국들을 부러워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 사우디아라비아의 빈곤층.
그러나 정작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신기하게도 천연자원이 풍부한 나라의 경제성장률은 그렇지 않은 나라보다 낮다. 즉 풍부한 자원은 행운이 아니라 오히려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저주로 작용하며 이러한 현실을 경제학에서 ‘자원(資源)의 저주(resource curse)’라고 한다.

 

경제의 현실이 상식과 흔히 반대되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자원의 저주’가 그 중 대표적이다. 석유 수출국의 저개발에 초점을 맞춘 ‘석유의 저주’는 ‘자원의 저주’의 부분집합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17세기의 세계 패권을 두고 경쟁하던 네덜란드와 스페인의 경우에 스페인은 신대륙 식민지에서 싣고 온 금과 은이 넘쳐났지만 결국은 자원이 적었던 네덜란드가 성공을 거뒀다. 19세기 들어서도 자원빈국인 스위스와 일본이 자원대국인 러시아를 제쳤다. 20세기엔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던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이 산유국인 멕시코, 나이지리아, 베네수엘라보다 더 잘살고 있다.

 

실제로 각국의 데이터를 모아서 분석해보면 석유와 같은 지하자원이 풍부한 나라보다 사실은 한국과 같이 가진 것은 인력밖에 없는 나라들의 성장률이 더욱 높다. 한 연구에 따르면 1960년대 중반 이후 OPEC 국가들의 경제성장률이 다른 개도국들에 비해 1%포인트 가량 낮다. 개도국 중에서 석유와 천연가스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들은 30개가 넘지만 그 중 상당수가 가난하고 정치적으로 후진적이며 부정부패가 만연해 있다.

 

도대체 어찌된 일일까? 경제학자들은 이미 이 수수께끼와 같은 현실을 이해하기 위해 오랫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특히 천연자원이 어떻게 경제성장을 가로막는가, 즉 그 경로를 분석하는 연구들을 발전시켜 왔다.

 

초기의 경제학 연구들은 천연자원을 많이 수출하는 나라는 수출로부터 외화를 많이 벌어들일 것이고 따라서 자국의 통화가 평가 절상되어 오히려 제조업의 수출을 저해하고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소위 ‘네덜란드 병(Dutch Disease)’이라 불리는데, 네덜란드는 1960년대 북해에서 천연가스를 발견하여 자원수출로 인한 수출이 크게 증가했지만 정작 제조업과 국내 경제가 위축되는 어려움을 겪었다.

 

그밖에도 다른 연구들은 ‘자원이 많은 나라의 경우 흔히 교육이나 산업투자와 같이 경제성장에 핵심적인 부분이 발전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많은 산유국이나 자원부국은 전반적으로 교육수준이 떨어진다’고 보고되고 있다. 게다가 석유 등의 수입에 너무 많이 의존하는 나라들은 대외적인 쇼크에 민감하여 경제적 불안정이 심화되고 이는 투자와 성장을 저해하는 또 다른 요인이 될 수 있다. 즉 풍부한 석유나 광물자원은 신의 축복이 아니며 성장에 핵심적인 중요한 경제활동을 억압해서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보다 최근의 연구들은 천연자원이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로서 사회경제적 그리고 정치적 제도의 발전을 주목하고 있다. 하버드대의 대니 로드릭(Dani Rodrik) 교수 등 많은 경제학자들은 재산권의 보장, 부패의 정도, 정부의 행정능력 등 광범위하게 ‘제도(institutions)’라고 표현되는 요인들이 경제성장에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해왔다. 이들의 연구에 따르면 천연자원이 풍부한 나라의 경우 이를 둘러싼 특권적인 지대(地代·rent)가 발생하고 이 특권적 이윤을 획득한 집단이 사회 전체를 장악하게 된다. 또한 각 사회집단은 자원을 독점하고 지대를 손에 넣기 위해 서로 갈등하게 되고, 따라서 인종 내지는 종족 갈등이 발생하기 쉽고 때로는 내전과 같은 정치불안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 제프리 삭스
실제로 자이레와 같은 아프리카 국가들에서는 자원을 통제하는 소수집단이 국가 전체를 통제하여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했으며 러시아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천연자원의 분배를 놓고 엄청난 부패가 발생하기도 한다. 자원을 둘러싼 심각한 내전, 빈발하는 쿠데타, 군사독재 그리고 가난의 심화 등은 나이지리아를 포함한 많은 자원부국의 슬픈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당연히 성장에 도움이 되는 사회·경제적 그리고 정치적 제도가 발전할 수 없으며 따라서 투자와 경제성장이 낮아진다는 분석이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이론을 통계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실증적인 계량연구를 발전시켜왔다.

 

오랫동안 개발도상국의 빈곤문제를 연구해 온 컬럼비아대 지구연구소 소장 제프리 삭스(Jeffrey Sachs) 교수와 그의 동료 앤드루 워너(Andrew Warner)는 1995년 전미경제연구소(NBER)에 발표한 ‘풍부한 천연자원과 경제성장’이라는 논문에서 “천연자원의 수출 비중이 높은 나라가 경제성장률은 상대적으로 더 낮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같은 논문에서 초기 국민소득이나 투자율, 교육 등 경제성장에 중요한 다른 요인을 고려해도 이러한 결과는 뚜렷함을 보고한 바 있다.

 

한편 경제성장론의 전문가인 컬럼비아대의 자비어 살라이 마틴(Xavier Sala-i-martin) 교수는 2003년 국제통화기금(IMF)의 연구보고서에서 자원이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중요한 고리는 제도라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고했다. 그에 따르면 법질서나 부패 등 제도 변수를 함께 고려해 분석할 경우에 천연자원이 직접적으로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며 제도의 발전을 가로막음으로써 간접적으로 경제성장을 저해한다.

 



▲ 대니 로드릭
또한 그는 농업이나 다른 1차산업과 관련된 자원보다는 석유나 광물 등 지하자원이 ‘자원의 저주’에 더욱 중요하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지하자원이 보다 많은 지대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러한 흥미로운 주장은 조너선 이샴(Jonathan Isham) 등의 연구에 의해서도 확인됐고, 다른 여러 연구들도 풍부한 천연자원은 내전 등 정치적 갈등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거나 소득분배를 악화시켜서 제도의 발달을 저해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결국 최근의 경제학의 연구 경향은 ‘자원의 저주’라는 역설적인 경제현상을 단순히 경제적 변수만 가지고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라는 보다 정치·경제적인 요인을 포함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이전의 연구보다 현실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자면 제도가 제대로 발전되고 자원의 수출에서 나오는 수입이 보다 효율적으로 분배된다면 자원의 저주로부터도 해방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석유의 발견 이후 석유 수입의 사용을 투명하게 감독하는 데 성공한 노르웨이는 ‘자원의 저주’에 빠지지 않았다. 또한 다이아몬드의 채굴을 통해 큰 수입을 올리지만 다른 아프리카 나라들과는 달리 정치적 참여와 제도적 발전 수준이 높았던 보츠와나가 성공적인 경제성장을 보여주었다는 점에 많은 경제학자들이 주목한다. 이러한 사례는 ‘자원의 저주’를 극복하고 이를 어떻게 성공적으로 사용할 것인가에 관한 인간의 의지와 지혜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석유의 저주(詛呪)]석유 수출과 국민소득


영국 석유회사 BP에 따르면 2004년 말 현재 지구상에서 확인된 석유의 매장량은 1조1886억배럴이다. 확인 매장량이라는 것은 현재의 기술로 경제적으로 회수할 수 있는 양을 말한다. 같은 해 세계 각국이 293억배럴의 석유를 캤으니, 이 같은 속도가 지속된다면 지구상의 석유는 40년 후가 되면 고갈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40년 후면 석유 없이 살아야 하는 시대가 올 것인가? 반론도 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회수 가능한 확인 매장량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현재 기술로 경제적으로 회수할 수 있는 양은 궁극적인 가채 매장량의 3분의 1 정도다. 기술 개발이 계속 진행된다면 새 유전이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 해도 가채연수는 3배가 늘어나게 된다.

 

석유고갈에 대한 우려는 이미 1930년대부터 제기됐으며, 1972년 유럽의 미래 연구 기관인 로마 클럽은 ‘성장의 한계 (The Limits to Growth)’ 보고서에서 “석유는 22년 사용분밖에 안 남았다”며 “자원은 언젠가는 고갈될 것이다”라는 경고를 한 바 있다. 하지만 그간 기술 발전으로 확인 매장량은 증가해왔으며 고갈의 시점은 미래로 연기돼 왔다.


[석유의 저주(詛呪)]산유국 국민이 오히려 못산다, 왜 그럴까?


석유 수출하는 개발도상국 국민의 43%는 하루 소득 2달러 이하의 극빈생활
막대한 오일달러가 정치부패, 빈부격차 만들고 경쟁력 있는 제조업 성장에 방해

아프리카 중서부의 내륙국가 차드는 산유국이 된 지 이제 겨우 3년이다. 1975년 석유가 처음 발견됐지만 ‘송유관 건설 비용을 감안하면 경제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아 12억배럴로 추정되는 매장량은 그 동안 ‘그림의 떡’에 불과했다. 그러나 2003년 세계은행의 주선으로 차드의 도바(Doba) 분지에서 이웃 연안국가 카메룬의 크리비(Kribi)항까지 1070㎞의 송유관이 완성되면서 석유 생산이 가능해졌다. 차드는 하루 17만배럴의 석유를 생산해서 수출 3년 만에 이미 4억달러를 벌어 들였다.

 
그런데 석유 생산으로 차드 국민의 삶의 질은 높아졌을까? 유엔이 1인당 실질 국민소득, 평균수명 등을 종합해서 발표하는 인간개발지수 순위에서 차드는 2002년 155위에서 올해 173위로 오히려 더 떨어졌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04년 차드의 1인당 국민소득은 160달러다. 석유가 나지만 정제시설이 부족해 일반 국민은 페트병에 담아 파는 밀수 휘발유를 써야 한다.
 

세계은행은 차드-카메룬 송유관 건설을 주선하면서 차드 정부에 ‘빈곤퇴치에 앞장설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차드 정부는 1998년 석유수익관리법을 제정, “석유 수익의 85%를 보건·교육·농촌개발 등에 사용하고 10%는 미래 세대를 위한 펀드로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일단 석유수출이 가능해지자 차드 정부는 태도를 바꿨다. 올해 초 이드리스 데비(Idriss Deby) 대통령은 “석유 수익의 일부로 반군과 싸우기 위한 무기를 사겠다”고 선언했다.
 

세계은행은 “차드 정부가 약속을 어겼다”고 비난하고 런던에 예치된 석유 수익금을 동결했지만 차드 정부는 “석유 수익을 맘대로 쓸 수 없다면 차라리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했다. 결국 4월 미국의 중재로 세계은행은 석유 수익의 30%가 차드 정부의 금고로 들어가는 데 동의했다. 1990년 이후 16년간 대통령의 권좌를 내놓지 않은 데비 대통령은 지난 5월 16일 3선에 성공했다. 데비 대통령은 작년 3선이 가능하도록 헌법을 개정했다.
 

20세기 초·중반부터 석유를 생산해온 다른 석유수출국의 국민 복지는 신생 산유국인 차드보다는 낫지만 차드와 마찬가지로 ‘석유로 인해 국민이 행복해졌다’는 말을 듣기는 어렵다.
 

하루 870만배럴을 수출하는 세계 최대의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는 2005년에만 석유 수출로 1533억달러를 벌어 들였다. 작년 경제 성장률은 6.2%로 2000년대 초반의 ‘0% 성장의 늪’에서 겨우 벗어나왔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재정은 석유 수익으로 충분하기 때문에 국민은 세금을 내지 않는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의 1인당 국민소득은 1970년대 2만6000달러 수준에서 2004년 1만430달러로 절반으로 떨어졌다. 석유산업 이외에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실업률은 25%에 달하며 실업자는 대부분 20~30대다. 주요 도시 곳곳에는 슬럼가가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02년 10월에야 사상 처음으로 빈곤의 실체를 인정하고 원인과 대책을 조사하는 위원회를 만들었다.
 

막대한 석유 수익은 왕족과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 직원 그리고 공무원에게 집중적으로 돌아간다. 미국의 중동 전문가 로버트 베어가 쓴 ‘악마와의 동침’에 따르면 무려 3만명에 달하는 왕자들은 매달 1만9000달러에서 27만달러에 이르는 왕족 수당을 받는다.
 

하루 219만배럴을 수출하는 아프리카 1위(세계 8위)의 석유 수출국인 나이지리아는 1970~1999년 석유로 2310억달러의 수익을 올렸으나 같은 기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64달러에서 250달러로 오히려 감소했다. 최근 국제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나이지리아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04년 현재 390달러에 불과하다. 국민의 70%는 하루 1달러 이하의 소득으로 살고 있다. 40년 전 이 비율은 27%였다.
 

1999년 취임한 올루세군 오바산조(Olusegun Obassanjo)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나이지리아 전력(電力)을 인구 수로 나누면 30W짜리 전구 하나도 제대로 켜지 못할 정도”라고 개탄했지만 현재도 그 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인구의 75%가 전기의 혜택을 못 받고 있고 전기 없는 어둠 속에서 사는 게 나이지리아의 일상이 돼 버렸다.
 

유전이 집중적으로 몰려있는 니제르 삼각주 지역은 무장반군의 주활동 무대다. 반군은 “나이지리아의 석유 수익을 부패 정권과 다국적 기업이 가져간다”고 주장하고 있다. 6월 초 한국인 근로자 5명을 납치한 나이지리아 반군은 석방조건 중 하나로 석유 수익금 배분을 요구하기도 했다. 송유관에 구멍을 뚫어 원유를 빼가는 일이 다반사다. 지난 5월 12일에는 수도 라고스 인근에서 송유관을 뚫고 기름을 훔치다 폭발이 일어나 200여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베네수엘라는 남미 1위(세계 5위)의 석유 수출국이지만 1인당 국민소득은 세계 평균(6280달러)에 못 미치는 4020달러에 불과하다. 2000~2004년 평균 경제성장률은 -1.3%로 뒷걸음질쳤다. 우고 차베스(Hugo Chavez) 대통령은 1998년 집권한 이후 석유 수익을 빈곤층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했지만 빈곤층 비율은 여전히 인구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국내 기업 중 40%가 문을 닫고 해외로 나가는 국부 유출 현상이 일어났다. 차베스 대통령은 4월 1일 아예 모든 자원의 국유화를 선언하고 나섰다.

 

20세기 초반부터 석유를 대량 생산했던 베네수엘라는 벌써 수차례 석유산업의 국유화와 민영화를 반복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높을 때 국유화를 통해 석유를 팔아 얻은 부로 대형 공공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국영회사의 임금을 올려주는 등 흥청망청 쓰다가 유가 하락으로 타격을 받으면 외국 자본을 끌어들이거나 국제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재정을 메워왔다.

 

이렇듯 석유 수출국들이 경제발전에 뒤처지고 국민의 삶의 질도 향상시키지 못하는 것은 우연히 한 나라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로서는 부러워하는 일이지만 많은 석유 수출국들에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검은 황금(Black Gold)’이라는 석유가 국민에게는 축복이 되지 않는 역설을 ‘석유의 저주(Oil Curse)’라 한다.
 

세계은행 등에 따르면 50여개의 개발도상국이 석유, 가스 등의 생산에 정부 재정을 의존하고 있으며 이들 나라의 인구는 35억명에 달한다. 그 중 43%인 약 15억명이 하루에 2달러 이하의 소득으로 살고 있다.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즈(Foreign Affairs)’는 2004년 8월 “석유 수출국 34개국 중 12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1500달러를 넘지 못하고, 3분의 2는 민주적인 정부가 없다”고 보도했다. 2004년 현재 석유 수출국 34개국 중 1인당 국민소득이 세계 평균(6280달러)을 넘는 나라는 8개국에 불과했다.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의 저자인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만은 최근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의 기고문에서 “국제유가가 오르면 언론의 자유, 자유선거 등 산유국의 자유도는 감소하는 역관계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마이클 로스(Michael Ross) UCLA 교수가 석유 수출 의존도가 높은 20개국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상위 6개국 중 앙골라, 예멘, 콩고 민주공화국 등 3개국이 세계은행 기준의 극빈국(Highly-indebted poor country)에 속했다. 또 20개국 중 5개국에서 1990년대에 내전이 일어났다.
 

선진국이라고 ‘석유의 저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석유의 저주’의 원조는 ‘네덜란드 병(病)’이다. 1960년대 말 북해에서 대규모 가스전을 발견한 네덜란드는 돈방석에 앉는 듯했다. 하지만 갑자기 늘어난 오일달러로 자국의 통화가치는 상승했고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아지면서 제조업의 수출 경쟁력은 급감했다.
 

가스전으로 늘어난 재정수입은 산업 현대화 등에 투자하지 않고 사회보장제도의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해 사용했다. 결국 1980년대 초 재정적자가 누적되고 실업자가 급증하는 경제위기를 맞게 됐다. 1981년 -0.5%, 1982년 -1.2%로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에 빠졌고 매월 1만여명이 새로 실업자군에 합류하면서 실업률은 12%에 이르렀다.
 

1960년대 이전 세계 석유시장을 BP, 엑슨, 모빌(엑슨모빌로 합병), 로열 더치 셸, 셰브론, 텍사코(셰브론텍사코로 합병), 걸프 등 석유 메이저가 장악하고 있던 때에는 ‘산유국의 부(富)를 이들 메이저가 가져가 산유국이 경제발전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높았다. 하지만 1960년대부터 자원 민족주의가 등장하고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등이 석유산업을 국유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나라가 ‘석유의 저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석유의 저주’를 실감했던 때는 1980~1990년대였다. 1970년대 두 번의 오일쇼크를 통해 막대한 오일머니를 축적한 산유국들은 고속도로 등 하드웨어 투자에 많은 돈을 썼다. 거대한 정부청사, 도서관, 병원 등이 세워졌다. 하지만 정부가 투자를 주도하면서 민간의 성장은 미미했고 결국 ‘석유 수출, 소비재 수입’의 무역구조가 고착화됐다. 경쟁력 있는 제조업은 육성되지 못했다.
 

1980년대 중반 배럴당 8달러까지 유가가 급락하자 석유 수익에 의존한 산유국들의 재정은 급격하게 악화됐고 기반시설 투자를 위한 재원은 외채를 끌어다가 메워야 했다. 1998년에 다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선까지 떨어졌을 때는 최대 석유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조차 파산 직전까지 갔다. 민간엔 일자리가 없어 실업률이 급증했다. 석유 수출국들은 2002년 들어 국제유가가 흑자 재정을 유지할 수 있는 배럴당 25달러 선을 회복하자 겨우 숨을 돌렸다.
 

‘석유의 저주’는 왜 생겨나는 것일까? 우선 자본집약적인 석유산업의 구조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석유산업은 농업과 달리 미숙련 노동력이 일자리를 구할 수 없다. 또 석유는 일부 지역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기술과 석유채굴지를 가진 소수만이 부를 획득할 수 있다. 붐이 일어도 그 이익이 경제 전체로 퍼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민주주의가 발달하지 않았고 사회가 투명하지 않은 후진 산유국 정부는 당연히 부패하기도 쉽다. 산유국 정부는 세금이나 국유화를 통해서 용이하게 석유 수익을 획득할 수 있으므로 석유기업과 정치인은 막대한 석유 수익을 두고 담합하기 쉽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생산원가는 배럴당 1.5~2달러에 불과하다. 올 6월 현재 OPEC의 원유 기준가는 배럴당 60달러 선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배럴당 1달러만 올라도 26억달러의 국가수입이 늘어난다. 이런 막대한 수입을 두고 정치권은 ‘내 입맛대로 석유 수익을 쓰고 싶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그래서 후진 산유국에서 독재자를 위한 기념물 건립이나 무기 구입 등 비생산적인 부분에 석유 수익을 쓰는 일이 잦다.
 

국제 시민단체(NGO)들은 “산유국이 ‘석유의 저주’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석유 자금이 생산적인 부분에 쓰여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산유국 정부와 석유기업의 자금 흐름이 투명하게 밝혀지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국의 토니 블레어(Tony Blair) 총리는 2002년 이 같은 내용으로 채취산업투명성기구(EITI)의 설립을 제안했고 현재도 그 활동을 독려하고 있다.
 

아제르바이잔, 콩고, 가나, 키르기스, 나이지리아, 사웅토메프린시페(서부 아프리카의 소국), 동티모르, 트리니다드토바고 등이 EITI의 공개 기준을 따르겠다고 약속했다. 세계적인 투자가 조지 소로스(George Soros)가 후원해서 2002년 설립된 ‘원유 수입 지불액 공개(Publish What You Pay)’ 캠페인도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경제학에서는 전통적으로 생산을 위해 필요한 생산요소를 크게 노동, 자본, 토지 등으로 분류해 왔다. 하지만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변화하면서 자원이라는 새로운 생산요소의 중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하였다. 
 

19세기 이전까지만 해도 가장 경제적으로 번성한 국가들은 비옥한 토지를 소유한 국가들이었다. 옥스퍼드대학의 오르크(Kevin H. O'Rourke) 교수와 하버드대학의 윌리엄슨(Jeffrey G. Williamson)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1870년대 호주, 미국, 캐나다의 실질임금은 유럽의 어느 국가보다도 높은 수준이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두 교수는 또한 초창기 많은 유럽인들이 신대륙으로 이주한 주된 이유 중 하나는 금광이나 은광을 찾아 이동한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신대륙의 비옥하고 풍부한 토지 때문이라는 연구결과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처럼 농경사회에서 경제적 부를 거두는 가장 대표적인 수단이 바로 토지였다. 


노동, 자본, 토지, 그리고 자원

하지만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천연자원의 중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하였고, 일반적으로 천연자원을 많이 보유한 국가들이 경제적으로 부강한 국가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대표적인 천연자원인 석탄은 18세기 철강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또한 석탄을 사용한 증기기관은 공장을 가동하거나 기차나 선박을 움직이는 중요한 원료였다. 다시 말해 석탄은 교역과 경제활동의 중요한 촉매제가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항상 경제성장을 달성한 것은 아니다. 19세기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있던 이집트(면화), 칠레(구리), 쿠바(설탕), 페루(구아노) 등 많은 국가들이 경제성장을 달성하는 데 실패했다. 오히려 빈약한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있던 한국, 일본, 대만 등의 국가들은 높은 경제성장을 달성하기도 하였다. 
 

이상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풍부한 자원이 해당 국가의 경제발전에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오히려 풍부한 자원이 해당 국가의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논의가 전개되기 시작하였다. 이를 흔히 ‘자원의 저주(Resource curse)’라 한다.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한 국가들이 경제성장을 달성하지 못하는 ‘자원의 저주’를 겪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학자들이 흔히 지적하는 요인으로는 ‘과잉소비’를 들 수 있다. 사실 자원개발로 인해 예상치 못한 소득 증가를 누릴 수 있지만, 이러한 소득 증대효과는 오랫동안 지속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해당 자원이 고갈되거나 혹은 대체자원이 개발되기도 하며, 새로운 공급자가 등장하여 해당 자원의 가격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소득이 다시 낮아지지만, 해당 국가는 활황기 때의 소비 수준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어, 결국 낮은 저축률과 낮은 투자율을 초래하게 된다. 이러한 낮은 저축률과 투자율은 다시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심지어 활황기가 지속될 것이라는 가정 하에 무리한 차입을 통한 과잉 투자를 감행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차입은 활황기가 끝나고 나면 오히려 해당 국가의 경제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자원의 저주가 발생하는 또 다른 이유로는 풍부한 자원이 오히려 산업구조를 왜곡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풍부한 천연자원을 확보한 국가들은 자국 내에서 필요한 여러 소비재 내지 생산재를 외국에서 수입해 오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제조업 제품을 수입에 의존하게 되면 이와 관련된 자국의 산업이 위축되기 쉽다. 실제로 1960년대 네덜란드 해안 지역에서 천연가스가 발굴된 적이 있다. 그러나 당시 네덜란드는 천연가스 개발로 인해 오히려 제조업의 위축을 경험하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을 ‘네덜란드병(Dutch disease)’이라고 한다. 과거 대항해시대에는 스페인이 남아메리카로부터 막대한 금과 은이 유입되면서 이러한 금과 은을 통해 여타 유럽 국가로부터 많은 제조업 제품을 수입한 바 있다. 하지만 신대륙으로부터 유입되는 금과 은이 차단되면서 스페인 역시 극심한 경기 침체를 경험했다. 


자원의 효율적 활용, 경제적 성과로 이어져

그렇다면 천연자원은 경제발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이 문제에 대해 합의된 견해를 찾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경제학자들은 경제발전에 있어 자원 보유 여부보다는 보유한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  
 

중국은 엄청난 석탄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중국의 석탄 산지는 주요 경제활동 중심지와는 거리가 먼 산시성 등 서북부 지역에 위치해 있었으며, 수상 운송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곳이었다. 따라서 풍부한 천연자원을 활용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산업혁명의 발원지인 영국의 경우 석탄 매장지가 경제 중심지부근에 있었으며, 육상 내지 수상으로 운송이 편리했다는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다. 뿐만 아니라 영국의 석탄 매장지는 상습적인 홍수 지역으로 물을 빼내기 위한 도구가 절실히 필요했던 지역이다. 영국은 석탄을 활용한 증기엔진을 개발해 물을 빼내는 데 제일 먼저 사용했다. 시카고 대학의 역사학자 포머란즈(Kenneth Pomeranz) 교수에 따르면, 초기 증기엔진은 효율성이 낮고, 부피도 커서 물을 빼내는 용도 이외에는 적절한 용도를 찾기 어려웠다고 한다. 하지만 풍부한 천연자원과 이를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는 동기부여 상황 등을 기반으로 증기엔진을 계속해서 발전시켜 왔으며, 그 결과 산업혁명이라는 커다란 경제적 성과를 거두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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