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성현들이 감탄한 "죽계구곡"
위치 : 영주시 순흥면 배점리
죽계구곡은 고려후기의 명헌이자, 문장가인 근재 안축의 '죽계별곡'이며, 이퇴계와 주세붕 등 조선시대 유현들이 유상하던 자취들이 있어 잘 알려진 계곡
1곡(第一曲) 금당반석(金堂盤石)
금당은 절에서 본존, 즉 석가모니불을 모셔 두는 건물이나 크고 화려한 집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그렇듯이 이곳은 죽계구곡중에서 가장 핵심인 곳이다. 화강암 너럭바위도 일품이지만 그 위로 흐르는 맑은 물길을 마치 거울같이 우리의 마음을 비추어 준다. 의상대사가 이곳에서 부석사를 구상했듯이 새로운 계획은 금당반석 맑은 물에서 자신의 구상을 살펴보아야 한다.
2곡(第二曲) 청운대(靑雲臺)
주세붕은 소백산 흰 구름이 비추는 곳이라고 백운대(白雲臺)라 하였고, 이황은 소수서원 백운동과 구별 할 수 있도록 청운대로 바꾸었다고 한다. 부딪쳐 휘감아 흐르는 물길속에 우뚝 서 자신의 존재를 지켜나가는 바위 앞에서 스스로 청운의 꿈을 키운다면 그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3곡(第三曲) 척수대(滌愁臺)
천고의 세월동안 흐르는 물은 3곡에서 좌우로 부딪치며 돌부리마저 말끔하게 씻어낸다. 이 3곡을 찾아오는 모든 사람들은 이곳에서 한없는 욕망추구와 세속적 성취를 도모하는 과정에서 생긴 온갖 근심을 말끔히 씻어낼 수 있을 것이다. 척수(滌愁)는 이백의 「우인회숙 友人會宿」이란 작품의 첫 구절에서 차용한 말이다.
4곡(第四曲) 용추(龍湫)
용추(龍湫)는 죽계구곡 중 소(沼)가 가장 깊은 곳이다. 아래위로 반석이 편편히 깔리고, 좌우편 깎아지른 듯하 암각(岩角) 가운데로 급한 여울이 성낸 듯 달리다가 쏟아져 드리워 비폭(飛暴)이 되었다. 밑에는 검푸른 물굽이가 소용돌이치는 깊은 못을 이루고, 큰 바위가 못 가운데 누워, 마치 용이 꿈틀꿈틀 구름비를 뿜는 듯하다 하여 '용추'라 불린다. 순흥 사람들은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냈다. 살아있는 돼지를 이곳에 던져 넣으면, 소(沼)의 물이 끓어오르듯 핏물이 솟구친다고 한다. 돼지의 목을 베어 던져 넣음은 용이 깃들어 있는 신성한 처소에 핏물로 더럽힘으로써, 신령이 그 더러움을 씻어내고자 곧 비를 내리게 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5곡(第五曲) 청련동애(靑蓮東崖)
5곡이 새겨진 바위 안에 인위적으로 판 머리만한 흠이 보인다. 아마도 안간교(安干橋) 다릿발을 세웠던 흔적인 것 같다. 안간교 건너 동쪽 낭떠러지로 물이 흘러내린다. 바로 청련암 동쪽 벼랑이다. 하지만 서쪽 어딘가에 있어야 할 청련암(靑蓮庵)은 찾을 길이 없다.
6곡(第六曲) 목욕담(沐浴潭)
6곡 아래와 위로 선녀가 내려와 몰래 몸을 씻었을 듯한 바위와 숲에 가려진 숨겨진 소(沼)가 있다. 옛 선비들이 그 물 속으로 첨벙거리며 뛰어 들었을 리 없었겠지만, 자꾸 뛰어들고픈 충동이 일어난다. 옆에 앉아만 있어도 그 맑은 물에 취해 빠져든 것 마냥 마음마저 씻어준다.
7곡(第七曲) 탁영담(濯纓潭)
초(楚)나라의 굴원(屈原)이 지은 「어보사 漁父辭」의 구절에서 인용하였다. [청량의 물이 맑거든 내 갓끈을 씻을 수 있고 청량의 물이 흐리거든 내 발을 씻을 수 있으리라.] 세상을 살다보면 주어진 상황에 따라 가장 적절한 대처 방법을 강구하여야 하는 경우를 수 없이 직면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선택의 고민에 빠지게 된다. 선택의 고민에서 다소 벗어나고자 한다면 굴원의 이 「어보사」구절을 상기(想記)해 볼 필요가 있다. 7곡은 언제나 맑은 물이 흐르는 곳이니 내 갓끈을 씻으면 된다. 나아가 갓끈뿐만 아니라 맑은 물에 내 마음의 때도 함께 씻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8곡(第八曲) 관란대(風詠巖)
觀水有O 必觀其瀾[물을 보는 데는 방법이 있나니 반드시 그 여울목을 보아야 하느니라] 『맹자 孟子』의 『진심장구 盡心章句』 상편에 나오는 구절이다. 그리고 그 주해(註解)에 '관수지란(觀水之란) 즉지기원지유본의(즉知其源本矣)' 즉 '물의 여울목을 보면 곧 그(水源)에 근본이 있음을 알게 되니라' 라는 풀이를 하고 있다. 8곡의 물살은 제법 빠르다 그 물은 자연스럽게 여울을 이루며 계속 흐른다. 그 흐름이 계속될 수 있는 것은 그 근본이 확실하게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근원이 멀고 깊은 물이 여울져 흐르는 여울목을 바라보면서 본원지수(本源之水)를 생각하는 태도를 우리는 가질 필요가 있다.
9곡(第九曲) 이화동(風詠巖)
옥녀봉(玉女峯)과 이자산(二子山) 사이로 흐르는 죽계구곡은 이화동까지이다. 이화동 아래 깊은 물을 용소(龍沼)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화동의 어원은 예전에 배꽃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현재는 배보다 주변이 모두 사과밭이다. 이화동 다리 건너 산기슭은 배순의 대장간이 있던 자리이다. 그 모습은 없지만 불에 그슬린 많은 돌들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