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절】국어의 음운 현상과 표준 발음
[5]자음 축약
두 개의 자음이 하나의 소리로 줄어드는 현상.
※음운 축약(音韻縮約, contraction): 두 음운이 한 음운으로 줄어드는 현상. 음운이 줄어드는 현상에는 음운 축약과 음운 탈락이 있는데 이들은 발음상 노력 경제성의 작용으로 일어나게 된다. 음운이 줄어들되 하나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 특성은 살아서 합류하는 것을 음운축약이라고 한다. 모음 축약과 자음 축약으로 나눌 수 있다. 자음 축약에서 경음화 현상은 떡국>떠꾹, 집벌>지뻘, 기음화 현상은 낙하>나카, 좋고>조코, 많다>만타 등이 있다. 모음 축약에는 아이>애>오이>외, 보아>봐, 모이어>모여, 치어>쳐 등이 있다.
1.유기음화(격음화)
'ㅎ'의 뒤와 앞에 안울림예사소리 'ㄱ, ㄷ, ㅈ, ㅂ'이 인접해 있을 때 두 음운이 축약되어 거센소리(유기음) 'ㅋ, ㅌ, ㅊ, ㅍ'으로 발음되는 것. 격음화 현상(激音化 現象) 또는 거센소리되기라고도 한다. 현대국어에는 'ㅎ' 받침을 가진 명사가 없으므로, 이 현상은 'ㅎ'으로 끝나는 어간이나 접미사 '하-'를 가진 어간과 'ㄷ, ㅈ, ㄱ'으로 시작하는 어미가 통합되는 활용형에서만 나타난다. <보기> 조코(좋+고), 조치(좋+지), 편코(편하+고).
그러나 중세국어 시기에는 곡용(曲用)에서도 이 현상이 있었다. <보기> 하콰(하+과), 하토(하+도)]. 그리고 중세 이전 시기에는 'ㅂ, ㄷ, ㅈ, ㄱ'과 'ㅎ'이 통합할 때에도 이 현상이 일어났다. <보기> 자피다(잡執+히+다), 가티다(갇囚+히+다), 마키다(막防+히+다) 등.
(1)순행적 유기음화(有氣音化): 용언의 어간 받침 'ㅎ, ㄶ, ㅀ'에 어미나 접미사의 첫소리 'ㄱ, ㄷ, ㅈ'이 이어진 환경에서 두 음운이 축약되어 거센소리가 된다.
놓고[노코] 좋던[조턴] 쌓지[싸치] 많게[만케] 않던[안턴] 닳지[달치] 끊기다[끈키다] 앓고[알코] |
☞ 끊기다[끈기다]는 비표준 발음이다.
(2)역행적 유기음화: 앞말의 받침 'ㄱ, ㄷ, ㅂ' 뒤에 뒷말의 첫소리 'ㅎ'이 이어지면 두 음운이 축약되어 거센소리가 된다. 체언과 조사, 합성어나 파생어의 어근과 접사, 단어와 단어가 연결될 때 일어난다. 'ㅎ'이 탈락되어 받침이 뒤의 첫소리로 연음되는 것은 틀린 발음이다.
떡하고→[떠카고]/[떠가고](×), 밥하고→[바파고]/[바바고](×), 가족한테→[가조칸테]/[가조간테](×), 옷하고→[옫하고]→[오타고]/[오다고](×), 숫하다→[숟하다]→[수타다]/[수다다](×), 꽃하고→[꼳하고]→[꼬타고]/[꼬다고](×), 팥하고→[팓하고]→[파타고]/[파다고](×), 이웃한테→[이욷한테]→[이우탄테]/[이우단테](×), 몫하고→[목하고]→[모카고]/[모가고](×), 닭한테→[닥한테]→[다칸테]/[다간테](×), 값하고→[갑하고]→[가파고]/[가바고](×), 맏형→[마텽]/[마뎡](×), 겉흙→[걷흑]→[거특]/[거득](×), 첫해→[첟해]→[처태]/[처대](×), 착하다→[차카다]/[차가다](×), 답답하다→[답따파다]/[답따바다](×), 깨끗하다→[깨끋하다]→[깨끄타다]/[깨끄다다](×), 국화(菊花)→[구콰]/[국과](×), 집행(執行)→[지팽]/[지뱅](×), 양극화(兩極化)→[양그콰]/[양그과](×), 각하(却下)→[가카]/[가가](×), 입학(入學)→[이팍]/[이박](×), 협회(協會)→[혀푀]/[혀뵈](×), 먹히다→[머키다], 밝히다→[발키다], 좁히다→[조피다], 넓히다→[널피다], 꽂히다→[꼬치다], 앉히다→[안치다], 쪽빛 하늘→[쪽삗하늘]→[쪽삐타늘]/[쪽삐다늘](×), 집 한 채→[지판채]/[지반채](×), 옷 한 벌→[옫한벌]→[오탄벌]/[오단벌](×), 낮 한때→[낟한때]→[나탄때]/[나단때](×), 꼿 한 송이→[꼳한송이]→[꼬탄송이]/[꼬단송이](×) |
※ ① 놓고→[노코]: 자음 축약(유기음화)
② 놓소→[노쏘]: 자음 축약(경음화)
③ 놓네→[논네]: 비음화
④ 놓은→[노은]: 'ㅎ' 탈락
⑤ 앓네→[알레]: 'ㅎ' 탈락, 설측음화
▣ 주의할 점
울림소리 받침 뒤에 이어지는 실질 형태소의 첫소리 'ㅎ'을 탈락시켜 발음하는 것은 맞지 않다. <보기> 심화(深化)→[심화](○)/[시뫄](×), 순화(醇化)→[순화](○)/[수놔](×), 영 화(榮華)→[영화](○)/[영와](×), 설화(說話)→[설화](○)/[서롸](×)
2.된소리되기(경음화)
받침 'ㅎ, ㄶ, ㅀ' 뒤에 'ㅅ'이 이어지면 두 음운이 축약되어 'ㅆ'으로 발음된다.
놓소→[노쏘] 닿습니다→[다씀니다] 많소→[만쏘] 싫습니다→[실씀니다] |
[6]모음동화(母音同化, vowel assimilation)
모음이 직접 또는 간접으로 다른 모음이나 자음이 가진 자질에 영향을 받아서 그에 같거나 같은 성질의 모음으로 되는 현상. 모음동화에는 모음의 자질에 의한 모음동화와 자음의 자질에 의한 모음동화가 있다. 전자의 예로는 모음조화와 움라우트(또는 'ㅣ'모음역행동화)가 있으며, 후자의 예로는 원순모음화와 전설고모음화가 있다. 한국어에서 모음조화는 근대국어 이전에는 형태소 내부에서 엄격하게 지켜졌는데, 앞 음절 모음의 자질에 동화되는 순행동화이다. <보기> 알록달록, 얼룩덜룩.
움라우트는 전설고모음 'l'나 반모음의 영향으로 그 앞의 모음이 전설모음으로 바뀌는 역행동화이다. <보기> 애비(아비), 에렵다(어렵다).
한편 원순모음화는 'ㅡ'가 그 앞의 양순음의 자질에 동화되는 순행동화이며, 전설고모음화는 'ㅡ'가 그 앞의 경구개음이나 치경마찰음의 자질에 동화되는 순행동화이다. <보기> 물(믈), 칡(츩), 씰개(쓸개).
즉, 모음과 모음, 자음과 모음이 인접할 때 모음이 다른 모음을 닮거나 모음이 자음을 닮아 변하는 현상을 모음동화라고 한다. 모음동화는 개인적 차이에 따라 일어나는 수의적 음운 현상이므로 원칙적으로 표준 발음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1.전설모음화
전설모음화는 후설모음이 어떤 환경에서 전설모음으로 바뀌는 것. 우리말에서 전설모음은 표준어로 인정하지 않지만 북한에서는 표준어로 인정하여 실제 언어생활에 반영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말에서 전설모음화는 김포 방언이나 남부 방언에서 주로 나타난다. 김포 방언 중 '비시커다(비슷하다)', '주치똘(주춧돌)', '깍띠기(깍두기)'와 같은 예를 찾을 수 있다. 이처럼 전설모음화는 주로 치잘음(ㅅ, ㅈ, ㅊ, ㅉ)과 함께 쓰여 'ㅡ'나 'ㅜ'가 'ㅣ'로 되는 경우가 있다. 남부 지방에서 볼 수 있는 사투리로 '면장'이 '멘장', '벼'가 '베' 등으로 발음하는 경우도 있다. 이와 같은 전설모음화는 말할 때 노력을 덜 들이기 위해 혀의 위치를 바꾸지 않고 발음하게 되므로 생긴다. 이는 말의 경제성을 추구하는 방식이지만 우리말에서는 표준어로 인정하지 않으므로 표기하거나 발음할 때 혼동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순행동화와 역행동화는 동화주(同化主), 즉 동화를 일으키는 음운의 위치와 관련이 있는 법칙이다. 순행동화는 '신라[실라]'와 같이 동화주가 앞에 있고 역행동화는 '굳디[구지]'와 같이 동화주가 뒤에 있다. '신라[실라]'는 'ㄴ+ㄹ→ㄹ+ㄹ'로 변한 예로 동화주가 'ㄹ'이고 '굳이[구지]'는 'ㄷ+ㅣ→ㅈ+ㅣ'로 변한 예로 동화주가 'ㅣ'로 순행동화는 뒷음절에 영향을 주고 역행동화는 앞 음절에 영향을 주는 것이 보편적이다. 원순모음화나 전설모음화 역시 '믈'이 'ㅁ'의 영향으로 'ㅡ'에서 'ㅜ'로 바뀌는 것처럼 뒤 음절이 변하고 '주치똘(주춧돌)'이 'ㅊ'의 영향으로 'ㅜ'에서 'ㅣ'로 바뀌는 것처럼 뒤 음절이 변하므로 순행동화에 가까운 현상으로 보는 것이 올바르다.
(1) 'ㅣ'모음동화: 앞이나 뒤의 'ㅣ' 모음이 다른 모음에 영향을 주어 후설모음이 전설모음으로 바뀌는 음운 현상.
※ 전설모음(前舌母音): 혀의 앞쪽에서 발음되는 모음(母音). 우리말에는 'ㅣ, ㅔ, ㅐ, ㅟ, ㅚ' 따위가 있다. '앞혀홀소리', '앞홀소리'라고도 한다.
※ 후설모음(後舌母音): 혀의 뒤쪽과 여린입천장 사이에서 발음되는 모음. 'ㅜ, ㅗ' 따위가 있다. '뒤혀홀소리', '뒤홀소리'라고도 한다.
① 'ㅣ' 모음 순행동화: 용언의 어간 끝음절 모음 'ㅣ'가 어미 첫소리인 후설모음(단모음)을 'ㅣ' 선행 이중모음으로 바꾸는 현상이다.
살리어→[살리여] 개어→[개여] 되어→[되여] 베었다→[베엳따] 희어서→[희여서] 외에는→[외예는] 사귀어서→[사귀여서] |
※ 순행동화(順行同化): 뒤의 음이 앞의 음의 영향을 받아 그와 비슷하거나 같게 소리 나는 현상. '종로'가 '종노'로 발음되는 것 따위이다.
▣주의할 점
표준 발음으로 인정되는 'ㅣ' 모음 순행동화
되어→[되어/되여] 피어→[피어/피여] 이오→[이오/이요] 아니오→[아니오/아니요]
② 'ㅣ' 모음 역행동화: 앞 음절의 후설모음 'ㅏ, ㅓ, ㅗ, ㅜ, ㅡ' 뒤에 'ㅣ'나 'ㅣ'가 포함된 음절이 이어지면 앞 음절의 후설모음이 전설모음 'ㅐ, ㅔ, ㅚ, ㅟ, ㅣ'로 발음되는 현상.
아비→[애비] 아기→[애기] 가자미→[가재미] 어미→[에미] 구더기→[구데기] 고기→[괴기] 죽이다→[쥐기다] 뜯기다→[띧기다] |
※ 역행동화(逆行同化): 어떤 음운이 뒤에 오는 음운의 영향을 받아서 그와 비슷하거나 같게 소리 나는 현상. '먹는다'가 '멍는다'로, '해돋이'가 '해도지'로 발음되는 것 따위이다.
(2)전설 자음에 의한 전설모음화: 전설 자음 'ㅅ, ㅆ, ㅈ, ㅉ, ㅊ' 뒤에 후설모음인 'ㅡ, ㅜ'가 이어져 음절을 이룰 때 그 음절 안에서 후설모음이 전설모음 'ㅣ'로 발음되는 현상.
까슬까슬→[까실까실] 메스껍다→[메시껍따] 으스대다→[으시대다] 부수다→[부시다] 수줍다→[수집따] 망측하다→[망치카다] 복슬강아지→[복씰강아지] |
2.원순모음화(圓脣母音化)
양순음 'ㅂ, ㅃ, ㅍ, ㅁ' 다음에서 비원순모음 'ㅡ(ㆍ)'가 원순모음 'ㅜ(ㅗ)'로 바뀌는 음운 현상을 뜻한다. 중세국어 '믈[水], 블[火], 플[草]'이 근대국어 특히 17세기 말엽 이후 '물, 불, 풀'로 원순모음화되었다.
용언의 활용에서도 '남+은>나문', '입+은>이분', '깊+은>기픈>기푼' 등과 같이 수의적으로 원순모음화가 이루어졌다. 중세국어의 모음 'ㆍ'가 'ㅗ'로 바뀐 것도 원순모음화의 하나이다. 예를 들어 'ㅁㆍㄹ[馬]', 'ㅂㆍㄼ다[蹈]' 등이 남부 방언에서는 '몰, 볿다'등으로 바뀌었다.
기쁘다→[기뿌다] 슬프다→[슬푸다] 오므리다→[오무리다] 저버리다→[저부리다] 아버지→[아부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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