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부가(庸婦歌)
흉보기도 싫다마는 저 부인(婦人)의 거동 보소/시집 간 지 석 달 만에 시집살이 심하다고
친정에 편지하며 시집 흉을 잡아내네
게염할사 시아버니 암상할사 시어머니/고자질에 시누이와 엄숙하기 맏동서라
요악(妖惡)한 아우 동서 여우 같은 시앗년에
드세도다 남녀 노복(男女奴僕) 들며 나며 흠구덕에
남편이나 믿었더니 십벌지목(十伐之木) 되었에라/여기저기 사설이요 구석구석 모함이라
시집살이 못 하겠네 간숫병을 기울이며
치마 쓰고 내닫기와 봇짐 싸고 도망질에 오락가락 못 견디어/승(僧)들이나 따라갈까.
긴 장죽(長竹)이 벗이 되고/들구경 하여 볼까 문복(問卜)하기 소일(消日)이라
겉으로는 시름이요 속으로는 딴 생각에/반분대(半粉黛)로 일을 삼고 털 뽑기가 세월이라
시부모가 경계(警戒)하면 말 한마디 지지 않고/남편이 걱정하면 뒤받아 맞넉수요
들고 나니 초롱군에 팔자나 고쳐 볼까/양반 자랑 모두 하며, 색주가(色酒家)나 하여 볼까
남문 밖 뺑덕어미 천성(天性)이 저러한가/배워서 그러한가 본 데 없이 자라나서
여기저기 무릎맞침 싸움질로 세월이며/남의 말 말전주와 들면서 음식 공론
조상(祖上)은 부지(不知)하고 불공(佛供)하기 위업(爲業)할 제
무당 소경 푸닥거리 의복(衣服)가지 다 내주고/남편 모양 볼작시면 삽살개 뒷다리요
자식 거동 볼작시면 털 벗은 솔개미라/엿장사야 떡장사야 아이 핑계 다 부르고
물레 앞에 선하품과 씨아 앞에 기지개라/이 집 저 집 이간질과 음담패설 일삼는다
모함(謀陷) 잡고 똥 먹이기 세간은 줄어 가고 걱정은 늘어 간다
치마는 절러 가고 허리통이 길어 간다/총 없는 헌 짚신에 어린 자식 들쳐 업고
혼인 장사(葬事) 집집마다 음식 추심(推尋) 일을 삼고
아이 싸움 어른 쌈에 남의 죄에 매 맞히기/까닭 없이 성을 내고 의뿐 자식 두다리며
며느리를 쫓았으니, 아들은 홀아비라/딸자식을 다려오니 남의 집은 결딴이라
두 손뼉을 두다리며 방성대곡(放聲大哭) 괴이하다
무슨 꼴에 생트집에 머리 싸고 드러눕기
간부(姦夫) 달고 달아나기 관비정속(官婢定屬) 몇 번인가
무식한 창생(蒼生)들아, 저 거동을 자세 보고
그른 일을 알았거든 고칠 개(改) 자 힘을 쓰소/옳은 말을 들었거든 행하기를 위업하소
시어 풀이
* 게염하다 : 시새워서 탐내다.
* 암상하다 : 남을 시기하고 샘을 잘 내는 마음이나 태도가 있다.
* 십벌지목(十伐之木) : 열 번 찍어 베는 나무라는 뜻으로, 여기서는 남편이 결국 남의 말을 믿더라는 의미임.
* 반분대(半粉黛) : 옅은 화장.
* 초롱군 : 초롱을 들고 가며 밤길을 밝혀 주는 사람을 이르던 말.
* 말전주 : 말을 여기저기 옮기는 것.
* 씨아 : 목화의 씨를 빼는 기구.
* 관비정속(官婢定屬) : 죄인을 관가의 종으로 만드는 형벌.
핵심 정리
시집간 여인의 어리석은 행실을 비판적으로 그려 낸 작품으로, 당대 사회의 생활상이나 풍습 등을 예리하게 포착하여 제시하였다.
* 갈래 : 가사
* 성격 : 풍자적, 경세적(警世的), 교훈적, 비판적
* 제재 : 시집간 여인의 잘못된 행동
* 주제 : 여인의 잘못된 행실에 대한 비판과 풍자
* 특징
① 여인의 잘못된 행실을 열거하며 과장을 통해 비판함.
② 당대 서민들의 생활상을 잘 보여 줌.
③ 일상적이고 평이한 언어로 당대 서민층의 비판 의식을 보여 줌.
* 의의 : ‘우부가(愚夫歌)’와 짝을 이루어 인물의 행실에 대해 경계함.
* 출전 : “경세설”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잘못된 행위를 일삼는 부인[용부(庸婦)]의 모습을 비판하는 가사로, 당대 여성들에 대한 경계(警戒)를 나타내고 있다. 비판 대상인 ‘용부’는 ‘저 부인’과 ‘뺑덕어미’로 나타나는데, 시댁 식구들 흉을 보거나 담배를 피우고 점치는 일로 소일하며, 먹을 것에는 욕심을 내고 길쌈이나 자식 돌보는 일에는 게을리하는 부인들의 부정적인 행동을 실감 나게 열거한 뒤, 많은 백성들이 이를 알고 조심할 것을 직설적으로 훈계하고 있다.
이 작품은 가사의 작가층이 서민으로 확대되면서 나타난 변화를 여실히 보여 준다. 감정의 직설적 표현을 통해 현실의 모순과 갈등을 잘 드러내며, 부인의 행동을 통해 적나라하게 제시된 서민들의 생활상에서 서민 계층의 비판 의식을 살펴볼 수 있다.
작품 연구
등장인물의 신분과 행위를 상반되게 표현한 이유는?
이 작품에 등장하는 ‘용부’는 양반집 여성으로 보이는데 실제 그녀의 행동은 전통적 규범에 전혀 맞지 않고 천박하다. 이는 당시 여성들의 잘못된 행실을 풍자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조선 후기 서민층의 비판 의식을 보여 준다.
‘부인(婦人)’과 ‘뺑덕어미’에 대한 비교 이해
이 작품에서는 양반 계층으로 제시되는 ‘부인’과 서민 계층으로 나타나는 ‘뺑덕어미’의 잘못된 행실이 제시된다. 이 두 인물은 계층이나 출신은 다르지만 둘 다 유교적 윤리에 반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는 데서 화자의 신랄한 비판 대상이 되었다.
인물의 부정적 행동을 열거한 화자의 의도
‘부인’, ‘뺑덕어미’의 잘못된 행동이 다양한 사례를 통해 제시되는데, 이는 ‘용부’의 행동을 생생하게 제시함으로써 독자들이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고 옳은 행동만을 하기를 바라는 경계(警戒)의 의도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자 한 것이다.
조선 후기의 새로운 가치관의 반영
이 작품은 조선 후기 생활상의 한 단면인 타락한 양반이나 부도덕한 서민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유교 중심의 사회에서는 거의 수용될 수 없는 인물의 행동을 과장되게 묘사한 것에는 기존 양반 사회의 권위나 규범에 맞게 형성된 유교 도덕에 문제를 제기하는 측면이 있다. 즉, 이 작품에 제시된 여인들의 행동은 삼강오륜에 무조건 따랐던 조선 시대 양반 사회의 강요와 횡포에 대한 서민들의 문제 제기의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조선 후기의 변화된 시대상 속에서 새로운 윤리관과 가치관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내포한다고 볼 수 있다.
‘용부가’에 나타난 조선 후기 가사의 성격
자아 각성에 의한 서민 의식과 산문 정신의 영향으로 조선 후기의 가사는 종래의 관념적, 서정적이었던 내용이 서사적, 구체적인 것으로 바뀌었다. 이 작품은 내용이 다소 과장되고 표현이 속된 것도 있지만 사실적인 묘사로 토속미(土俗美)를 풍기고 풍자와 유머가 조화를 이룬다. 조선 후기의 가사 문학에는 음풍 농월(吟風弄月)식의 강호 한정(江湖閑情)이나 연군(戀君)에서 벗어나 인간의 성정을 있는 그대로 표출하고, 서민층의풍자, 비판 의식이 나타나게 되는데, ‘용부가’도 조선 후기 가사의 이러한 특징을 잘 보여 주는 작품이다.
잡스9급 PDF 교재
✽ 책 구매 없이 PDF 제공 가능
✽ adipoman@gmail.com 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