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딜런, 신비주의
록 가수 중 밥 딜런 만큼 신비에 싸인 인물이 있을까. 록 역사상 그처럼 온갖 호기심을 자아내는 신비주의의 옷을 입은 가수는 없다. 밥 딜런의 신비는 주로 그의 난해한 노래 가사와 애매모호한 언행, 그리고 그가 매우 종교적 인물이란 점에서 비롯된다. 이에 더해 그에게 부여된 신화적 이미지, 예언자 혹은 구원자적 환상이 딜런의 신비를 더욱 심오한 것으로 만들고 있다. 그를 둘러싼 신비의 많은 부분은 기독교 혹은 이교(異敎) 신비주의 색채를 띠고 있다.
일례로, 그의 전성기 히트곡 <Mr.Tambourine Man(미스터 템버린 맨)>을 보자. 일반적으로 이 노래는 마약에 관한 노래이며, ‘템버린 맨’은 마약판매상을 암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어떤 기독교인은 템버린 맨을 ‘예수’로 해석한다. 또 어떤 힌두교신자들은 ‘힌두교 구루(스승)’로 받아들인다. 현세를 초월해 다른 세계를 갈구하는 ‘영적’ 노래로 읽히기 때문이다. 마약의 환각, 예수, 힌두교구루 어느 쪽으로 해석해도 몽환적, 종교적 환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신비감을 품은 노래다.
<Jokerman(조커맨)> 같은 노래도, ‘조커맨’을 밥 딜런 자신으로 볼 수도 있고 예수, 혹은 정반대 ‘사탄’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렇듯, 많은 노래가 다의적이고 때로 극과 극의 해석이 가능하다. 이런 노래들에 대한 딜런의 ‘명확한’ 설명은 없다. 상징주의 시(詩) 가사에 대한 작가의 불필요한 언급은 문학적 상상력을 저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일관된 서사가 파괴된 초현실주의적 가사, 종교적 표현이 등장하는 노랫말들은 자연스럽게 종교적 신비주의를 발생시킨다.
** 75세가 된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딜런의 <끝이 없는 순회공연(never ending tour)>은 우디 거스리, 로버트 존슨, 랭보, 케루악과 같은 그의 우상들의 "길 위에서의 삶", 방랑과 유랑의 혼을 이어 받은 것인가. 딜런은 "오래 전 '이 세상의 총사령관'과 맺은 계약"에 따라 운명처럼 "길 위에" 서있는 것이라고 했다.""
밥 딜런은 1988년 7월 <네버 엔딩 투어> 순회공연을 시작했다. 이 공연은 제목처럼 그 후 중단 없이 계속돼 왔고, 그가 75세가 된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04년 미 CBS 방송 프로와의 인터뷰에서 사회자가 딜런에게 “왜 당신은 지금도(63살) 밖에 나와서 공연을 하고 있나”라고 질문했다. 딜런은 이에 대해 그것은 운명과도 같은 것인데, 자신이 “오래 전 이 세상, 그리고 보이지 않는 세계의 총사령관과 계약을 했기 때문”이라고 진지한 어조로 대답했다.
"이 세상과 보이지 않은 세계의 총사령관(chief commander on this earth and in a world we can't see)"은 과연 누구를 말하는 것인가. 많은 기독교인들은 이를 ‘사탄’을 암시하는 말로 해석했다. 성경에서 사탄을 이 세상의 신, 이 세상의 임금이라 말하기 때문이다. 하나님으로 봐야 한다는 정반대 주장도 있다. 이 인터뷰는 딜런과 관련, 악마주의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이후 “밥 딜런이 마귀에게 영혼을 팔았다”라는 얘기가 인터넷에 퍼지는 계기가 됐다.
“사탄에게 영혼을 팔아 재능과 부와 명성을 얻는다”는 이른바 ‘악마거래설’은 전설적 미 블루스 뮤지션 로버트 존슨(Robert Johnson 1911~1938)과 관련한 오래된 소문에 뿌리하고 있다. 블루스와 록의 기초를 놓은 인물로, ‘미시시피 델타블루스의 제왕’으로 불리는 존슨에게는 그의 신기(神技)에 가까운 기타 연주 등 음악적 재능이 ‘악마와의 거래’에 의해 얻은 것이란 이야기가 따라다닌다. 존슨은 신비적 행적을 남긴 불가사의한 뮤지션으로서 27살에 요절했는데, 독살설이 유력하다.
** 딜런의 우상이었던(그리고 아마 지금도 그의 마음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미시시피 델타블루스의 제왕,로버트 존슨. 딜런은 그의 자서전에서 "미시시피 강은 블루스의 혈류(血流)다. 미시시피는 우주에서 나의 집이고, 나의 피에 항상 흐르는 강이다"라고 말했다. 딜런 음악의 혈맥은 1900년대 초 미시시피 델타 블루스에 단단히 뿌리내려져 있다.**
존슨은 젊은 시절 딜런의 우상이었다. 우디 거스리와 함께, 딜런의 음악과 음악정신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을 든다면 로버트 존슨이다. 딜런은 존슨의 기타연주, 작곡, 작사 기법을 습득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존슨의 곡들을 노래했고, <로버트 존슨의 죽음>(1962)이란 노래를 만들었다. 딜런의 ‘악마거래설’은 존슨이 그의 우상이었고, 지금도 우상일 것이라는 추측, 따라서 딜런의 음악에 존슨의 혼이 스며있을 것이란 상상이 가미돼 신비감을 더한다.
한편, 딜런은 3년여 기독교 음악활동 종료를 선언하고 록계로 컴백한 후 1984년 롤링 스톤지와 가진 인터뷰에서도 자신의 세계관을 드러냈는데, 그는 “세상에는 하나의 뛰어난 권세가 있으며. 이 세상은 실재 세계가 아니고, 장차 올 세상이 있다고 늘 생각해 왔다”고 말했다. 신(God)이 아닌 ‘뛰어난 권세(superior power)’란 표현과, 이 세상이 실재하는 세계(real world)가 아니라고 하는 말은 불교나 힌두교 등의 세계관을 연상케하며 이교(異敎) 신비주의의 체취를 풍긴다.
밥 딜런의 신비를 이해하는 중요한 관점 중 하나를, 그가 실제 예언자, 나아가 메시아 환상을 가졌을 가능성에 둔다. 유대인으로서 가진 메시아 사상에, 대중들의 메시아 역할 요구, 거물 유명인으로서 "나는 일반 사람과 다른 차원의 존재다"라는 인식이 더해지면, 이런 환상(망상)을 가질 수 있다. 신에 의해 선택된 예언자 나아가 메시아적 존재로서 자신의 노래를 통해 신의 진리를 계시하고, 사람들을 구원으로 이끈다는 환상. 성경이 인용된 그의 많은 노래들과, 예수로도, 밥 딜런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이중적 의미의 노래들을 이런 관점에서 보면 그 가능성은 높다.
“내가 어떻게 그 곡들을 썼는지 모르겠다. 내 모든 초장기곡들은 거의 '마법처럼 써졌다'(magically written).” 앞서 언급한, 지난 2004년 미 CBS 방송프로와의 인터뷰에서 밥 딜런은 자신이 초창기(1960~70년대. 필자주)에 쓴 대부분의 곡들이 손쉽게, 마치 마술처럼 써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 또한 많은 사람들에 의해 딜런의 전성기 곡들이 “악마(사탄)에게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되면서, 그와 관련한 ‘악마거래설’에 일조를 했다.
록의 세계에서 어떤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마술처럼, “명곡이 탄생”된다는 얘기가 사실 낯선 것은 아니다. 비틀즈의 존 레넌도 자신의 어떤 곡들은 마치 누가 불러주는 대로 쓰는 것 같은 상태에서 된 것이라고 고백한 적이 있다. 마이클 잭슨 또한 그런 신비 체험에 대해 언급했었다. 대표적으로, 역사상 최고의 록 걸작으로 손꼽히는 레드 제플린의 <Stairway to Heaven(천국으로 가는 계단)>(1971)이 이런 불가사의한 ‘마술적 창작’에 의해 완성됐다는 얘기는 널리 알려져 있다.
** 밥 딜런 앨범 <Desire>(1976)의 뒷 커버. 이 앨범에 국내팬들에게 익숙한 <One More Cup of Coffee>가 실려있다. 이집트 여신을 노래한 <Isis>란 곡도 있다. 왼편 가운데 'THE EMPRESS'라고 쓴 그림은 타로카드다. 커버의 분위기가 당시 그의 영적, 심리적 상태를 보여주는 듯 하다. **
밥 딜런은 후일, “어떤 때에는, 서너 곡이 동시에 (머릿속에) 몰려들어오기도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저도 제 노래가 어디에서 오는지 몰라요. 마치 유령이 곡을 쓰는 것 같지요. 그 유령은 곡을 주고는 가버립니다. 그게 무슨 뜻인지는 저도 모릅니다.”라고 말했다. (<이매진 Imagine>, 조나 래러著) 이러한 발언은 그의 놀라운 천부적 재능을 말해 주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의 음악창작에 어떤 불가사의한 능력이 개입되었을 것이라는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딜런은 자신의 노래가 무슨 뜻인지 자신도 모른다고 했는데, 실제 사람들도 그의 난해한 가사를 두고, “어떤 곡은 밥 딜런 자신도 뜻을 모를 것”이란 얘기를 한다. 서사의 일관성이 무너진, 머릿속에 순간적으로 연상되는 끊임없는 이미지들을 파편적 단어로 내뱉듯 나열하는 방식으로 쓴 그의 여러 노래들은 주로 프랑스 상징주의 시와 비트 작가들의 강한 영향을 받은 것이겠지만, 그의 시작(詩作) 과정에 어떤 신비한 힘이 작용하고 있을 개연성을 느끼게 한다.
1987년 스위스 로카르노. 3만명이 모인 야외공연에서 갑자기 강풍이 불어 그의 목소리가 멈추면서 난관에 처했을 때에 대한 밥 딜런의 언급이 그의 자서전에 실려있다. “나는 다른 유형의 메커니즘을 재빨리 불러냈다. 희박한 공기 속에서 마귀를 부르기 위해 자동으로 주문을 걸었다. 즉시 그것은 순종 서러브레드 경주마처럼 문을 박차고 달려 나왔다.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왔고 다차원으로 돌아왔다...몸이 약간 흔들렸지만 즉시 날고 있었다...”(밥 딜런 자서전 <바람만이 아는 대답>)
밥 딜런이 이 공연에서 갑작스런 곤경을 벗어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사용했는지 알 수 없다. 그가 주문을 건 대상이 그가 믿던 신인지, 어떤 불가사의한 능력을 가진 존재인지 알 수 없다. 그는 “마귀(devil)를 부르기 위해 주문을 걸었다”고 썼다. 여기서 마귀는 은유적 표현으로서, 악마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기독교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자동으로 주문을 걸었다"는 말은 그가 원할 때 어떤 초자연적인 힘을 불러낼 수 있는 비법을 가지고 있었음을 암시한다.
** 1975~6년 "Rolling Thunder Revue" 공연 당시 분장한 밥 딜런, "Revue"란 시사 풍자극을 말한다. 공연명 "Rolling Thunder"가 북미 원주민 인디언 샤먼(마법사)의 이름을 가져온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
“Rolling Thunder Revue"는 1975~6년에 있었던 딜런의 북미 순회공연으로서, 그의 다큐멘터리 필름에 수록된 주요 공연 중 하나다. 많은 평론가들은 ”Rolling Thunder"가 북미 원주민 인디언 샤먼(shaman 마법사, 무당), 보다 정확히는 인디언 마법사와 자신을 동일시한 한 히피 영적 리더의 이름에서 따 온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록 세계에서 록 가수를, 대중에게 어떤 초월적 힘을 ‘접신’시키는 ‘샤먼(마법사)’적 존재로 보는 견해를 상기시킨다.
종교적 성향이 유별난 밥 딜런이 그의 50년 음악활동에서 그가 믿는 신을 비롯해, 어떤 초월적인 존재 혹은 영적인 힘에 의존하려했다는 증거는 많다. 특히 그의 대부분 걸작이 쏟아져 나온 6~70년대 전성기에 다양한 이교(異敎) 신비주의와 연루한 흔적이 많다. 그는 젊은 시절 케루악, 긴즈버그 등 비트작가들의 영향으로 불교세계에 들어가 보려 노력했고, 한 때 역경(I Ching), 도덕경(Tao Te Ching) 등 신비 동양철학과 시문학에도 깊은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파악된다.
** 밥 딜런의 앨범 <Infidels(이교도)>(1983> 수록곡 <조커맨> 뮤직 비디오의 한 장면. 그의 오컬트에 대한 관심을 암시하는 듯 "수정 마법(Crystal Magick)" 이란 제목의 책을 들고 있다. 이 시기는 그가 기독교에 입문한 뒤 벌였던 3년여 기독교 음악활동 종료를 선언하고 록계로 컴백한 이후다.**
딜런은 그의 노래와 앨범에 이집트여신 이시스(Isis)나, 타로카드를 등장시키는가 하면, '수정 마법(crystal magick)'이란 책을 든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힌두신 크리슈나를 찬양하는 <Come to Krishna>란 곡을 만들기도 했고(미발표), 유대 신비주의 카발라의 자취도 있다. 딜런을 둘러싼 신비의 많은 부분은, 그의 유대-기독교 신앙에, 젊은 시절 경험한 동양종교와 철학과 오컬트적 관심이가미된 것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추측한다.
추기 : 밥 딜런에게 영향을 받지 않은 록 가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지미 헨드릭스나 레드 제플린의 영향을 받지 않은 록 뮤지션도 거의 없을 을 것이다. 27세에 약물(마약) 과용으로 사망한, “20세기 최고의 록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가 가장 존경한 인물이 밥 딜런이었다. 그가 연주한 딜런의 <All Along the Watchtower>는 오리지널을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세계 록팬들이 꼽는 최고의 록 넘버, 레드 제플린의 <Stairway to Heaven>의 저 유명한 종결부 기타연주가 밥 딜런의 <All Along..>의 코드 진행을 착안한 것이라는 얘기가 있는데, 맞다고 본다.
전통 유대 가정에서 태어난 밥 딜런의 원래 이름은 전형적 유대인 이름인 로버트 짐머만이다. 21살 때 밥 딜런(밥은 로버트의 애칭)으로 이름을 바꿨다. 법적인 개명이다. 따라서 밥 딜런은 예명이 아니라 정식 이름이다. 딜런은 일찍부터 반유대주의 시선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생각이 있었고, 가수 활동을 시작하면서 좀 더 세련된 이름을 갖기 원했다. 애초 ‘Dillon'이란 이름을 생각하다가, 영국 시인 딜런 토마스의 시들을 읽고 딜런(Dylan)을 자신의 새 이름으로 정했다.
2004년 한 인터뷰에서 딜런은 자신의 개명을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에겐 좋지 않은 이름, 좋지 않은 부모를 가지고 태어나는 일들이 일어난다. 당신은 당신 자신에 대해 부르기 원하는 이름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곳은 자유의 나라가 아닌가.” ‘카멜레온’ 같은 밥 딜런의 ‘변신’은 그의 음악활동의 출발로부터 시작된다. 딜런은 50년 음악활동 내내 대중의 요구나 시선에 아랑곳 않고, 자신의 이미지를 끊임없는 변화시킨 ‘변신의 귀재’로서 이런 가운데서 신비가 생겨난다.
또 그는 젊은 시절 이런 말을 한 적도 있다. “나는 고아다.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13살 때부터 카니발을 따라다니며 유랑 생활을 했다.” 1963년에는 수년간 부모와 연락이 끊겼다고도 했다. 이 말들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 그는 짐머만이란 이름을 버리면서, 중산층 출신인 자신의 이력도 지우려고 했다. 자신의 자아를 우상 우디 거스리와, 1900년대 초 미 남부의 전설적 델타블루스와 포크 유랑가수들의 음악과 삶에 동화시켜 스스로를 신화화하려고 한 것으로 추측된다.
** 밥 딜런. 그의 신비의 많은 부분은 그가 지닌 강한 종교적 성향에서 비롯된다. **
무엇보다 밥 딜런의 신비는 그의 강한 종교성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그것은 그의 종교성 근간을 이루는 유대교와 기독교 속에 이교적 영성이 스며든 가운데 흘러나온다고 본다. 일례로, 딜런의 곡 <Desolation Row>의 제목은 그의 우상 케루악의 불교관이 투영된 소설 <Desolation Angels>에서 빌려온 것으로 전한다. 한편, 필자는 딜런이 동시에 이 노래의 제목과 주제를 구약성경 다니엘서 9장에서도 착안했을 것으로 본다. 그렇게 본다면 불교와 기독교의 합성이다.
유대인으로서 기독교 신앙에 입문했던 딜런이 성경에 대해 각별한 관심과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그의 성경에 대한 관심이 예언서 등에 편중되어 있고, 특히 묵시문학 형태인 다니엘서, 요한계시록에 집중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그의 많은 노래들이 이러한 묵시 사상을 반영한 세상의 악과 세상의 종말, 최후의 심판과 메시아 도래 등의 메시지를 깔고 있는데, 유대교와 은사주의 기독교, 세대주의 종말론 등이 혼합해 신비주의를 조성하는 것으로 본다.
밥 딜런의 종교적 신비에서 주목할 것은 그가 시대적 정신을 대변하는 한편, 시대 상황을 읽어내고 길을 제시하는 예언자, 혹은 메시아적 존재로 인식되거나 존경, 나아가 숭배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특별히 신의 지명을 받은 초월적 경험과 지식, 계시의 은사를 지닌 존재라는 환상이다. 그런데 그러한 메시아 환상(혹은 망상)은, 그것이 인기 유지를 위한 전략이든 혹은 그의 종교적 성향에서 비롯된 것이든, 그가 스스로를 신비화, 신화화하는 과정에서 구축된 측면이 강하다.
** 밥 딜런의 공식 로고. 지금도 밥 딜런 관련 상품과 간혹 밥 딜런의 공연 무대 배경 등에 사용되고 있다. 이름 아래의 이른바 ‘호루스의 눈’으로 인해 일루미타니 등과 연관한 논란이 있으나, 예수를 구세주로 믿는 유대인들에게 윗부분 왕관은 왕이신 예수를 상징하는 것이고, 아래의 눈은 모든 것을 감찰하시는 하나님의 눈을 상징한다고 한다. 필자는 딜런의 “자신에 대한 메시아 환상”이 반영된 로고라는 생각을 가진다. **
‘Dylanology’란 말이 있다. ‘밥 딜런학(學)’ 또는 ‘밥 딜런교(敎)’로 번역할 수 있는 말이다. 아마추어 딜런 팬이나 전문가들의 밥 딜런 연구, 또는 딜런에 대한 숭배를 가리키는 말이다. 현대사회의 우상숭배는 주로 ‘개인숭배’로 나타나고 있고, 그것은 많은 부분이 연예인에 집중되며 종종 ‘종교적 현상’의 형태로까지 나타난다고 본다. 딜런을 둘러싸고 나타나는 이런 숭배 양상은 딜런이 그의 음악과 언어와 행태에서 특유의 신비주의를 '양산'해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한다.
밥 딜런 노래의 영향력은 “세계 역사를 변화시킬 만큼 세계로 스며들었다.”(1997년 딜런의 노벨문학상 후보 추천사 중) 올해 드디어 노벨문학상을 수상함으로써 밥 딜런은 명실상부한 현대문화의 우상이자 아이콘이 됐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베일에 싸인 성상(聖像)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 기독교가 딜런의 신비주의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은 그가 많은 사람들에게 기독교의 복음을 전하는 가수로도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의 신비는 과연 기독교적인가?
기독교에는 기독교의 신비가 있다. 기독교의 신비란 "그리스도의 사역과 구원의 비밀과 관련한 신비"를 말하는 것이요, 이를 벗어난 신비는 악마(마귀)적 영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조덕영) 밥 딜런의 신비는 기독교 진리를 혼잡케 하는 측면이 없는가. 오늘날 범람하는 저 거대한 뉴 에이지와 이단, 이교 신비주의의 미혹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우리의 신앙을 지켜낼 것인가. 그 대답은 저 "신비한 바람 속 노래"에 있는 것이 아니고 진리의 말씀, 성경 속에 있다.
“너희는 이 세대를 본 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 - 롬 12:2