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6년 8월 13일자 『조선중앙일보』4면과 『동아일보』지방판 조간 2면 및 1936년 8월 25일자 『동아일보』 2면에 베를린올림픽대회마라톤 우승자 손기정(孫基禎)선수의 사진을 게재하면서, 유니폼에 그려진 일장기를 없애버린 사건.
1936년 8월 독일 베를린에서 거행된 올림픽대회에 일본 대표단의 일원으로 소수의 우리 선수가 몇 개 종목에 참가하였다.
그리고 마라톤부문에서 손기정·남승룡(南昇龍) 두 선수가 우승후보로 지목되었다. 1935년 3월에 있었던 올림픽파견 마라톤예선대회에서 손기정은 2시간 26분 14초라는, 당시 세계기록 2시간 31분 37초보다 5분이나 앞서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기 때문이다.
올림픽의 꽃이라는 마라톤 경기가 시작된 8월 9일 밤 11시(한국시간)에 한밤중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군중이 보도기관 앞에 모여들었다. 다음날 새벽에 손기정선수가 우승하였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손기정의 기록은 2시간 29분 19초 2로, 세계인류의 꿈인 2시간 30분의 벽을 깬 것이다. 당시의 민간지 『동아일보』·『조선일보』·『조선중앙일보』는 연일 대대적으로 손기정의 우승을 보도하였다.
그런데 『조선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월계관을 쓴 손기정의 사진을 입수하여 각기 8월 13일자에 게재하면서 손기정의 유니폼 가슴에 그려져 있는 일장기를 지워서 실었는데, 이때까지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동아일보』가 다시 8월 25일자 기사에서 손기정 유니폼의 일장기를 지워서 실었는데, 이것을 일본관헌이 발견하고 문제 삼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사진의 일부를 기술적으로 첨삭하는 일은 가끔 있어왔기 때문에, 눈에 거슬리는 일본국기를 지워버리는 일에 『조선중앙일보』·『동아일보』 제작 당사자들은 서로서로 마음이 통한 것이었다.
결과
일장기말소사건으로 『동아일보』는 8월 29일자로 무기정간 처분을 당하였고, 『조선중앙일보』는 9월 5일부로 자진해서 휴간하였다. 특히 1920년 4월 창간된 이래로 『동아일보』는 네 번째로 무기정간을 당한 것인데, 사진게재가 문제된 것은 처음이기도 하지만 세계언론사상 그 예가 드문 것이다.
이 사건으로 『동아일보』의 송진우(宋鎭禹)사장·김준연(金俊淵)주필·설의식(薛義植)편집국장 등이 자리를 물러났다. 그리고 사회부의 현진건(玄鎭健)부장과 이길용(李吉用)·장용서(張龍瑞), 조사부의 이상범(李象範)화백, 사진부의 신낙균(申樂均)·백운선(白雲善)·서영호(徐永浩), 그리고 『동아일보』의 자매지인 월간 『신동아』에 전재한 책임으로 최승만(崔承萬)잡지부장 등 8명의 사원이 구속되었다.
이들 구속자들은 40여 일의 고초를 겪은 끝에, ① 언론기관에 일절 참여 하지 않을 것 ② 시말서를 쓸 것 ③ 다른 사건이 있을 때에는 가중 처벌을 각오할 것 등의 서약서에 서명하고 풀려났다. 『동아일보』는 약 9개월간의 장기정간 후 1937년 6월 3일자로 속간되었다.
공무원 두문자 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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