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파탐(aspartame)은 설탕의 200배의 단맛을 내는 인공 감미료이다. 성상은 백색의 밀가루 같은 결정성 분말로, 아스파트산과 페닐알라닌이 펩타이드 결합으로 중합된 간단한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페닐알라닌의 C말단(카복실기)은 메탄올과의 에스터 결합으로 메틸에스터화되어 있다.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다이펩타이드라 열을 가하면 분해되어 단맛을 잃어버린다. 대략 160 °C 이상에서 단맛이 급격히 줄어든다.
미국의 G. D. 설 & 컴퍼니(G. D. Searle & Company)에서 근무하던 제임스 M. 슐래터라는 화학자가 위궤양에 치료할 약을 개발하기 위해서 다양한 물질을 합성하던 중에 우연히 발견하였다. 하루는 아스파탐의 구조식을 갖는 물질을 재결정하다 손에 가루가 묻은 상태로 침을 발라가며 종이를 넘겼는데, 그때 손에서 아주 강한 단맛이 난다는 걸 알고 발견하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특징
1965년 미국의 G. D. 설 & 컴퍼니에서 최초로 개발되었으나, 오늘날의 대량 양산 제법을 개발한 건 일본의 회사 아지노모토로 2004년에 발명 대가에 대한 특허 소송에서 승소하여 일본을 비롯한 미국, 캐나다 및 유럽 연합 등에서 특허권을 갖고 있다. 이후 1974년 미국에서 FDA 허가를 받아냈으나 많은 논란 끝에 결국 허가난 지 5년 뒤인 1979년에서야 본격적으로 상용화되었고, 한국에서는 1980년대에 제일제당이 합성 및 생산에 성공하면서 나랑드 사이다나 같은 무설탕 음료수나 소주등 단맛을 내야하는 일부 주류에 투입되었다.
아스파탐은 아스파르트산과 페닐알라닌이라는 아미노산이 기본구조이며 열에 매우 약해서 미량의 열에도 구조가 박살나기 십상이라 빵같은 조리과정 중 가열이 필요한 식품에 넣기는 힘들다. 또한 광학이성질체가 쓴맛을 내기 때문에 합성시키기도 힘든 편에 속했다. 또한 페닐알라닌의 비율이 높아서 페닐케톤뇨증 환자는 페닐알라닌을 분해하지 못하므로 복용하다가 위험해질 수 있으니 단 맛이 나는 음식, 특히 제로 칼로리 음료라면 반드시 성분확인을 하는 게 좋다. 당뇨병 환자 입장에선 당뇨 걱정 없이 단맛을 느낄 수 있어 설탕의 대체제로 선호된다. 제로 칼로리다 보니 비슷한 양을 음용해도 일반 탄산음료보다 건강에 악영향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도 장점.
설탕보다 단맛이 200배 가량 강해서 극미량만으로 단맛을 이끌어 낼 수 있고, 가성비도 설탕보다 좋고 열만 가하지 않으면 변질될 우려도 적어서, 현존하는 대부분의 제로 칼로리 음료에 반드시 들어가는 편. 다만 아스파탐 특유의 뒷맛[을 싫어하거나 그 정도까진 아니라도 기존의 설탕 맛이 더 좋다는 이유로 기피되기도 해서 보통 아스파탐만 쓰이기보다는 아세설팜칼륨, 에리트리톨 등 다른 감미료와 섞어 아스파탐의 뒷맛을 숨기거나 설탕과 비슷한 맛을 내도록 가공된다.
안전성
세계보건기구에서 설정한 1일 권고 섭취 허용량은 40 mg/kg 이하인데, 이를 체중 60 kg인 사람 기준으로 환산하면 2400 mg(2.4 g)이다. 이는 아스파탐이 80 mg 들어있는 350 mL 음료수 캔을 기준으로 30캔(약 10 L)을 마셔야 도달하는 양이다. 그리고 이 40 mg/kg라는 기준도 권고량을 넘는다고 해서 '반드시 부작용이 생긴다'는 말은 아니며, 이 이하로 섭취할 때에 안전하다는 것이 임상적으로 밝혀져 있다는 기준이다. 물 대신에 청량음료를 마시는 사람도 하루에 액체를 10 L씩 섭취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해당 권고 섭취량을 해석하면 식품 첨가물 용도로 사용할 때 안전하다.는 말과 같다.
설탕보다 200배나 더 달다는 아스파탐은 뒷맛이 쓴 사카린 등과는 달리 단맛의 질이 좋아 가장 널리 쓰이는 인공감미료다.
분자 구조도 꽤 흥미로운데 생체분자인 아미노산 두 개가 결합된 분자에 메틸기가 붙어있어 인공적인 느낌이 덜하다. 실제 섭취한 아스파탐은 소장에서 소화효소의 작용으로 가수분해반응이 일어나 아스파트산과 페닐알라닌(각각 아미노산), 메탄올로 쪼개진다. 그 뒤 메탄올은 포름알데히드를 거쳐 포름산으로 대사된다(에탄올(주정) 대사와 같은 경로).
섭취한 아스파탐(왼쪽)은 소장에서 소화효소의 작용으로 아미노산 2종과 메탄올로 분해된다. 물에 녹여 방치해도 같은 반응이 일어나 결국은 분해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오른쪽 위). 반면 고온에서는 쉽게 파괴된다(오른쪽 아래). 빵에는 아스파탐을 쓰지 못하는 이유다. chemistryviews.org 제공
섭취한 아스파탐(왼쪽)은 소장에서 소화효소의 작용으로 아미노산 2종과 메탄올로 분해된다. 물에 녹여 방치해도 같은 반응이 일어나 결국은 분해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오른쪽 위). 반면 고온에서는 쉽게 파괴된다(오른쪽 아래). 빵에는 아스파탐을 쓰지 못하는 이유다. chemistryviews.org 제공
‘메탄올은 위험한 물질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할 독자도 있겠지만 음식에 첨가된 아스파탐의 양이 워낙 적어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아스파탐, 칼로리 제로는 아냐
참고로 칼로리가 제로인 사카린과는 달리 아스파탐은 탄수화물이나 단백질과 마찬가지로 그램 당 4칼로리다. 아스파탐이 분해된 아미노산이 영양분으로 흡수된 결과다. 다만 섭취하는 아스파탐이 워낙 적어 제로로 봐도 무방하다.
사실 아스파탐이 발암물질이라는 뉴스도 좀 들여다보면 그렇게 심각한 얘기는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2B군, 인체발암 가능물질로 분류한다는 것으로 1군(인체발암물질)과 2A군(인체발암추정물질)에 비해 과학적 증거가 약하다. 실제 우리가 먹는 음식 가운데 술, 가공육이 1군이고 적색육(소고기, 돼지고기)이 2A군에 속한 것만 봐도 그렇다. 지금 첨가제로 먹는 수준으로는 걱정할 일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공감미료 자체가 각종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증거가 계속 나오고 있다. 혀의 미뢰에 있는 단맛수용체에 달라붙어 신호를 받은 뇌의 미각피질이 ‘달다’고 착각하게 만들어 비만과 당뇨 위험성을 높이는 설탕 섭취를 줄여주므로 오히려 건강에 좋을 것 같은데 뜻밖이다.
이런 부작용의 생리 메커니즘을 아직 잘 모르는 경우가 많지만, 배경에는 단맛 정보 교란이 자리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단맛수용체를 포함해 미각수용체는 혀에만 있는 게 아니라 위와 장 등 소화관 전체에 존재하고 심지어 소화와 무관한 피부, 뇌, 심장 등 여러 장기의 세포막에도 분포한다.
인공감미료는 종류에 따라 인체에서 다르게 대사된다. 아세설팜K, 사카린, 수크랄로스는 소화관을 지나는 동안 분해되지 않고 일부가 흡수돼 혈관을 타고 전신으로 퍼지고 신장을 거쳐 소변으로 배출되고 나머지는 대변으로 배출된다(왼쪽). 반면 아스파탐은 소장을 지나며 분해되고 스테비올 글리코사이드는 대장에서 장내미생물 발효로 분해된다(오른쪽). 인공감미료는 입안뿐 아니라 여러 장기에 분포하는 단맛수용체에 달라붙어 예상하지 못한 생리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Frontiers in Nutrition 제공
인공감미료는 종류에 따라 인체에서 다르게 대사된다. 아세설팜K, 사카린, 수크랄로스는 소화관을 지나는 동안 분해되지 않고 일부가 흡수돼 혈관을 타고 전신으로 퍼지고 신장을 거쳐 소변으로 배출되고 나머지는 대변으로 배출된다(왼쪽). 반면 아스파탐은 소장을 지나며 분해되고 스테비올 글리코사이드는 대장에서 장내미생물 발효로 분해된다(오른쪽). 인공감미료는 입안뿐 아니라 여러 장기에 분포하는 단맛수용체에 달라붙어 예상하지 못한 생리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미각수용체 있어도 맛 못 느껴
그런데 왜 주스를 손등에 흘리면 달콤한 맛이 느껴지지 않을까. 이는 구강을 뺀 나머지 장기의 미각수용체가 활성화될 때 나오는 신호가 뇌의 미각피질로 전달되지 않아 우리가 맛으로 지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대신 이 신호는 뇌의 다른 영역이나 해당 장기 주변에 영향을 미쳐 나름의 생리 반응을 유발하지만, 우리가 느끼지 못할 뿐이다.
인공감미료 역시 그 영향이 입안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소화관은 물론 흡수돼 혈액을 타면 전신의 단맛수용체에 작용할 수 있다. 인공감미료가 몸 전체에 정보 교란을 유발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아스파탐은 그나마 나은 인공감미료 아닌가?’ 위장과 소장 앞부분까지는 단맛수용체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소장에서 분해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2020년 학술지 ‘영양’에 실린 논문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장세포 실험 결과 아스파탐이 소장의 벽을 느슨하게 해 투과성을 높여 염증성장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고 활성산소 생성도 촉진한다는 것이다. 역시 널리 쓰이는 인공감미료인 수크랄로스와 사카린도 정도는 다르지만 비슷한 작용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흥미롭게도 이 과정에 단맛수용체의 구성원인 T1R3가 관여한다. 실제 T1R3 유전자가 고장난 장세포에서는 이런 영향이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은 아니지만 염증성장질환이 있는 사람은 글루텐뿐 아니라 인공감미료 섭취에도 주의해야 한다.
커피를 마시면 속이 쓰린 이유
구강 외에 있는 미각수용체가 무슨 일을 하는가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흥미로운 사실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특히 쓴맛수용체에 대한 연구가 많은데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현상들에도 관여한다.
예를 들어 평소 위산과다인 사람들은 커피를 마시지 말라고 하는데 커피의 카페인이 위산 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카페인이 어떻게 위산 분비를 일으키는지는 미스터리였다. 카페인은 쓴맛이 나는 알칼로이드 분자로 인체의 25가지 쓴맛수용체 가운데 5가지(TAS2R7, 10, 14, 43, 46)가 카페인에 반응해 쓴맛 신호를 보낸다.
커피의 카페인은 위샘을 이루는 위벽세포 표면의 쓴맛수용체에 달라붙어 위산 분비를 촉진한다. 카페인을 캡슐에 넣어 복용하면 쓴맛을 느끼지 못하지만 오히려 위산 분비는 더 활발하다(2). 반면 카페인 음료를 입 안에 머금기만 하고 삼키지 않으면 쓴맛을 느껴도 위산 분비가 촉진되지 않는다(3). PNAS 제공
커피의 카페인은 위샘을 이루는 위벽세포 표면의 쓴맛수용체에 달라붙어 위산 분비를 촉진한다. 카페인을 캡슐에 넣어 복용하면 쓴맛을 느끼지 못하지만 오히려 위산 분비는 더 활발하다(2). 반면 카페인 음료를 입 안에 머금기만 하고 삼키지 않으면 쓴맛을 느껴도 위산 분비가 촉진되지 않는다(3). PNAS 제공
실험 결과 위샘을 이루는 세포 가운데 하나인 벽세포 표면의 쓴맛수용체에 카페인 분자가 달라붙으면 신호가 전달돼 위산이 분비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쓴맛은 몸에 해로운 뭔가가 들어왔다는 정보이므로 이를 해독하기 위해 강산인 위산을 분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카페인뿐 아니라 맥주의 홉 성분, 녹차의 카테킨 등 쓴맛을 내는 분자들도 위산 분비를 촉진한다.
카페인을 물에 타 마셨을 때보다 카페인을 캡슐에 넣어 삼켰을 때(따라서 쓴맛을 못 느낌) 위산 분비 촉진 효과가 더 컸다. 카페인 용액을 입에 머금었다가 쓴맛만 봤다가 뱉은 경우는 효과가 없었다. 이는 구강에서 흡수된 카페인이 심장박동수를 높이는 과정에서 위산 분비를 약간 억제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속이 쓰린데도 커피가 너무 마시고 싶다면 입안에만 머금다 뱉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맛 정보 네크워크 교란 말아야
구강뿐 아니라 사실상 몸 전체에 미각수용체가 분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맛에 대한 정의도 바꿔야 하지 않을까. 기존의 맛, 우리가 달다 쓰다고 느끼는 구강 내에서 비롯하는 맛은 ‘좁은 의미의 맛’이고 여기에 의식하지는 못하지만 몸 여러 곳에서 감지하는 미각 정보를 포함해 ‘넓은 의미의 맛’이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아직 넓은 의미의 맛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는 상태에서 인공감미료처럼 맛 정보 네트워크를 교란할 수 있는 물질의 섭취는 자제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예를 들어 하루에 설탕 100그램을 먹는 사람이 다이어트 콜라 한 캔을 먹는 걸로 바꿔 하루 설탕 20그램의 오차가 나게 하는 수준이면 별문제가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인공감미료 요거트, 인공감미료 막걸리 등 대안을 늘려 하루 설탕 50그램, 100그램의 오차가 나게 만들면 몸의 영양 정보 감지 네트워크가 교란될 것이다. 진짜 당분 섭취량과 단맛수용체가 알려주는 당분 섭취량의 차이가 벌어지면 이 오차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네트워크가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공감미료가 단기적으로는 체중감소와 당뇨 완화에 도움이 되지만 장기간 과용하면 비만과 당뇨를 오히려 유발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