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 전개
1. 시간의 흐름에 따른 시상 전개
자연적인 시간의 변화를 축으로 시상을 전개해 나가는 방식이다. 시대순이나 역사의 흐름(과거-현재-미래), 계절의 순서나 흐름(봄-여름-가을-겨울), 하루 중의 시간의 흐름 등이 기준이 되어 시의 내용이 전개되는 방식을 말한다. 가장 친근하고 익숙한 방법이며 자연스러운 흐름을 느낄 수 있으며, 추보식 시상 전개라고도 한다.
㉠ 이육사의 <광야> → '과거(까마득한 날)-현재(지금)-미래(천고의 뒤)'로 시상을 전개하면서 의지적이고 남성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 김광균의 <외인촌> → 해질 무렵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의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상이 전개되면서, 고독과 우수의 정서를 표출하고 있다.
㉢ 박두진의 <도봉> → 저녁 무렵의 산을 배경으로 하여 밤까지의 시간의 경과에 따라 삶의 외로움을 노래하고 있다.
㉣ 정철의 <속미인곡> → 계절의 변화(춘하추동)을 기준으로, 계절마다의 특성을 바탕으로 님을 향한 그리움을 노래한 가사 작품이다.
2. 공간의 이동에 따른 시상 전개
화자가 위치한 장소나 화자가 바라보는 장소의 이동을 축으로 시상을 전개하는 방식이다. 공간의 이동에 따른 시상 전개는 시적 공간 자체가 변하는 경우와 화자의 시선이 이동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대체로 시간의 흐름이라는 것이 그 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시간의 흐름보다는 공간이 이동되는 것에 더 초점이 놓이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 신경림의 <농무> → 텅빈 운동장, 철없는 조무래기들만 따라나서는 장거리, 채산성이 없는 농사 등에 따라, 농민의 소외감과 울분과 좌절감을 농무의 신명이라는 역설적 상황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 송순의 <면앙정가> → 면앙정 주변의 자연 경관을 노래하면서 공간의 이동에 따른 시상 전개가 이루어진다.
㉢ 조지훈의 <고풍의상> → 여성의 한복을 묘사한 시로, '저고리→치마→버선(운혜, 당혜)'의 순서로, 즉 위에서 아래로 수직적 순서에 의한 시선의 이동에 따라 시상이 전개되고 있다.
3. 선경후정(先景後情)
작품의 전반부에는 자연경관이나 주변의 분위기를 서경적으로 제시하고, 후반부에서는 그 가운데 살아가는 인간의 내적 상태, 즉 정서나 생각을 주로 표현하는 방식을 말한다. 중국 한시에서 주로 쓰인 방식이기도 하다.
㉠ 조지훈의 <봉황수> → 퇴락한 궁궐의 모습을 서경으로 묘사한 후(선경), 작자의 심정을 후반에서 봉황새에게 이입하여 표현하고 있다.(후정)
㉡ 두보의 <강촌> → 여름날 강촌의 한가롭고 평화로운 정경을 제시한 후(선경), 안분지족 할 줄 아는 화자의 삶의 자세가 이어진다.(후정
4. 대조(대립)적 심상의 제시에 따른 시상 전개
작품의 중심이 되는 대표적 소재(제재)가 지니는 심상이나 의미를 대조적으로 설정하여, 대조적인 둘의 관계를 중심으로 시상을 전개함으로써 강조의 효과는 물론이고, 드러내고자 하는 의미를 더욱더 선명하게 부각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 박남수의 <새> → 포수(인간의 세계, 공격성, 비생명성, 탐욕)와 새(자연의 세계, 순수성, 생명성, 사랑, 순수)의 대립적 관계
㉡ 신동엽의 <껍데기는 가라> → 껍데기(허위, 가식, 불의, 외세, 무력 등)와 알맹이(순수, 진실, 의로움 등)의 대립적 관계
㉢ 김수영의 <풀> → 풀(약자, 민중)과 바람(강자, 권력자)의 대립적 관계
㉣ 김현승의 <가을> → 봄(지상, 육체적 성숙, 외면적, 일시적)과 가을(천상, 정신적 성숙, 내면적, 항구적)의 대립적 관계
㉤ 김기림의 <바다와 나비> → 흰나비(백색, 가냘픔, 낭만적, 순진무구)와 바다(청색, 거대함, 현실적, 모험과 시련의 공간)의 대립적 관계
㉥ 오규원의 <겨울 숲을 바라보며> → 완전히 벗어 버린 '겨울 숲'이라는 자연물과 벗지 못한 '화자의 삶'이라는 인간의 대립적 관계
㉦ 김종길의 <성탄제> → 과거의 성탄제(눈, 어린이, 아픔, 산수유 열매)와 현재의 성탄제(눈, 어른, 아버지의 사랑이 없음)의 대조
㉧ 두보의 <절구> → 푸른 강물과 하얀 물새, 푸른 산과 붉은 꽃의 색채의 대조가 선명히 나타남.
5. 대칭적 구조에 의한 시상 전개
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 → '기다림-설움-절망-설움-기다림'의 대칭적 구조로 이루어진다.
6. 기승전결에 의한 시상 전개
기승전결은 원래 한시를 잘 짓기 위해 고안된 틀이다. 어떤 계기 있어서 시상을 일으키고, 그걸 발전시켰다가, 한번 뒤집고, 이어 결말을 짓는 순서로 시상을 전개하는 방식이다. 의미상 네 개의 연으로 구분되는 시는 대개 기승전결의 시상 전개 구조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
기(시상 제기) - 승(시상 심화) - 전(시상 전환) - 결(중심 생각 제시)
이육사의 <절정> → 1연은 수평적 극한의 상황, 2연은 수직적 극한의 상황, 3연은 극한적 한계 상황, 4연은 절망 속의 역설적 초극 순으로 노래함.
7. 수미상응에 의한 시상 전개
시의 처음과 끝에 동일하거나 유사한 시구를 배치시켜 형태와 시상의 균형미와 안정감을 얻는 효과를 거두는 방법이다. 우리나라 현대시에서 자주 나타나는 시상 전개 방식 중의 하나이다.
㉠ 한용운의 <나룻배와 행인> → 첫 연과 마지막 연이 동일한 시행( 나는 나룻배 / 당신은 행인. )으로 배치되어, 완벽한 수미상응이 나타나 있음.
㉡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첫 연에서 질문(지금은 남의 땅-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하고 마지막 연에서 대답(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짐.
8. 유사한 구조의 반복에 의한 시상 전개
같거나 비슷한 문장 구조를 반복하여 시를 써 나가는 방법이다. 다른 말로 통사 구조의 반복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윤동주의 <별 헤는 밤> → 비슷한 의미 구조를 지니는 구절을 거듭 제시함으로써 화자의 소망이 간절함을 강조하고 있음. '별 하나에 추억과 / 별 하나에 사랑과 / 별 하나에 쓸쓸함과 / 별 하나에 동경과 / 별 하나에 시와 /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9. 연상에 의한 시상 전개
하나의 시어가 주는 이미지를 출발점으로 삼아 이와 관련된 다른 관념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방식으로 시상을 전개해 나가는 방식이다.
전봉건의 <피아노> → '피아노 - 펄펄 뛰는 신선한 물고기 - 바다 - 시퍼런 파도'의 순서로, 피아노 소리에서 연상되는 여러 가지 이미지를 통해 대상의 인상을 노래함.
10. 점층적 강조에 의한 시상 전개
시상이 전개될수록 화자의 정서, 의지, 시적 상황이 점점 정도가 높아지도록 전개해 가는 방식이다.
정일근의 <바다가 보이는 교실10, 유리창 청소> → 열이가 반짝반짝 닦아놓은 '유리창 한 장'을 '가을 바다 한 장', '맑은 세상'으로 표현하고 있다. 뒤로 갈수록 깨끗하게 닦아놓은 유리창의 의미가 확장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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