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내각제(의회제)의 시초는 영국이다.
1714년, 영국에서 자식이 없던 앤 여왕이 사망하고, 왕위 계승법에 따라 독일 하노버의 선제후인 조지 1세가 영국의 왕위에 오르게 된다.[9] 그런데 신임 국왕이 독일 출신이라 영어를 할 줄 몰랐고[10], 노령이라서 국가 통치에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게다가 마지못해 계승한 왕위라서 (영국)정치에 별 관심도 없었고, 의회에 나가는 것도 좋아하지 않았다.[11]
그렇게 지내다가 1720년에 사우스 시 버블 붕괴사건이 일어나게 되는데, 이 사건에 정부의 고위 관리들이 연계되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혼란은 더욱 심해졌다. 당시 재정 전문가 로버트 월폴은 조지 1세의 명으로 사태 수습에 나서게 되는데, 어느 정도 혼란이 수습이 되면서 조지 1세는 월폴을 신뢰하게 되고, 어차피 흥미가 없었던 정권을 아예 월폴에게 맡기게 된다. 현재의 영국 총리의 공식 직함 중 제1재무경(First Lord of the Treasury)이 아직도 남아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리하여 1721년에 로버트 월폴은 조지 1세의 신임에 따라 전권을 가지고 왕을 대신하여 장관회의를 실질적인 행정을 담당하는 내각으로 전환하게 되는데, 이것이 영국식 의원내각제의 본격적인 시작이다. 또한, 월폴은 의회에서 다수당의 당수이자 내각의 장으로써 수상이 되었고, 영국의 초대 수상이 된다. 그 결과, 수상과 내각은 의회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부담하게 되었고, 왕은 정치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을 내어준 채 명목상의 왕으로만 존재하게 된다.
의원내각제(의회제) 議院內閣制
Parliamentary System
정부 형태 중 하나로, '내각책임제', '내각제', '의회제', '의회중심제', '의회정부제'라고도 부른다. 원어의 의미를 고려한다면 이들 용어 중 '의회제'라는 명칭이 가장 정확한 번역이다. 대통령중심제와 더불어 현대 민주주의 국가의 대표적인 정부 형태다.
대통령 중심제에서는 국가원수 및 정부수반의 지위가 대통령이라는 한 사람에게 귀속되는 반면, 의원내각제에서는 일반적으로 국가원수와 정부수반이 서로 다른 인물이다. 따라서 국가원수의 권한[2]과 행정부 수반의 권한이 서로 다른 2인에게로 분산되어 있다.
즉, 전자의 권한은 대통령(공화제인 경우) 또는 군주(입헌군주제인 경우)가 가지고, 후자의 권한은 총리가 가진다. 한편 정부수반인 총리는 의회에서 선출[3]하며, 총리는 의회에 대하여 국정의 책임을 지는데, 이를 다른 말로 '정부의 성립과 존속이 의회의 신임 여부에 달려 있다.'고 표현한다.[4]
이 제도는 영국에서 시작했으므로 이 제도를 지칭하는 명칭의 원어는 당연히 영어로서, Parliamentary system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러한 원어의 뜻을 고려하면 의원내각제라는 번역보다는 '의회제' 또는 '의회정부제'라고 번역함이 보다 적절하다 할 것이다.
보편적 명칭인 '의원내각제'는 시초 국가인 영국을 포함하여 해당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내각의 각료(총리, 장관)가 되려면 먼저 선거를 통해 의원으로 선출되어야만 하는 절차가 존재하는 것에서 기인한 것이다.[5]
또한 이 제도에서 정부는 이른바 책임정부(Responsible government)의 원칙[6]하에 운영되기 때문에, '내각책임제'라 부르기도 한다. 한국에선 의원내각제와 내각책임제, 또는 그냥 줄여서 내각제라고 부르는 게 일반적이다.[7]
대통령 중심제는 선거를 통해 구성된 기관이 대통령과 의회, 즉 두 곳이므로 민주적 정당성이 이원화되어 있다고 표현하는 반면, 내각제는 선거를 통해 구성된 기관이 의회 한 곳이므로 민주적 정당성이 일원화되어 있다고 표현한다. 이와 관련하여 행정부 수반에 대한 직선제와 간선제를 대통령중심제와 내각제의 차이라고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오해다.
물론 내각제는 국민 대표자들의 모임인 의회에서 행정부 수반을 선출하므로 명백히 간선제이지만, 대통령 중심제 역시 간선제를 채택할 수 있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는 나라들이 꽤 있다. 가령 대한민국도 과거엔 대통령 중심제면서 간선제로 대통령을 선출하였다. 미국도 형식적으로 보면 간선제다. 다만 대통령 중심제에서 대통령 간선제를 채택할 경우, 의회에서 선출하는 것은 아니고, 따로 대통령 선출기구를 두게 된다.
이 제도는 영국에서 17세기 시민 혁명 이후 태어난 웨스트민스터식 의회제도에 기원을 두고 있으나, 이후 여러 나라에서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자기들 나라의 나름의 사정에 맞추어 변형하여 사용하다보니, 세부적으로는 매우 다양한 형태가 생겨나게 되었다.
현 시점에서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가가 채택하고 있는 정부 형태이며, 소위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국가들의 대다수가 채택하고 있는 제도다. 게다가 일부 개발도상국에서도 전환 과정에 대해서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