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1차 의식, 고차 의식, 제라드 에덜만, 세컨드 네이처
생각(Thought/Thinking), 사고(思考)
결론을 얻으려고 헤아리고 판단하고 인식하는 관념의 과정이다. 목표에 이르는 방법을 찾으려고 하는 정신 활동을 말한다. 사상(思想), 사유(思惟)라고도 한다.
지각이나 기억의 활동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에, 어떻게 이해하고 또 행동해야 할 것인가를 헤아리는 활동을 '생각'이라고 말한다.
생각은 언어에 의해서 행해진다고 하지만, 도형적(圖形的)으로 헤아리는 경우와 같이 언어에 의하지 않는 생각도 살펴볼 수 있다. 또 귀납적 사고, 연역적 사고와 같이 추론의 종류에 의해서 분류하는 경우도 있다.
사상
생각하는 작용으로서의 ‘사고’(思考)에 대해 생각된 내용을 ‘사상’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그때그때의 사고 내용이 아니라 어떤 정리된 통일적 내용을 뜻한다. 따라서 판단 이전의 단순한 직관의 입장에 그치지 않고 이러한 직관 내용에 논리적 반성을 곁들여 이룩된 사고의 결과, 즉 사고 내용을 가리킨다. 예컨대 어떠한 행위를 선(善)이라든가 악(惡)이라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선’ 또는 ‘악’이라는 것이 사상이지만 때론 아닐 때도 있다.
다시 말하자면 많건 적건 원리적 통일을 지니는 판단 체계가 사상이다. 그것은 사회·인간에 대한 일정한 견해의 뜻이 된다. 그러한 견해로써 사상을 발표하고, 또한 사회적 행동을 한 사람을 두고 ‘사상가’라고 부른다.
그러나 과거 일제 강점기에 흔히 불리던 ‘사상가’란 대개의 경우 ‘민족 운동가’ 또는 진취적인 지식인을 말하기도 했으며, 이 경우 사상이란 특수한 뜻으로 사용되어, 일종의 민족주의 사상과 같은 뜻으로 해석되기도 했었다. 또한 ‘사상’과 ‘철학’을 비교하면 사상은 철학을 포함하여 정치, 경제, 윤리, 문학, 역사, 종교, 과학, 예술 사상 등과 같이, 아주 폭넓은 뜻으로 쓰인다.
생각이라는 것은 경험을 하면서 유동적으로 바뀔 수는 있으나 한 번 정해진 사고틀은 바뀌기가 힘들다. 그리고 자신이 그런 자신의 사고틀을 알아차리는 것도 힘들다. 하지만 태도나 어떤 자세로 임하는지에 따라 생각은 무의식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 또한 생각은 경험을 토대로 어떻게 연결시키느냐도 중요하다.
특히 수학이나 과학의 경우 실제 경험을 토대로 공식과 이론들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수학의 경우 실제로 경험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옛날의 천재들은 경험과 수학을 잘 연결시켜 현실과의 괴리가 없도록 했다. 따라서 현실성이 없는 수학은 가치가 없다. 음악 부분에서도 어떤 식으로 음악에 대해 바라보는지가 앞으로의 음악을 좌우하므로 음악을 한다면 좀 더 음악에 대해 잘 알아야 하는 것이다.
과학적 정의
생각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면 큰 범위에서 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포유류에서 구체화되기 시작한 1차 의식과 인간에 와서 가능해진 언어로 촉발된 고차의식으로 인간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자아를 인식할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신경과학자 제라드 에덜먼과 그의 이론
제라드 에덜만은 의식을 1차 의식과 고차 의식으로 모델링하며 의식의 일반적인 속성을 정리했다.
의식의 상태는 일원적이고 통합적이며 뇌에 의해 구성된다.
의식의 상태는 다양한 감각 양식의 결합을 반영한다.
의식의 상태는 광범위한 내용의 지향성을 보여준다.
1차 의식
에덜먼은 1차의식이란 "언어가 생성되기 전에 형성되는 것으로, 인간이나 개 또는 고양이 정도의 포유동물이 가지는 의식이다. 1차 의식은 기억된 현재이다."라고 했다. 1차 의식은 간단히 장면의 생성이라 할 수 있다.
동물의 기억과 학습은 시냅스 상태의 통계적 변화로 나타난다. 신경세포들의 다중 연결로 바깥세상을 인식하고 내부의 욕구에 맞춰 감각 입력들을 받아들여 지각을 분류한다.
뇌간과 자율신경계에서 전달된 내부 항상성 신호와 외부에서 유입된 시각, 청각, 체감각 입력이 해마와 편도에서 외부 세계 신호와 내부 신체 신호의 상관관계를 형성하여 기억을 만든다. 해마는 기억을 만들어내는 곳이고 신피질은 대뇌반구 표면을 덮고 있는 회색질의 층으로 학습, 감정, 의지, 지각, 언어, 수의운동 등을 생성한다. 내부 신호는 시상하부의 자율신경계 중추로 올라가고 그 신호들은 계속해서 뇌간과 간뇌를 통하여 대뇌피질로 올라간다.
대뇌피질은 항상 변화하는 외부 세계에서 감각 입력을 처리하여 운동 출력을 만든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정보는 기억으로 저장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기억은 다시 전두엽, 두정엽, 측두엽과 연계하여 생존에 필요한 배고픔이라든지 갈증, 심장박동과 같은 몸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기억을 형성한다. 이러한 흐름에서 중요한 신경 정보의 닫힌 루프가 형성된다. 전두엽, 두정엽, 측두엽에서 만들어진 기억들은 실시간으로 입력되는 외부의 신호, 정보들과 양방향으로 연결된다. 기억과 세계 신호 사이의 상호 연결 결과로 중요한 1차 의식이 생성된다.
루프가 작동하면 시각, 청각, 체감각이 욕망에 의해서 규격화된 정보가 된다. 이것을 '지각의 분류'라고 한다. 외부 감각 입력에 의해 시작된 지각 작용이 단순히 방향성 없이 연속적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욕망에 따라 분류되는 것이다. 이 루프가 계속해서 돌면 해마에서 형성된 기억과 전두엽, 두정엽, 측두엽과의 상호 연결을 통해 지각 분류 과정 자체가 다시 분류된다. 이것이 바로 '개념의 분류'이다. 하지만 언어가 배제되어 있기 때문에 1차 의식에 불과하다.
고차 의식과 생각
1차 의식은 현재적 의식이고 장면들이 시간과 더불어 연속해서 흐르는 것이 아니라 스냅사진처럼 하나의 장면을 묘사한 그림이다. 인간의 고차 의식은 동물들의 1차 의식 작동 상태에서 언어가 더 추가되어 생성된 것이다.
언어를 매개로 하는 대뇌 부위에는 브로카 영역과 베르니케 영역이 있다. 브로카 영역은 우리가 발음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운동언어 영역이고, 베르니케 영역은 감각언어 영역이다. 브로카, 베르니케 등 언어를 생성하는 영역이 전두엽, 두정엽, 측두엽과 연결되어서 생성되는 것이 바로 고차의식이다. 고차의식은 언어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언어를 매개로 하여 고차 의식이 생성되면서 현재가 연속적으로 흘러가 미래와 과거가 생기게 된다. 인간은 매 순간 외부 자극을 처리하여 생존에 중요한 정보를 기억에 저장한다. 저장된 기억을 불러내어 새로운 입력에 대응할 때 과거라는 의식이 생긴다. 그리고 과거의 정보가 쌓여 이루어진 상태가 현재이다. 현재의 자극 입력을 뇌가 처리한다는 것은 과거의 기억을 현재와 대조한다는 것이고, 이는 바로 다음 순간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무의식적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고차 의식으로 가며 언어를 매개로 기억이 생성되면서 하나의 장면이 담긴 스냅사진들을 연결하여 드라마를 만든 결과, 과거, 현재, 미래가 형성되고 그 과정에서 자아의식이 생기게 되고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
자동적 사고
심리학에서 자동적 사고(automatic thought) 또는 자동 및 제어 사고(Automatic and controlled processes , ACP)는 의식이 정보처리를 수행하는 통제된 사고 동안에 동시에 다른 정보처리를 수행하는 비의식(nonconscious process)적인 절차기억과 같은 자동적인 사고를 가리킨다. 그리고 통제된 사고는 인식과정에서 주의를 기울이거나 논리적인 정보처리와 같이 노력의 양을 요구한다. 한편 인지행동주의에서 자동적 사고는 이와는 다른 맥락에서 비의식적인 자동적 사고를 다룬다.
병행처리
멜빈 굿데일(Melvyn A. Goodale)과 데이비드 밀너(A. David Milner)의 TVSH(Two Visual Systems Hypothesis) 이론에 대한 주요한 근거를 제공한 바 있는 로버트 휘트웰(Robert L. Whitwell)등의 연구결과에서 시각정보는 시각피질들(V1~V5)이 양방향이며 동시에 서로 긴밀하게 협응 하여 인식된 정보를 바탕으로 행동을 조절하여 결과를 만들어내는 병행처리 수행의 협응 기작을 밝혀낸 바 있다. 신경과학자들은 특히 시각피질의 정보가 배측경로(dorsal stream)와 복측경로(ventral stream)로 나뉘어 거의 동시적으로 병행처리되는 과정의 주요한 의미를 강조한 바 있다. 이는 따라서 아는 것과 해보는 것은 다르다는 사실을 지지하는 또 다른 주요한 연구결과이다.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인지심리학자들은 인지적인 과정과 비인지적인 과정이 동시에 병행처리되는 심리적 상호작용과정을 주요하고 깊이 있게 다루어야 할 필요성을 언급한다.
한편 로저 울컷 스페리박사등의 연구에서처럼 대뇌의 좌반구와 우반구 역시 별도의 독립된 영역으로서 뇌량을 통해 좌반구가 수집한 정보와 우반구가 수집한 정보가 서로 병행처리되어 종합적으로 인지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좌뇌는 분석적이고 섬세한 인지기능을 우뇌는 종합적이고 맥락적인 인지기능을 처리한다는 사실을 지지하고 있다.
인지행동적 접근
심리 치료에서 인지를 다루는 최초의 치료적 접근자 중 한 사람은 기본적인 실수에 대한 개념과 그들이 건전하지 않다고 여겨지거나 쓸모없는 행동으로 여겨질 수 있는 오해와 편견이 그들의 삶의 목표를 인지적으로 구성하는데 어떻게 영향을 끼쳤는지를 연구한 알프레드 아들러였다. 이러한 아들러(Adler)의 인류의 삶에 대한 사려 깊은 연구는 앨버트 엘리스(Albert Elis)의 연구에 영향을 미쳤으며 오늘날 합리정서행동치료(REBT)로 알려진 최초의 인지 기반 심리요법을 개발하는데 영향을 주었다.
당시 알려진 합리적 정서 치료법(REBT)이 개발되는 것과 동시에 아론 벡(Aaron T. Beck)은 정신 분석학 현장에서 무료 커뮤니티를 진행하면서 이 세션에서 벡(Beck)은 프로이트(Freud)가 이전에 이론화한 것만큼 생각이 무의식적이지 않으며 특정 상황에 대한 고착된 유형의 해석적 사고가 정서적 고통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인지적 사고의 비의식적 과정을 확인하였다. 이 가설에서 벡(Beck)은 이러한 생각을 "자동적 사고"(Automatic Thoughts)라고 불렀으며 이러한 가설을 전제로 인지행동치료(CBT)를 개발하였다. 이후 벡(Beck)은 "인지 행동 치료의 아버지"로 불렸다.
CBT의 주요한 시작은 합리적 정서 요법(REBT)과 인지행동치료(CBT)라는 두 가지 요법이었다. 이는 자동적 사고와 관련되는 인지 요인에 중점을 두고 있다.
에델만의 1차 의식과 고차 의식:기억된 현재와 언어에 물든 세컨드 네이처
제럴드 에델만(Gerald Edelman, 1929~2014)과 프란시스 크릭(Francis Crick, 1916~ 2004)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각각 1972년과 1962년(DNA 이중나선 구조의 발견), 노벨 생리 의학상을 수상했다는 공통점도 있겠지만, 보다 흥미로운 점은 자신의 평생의 업적과 성취분야를 떠나 ‘의식’이란 새로운 탐구 주제를 찾아 신경과학 연구로 전향한 신경 과학계의 두 거장이란 점을 들 수 있겠다. 존재의 물음에서 빼뜨릴 수 없는 ‘의식’에 관한 문제는 위대한 과학자들의 인생 터닝 포인트가 될 만큼 흡입력 강한 탐구 영역이었던 듯하다. 그들이 이룬 의식과 관련된 신경과학적 성과 덕분에 ‘의식’을 포함하여 인간의 마음에 관한 핵심적인 문제를 다른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고, 새로운 통찰력을 얻고 있음에 경외감을 표한다.
에델만의 의식이론을 본격적으로 다룬 ‘제11장과 12장’ 두 개의 장을 읽는 것으로, ‘1차 의식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고차 의식이 어떻게 생겨나고 1차 의식과 차이점은 무엇인지를 포함하는 그의 ’의식 신경 모델‘을 정확히 파악했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에델만의 의식 이론에 관심 있으신 분은, 본 도서 외에 국내에 번역된 ‘뇌는 하늘보다 넓다 Wider than the sky’와 ‘세컨드 네이처 Second nature’를 읽어보시길 권하고 싶다. 그의 이론 체계의 난해함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는데 도움이 될 거라고 믿는다.
에델만은 집단뉴런선택설 TNGS에 기반하여 새롭게 신경 다윈주의 Neural Darwinism라는 개념 체계를 제시하였는데, 그의 이론은 TNGS를 아래 제시한 2개의 의식 다이어그램과 연결하여 이해하는 것이 핵심이다. 에델만의 신경다윈주의 이론에서는 의식의 진화과정을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두 종류의 신경계 조직을 제시한다. 뇌간-변연계 The Limbic-Brain stem의 본능 시스템과 후에 진화한 시상-피질계 Thalamocortical Systems가 여기에 해당된다.
첫 번째 시스템은 뇌간과 더불어 대뇌변연계(쾌락계)가 해당되는데, 이것은 식욕, 성욕, 완료 행동과 진화된 방어적 행동 유형과 관계된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일종의 가치계로서 여러 가지 다양한 신체 기관, 호르몬계 그리고 자율신경계 등에 광범위하게 연결된다. 이 모든 시스템들이 어우러져서 수면이나 성과 관계된 신체 주기는 말할 것도 없고, 심박률과 호흡률, 발한發汗, 소화기능 및 그와 유사한 작용들을 통제한다. 이 회로들은 고리 모양으로 배열되어 있고, 상대적으로 느리게 반응하며(초 단위에서 월 단위까지 걸쳐 있는 기간에), 상세한 지도로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이 회로들은 진화의 과정 동안 외부 세계로부터의 수많은 예기치 않은 신호들에 맞추는 게 아니라 신체에 맞춰 선택된다. 이 시스템들은 신체 기능들을 돌보기 위해 일찍이 진화했다. 그것들이 내부의 시스템이다.
두 번째 중요한 신경계 조직인 시상피질계는 이와는 완전히 다르다. 이것은 동시에 작용하는 시상 thalamus과 피질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시스템은 감각 수용판으로부터 신호를 받아들이고, 수의근에 신호를 보내는 식으로 진화했다. 그 시스템의 시냅스 연결은 평생 동안 계속되는 변화를 겪음에도 불구하고 그 시스템은 반응이 매우 빠르다(100 분의 1초 단위에서부터 초 단위까지). 이것의 주요 구조인 대뇌피질은 대규모의 재입력 연결 reentrant local maps로 이어져 층을 이루고 있는 국소 구조들처럼 고리를 포함하지 않는다. 여러 장소에서 이것들은 위상적으로 배열된다. 대뇌피질은 점점 복잡해지는 운동 행위와, 세계의 사건들에 대한 범주화를 허용하기 위해 이 대뇌피질이 변연-뇌간 체계보다 훨씬 늦게 진화 됐다. 공간은 물론 시간을 다루기 위해, 해마 Hippocampus나 기저핵 Basal ganglia, 소뇌 Cerebellum 등의 피질 부속 기관들은 실제 운동과 기억 양쪽의 연속을 다루는 피질과 더불어 진화했다.(P177)
변연-뇌간 시스템과 시상피질계, 이 두 시스템은 진화과정 중 서로 연결됐다. 이 두 시스템이 만나서 1차 의식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후에 진화한 피질계는 점점 복잡해지는 주변 환경에 적합한 학습 행위에 도움이 됐다. 이 행위는 초기 변연-뇌간 시스템에 의해 조정되는 생리적 욕구와 가치에 도움이 되도록 선택되었음이 분명하기에 그 두 시스템의 조화는 학습에 있어 결정적인 부분이다. 피질이 세계의 범주화와 관계가 있고, 변연-뇌간 시스템이 가치와 관련이 있다면(즉 진화론적으로 선택된 생리학적 유형들에 대해 조정을 가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면) 학습은 가치라는 배경 위에서 범주화가 가치를 만족시키는 행위에 적응적 변화를 낳게 하는 수단으로써 간주될 수도 있다. (P 178)
1차 의식은 기억된 현재이다.
Primary consciousness is a kind of "remembered present."
1차 의식의 출현을 이끄는 것은 장면을 창조(creat a scene)해 내는 능력의 진화론적 발생이다. 여기서 ‘장면(scene)’이라는 용어는 친숙하거나 낯선 사건들이 시공간적으로 배열된 일련의 범주화라는 의미이다. 의식 없는 동물에게도 학습은 이루어지겠지만, 피질계를 가지고 있는 종에서는 동일한 장면에서 어떤 사건들은 다른 것들과 필연적인 물리적 혹은 인과적 연관을 가지고 있고 또 어떤 것들은 전혀 그런 연관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것의 장점은, 동물의 과거 학습에는 중요했을지도 모르는 사건들이 외부 세계에서는 인과적으로 연관되어 있지 않을지라도 새로운 사건에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개별 동물의 가치계에 대한 요구라는 관점에서 이런 연관성이 확립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사건의 특징은 물리적 세계에서의 그 위치와 에너지에 의해 결정될 뿐만 아니라, 개별 동물의 과거사에서 학습의 결과 수여되었던 상대적 가치에 의해 결정된다.(p179) 1차 의식은 장면들이 시간과 더불어 연속해서 흐르는 것이 아니라, 스냅사진처럼 하나의 장면만 있는 것이다. 그래서 1차 의식은, 장면의 생성이며, 현재적 의식이라 할 수 있다.
에델만은 1차 의식을 위한 메커니즘들의 출현을 설명하기 전에 교량적 역할을 할 개념들을 제시한다. ‘지각의 범주화’와 ‘개념의 범주화’는 그의 의식 이론을 설명하는 핵심 개념으로서 개념, 범주화, 기억 등의 개념 등을 특수한 의미로 사용했는데 그 의미를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먼저, 기억 Memory에 대한 설명부터 시작하기로 하자. 기억은 그 형태를 막론하고 '실행을 반복하는 능력'으로 본다. 실행의 유형은 기억이 분명한 시스템의 구조에 근거하는데, 그 이유는 기억이 시스템 속성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경계 내의 기억은 뉴런 집단의 개체군들이 갖는 역동적 속성이기도 하다. TNGS는 기억을, 앞서 확립된 범주화 능력의 특수한 강화 즉, 특정한 심리적 물리적 행동을 되살리거나 억압하는 능력이라고 제안한다. 이런 유형의 기억은 전면적 지도화 내부의 시냅스 개체군에서 일어나는 지속적인 역동적 변화, 즉 맨 첫 번째 장소에서 범주화가 일어나도록 해 주는 변화로부터 하나의 개체군 속성으로 나타난다. TNGS의 두 번째 교리인 경험선택에서 볼 수 있었듯이 전면적 지도화 내에서 집단의 시냅스 강도에서의 수정은 기억에 생화학적 기준을 제고해 준다. 기억이 없는 동물은 지각 범주화와 개념 형성을 하지 못한다. 따라서, 기억에 대한 이해는 의식 이론을 정립하는데 필수적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억들은 단독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기억이라는 것은 응집력 있는 연관관계로 맺어진 하나의 장면을 묘사한 그림이다.
개념 Concepts이란 의미는 언어적 원초성을 획득하기 앞서 진화과정에 나타난 능력을 가리키는 용어로써 '개별적으로 범주화된 지각 장면들 사이의 관계'이다. 또한, 범주화 categorization라는 것은 공통 패턴을 의미한다. 이것은 한 프로그램으로 하여금 특정 운동 출력을 내도록 만드는 감각 영역 내의 컴퓨터 같은 프로그램에 따라 일어나지 않는다. 대신, 전체 지도화에 걸친 감각-운동 활동이 적절한 출력이나 행동을 낳는 뉴런 집단을 선택함으로써 범주화라는 결과를 초래한다. (P138) 좀 더 정확한 이해를 위해 덧붙이자면, 범주화는 항상 가치 value, 즉 욕망 또는 본능이라는 내부적 기준과 관련해 일어나며, 이 같은 관련이 적절함을 정의해 준다는 사실을 TNGS는 제안하고 있다. 그러한 가치 기준은 특수한 범주화를 결정하지는 않지만 특수 범주화가 일어나는 영역을 규제해 준다. TNGS에 의하면 특정 종의 동물들의 가치계에 대한 기반들은 진화론적 선택에 의해 미리 설정된다. 그 기반들은 심장 박동, 호흡, 군 반응, 먹이에 대한 반응, 호르몬의 작용, 자율 반응 등의 신체 기능에 대한 규제와 관계있는 뇌의 영역에서 나타난다. 진화론적으로 선택된 그러한 삶을 유지시키는 생리 체계의 필수 요건들을 적절히 만족시키는 행동을 통해 범주화는 자연스럽게 드러난다.(p139)
의식을 생물학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들을 이해했으니, ‘1차 의식의 생성 모델’의 폐회로 closed loop를 자세히 들여다보자. 신경시스템이 반응하는 신호에는 자기 내부에서 나오는 ‘자기 신호 Self’와 자기 외부 환경에서 들어가는 ‘비 자기 신호 Nonself’로 구별된다. 먼저, 자기 신호는 내부 신호로서, 신체의 내부 장기에서 시작하여 척수를 통해 자율신경계의 조절중추인 간뇌의 시상하부 Hyperthalamus를 거쳐 대뇌피질로 끊임없이 올라간다. 자기 신호 속 내부 항상 시스템의 정보들은 구체적으로 우리 신체 내부 상태의 욕구들에 해당되며, 그 욕구들에 대한 가치(에델만은 욕구, 욕망이나 본능이란 의미로 가치 value라는 용어를 사용한다)의 현재 값들의 이동경로를 보여주는 것이 자기신호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가치 value란, 생물학적으로 생존에 필요한 배고픔이나 갈증, 심장 박동 등과 같은 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정보들이다. 이와 동시에 비자기 신호는 환경에서 오는 세계 신호로서, 시각과 청각, 체감각의 1차 감각피질로 입력되어 2차 감각 피질을 지도화하고, 다중감각 피질로 통합된다. 일차피질의 지도화된 배열과 모듈식 구성은 태어나면서부터 유전적으로 정해지는 인간 고유의 신경연결이다.
동물의 정신현상들, 예컨대 기억, 의식, 감정 등은 시냅스의 시간에 따른 통계적 변화로 나타난다. 시냅스의 강도 synaptic strength에 따라 신경세포들의 이런 다중 연결로 우리는 외부 세계를 인식하고, 내부의 욕구에 적응하며 감각 입력을 범주화한다. 감각 피질에 의해 외부 환경 입력 정보가 전두엽, 두정엽, 측두엽의 가치-범주 기억과 실시간으로 연결되어 회로를 형성한다. 이 신경 연결망 회로가 계속 작동하면 시각, 청각, 체감각이 우리의 욕망에 의해 규격화된, 우리의 욕망에 의해 규정된 정보가 된다. 이것이 ‘지각의 범주화’이다. 외부 감각 입력에 의해 시작된 지각 작용이 단순히 방향성 없이 연속적으로 흐르는 게 아니라 우리의 욕망, 즉 가치에 의해 내부 상태에 의해 범주화한다. 구체적 감각입력을 범주화된 사물로 전환하는 뇌의 정보 처리가 바로 지각 과정이며, 범주화는 지각의 산물이다. 대뇌 감각연합피질 Sensory association cortex에 의한 ‘지각의 범주화 perceptual categorization’ 과정이 형성되면, 특수하게 범주화된 지각 장면들 사이의 관계인 ‘개념’이 출현한다. 이어진 회로가 계속 돌면서 해마에서 형성된 기억과 전두엽 Frontal area, 두정엽 Parietal area, 측두엽 Temporal area과의 상호 연결을 통해 지각 범주화 과정 자체가 다시 범주화된다. 이것이 바로 ‘개념의 범주화’이다. ‘개념의 범주화’는 대뇌 두정엽과 전두엽, 측두엽에서 진행된다.
편도체 Amydala와 중격 septum은 가치중립적인 감각입력에 본능적 가치(욕구)를 부여한다. 그래서 대뇌피질에서 가치에 기반한 개념적 가치-범주 기억 Perceptual Value-Category Memory이 생성된다. 가치-범주 기억이 다시 1차, 2차 감각피질과 상호 연결되면서 감각입력에 의한 외부 환경 입력이 지각 범주화와 개념 범주화 과정을 통해 가치-범주 기억으로 저장되며, 이러한 과정이 계속되면서 동물은 외부 세계를 뇌 속에서 가치로 평가된 '가치-기억'으로 전환된다. 외부의 가치중립적인 물리적 세계는 동물의 생존 본능 시스템인 가치 시스템에 의해 범주화된 지각적 장면으로 생성되며, 장면의 대상을 의식할 수 있는 동물에서 1차 의식이 생겨난다. 현재 입력되는 감각입력이 맥락적 장면을 형성하고, 이러한 장면의 생성이 바로 동물의 일차의식이 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신경회로의 전체 순환 과정에서 언어가 배제되어 있다는 것이다. 상징 기호를 매개로 하는 언어가 출현하기 이전에 감각-운동 이미지에 의한 개념이 먼저 생긴다. 이 전체 과정이 에덜만이 말하는 ‘1차 의식의 생성 모델’의 핵심이다.
고차 의식:언어에 물든 세컨드 네이처
Higher-order consciousness:Language and Higher-Order Consciousness
언어를 매개로 하는 대뇌 부위에는 하전두엽 바깥쪽의 브로카 영역 Broca’s area과 상측두엽 뒤쪽과 하정두엽에 걸쳐있는 베르니케 영역 Wernike’s area이 있다. 이 두 영역은 궁상속 Arcuate Fasciulus으로 연결되어 동시에 작동하는데, 진화의 어느 시기에 이 영역에 새로운 재유입성 경로들과 회로들이 나타나 언어적 능력과 어의적 능력이 출현하게 된다. 바로 이 영역과 기능의 출현이 고차의식이 생기는 원동력이다. 언어의 출현으로 구분된 대상을 단어로 지칭하게 되고, 단어는 필연적으로 의미를 갖게 된다. 왜냐하면 대상의 구별 자체가 바로 대상의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로써 언어의 의미론적 자력작용, 즉 뇌가 스스로 만들어내는 자극으로 자연환경에 의미를 부여하는 상징 사용이 가능해진다. 어의적 능력이 점차 확대되면, 구문론과 함께 진정한 의미에서의 언어를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종류의 기억을 습득함으로써 개념의 폭발이 일어난다. 브로카영역과 베르니케 영역이 개념 범주 피질로 대표되는 전두엽, 두정엽, 측두엽과 상호 연결되어 형성된 범주화된 개념이 언어적 표상이며, 개념적 언어가 바로 인간의 고차의식 Higher-order consciousness이다.
의식에 전달되는 내용은 대부분 언어로 표현된다. 언어는 상징 그 자체이며, 상징은 맥락적 의미를 지닌다. 에덜만에 따르면, 지구상에서 인간만이 고차 의식이 가능하다. 전전두엽이 발달하면서 언어를 통해 개념적 정신 활동이 확장되어 상징이란 놀라운 지시적 능력을 획득함으로써 인간은 가치중립적인 환경이 아니라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여 세계를 모형화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언어의 지시작용을 통해 개념 범주화의 개념 범주화 과정 그 자체를 범주화하는 재범주화 과정이 발생할 수 있으며, 자기 personal self, 과거 past, 미래 future의 개념들이 1 차 의식에 연결될 수 있다. 개념적-기호적 모형과 진행 중인 지각 경험을 구별하는 능력이 나타나면 과거라는 개념이 발생한다. 즉, 언어를 통한 사물과 사건의 기억이 축적되면서 현재의 경험과 과거의 경험을 비교하는 시간의식이 생긴다. 이로써 개체는 즉각적인 시간 규제 혹은 실제 시간에서 발생하는 지속적인 사건들로부터 자유롭게 된다. 기억된 현재는 과거와 미래의 틀 안에 놓이는 것이다(P198).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의 행동을 계획하고 이런 과정에 변하지 않는 주체의식인 자아가 생성된다. 과거경험을 참고로 행동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행동의 맥락성과 방향성이 생겨나며 행동에 목표가 설정된다. 그 결과 인간은 자신의 사고 과정 그 자체를 의식 Consciousness of consciousness 할 수 있게 된다. 고차 의식은 단적으로 언어에 의해 출현한다. 에델만은 ‘의식은 지향성을 갖는다.’라고 했다. ‘무방향 무목적 자연에서 어떻게 의식이 지향성을 갖게 되었는가?’에 대한 해답이 여기에 있다. 그러나, 언어 행위가 즉시 상위 의식을 충분하게 보장하는 것은 아니고, 어린 시절에 언어 능력이 발달하고 개념 체계 및 기억 체계들과 통합된 후에야 고차 의식이 꽃을 피우게 된다.
인간은 언어라는 상징으로 구성된 가상세계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제1의 자연Nature’에서 살고 있지만 자연을 직접 만나기가 쉽지 않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참조하고 있는 자연은 ‘제2의 자연 Second nature’이다. 에델만은 실제 물리적 자연과 합일하지 않을지라도 우리의 의식에 존재하는, 자연스럽게 표상된 자연을 제2의 자연 Second nature’이라고 명명하였다. 즉, 인간의 지각은 자연과 단절되어 있기 때문에, 인간이 지각하는 자연은 기억에 의해 해석된 자연이라는 의미이다. 이 가상세계는 내부의 본능적 가치(욕구) 작용이 외부의 감각신호와 결합하여 의미와 목적으로 변형된 세계가 된다. 자아라는 것, 세계라는 것도 모두 뇌가 만들어 낸 가상세계이다. 그래서 박문호 박사님의 뇌과학 책에서 자주 만나는 이 말, 각각의 세계상은 ‘우리 신경계가 만든 아름다운 속임수’라는 말을 자주 떠올려보게 된다.
사물을 명명하고, 그 명명된 사물들 속에서 사는 것, 이것이 바로 인간이 언어에 의해 의미가 부여된 가상세계에 갇혀 산다는 의미이다. 이것은 러시아 교육학자 비고츠기가 얘기한 ‘Mind in Society 즉, 사회적 조건에서의 마음’의 뇌과학적 해석일 것이다. 또한 데리다의 말을 빌어 사회와 문화의 ‘상속자’로 인간은 자연적 진화를 넘어 ‘문화적 진화’ 과정을 밟고 있다.
동물과 인간의 차이는 무엇일까? 잠시 뇌과학에서 자주 거론되는 경구로 생각해 본다.
“동물은 감각장에 구속되어 있고, 인간은 의미장에 구속되어 있다.”
세컨드 네이처에 사는 인간이 만든 무수한 의미들로 인한 ‘과잉범주화’는 흔히 선입견과 편견으로 불리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음을 유추해볼 수 있겠다. '선입견'은 단편적 기억을 바탕으로 삼아 대상을 확정적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을 말하며, '편견'은 편향된 지각으로 개념이 범주화된 경우이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로 상황을 판단하면 편향된 결정을 할 수밖에 없고, 정보를 제한적으로 받아들이면 제한적 세계를 구성할 수밖에 없다(그림으로 읽는 뇌과학의 모든 것, 박문호, 2013, P651).
인간은 신경생물학적 활동의 첫 순간부터 세포의 이동과 죽음 모두에 큰 통계적 변화가 발생한다. 신체활동 및 환경이나 뇌 내부 시스템 자체에서 오는 신호에 따라서, 시냅스 강도가 어떻게 변할지 그 영향으로 어느 경로가 선택될지 결정된다. 그 결과 아무리 똑같은 일란성 쌍둥이라도 똑같은 해부학적 패턴을 가질 수가 없다. ‘존재의 가치는 차이 difference이다.’라고 신경과학도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