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과 정책결정
1) 삶의 질(Quality of Life)의 개념
삶의 질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학자들간에 의견의 일치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삶의 질(Quality of Life, QOL)이라는 용어에서 알 수 있듯이, 삶의 질이라는 의미는 인간생활의 양의 문제가 아니고 질의 문제, 즉 인간생활의 질적 수준과 인간 삶의 가치의식의 문제를 다루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삶의 질을 제기한 학자들은 복지와 행복의 증진을 양적인 개념인 경제성장이나 산업생산, 소비지출 등의 증가와 동일시하는 견해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즉 삶의 질은 양적인 성장에서 파악될 수 없는 인간생활의 심리적이고 내면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생활의 질적 가치를 측정한다는 것은 개인이 경험한 모든 삶의 측면을 포괄하는 함축적인 개념인 만큼 삶이 질의 개념에는 개인적 발전, 자아실현, 균형된 생태체계와 같은 주요 욕구와 물질적 만족을 본질적으로 포함하게 된다. 따라서 한 국가의 삶의 질은 개인적 삶의 경험을 단순히 총합하는 이상의 어떤 것이라는 점에서 국가적 삶의 질을 연구하는 문제는 단순하지가 않다. 나아가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광범위하여 이를 모두 분석한다는 것은 용이한 일이 아닌 것이다.
2) 연구경향과 특성
삶의 질을 연구하는 한 방법은 ‘사람들이 현재의 생활을 어떻게 느끼고 있는가?’라고 질문하거나, '살아온 전 생애를 어떻게 느끼는가?’ 따위의 질문을 하는 것이다. 그러한 전반적 대답을 도출한 후에 ‘매우 좋다’ ‘상당히 안좋다’ ‘ 행복하다’ 등의 응답에 대해 개인 응답자가 왜 그렇게 느끼는지를 질문함으로써 삶의 만족, 불만족 이유를 개별적으로 도출해낼 수 있으며, 삶의 영역별 관심과 우선순위에 대한 상대적 비교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사 역시 개인의 삶의 느낌과 판단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밝혀내지 못할 것이며, 개인 역시 마음 속에 있는 모든 것을 말하려고 하지도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개개인들을 대상으로 삶의 인식 내지 자신의 삶에 혹은 타인의 삶에 대한 판단이나 관점에 관해 사회조사자들에 의해 인터뷰 형태로 행해지게 된다. 이렇게 수집된 자료는 삶의 질 조사자에 의해 사용됨으로써 응답자 개인이나 그가 속한 국가, 시민집단, 계층, 민족의 삶의 질을 평가하게 된다. 삶의 질은 개인만이 아니라 집단이나 범주에 속하는 사람들의 집합적 속성을 지닌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삶의 질의 지표란 다음과 같은 특성을 지니고 있다. 첫째, 삶의 질의 지표란 삶의 질의 상태를 보다 간결하고도 정식화된 양적 개념으로 표시하는 수단을 말한다. 둘째, 삶의 질의 지표는 경제, 정치, 사회 및 환경분야 등 모든 관심영역을 포괄적으로 삶의 질의 개념으로 보고, 그 표현수단을 “삶의 질의 지표”라고 말하는 경우이다. 사회지표는 객관적으로 관찰 가능한 사실 및 사회적 삶의 조건을 말하는 것으로 통상 이해되고 있으나, 이에 반하여 삶의 질의 지표는 전통적인 사회지표와는 달리 객관적으로 관찰 가능한 사회에서의 삶의 사실 및 조건뿐만 아니라 자신의 주관적인 삶에 대한 인식에 기초하는 새롭고 특수한 보다 포괄적인 사회지표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행복이란 개인 삶의 주관적 객관적 측면 모두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러한 삶의 질의 연구는 주관적 지표와 객관적 지표를 동시에 사용하는 반면, 정부의 공식적인 통계에 의한 사회지표 연구는 주로 객관적 지표만을 사용하고 있다. 이하에서는 객관적 지표와 주관적 지표와의 관계와 삶의 질의 관계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3) 객관적(Objective) 및 주관적 지표(Subjective Indicators) 와 정책 결정
삶의 질의 객관적 지표는 사회 그 자체를 실제상 있는 그대로의 제조건을 측정코자 기도하는 것으로, 환경, 경제, 정치 등 개별적인 모든 자료는 이러한 측정의 대상이 된다. 인구통계자료나 GNP 등 경제통계, 정부기관의 기록보존기능 및 여타 사회 경제적 조직체들에 의해 기록되는 모든 자료들은 객관적인 지표의 유용한 자료가 되고 있다. 그러나 경제적, 물질적 생활조건과 환경을 묘사하는 객관적 지표가 정책결정에 필요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국민 개개인들이 생활에서 진심으로 원하고 만족스러운 상태를 설명해 주지는 못하고 있다. 즉, 객관적 지표와 국민이 진정 추구하는 삶의 목표와 소망, 가치와는 별개의 것이라는 것이다. 일련의 연구조사(A. Campbell 등)에 의하면 경제성장은 인간의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반드시 인간의 행복과 만족을 증가시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제적인 생활요건과 경험하고 있는 복지에 대한 인식(삶의 질) 사이에는 밀접한 관계가 없다고 한다면 객관적인 경제지표나 사회지표는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별로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삶의 질의 주관적인 지표는 개개인의 실제 생활경험을 통하여 체험하는 생활상태를 측정한 것으로, 개개인의 생활경험과 지각에서 오는 복지, 만족, 또는 행복 등을 그들 전체 생활국면이나 또는 특정 생활영역에 있어서의 상태 등을 평가하고 기술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의 복지정책을 형성하고 계획을 수립하는데 있어서 이와 같은 객관적 지표는 국민의 희망, 만족감, 복지감 같은 정보를 제공해주는 유용한 도구로서 인정되고 있다. 그러나 주관적 지표가 국가의 정책결정자들이나 정치가들에게 거의 활용되고 있지 않은 이유는 그들이 철저하게 믿고 있는 가정, 즉 ‘물질적 풍요가 인간의 행복을 자동으로 가져온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 개개인의 복지문제는 개개인의 주관적 입장에서 점검하지 않으면 안 된다. 복지에 대한 지각(perception)과 느낌(feeling)은 명백히 주관적이며, 진실로 체험자 자신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공복지정책의 수립은 복지 수혜자의 내면적인 심리상태를 반영하는 주관적 지표에 기초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진정한 복지란 국민이 무엇을 원하며, 국민의 소망과 만족상태를 정확히 파악하여 이에 부합하는 정책의 선택이 요청되는 것이다.
4) 측정방법
“삶의 질”을 측정하기 위한 주관적인 접근방법은 삶의 질을 어떻게 개념화 하느냐 하는 것과 그 측정방법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두 가지 기초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첫째로 삶의 질을 개념화하는 문제는 곧 무엇을 측정해야 하는가(what to measure)의 문제이다. 주관적인 삶의 질은 행복감, 만족감, 복지감, 일반적인 긍정적 또는 부정적 느낌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상태를 의미한다. 이중에서도 행복감을 측정하는 방법은 일부의 연구에서 이용된 바 있다. A. Campbell은 미국인의 복지감을 중심으로 삶의 질을 연구한 바 있다. A. campbell이 말한 복지감이라는 용어는 단순한 생활경험이 아니라 이는 행복, 비참, 긴장, 만족 및 불만족에 대한 정의적 인상(cognitive impression)이라는 감정적 느낌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복지감은 삶의 전체 또는 삶의 부분적 영역과 관련되어 있으며, 작금의 삶의 단기적 반영이기도 하면서 과거와 현재까지의 긴 삶의 장기적 반영이기도 하다. 이러한 복지감은 장래에 있어서 일어날 수 있는 희망과 기대감에 의해 영향을 받기도 하며, 개인에 따라 긍정적이기도 하고 부정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정부의 정책결정자들이 복지정책을 수행해 나감에 있어서 주관적 삶의 지표에 정보의 이용과 정책수단을 개발하지 못하면 복지정책은 그 합리성을 제고하는데 실패하거나 어려운 국면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예컨대, 특정국민의 소외상태, 직업상의 불만족, 범죄에 대한 공포, 고독감, 인종차별에 대한 분노, 결혼생활의 불화 등 제반의 조건들이 국민의 삶의 심리적 질을 저하시키는 문제로 대두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데는 객관적 정보에 의한 정책수단으로서는 접근할 수 없다. 정책결정자들은 이러한 삶의 질에 대한 대중의 감각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가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점들이 다루기가 얼마나 용이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둘째는 삶의 질을 어떻게 측정하는가(how to measure)의 문제에 있어서는 Andrew와 Withey 뿐만 아니라 A. Campbell과 그의 동료들 역시 삶의 질을 두 가지 수준에서 평가를 시도하고 있다. 하나는 삶의 질에 대한 전반적 수준에서 평가를 내리는 방법이고, 또 다른 하나는 특정한 삶의 영역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방법이다. 삶의 질을 측정하는 이러한 두 가지 접근방법은 가정생활, 직장생활, 사회적 관계 등과 같은 생활영역별 경험을 구분할 수 있게 해주고, 또한 총체적인 삶의 평가 등 이원적 관계간의 관계를 검증할 수 있게 해 주고 있다.
대다수의 주관적인 삶의 질의 조사연구에서는 주로 Cantril의 「자기기대성취를 위한 노력척도」(self-anchoring striving scale)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 방법은 「최선의 상황」과 「최악의 상황」간의 11개의 단계를 설정해 놓고 개인의 생활경험과 지각을 통하여 이들 제단계에 따라서 응답자 스스로가 객관적으로 평가를 내리도록 조사한다. 이러한 방법은 상이한 개인들간의 생활경험을 구분해 낼 수 있는 공통의 측정틀을 제공해 주고 있다.
객관적인 지표는 사회 그 자체를 실제상 있는 그대로의 제요건을 측정할 것을 기획코자 하는 것이다. 고로 사회환경, 경제, 정치환경 등 개별적인 모든 자료는 이러한 측정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인구통계자료나 정부기관의 기록보존기능 및 여타 사회경제적 조직체들에 의해서 생긴 모든 자료들의 이와 같은 객관적인 사회지표의 구성을 위한 유용한 근거자료가 되는 것이다. 객관적인 지표는 몇 가지 이점이 있다. 첫째, 통계자료에 의한 사회지표의 구성은 이용 가능한 자료로써 쓰여질 때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경비가 든다는 것이다. 둘째, 전국적인 정부단위의 통계와 지방적인 정부단위의 통계 상호간에 비교분석판단이 가능하고 또 지역간, 부문간의 비교분석(cross sectional analysis)도 가능하다. 셋째, 대체로 시계열상의 자료를 구함으로써 사회적추세지표(social trends indicators)를 구축함이 가능하고 이는 역사적인 자료를 구할 수 있다. 물론 특정한 통계군(statistical series)들은 반드시 연차적으로 일관성이 있는 것이 아닌 경우도 있다.
5) 측정사례
(1) 객관적 지표
객관적 지표의 사례로는 미드웨스트 연구소(Midwest Research Institute)가 Ben-Chieu Liu의 지도하에서 행해진바 있는 다양한 객관적인 삶의 질을 통합코자 하는 대규모의 노력이 있었다. Liu는 미국의 대도시지역에 있어서 삶의 질의 지표를 구축하는데 112가지의 변수들을 이용하고 삶의 질을 구성하는 요소(component)를 경제, 정치, 환경, 건강과 교육 및 사회적 측면 등 5개 요소로 구성하고 경제적 요소 하나에만도 개인당 소득(per capita income)과 실업률을 포함하는 18가지 변수를 이용하였고, 정치적 요소에는 19개의 변수(인구 10만명당 일요신문 배포율, 범죄율 등을 포함하는), 환경요소는 17개 변수, 보건 및 건강요소는 13개의 요소(유아 사망률과 성인대학교육율을 포함하는), 사회적 요소에는 무려 48개의 변수(노동자의 경영참가율과 주택차별지수)에 이르는 광범한 영역에 이르기까지를 채택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대규모의 연구조사의 노력도 시민의 삶의 질을 탐색해 내는데 있어서는 만 2년간에 걸친 연구작업에도 불구하고 실패하였다. Liu와 그의 동료들은 인간의 환경에 있어서 무엇이 좋은가?(What is good?)라는 명백한 가정을 내리는데 실패하였으며 인간의 가치판단의 문제는 오직 인간의 본성(human nature)과 철학에서만이 도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경제적 생활요건과 체험하고 있는 복지의식(삶의 질)사이에는 밀접한 관계가 없다면 객관적인 경제지표나 사회지표를 이용한 정책형성이나 계획은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획일적으로 단안을 내리기보다는 계속 연구할 과제이다.
(2) 주관적 지표
① A. Campbell
주관적인 삶의 질에 관해 A. Campbell은 「복지의 조건」이라는 이름으로 삶의 영역별 관심분야로서 다음 몇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가) 높은 지위의 향유(소득, 교육, 직업), (나) 결혼상태(결혼의 만족도, 자녀의 소유), (다) 가족과 친구의 소유, (라) 취직유무, (마) 취업여성의 존재, (바) 주거장소(주거지역, 이웃관계, 주택만족도), (사) 미국에서의 생활, (아) 수명, (차) 개인적 특성과 자아감각 등이다. 이 조사에서 Campbell은 삶의 질의 전반적인 관심분야로서 행복과 불행의 3대 요소로 소득의 욕구(need of having), 관계의 욕구(need of relating), 존재의 욕구(need of being) 등을 제시하고, 이들을 측정하는 데에는 이들 욕구수준의 고저로 측정하고 있다.
② Cantril과 Roll
「자기기대성취를 위한 노력척도」(self-anchoring striving scale)를 말한 Cantril과 Roll의 설명은 QOL측정에 있어서 대중참여를 통한 가치체계확립(개발규범)의 탐색의 중대성을 인정한 접근방법의 탁월한 본보기이다. 이 보고서의 일부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노력척도 기술면에서 응답자는 먼저 자기의 미래를 가장 밝은 각도에서 상상했을 때의 그 삶의 형태를 기술해 보이도록 요구된다. 이 질문은 생각나는 대로 자유롭게 응답할 수 있게 되어 있으며 응답자의 논평은 질의자에 의해서 말 그대로 녹음된다. 응답자는 다음 상대방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하게 된다. 「가장 비관적인 각도에서의 그의 미래는 어떠한가?」 다시 그의 대답은 말 그대로 녹음되도록 되어 있다.
도시환경에 있어서 “삶의 질”을 측정하는데 있어서 Cantril과 Roll의 방법론은 사회개발목표와 관련된 정책결정에 있어서, 대중(grass roots)의 희망과 불안, 미래에의 기대, 현재의 상태에 대한 인식 등 대중적 기초를 정책에 반영함에 있어서 아주 의미 있는 시사가 되고 있다. 이러한 방법은 발전정책의 방향을 이끌어내고 평가하는데 있어서 귀중한 근원적인 자료와 사회정보로서 응용될 수 있다.
공무원 두문자 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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