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우헌곡(不憂軒曲), 경기체가
정극인
1장
山四回(산사회) 水重抱一畝儒宮(수중포일무유궁)
向陽明(향양명) 開南牕(개남창) 名不憂軒(명불우헌)
左琴書(좌금서) 右博奕(우박혁) 隨意逍遙(수의소요)
偉(위) 樂以忘憂(낙이망우) 景(경) 何叱多(하질다)
平生立志(평생립지) 師友聖賢(사우성현) 再唱(재창)
偉(위) 遵道而行(준도이행) 景(경) 何叱多(하질다)
산을 네 번 돌아 물을 거듭 안고있는, 아늑한 곳 협소한 집에는,
볕이 훤하게 드는 남쪽을 향하여 창문이 났는데, 집 이름은 불우헌이로다.
왼쪽에는 거문고와 서책이오․오른쪽에는 바둑과 장기요, 뜻에 좇아 거니노니,
아! 즐거움으로 걱정을 잊는 광경, 어떻습니까.
평생에 뜻을 세운 바, 스승과 벗 그리고 성인과 현인들의,
아! 도를 따라가는 광경, 어떻습니까.
2장
晩生員(만생원) 老及第(노급제) 樂天知命(낙천지명)
再訓導(재훈도) 三敎授(삼교수) 誨人不倦(회인불권)
家塾三間(가숙삼간) 鳩聚童蒙(구취동몽) 詳說句讀(상설구독)
偉(위) 諄諄善誘(순순선유) 景(경) 何叱多(하질다)
不亦樂乎(불역낙호) 負笈書生(부급서생) 再唱(재창)
偉(위) 自遠方來(자원방래) 景(경) 何叱多(하질다)
늦게 29세에 생원이 되고, 늙마인 53세에 급제하매, 천명을 즐거워할 줄 알았으니,
두 번의 훈도와 세 번의 교수를 지내며, 남을 가르치기에 지치지 않았도다.
삼간짜리 작은 글방에다 어린아이들을 모아놓고, 句讀點(구두점)을 찍어가며 상세히 설명하느니,
아! 선생님께서 말로 타이르는 모습에서 다정스럽고도․친절하게 잘 인도해 주는 광경, 어떻습니까.
매우 즐겁지 아니한가, 타향으로 공부하러 떠나는 서생들이여,
아! 먼 곳으로부터 찾아오는 광경, 어떻습니까.
3장
再上疏(재상소) 闢異端(벽이단) 依乎中庸(의호중용)
進以禮(진이례) 退以義(퇴이의) 守身爲大(수신위대)
備員霜臺(비원상대) 具臣薇垣(구신미원) 引年致仕(인년치사)
偉(위) 如釋重負(여석중부) 景(경) 何叱多(하질다)
一介孤臣(일개고신) 濫承天寵(남승천총) 再唱(재창)
偉(위) 再參原從(재삼원종) 景(경) 何叱多(하질다)
두 번의 상소에서 이단을 폐하게 하고, 중용에 의하게 하였느니,
예로써 나아가고 의로써 물러남에 자기몸을 지킴으로써, 불의에 빠지잖게 하는 것이 중대한 일이로다.
인원을 잘 정비한 사헌부와 직위나 채우는 신하로 있은 사간원에서, 나이가 많아 벼슬을 사양하고 물러나니,
아! 무거운 짐을 푼 듯한 광경, 어떻습니까.
일개의 외로운 신하한테, 이어 임금님께서 내리시는 은총이 넘치느니,
아! 原從功臣으로 두번이나 참여하는 광경, 어떻습니까.
4장
耕田食(경전식) 鑿井飮(착정음) 不知帝力(부지제력)
賞良辰(상량신) 設賓筵(설빈연) 兄弟朋友(형제붕우)
談笑之間(담소지간) 不遑他及(불황타급) 孝悌忠信(효제충신)
偉(위) 樂且有義(낙차유의) 景(경) 何叱多(하질다)
舞之蹈之(무지도지) 歌詠聖德(가영성덕) 再唱(재창)
偉(위) 祈天永命(기천영명) 景(경) 何叱多(하질다)
堯임금때 늙은 농부가 부른 <擊壤歌>에, 밭갈아 밥먹고 샘파서 물마심에, 임금님의 힘임을 알지 못하랴.
아름다운 시절에 손님위한 연석을 차리매 형제붕우들이로다.
이야기하고․웃고 하는 동안 다른데 미칠 겨를없이, 어버이에 효도요․형제간의 우애요․임금에게 충성이오․붕우간의 신의뿐이니,
아! 즐기면서도 또한 법도있는 광경, 어떻습니까.
춤추면서 임금님의 거룩한 덕을 노래하고 읊조리느니,
아! 길이 오래 살라고 하늘에 비는 광경, 어떻습니까.
5장
尹之任(윤지임) 惠之和(혜지화) 我無能焉(아무능언)
聖之時(성지시) 顔之樂(안지락) 乃所願也(내소원야)
上下怨天(상하원천) 下不尤人(하불우인) 心廣體胖(심광체반)
偉(위) 不懼不憂(불구불우) 景(경) 何叱多(하질다)
不忮不求(불기불구) 何用不臧(하용부장) 再唱(재창)
偉(위) 古訓是式(고훈시식) 景(경) 何叱多(하질다)
商나라 伊尹은 성인으로서 사명을 自任하였고․춘추때 柳下惠는 성인으로서 온화한 성품을 지녔으나, 나는 그것을 행하지 못하였느니,
공자는 성인으로서 때를 알아서 일했고․顔回는 안빈낙도의 즐거움을 알았느니, 이것이 원하는 바였도다.
위로는 하늘을 원망치 않고․아래로는 사람을 탓하지 않으면서도, 마음이 넓고 너그러우면 몸도 편안하여지느니,
아! 두려워 하지 않고 근심하지 않는 광경, 어떻습니까.
해치지도 않고 탐내지도 않으니, 어찌 훌륭하지 않은가.
아! 옛적의 밝은 가르침을 본받는 광경, 어떻습니까.
6장
壬辰歲(임진세) 四月初(사월초) 抑有奇事(억유기사)
降諭書(항유서) 到衡門(도형문) 閭里觀光(여리관광)
廉介自守(염개자수) 不求聞達(불구문달) 敎誨童蒙(교회동몽)
偉(위) 過蒙褒獎(과몽포장) 景(경) 何叱多(하질다)
特加三品(특가삼품) 時致惠養(시치혜양) 再唱(재창)
偉(위) 聖恩深重(성은심중) 景(경) 何叱多(하질다)
임진년 사월 초에 억눌러야 할 기이한 일이 있었으니,
유서가 내려 누추한 문 앞에 다닫게 되자, 이를 여항사람들이 구경하려 모였도다.
청렴결백한 가운데 스스로 분수를 지키며, 이름이 세상에 드날리길 구하지 않고, 어린아이들을 잘 가르쳐 깨우쳐 주어야 하는데,
아! 칭찬과 장려함을 지나치게 입는 광경, 어떻습니까.
특별히 加資三品과, 때맞추어 은혜로운 양로가 이르게 되느니,
아! 임금님의 은혜가 깊고도 무거운 광경, 어떻습니까.
7장
樂乎伊隱底(낙호이은저) 不憂軒伊亦(불우헌이역)
樂乎伊隱底(낙호이은저) 不憂軒伊亦(불우헌이역)
偉(위) 作此好歌(작차호가) 消遣世慮(소견세려) 景(경) 何叱多(하질다)
즐겁구나! 불우헌이여! 즐겁구나! 불우헌이여!
아! 이 좋은 노래(불우헌곡)을 지어 부르매, 세상의 근심걱정이 사라지는 광경, 어떻습니까.
정극인
정극인 (丁克仁, 1401~1481) : 조선 전기의 문신․학자, 본관은 영성. 자는 가택(可宅), 호는 不憂軒․茶軒․茶角. 광주 출신. 문종 때에 종사랑이 되고, 단종 때에 문과 급제하고, 세조 때에 정언이 되었다. 그의 나이 일흔이 넘어 고향에서 향리 자제를 모아 가르친 공으로 3품산관의 은영이 내리자 이에 감격, <불우헌가>, <불우헌곡>을 지어 이를 송축하였다. 비록 환로의 영달은 없었으나 선비로서의 지개와 풍도를 고수하였고 안빈낙도하면서 81세로 사망하였다. <상춘곡>외에 단가인 <불우헌가>, <불우헌곡>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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