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 내 공생설
Endosymbiotic theory 내부공생이론 또는 내부공생.
서로 다른 종류와 성질을 가진 원핵생물들이 생존 방법으로써 공존을 택하여 진핵생물로 진화했다는 가설이다. 즉, 다른 원핵생물에게 먹힌 또다른 원핵생물이 사라지지 않은채로 남아서 공존하게 되었다는 것.
색소체
EndosymbiosisPla...
해당 논문에서 제안된 색소체 내공생 모형. 왼쪽은 Stiller 등에 의해, 오른쪽은 Bodyl 등에 의해 제안되었다.
2021년 색소체 내부공생에 관한 최신 논문이 발표되었다.
논문 제목 및 초록은 다음과 같다.
홍조류에서 파생된 색소체 기원을 함의하는 진핵생물 진화에 대한 분자적 시간 척도
초록
현대 해양 생태계는 진핵 식물 플랑크톤은 규조류, 와편모조 및 coccolithophores와 같은 홍조류 유래 색소체를 가진 조류들에 의해 지배됩니다. 이들 그룹과 매우 다양한 형태와 라이프스타일을 대표하는 다른 많은 그룹이 함의하는 생태학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그들이 진화한 과정과 색소체를 얻은 방법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가 부족합니다. 여러 내공생에 의한 홍조류 유래 색소체를 획득한 과정을 설명하기 위한 새로운 가설이 등장했지만, 이러한 독립적인 추정 색소체 획득에 대한 연대기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습니다. 여기에서 다양한 진핵생물 간 광범위한 샘플링을 통해 계통 유전체 데이터 세트에 적용된 베이지안 분자 시계 분석을 사용하여 수 차례 일어난 세포 내 공생 시나리오에서 홍조류 유래 색소체가 기원한 것에 대한 시간대를 설정합니다. 모든 홍색 색소체를 포함하는 그룹에 대한 줄기 계보가 시간에 겹치기 때문에 직렬 내공생 가설이 연대순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중생대와 신원생대 사이 이 기간은 현대 해양에서 홍조류 유래 1차 생산 우세로 이후 확장을 위한 무대를 설정했으며, 이는 지구 화학적 및 생태적 조건을 근본적으로 변경했습니다.
세포 내 공생설(Endosymbiotic theory)는 세포막 함입설과 함께 진핵 세포의 형성에 대한 가설이다.
미토콘드리아의 비밀
‘그들’의 동거는 언제 시작됐을까
약 35억 년 전 모든 생명체의 공통조상이 등장한 뒤 생명체는 고세균, 세균, 진핵생물이라는 세 왕국으로 갈라섰다. 진핵생물 외에 고세균과 세균을 묶어 원핵생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진핵생물은 세포 안에 금고인 핵을 만들어 생명의 정수인 DNA를 따로 보관하며, 단백질의 번역을 돕는 기관(리보솜), 세포 내 쓰레기 처리장(리소좀) 등 여러 작업에 특화된 소기관을 가지고 있다.
미토콘드리아도 진핵생물에서 에너지 생산을 담당하는 세포소기관이다. 미토콘드리아가 다른 세포소기관과 다른 점은 자신만의 DNA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독립된 생명체처럼 동그란 DNA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직접 번역해 단백질을 만든다. 게다가 미토콘드리아를 전자현미경으로 보면 세균과 구조가 비슷하다. 때문에 1970년대부터 과학자들은 미토콘드리아가 세포 내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세포 외부의 독립된 세균이 우연히 세포 안으로 들어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진핵생물 속에 세균이 들어와 자리를 잡고 함께 살아가게 된 것을 ‘내공생’이라고 부른다. 30억 년이 넘는 생명의 진화사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문 일이다.
진핵세포의 독특한 특징으로 꼽히는 몇 가지 구조는 고세균과 세균으로부터 전달된 것이거나 공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
WHY? : 복잡한 생명현상을 위해서 에너지가 필수적
세 가지 다른 길로 갈라섰지만 복잡한 다세포 생물로 진화한 것은 진핵생물이 유일하다. 우연한 결과라고 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진핵생물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꼽히는 세포핵과 유사한 구조, 유전자 재조합, 세포소기관, 세포 신호, 커다란 크기, 내공생 등은 일부 원핵생물에서도 발견되는 특징이다. 각각의 개체는 진핵생물의 특징을 다 가질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원핵생물이 복잡한 개체로 진화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까지 이 질문에 가장 설득력 있는 대답은 에너지다. 2010년 미토콘드리아와의 내공생이 진핵생물로 진화하는 데 필수적이었다는 주장이 발표됐다(Nature 467, 929–934 (21 October 2010)). 연구팀은 우선 유전자의 크기에 따른 에너지 사용량을 근거로 들었다. 대표적인 원핵생물인 대장균은 유전자 수가 4400개다. 반면 가장 기본적인 단세포 진핵생물인 원생생물의 유전자는 2만 개다. 만약 대장균이 유전자 숫자를 원생생물 수준인 2만여 개로 늘리면 어떻게 될까. 세균은 보통 유전자를 복제하는 데 전체 ATP의 2%를 쓰고, 유전자로 단백질을 번역하는 과정에 75%를 쓴다. 유전자가 다섯 배가 되면 복제에는 전체 ATP의 10%, 번역에는 375%가 필요하게 돼 세포가 혼자 만들 수 있는 ATP를 훌쩍 초과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유전자가 늘어난 만큼 번역을 더 많이 해야 되고, 번역을 할 단백질 공장이 더 많이 필요하다. 단적으로 유전자에서 전사된 RNA를 단백질로 번역하는 리보솜이 대장균에는 1만3000개 정도 있지만, 인간의 간세포에는 이보다 1000배에서 1만 배 이상 많다. 이렇게 많은 단백질이 세포 안에서 마구잡이로 떠다니면 곤란하기 때문에 이들을 잘 정렬시킬 수 있는 구조단백질도 추가로 필요하다.
단백질 숫자가 느는 만큼 세포의 크기도 커져야 한다. 진핵세포는 원핵세포보다 반지름이 50배 정도 크다. 문제는 원핵세포가 에너지를 만드는 방식이 큰 세포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원핵세포는 자신의 세포막 전위차를 이용해 ATP를 만든다. 미토콘드리아도 같은 방식이다. 미토콘드리아나 원핵세포처럼 지름이 작을 때는 막의 전위차를 유지하는 게 어렵지 않지만, 반지름이 50배 이상 커지면(부피는 12만5000배가 커진다) 전위차를 유지하는 데 그만큼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진핵생물이 미토콘드리아에서만 에너지를 만드는 이유도 바로 이 이유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을 고려했을 때, 대장균의 유전자 숫자를 다섯 배 늘리면 원래보다 20만 배 이상 에너지가 더 필요하다. 진핵세포가 미토콘드리아를 흡수해 에너지 생산을 전담시키지 않았다면, 유전자 숫자를 늘리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WHO, HOW? : 리케차목 + 로키아르카이오타 = 진핵생물
또 하나의 궁금증은 미토콘드리아와 진핵생물의 조상이 누구냐는 것이다. 미토콘드리아의 조상은 1980년대에 처음 밝혀졌다. 유전자 계통도를 그릴 때 기준이 되는 단백질인 16s 리보솜의 서열을 확인한 결과, 미토콘드리아가 알파프로테오박테리아(Alphaproteobacteria)의 후손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Proc Natl Acad Sci U S A. 1985 Jul; 82(13): 4443–4447). 이후 연구에서 알파프로테오박테리아 중에서도 리케차목(目)과 가장 가까운 것으로 확인됐다.
미토콘드리아가 세포내공생하기 이전, 즉 진핵생물로 진화하기 직전의 마지막 세포를 진핵생물의 공통된 마지막 조상(LECA, Last Eukaryotic Common Ancestor)이라고 부른다. LECA의 정체에 대한 힌트가 지난해에 나왔다. 북극해 심해열수구에서 얻은 DNA를 분석한 결과 고세균의 새로운 계통인 로키아르카이오타(Lokiarchaeota)가 발견된 것이다(Nature 521, 173–179 (14 May 2015)). 로키아르카이오타는 미토콘드리아는 없지만, 진핵생물의 특성을 많이 갖고 있었다.
예를 들어, 로키아르카이오타에서는 다른 어떤 고세균에서도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단백질이 발견됐다. 이 단백질들은 세포막 재형성, 소포체 운반, 세포내흡수 등과 관련이 있다. 모두 진핵세포의 조상이 리케차 박테리아를 삼킬 때 필요했을 단백질이다. 다만 로키아르카이오타를 직접 분리해 배양한 것이 아니라 유전자만 발견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 미토콘드리아가 없는 진핵생물의 조상이 어떤 모습이었는지는 여전히 추측만 할 뿐이다.
두 조상을 토대로 이들이 어떻게 한 집에서 살게 됐는지도 추론해보자(Science 351, 659 (2016)). 진핵세포의 조상은 욕심쟁이였을 것이다. 세포막을 조심스레 여닫으며 주변에 풍부한 영양소를 흡수하는 대신, 세포막을 활짝 열어 아예 크게 한 움큼 베어 먹는 방법(세포내흡수)을 선택한 세포였다. 한입에 많이 먹을 수 있지만 반대로 다른 원핵생물 같이 쓸데없는 불청객이 몸속에 들어올 수도 있는 위험한 방법이다. 이런 피해를 막기 위해 초기 진핵세포에는 일종의 면역반응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대로 미토콘드리아의 직계조상인 리케차 박테리아는 숙주의 에너지를 빨아먹는 기생성 세포다. 숙주세포의 방어 작용을 이겨내고 스스로 자가분열을 할 수 있는 아주 드문 세균이다. 20억 년 전 이 둘이 처음 만났을 때는 초기 진핵세포가 스스로를 지키려는 면역 반응과 이를 미꾸라지처럼 피해나가려는 리케차 박테리아와 군비경쟁이 있었을 것이다.
진핵세포와 세균의 내공생 미토콘드리아와의 내공생은 진핵생물로 진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었다. 진핵생물로 진화한 뒤에도, 광합성을 하는 식물과 조류는 클라미디아 박테리아와 남세균을 한번 더 세포 속에 들였다. 모두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서다. ※참고 : Science 351, 659 (2016) - 과학동아 제공
진핵세포와 세균의 내공생 미토콘드리아와의 내공생은 진핵생물로 진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었다. 진핵생물로 진화한 뒤에도, 광합성을 하는 식물과 조류는 클라미디아 박테리아와 남세균을 한번 더 세포 속에 들였다. 모두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서다.
WHEN? 그들의 동거는 언제 시작됐을까
로키아르카이오타의 발견은 미토콘드리아 진화 논쟁의 가장 뜨거운 주제에 불을 지폈다. LECA에서 진핵세포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미토콘드리아와 동거를 시작한 시기는 학자들 사이에서 아직 의견이 엇갈린다. 미토콘드리아가 진핵세포 특유의 복잡한 구조(핵, 골지체, 소포체 등)가 생기기 이전인 발달 초기에 들어 왔다는 초기 가설과, 모두 만들어진 뒤에 미토콘드리아가 들어 왔다는 후기 가설로 나뉜다. 얼마 전까지는 초기 가설이 많은 지지를 받고 있었다.
초기 가설에는 두 가지 강력한 근거가 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진핵세포의 독특한 특징(많은 유전자, 복잡한 구조, 커다란 크기)은 에너지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첫 번째 근거다. 진핵세포 발달 초기에 미토콘드리아가 들어왔고, 여기에서 만들어지는 에너지를 발판삼아 복잡한 세포로 진화했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근거는 현재 미토콘드리아가 없는 진핵세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 진핵세포가 어느 정도 모습을 갖춘 뒤에 미토콘드리아가 들어왔다면, 미토콘드리아가 없는 중간 단계 세포의 후손이 존재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미토콘드리아가 없는 진핵세포는 발견되지 않았다. 몇몇 예외적인 경우가 있지만 모두 기존에 있던 미토콘드리아가 퇴화된 경우다. 올해 5월 발견된 미토콘드리아 없는 진핵생물인 ‘모노케르코모노이데스(Monocercomonoide s)’도 원래 미토콘드리아가 있었는데 퇴화돼 사라진 것이다(doi: 10.1016/j.cub.2016.03.053). 모노케르코모노이데스는 양분이 풍부한 동물의 장에 기생하고 있기 때문에 미토콘드리아에서 특별히 에너지를 만들 필요가 없다. 그러나 조상이 같은 다른 종은 미토콘드리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모노케로코모노이데스 역시 원래는 미토콘드리아를 갖고 있었을 것이다.
초기 가설에 반대되는 입장인 후기 가설은 최근에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발견된, 진핵세포와 공통조상을 가진 로키아르카이오타가 생각보다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이 가설에 다시 힘을 실어줬다. 로키아르카이오타는 세포막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었기 때문에 세포 내부에도 막 구조를 가진 다른 소기관이 있었을 것이다.
최근에 발표된 유전자 분석 결과는 후기 가설을 더 강력하게 지지한다. 진핵생물의 유전자에는 적지 않은 원핵생물의 DNA가 들어가 있는데, 미토콘드리아 초기 가설을 지지하는 학자들은 이것이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자 일부가 진핵생물로 옮겨간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외부 유전자 중 일부는 미토콘드리아의 조상인 알파프로테오박테리아에는 없다. 바로 이 점이 오래전부터 초기 가설의 약점으로 꼽혔다.
그런데 올해 3월 세균, 고세균, 진핵생물의 대규모 유전자 분석 결과 진핵세포의 DNA 일부가 고세균으로부터 온 것이 확인됐다(Nature 531, 100–104 (03 March 2016)). 고세균에서 온 유전자는 DNA의 복사, 전사, 번역에 관련된 것으로, 미토콘드리아가 진핵세포의 조상에 들어오기 이전에 도입된 것이다. 또 연구팀은 하나의 새로운 박테리아 DNA 그룹을 발견했는데, 이들은 미토콘드리아 DNA가 들어오기 이전에 세포에 들어와 골지체와 소포체 등 세포 내막의 형성에 참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토콘드리아와 관련된 에너지 생성 유전자는 진핵세포의 외부 유전자 중 가장 늦게 들어온 축이었다. 시간순서로 볼 때 미토콘드리아가 진핵세포에 들어올 때 이미 복잡한 구조가 있었다는 것이다. 미토콘드리아 이전에 들어온 세균 유전자는 다른 세균으로부터 수평적 유전자 변이를 통해 전달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복잡한 논의를 거쳤지만 우리의 질문은 여전히 제자리다. 왜, 무엇이, 어떤 특징이 진핵생물을 고등생명체로 진화시켰고 다른 생명의 왕국은 그렇지 못했는가. 해답은 어쩌면 꼬불꼬불한 미토콘드리아의 한 구석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세포내공생설(내부공생설; Endosymbiosis)
세포내공생설은 보스턴 대학의 마걸리스(Margulis)가 진핵세포의 기원에 대해 설명한 가설로, 현재 가장 설득력 있고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가설이다. 이 설에 따르면 진핵세포의 미토콘드리아는 시트르산회로의 효소들을 보유하고, 탄수화물을 CO2와 H2O로 산화시킬 수 있는 시토크롬계(cytochrome system)를 보유하고 있던 호기성 그람-음성 박테리아(gram- negative bacteria)로부터 발생한 것이며, 진핵세포의 엽록체도 남조류로부터 기인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진핵세포의 미세관 구조는 나선균(spirilla)과 같은 운동성을 보유한 원핵생물로부터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호기성 박테리아나 나선균, 남조류를 받아들인 최초의 세포는 EM경로(Embden-Meyerhof pathway)를 통해 혐기적으로 포도당을 피루브산으로 발효시킬 수 있는 미생물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이러한 종류의 미생물을 미코플라즘(mycoplasm)이라고 가정하였다.
즉, 세포내공생설은 여러 가지 특수한 기능을 가진 원핵세포가 세포내공생자(endosym- bionts)로 다른 세포에 도입됨으로써 진핵생물이 형성되었다고 설명한다. 다른 세포에 들어간 침입자들은 처음에는 독립적으로 살았으나, 곧 상리공생(mutualism symbiosis) 또는 상호 의존하게 되었으며, 새로 출현된 진핵생물들은 그러한 과정을 통해 미토콘드리아, 엽록체, 진핵성 편모, 섬모(cilia), 중심립(centriole) 등을 갖추게 되었다는 것이다.
세포내공생설에 대한 설명에서는 4가지 계열의 생물이 등장한다. 원시진핵생물(proto- eukaryote)이라고 불리는 A계열은 원형질막을 움직여 미립자를 삼키거나, 식포 등의 내부 막구조를 형성하는 능력을 발전시킴으로써 최초의 포식자가 되었다. 이 세포는 원래 혐기성 호흡(해당작용)만을 할 수 있었으나 여러 개의 염색체와 핵막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B계열은 A계열에 의해 삼켜진 호기성 세균이었다. B계열은 소화되지 않고 대신 숙주세포에 의해 섭취된 다른 음식물의 분해를 도와주는 상리공생(mutualistic symbiosis)의 관계를 성립하였다. 결국 B계열은 숙주 밖에서 살 능력을 잃게 되었으며, 마걸리스에 따르면 이들의 후손이 오늘날의 미토콘드리아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미토콘드리아는 게놈의 대부분을 잃게 되었으나, 현재도 미토콘드리아는 완전한 가능을 가진 tRNA, 세균의 것과 같은 리보솜, 환형의 DNA를 가지고 있다. 이것이 제 1 단계의 공생화이다.
마걸리스가 제안하는 제 2 단계 공생화는 과학적 자료보다는 신념에 기초한 것이기 때문에 많은 논란을 일으켰으며, 많은 생물학자들이 이 제안을 거부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C계열은 길고, 가늘며 고도의 운동성을 갖추었으므로 오늘날의 스피로헤타라는 원핵생물과 닮았다. C계열 생물은 AB계열 세포의 바깥 표면에 부착되어 최초의 편모가 되었다. 또한 섬모, 편모, 기처제(basal body), 중심립, 방추사를 이루는 튜불린(tubulin) 단백질을 형성하였다. 섬모와 편모를 얻게되어 진핵세포는 더 많은 유동성을 갖게 되었고 특히, 편모는 후에 유사분열과 감수분열이 일어나는 장소를 마련해 주었다.
제 3 단계 공생화는 D계열 세포들의 도입 과정이었다. 마걸리스는 D계열 세포들이 원시 남세균이며 이렇게 하여 진핵생물이 엽록체를 얻게 되었다고 제안한다. 중요한 점은 어느 단계에서도 숙주가 이들 도입된 생물들을 활발하게 소화해 버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진핵세포는 삼킨 광합성 세균을 소화시키지 않음으로써 에너지와 양분의 근원을 획득하였다. 엽록체가 자신의 원핵성 리보솜과 환형 DNA, 그리고 tRNA까지도 가지고 있다는 점이 그 증거이다.
이와 같은 세포내공생설에 대한 설명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때 억지스러운 면도 있지만 일부는 설득력도 내포하고 있다. 세포내공생설에 대한 증거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첫째,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는 자체의 환형 DNA를 가지고 있다. 그들 기능 중 대부분은 핵의 DNA에 의해 암호화되지만, 소기관의 몇 가지 단백질들 특히, rRNA, mRNA 그리고 호흡 연쇄반응의 몇 가지 성분들은 소기관의 게놈으로부터 암호화된다.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 DNA는 세균에서와 같이 공유결합으로 폐쇄된 환형이며, 보통 한 개 이상으로 존재한다.
둘째,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는 독자적인 70S 리보솜을 가지고 있다. 진핵세포의 세포질에 있는 리보솜의 침강계수는 80S인데 비해,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는 원핵세포의 리보솜과 동일한 70S 리보솜을 포함한다.
셋째, 박테리아의 70S 리보솜에 작용하는 여러 항생제가 미토코드리아와 엽록체에서도 단백질 합성을 억제한다. 박테리아의 70S 리보솜에 작용하여 단백질 합성을 저해하는 스트렙토마이신(streptomysin)의 경우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가 독자적으로 가지고 있는 리보솜의 단백질 합성도 저해한다.
넷째, 리보솜 RNA의 염기배열의 비교 방법으로 세균과 다른 생물에 대한 계통 발생학적 연구 결과는 엽록체와 미토콘드리아가 진정세균 계통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한다. 이와 같은 결과는 진핵세포가 두 가지 종류의 생물의 연합체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다.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는 그들의 rRNA의 염기서열이 박테리아의 어떤 종과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상이한 종류의 진정세균군의 후손들인 것이다. 진핵생물의 세포질 성분이 독립적으로 진화되었다는 것도 같은 연구 방법으로 입증된다.
그러나 세포내공생설에 대한 설명 중, 미세관의 "9+2" 배열구조의 기원에 관한 설명은 미토콘드리아의 기원에 대한 것보다 설득력이 약하다. 왜냐하면, 어떠한 나선균에서도 "9+2"의 구조에 대한 흔적을 찾을 수 없으며, 나선균의 형태와 수축방법도 진핵생물의 편모와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즉, 박테리아의 편모는 딱딱하고 단단한 프로펠라처럼 회전하는데 반해, 진핵생물의 편모는 유연하면서 앞뒤로만 움직이는 것이다. 또한 박테리아의 편모를 구성하는 단백질인 플라젤린(flagellin)은 진핵생물의 미세관을 구성하는 단백질인 튜불린(tubulin)과는 전혀 다르며, "9+2" 구조로 배열되어 있지도 않다. 더욱이 움직임을 유도하는 에너지 전달 방식도 크게 다른 것이다.
마걸리스의 세포내공생설에 대한 또 하나의 결점은 최초의 세포를 미코플라즘(mycoplasm)으로 선택한데 있다. 이 미코플라즘(mycoplasm)은 일부 바이러스나 리케차보다 작은 세포이기 때문에 세포내공생자(endosymbionts)인 호기성 박테리아나 나선균, 남조류를 받아들일 만큼 크지 않다는 것이다.
수정된 세포내공생설
1983년 민코프(Minkoff)는 마걸리스의 세포내공생설을 받아들이면서 일부를 보완한 이론을 제시하였다. 즉,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의 기원은 세포내공생설에 따라 유래된 것으로 가정하는 한편, 미세관의 "9+2" 구조는 세포 내 공생에 의한 것이 아니라 세포 스스로 자신의 수축단백질과 미세관들을 진화시켜 왔다는 것으로 가정하였다. 일반적으로 세포의 모양은 "9+2" 구조로 체계화되어 있지 않은 독립적인 미세관에 의해 결정되고 있으며, 이들 미세관은 중심체로부터의 방추체처럼 방사형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미세관이나 그 구성성분인 튜불린 등은 원핵세포에서 발견되지 않는다. 따라서 튜불린이나 미세관 등이 일종의 골격계처럼 진화해서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 그럼으로써 일정한 모양을 갖추지 못했던 무정형 세포(amorphous cell)에 구조적인 지지작용과 형태를 갖게 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나타난 미세관으로부터 진핵세포의 방추체가 유도되어 나타났을 뿐만 아니라, "9+2" 구조로 체계화되어 섬모, 편모, 중심체 등의 여러 구조가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진핵세포에서 편모를 이용하는 운동은 미세관의 복잡한 배열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러한 배열을 필요로 하지 않았던 위족(pseudopod)에 의한 운동은 아마도 그 이전에 나타났을 것이다.
수정된 세포내공생설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최초의 세포라 할 수 있는 박테리아는 액틴과 유사한 수축성 단백질을 발달시킴으로써 미끄러지거나 조금씩 기어다닐 수 있게 되었고, 식세포 작용(phagocytosis)을 하게 됨으로써 다른 생물체나 입자들을 세포 내로 흡입하게 되었다.
2. 수축성 단백질에 의한 운동과 식세포 작용을 하는 박테리아가 에너지를 적게 소비하면서 효율적으로 먹이를 획득하게 되었을 때, 원형질막이 안쪽으로 확장되면서 내막계(소포체, 핵막 등)를 형성하였고, 세포의 크기도 증가하게 되었다. 식세포 작용은 원시미토콘드리아나 원시엽록체가 어떻게 박테리아로 들어갔는가 하는 의문을 설명해 주는 것으로, 만일 원시미토콘드리아나 원시엽록체가 단순히 다른 기생성 생물처럼 박테리아의 원형질막을 뚫고 들어 갔다면, 그들은 자신의 원형질막으로 싸여 있어야 하지만, 박테리아가 식세포 작용을 통해 원시미토콘드리아나 원시엽록체를 잡아먹음으로써 세포 내의 액포(vacuole) 속에 가두게 되었던 것으로 생각되며, 바로 이 액포 속의 원시미토콘드리아와 원시엽록체가 미토콘드리아와 색소체로 발달하게 된 것이다. 이것이 미토콘드리아나 색소체가 왜 이중막으로 구성되어 있는가에 대한 하나의 설명이 될 수 있다. 즉, 하나의 막은 박테리아의 원형질막에서, 또 다른 하나는 공생자인 원시미토콘드리아 또는 원시엽록체 자신의 것으로부터 유래되었다고 볼 수 있다.
3. 세포가 커짐에 따라 보다 효율적인 운동성이 요구되었다. 따라서 액틴과 같은 수축성 단백질과 튜불린 등의 구조 단백질은 다원적 구조로 조직화되면서 운동의 효율성이 증대되 세포로 달발하게 되었다.
4. "9+2" 배열구조를 갖는 편모의 경우, 에너지를 이용하는 체제는 ATP와 같은 보다 효율적인 에너지를 요구하게 되었다. 바로 이 에너지는 빠르게 호흡하고, 탄수화물을 완전히 산화시킬 수 있는 식세포 작용에 의한 흡입물, 즉 원시미토콘드리아롭터 공급받게 됨으로써, 이들과의 공생적 관계가 유지될 수 있게 되었다.
5. "9+2" 구조의 편모는 분화하여 중심체로서 기능을 발휘하게 되었다(현재 동식물 세포의 방추사는 편모의 기저체(basal body)로부터 유도된 중심체에서 돌출되어 나타난다).
6. 식물세포의 조상형에서는 이차적인 공생관계를 남조류와 갖게 됨으로써 세포 내에 원시엽록체를 흡입하게 되고 이것이 엽록체가 되었다.
7. 식물과 진균류에서는 독립적으로 진핵식물세포의 세포벽이 진화하여 나타났다. 초기의 진핵세포는 세포벽이 없었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 이유는 식물과 진균류에서의 세포벽은 박테리아의 세포벽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며 동물세포는 세포벽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8. 그리고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원핵세포에서 진핵세포로 전환되던 시기에 급진적인 유전물질의 재형성이 진행되었을 것이다. 즉, 게놈(genome)의 많은 절편들이 여러 번 반복해 복제됨으로써 진핵세포는 아주 풍부한 DNA서열을 보유하게 되었다. 또한 그 DNA는 여러 염색체로 나누어지는 한편, 핵산에 단백질이 결합하게 되었을 것이다.
이상과 같이 민코프(Minkoff)에 의해 제기된 '수정된 세포내공생설'은 마걸리스의 이론과 중요한 내용에서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면, 마걸리스는 "9+2" 구조가 출현하기 전에 미토콘드리아가 획득된 것으로 보았으며, 또한 "9+2" 구조 자체도 공생적 기원으로 설명한 것이다. 그러나 민코프의 수정된 세포내공생설에서는 진핵세포의 조상형이 보유했던 운동성은 편모가 획득되기 이전에, 위족을 이용함으로써 얻었던 것이라는 가정이다.
아주 오래된 공생의 역사
우리의 유전자와 자연계는 공생의 유리함 덕분에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살아남은 이야기를 끝없이 들려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의 사회는 오랜 기간에 걸쳐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자연의 이치를 거부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손바닥을 펴서 고형의 미생물 배지 위에 올려놓고 손도장을 찍으면, 하루 지나서 손자국 모양대로 온갖 세균과 곰팡이 군락들이 자라나는 것을 볼 수 있다. 30년 전에는 이 결과를 우리의 손이 얼마나 많은 미생물로 오염되어 더러운지 보여주는 실례라고 해석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 해석이 바뀌었다. 손을 비누로 씻더라도 여전히 남아 있는 미생물들이 실제로는 우리의 피부를 건강하게 만드는 일등공신이라는 것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우리 몸에는 피부뿐 아니라 호흡과 소화, 생식을 담당하는 모든 장기에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들이 함께 살고 있고, 우리의 건강도 이들에게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발견들이 지난 10여년간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게놈(지놈·genome)이라 불리는 유전체와 운을 맞추어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이라 불리는 미생물균총은 모든 종류의 동식물 개체들과 공생하고 있다. 사람과 함께 사는 마이크로바이옴은 세균과 고균, 진균을 포함하여 그 종류가 일천 종을 넘고, 그들이 가진 유전자의 총수는 사람의 유전자 2만3천개보다 약 100배 정도 많다. 유전자가 많은 만큼 수행할 수 있는 대사능력도 다양하다. 상당수의 미생물이 주로 대장에 서식하는데, 그들 덕분에 탄수화물의 분해와 담즙 대사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그들이 만들어 내는 대사물질로 인해 우리 몸의 생리적 기능이 원활하게 돌아간다. 장내 미생물은 사람마다 독특한 유형의 균형적 분포를 유지하고 있는데, 그 다양성의 균형이 깨지면 비만이나 암, 면역력 저하, 신경 질환과 노화가 촉진된다. 미생물균총이 인체의 정상적 발달과 생리적 기능에 필수적이란 사실을 생각하면, 인간은 더 이상 호모사피엔스라는 단일종이 아니라 여러 미생물들과 연합된 복합생물종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 그리 이상하게 들리지 않는다.
피부와 인체의 각종 장기에 포진되어 사는 미생물들 외에도, 우리 몸은 약 20억년 전부터 시작된 공생의 결과로 세균을 세포 안에 품고 있다. 공기를 호흡하고 살아가는 모든 생물체는 미토콘드리아라는 세포 내 소기관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알파프로테오박테리아란 호기성 세균이 고균(古菌)세포 안으로 들어와 내부공생을 시작하면서 생겨났다는 것이 최근의 정설이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의 핵과는 별도로 자신만의 염색체를 가지고 있는데, 이 염색체의 유전정보가 알파프로테오박테리아의 정보와 거의 같다. 우리의 호흡은 공기 중의 산소를 들이마셔 인체의 모든 세포로 산소가 전달되도록 함으로써 그 일차적인 임무가 달성된다. 세포들로 전달된 산소는 세포 안 미토콘드리아에서 영양분을 산화시켜 에이티피(ATP·아데노신삼인산)라는 에너지 분자를 만들게 됨으로써 최종 임무를 달성한다. 이렇듯, 산소를 호흡하고 살아가는 모든 생물체가 필요한 에너지를 왕성히 만들어 낼 수 있게 된 것은 20억년 전 고균 속으로 들어가 공생을 시작한 미토콘드리아의 선조 박테리아 덕분이다.
그뿐인가. 미토콘드리아를 갖게 된 진핵세포들은 또 다른 세균과 공생하면서 식물이 탄생하는 길을 열었다. 식물은 태양의 빛에너지를 받아 이산화탄소로부터 탄수화물이란 유기물을 만들어 내고 산소를 배출한다. 광합성이라 알려진 이 과정은 식물의 세포 안에 있는 엽록체란 소기관에서 일어난다. 봄부터 여름까지 몇달이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연둣빛 잎사귀들이 순식간에 무성한 초록으로 변하고 열매를 준비하는 과정을 지켜보면, 광합성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절감하게 된다. 이 덕분에 지구상의 생물들이 먹고 사는 음식물의 기반, 먹이사슬의 기초가 마련되었다
식물의 엽록체는 태양광을 흡수하는 파란 색소 때문에 남세균이라 불리는 박테리아에서 유래했다. 엽록체도 미토콘드리아처럼 자신만의 염색체를 갖고 있는데, 엽록체가 가진 유전정보는 남세균의 유전정보와 매우 가깝게 일치한다.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남세균들은 식물과 같은 방식의 광합성을 수행하는데, 약 25억년 전 남세균의 활동 덕분에 지구 대기에 산소가 생겨나게 되었다. 그 뒤 산소를 호흡하며 에너지를 얻던 진핵세포에 남세균이 들어가 내부공생을 하면서 엽록체가 되었고, 식물이 생겨났다. 엽록체가 수행하는 광합성 덕분에 지구상에 산소는 더 많아지고, 먹거리의 기본인 유기물들도 더 풍성해졌다.
우리 주변에서는 곤충을 비롯한 동물들이 공생을 통해 식물의 수정과 열매 확산을 도와주는 현상을 많이 볼 수 있다. 자연계는 여러 종의 생물체들이 함께 살면서 만들어 내는 창발적 현상들로 가득 차 있다. 맨눈으로 보기 힘들지만, 공기 중의 질소를 붙들어서 아미노산의 원료를 만들어 내고, 이를 통해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 것은 콩과식물의 뿌리와 공생하는 뿌리혹박테리아의 활동이다. 동물들이 소화시키지 못하는 셀룰로스를 분해하여 영양분으로 만드는 것은 초식동물의 위 속에 함께 사는 박테리아들의 활동이다. 풀을 고기로 바꿀 수 있는 이들 덕분에 우리의 식탁도 자연계의 다양성도 한층 더 풍성해진다.
이처럼 우리의 몸과 자연계에는 세포 안에서, 또는 개체들 사이에서 서로 주고받으며 서로의 생명을 지탱해주는 다양한 공생관계가 오랜 기간에 걸쳐 자리를 잡아 왔다. 제한된 자원을 두고 다투어야 하는 경쟁관계가 진화를 일으키는 압력으로 작용한다면, 그에 대응하여 살아남는 (그래서 자손을 많이 남길 수 있는) 여러 방식 중에 공생은 매우 효과적인 방식이다. 오늘날 현존하는 생물들은 공생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성공적인 생존자들이다.
우리의 유전자와 자연계는 공생의 유리함 덕분에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살아남은 이야기를 끝없이 들려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의 사회는 오랜 기간에 걸쳐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자연의 이치를 거부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점점 심해지는 개인주의는 벌떼처럼 모였다 흩어지는 팬덤과 맞물려 자신의 선호에 맞는 집단 외에는 소통을 거부하며 극심한 파편화를 초래하고 있다. 공동체의 범위는 축소하고, 생각이 다른 구성원은 분리해 낸다. 이는 우리의 유전자에 각인된 함께 살기의 방식을 퇴화시키며, 결과적으로 자신이 속한 커다란 공동체를 파괴한다. 정치권의 여야 간 단절을 보면서 경쟁자와도 연합하고 공생하며 국민의 눈치를 살폈던 예전의 정치인들이 그리워진다. 의-정 간, 세대 간 불통으로 꽉 막힌 의료사태를 풀려면 우리의 본성에 부합하는 공생의 정신이 깨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